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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01 도시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 도시 1인 생활자의 서울살이 18년 연표 자립한다는 것 02 달동네 옥수동을 만나다 03 공동 주거를 시작하다 04 생활력을 발견하다 성장한다는 것 05 어른의 조건 06 잘 하고 싶었던 이유 07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하다 08 옥수동 트러스트1: 기록하다 09 옥수동 트러스트2: 지켜보다 10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 11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 12 옥수동 트러스트3: 저무는 달동네의 일상 존재한다는 것 13 환대의 공간을 찾아 나서다 14 이름을 짓다 15 마음 놓고 실패할 권리 16 기획하지 않을 자유 17 약한 연결의 힘 18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 19 연대의 기초 20 공간을 열다 공존한다는 것 21 어쩌면사무소 면장님 부임하다 22 생명의 온기 23 옥수동 트러스트4: 마지막 겨울 24 우리 자신을 위한 일 25 자영업자의 노동 26 관계를 쌓다 연대한다는 것 27 이웃을 발견하다 28 나를 지키며 함께 살기 29 어쩌면, 1인 활동가 30 혼자 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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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자를 배제하고 함부로 뿌리 뽑는 재개발의 파도에 무력하게 떠밀려가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엄두를 못 낼 만큼 큰돈과 권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사업을 벌이고 싶지도 않았다. 멀리 떠나지 않고 지금 서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도시의 주인이자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 p.22쪽)
일상의 노동은 신기하게도 삶을 더 풍요롭게 했다. 스물네 시간 일만 생각하는 것보다 쉴 때 쉬고 몸을 움직이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이맘때 시장에는 어떤 채소가 나오는지, 겨울을 좀 더 따뜻하게 나려면 언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면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사회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책만 들여다봐서는 결코 얻지 못할 지혜다. (.…) 독립적 삶을 산다는 것, 그러니까 자립이란 단지 아무도 침범하지 않는 혼자만의 방에 파묻힌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 pp.54-55 우리가 해야 하니까 또는 하고 싶으니까 한다고 믿는 일 중에는 사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아주 어릴 때부터 맡은 일은 어떻게든 열심히 잘 해내야 한다는 일 윤리를 주입받아온 탓에,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낼 능력을 잃고 급기야는 자기를 망가뜨리는 삶을 선택하기 쉽다. --- p.81 삶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단절점이 한순간에 반짝 다가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스트 한 숟가락이 반죽을 부풀리듯이, 작고 사소한 경험 하나가 오랜 시간에 걸쳐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삶을 변화시킨다. --- pp.87-88 이제 하려는 일은 다르길 바랐다. 기존의 조직과 활동 방식을 떠나 전환점에 선 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려했다. 그저 열심히 하는 것 말고, 삶에서 정말 원해서 할 수 있는선택은 뭐가 있을까? 그 선택을 가능하게 만들 내 삶의 전환은과연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 걸까? --- p.162 세상이 놀랄 일 말고 내가 즐거운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이 주는 자유는 대단했다. --- p.173 겨우 일이 년 한자리에 머물렀다는 이유로 동네를 ‘기획’하려 들지 말자고 다짐했다. 가만히 시간과 관계를 쌓아 올리며 지내다 보면 문득 ‘이거다’ 싶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전까지 우리는 그저 조용한 동네 자영업자로서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 p.241 어쩌면사무소에서 접속한 사람들은 누구를 통해 언제 만났든 상관없이 나름의 관계를 맺고 서로 공감하는 지점에서 어울렸다. (.…) 가족보다는 유연하고 동료보다는 느슨한 제3의 관계망이 내 주위에 있었다. 그건 옥수동과 어쩌면사무소가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 p.250 비혼을 선택한 것, 정규직 노동을 그만둔 것, 맞지 않는 인연은 잘라내고 마음이 이끄는 쪽으로 치우쳐 살아온 것,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아무 연결고리 없이 오도카니 혼자가 되어버리는 것. 다 내가 자처한 일이었다. 그런 삶에는 결국 고립과 절망밖에 없을 거라는 경고가 많았다. 하지만 어쩌면 끝없이 주입되는 불안을 거부하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246쪽) 어쩌다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이를 만나면 슬쩍 그 문장을 건넸다. 아니,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다고, 세상은 항상 두려움을 이기고 호기심을 따라간 사람들이 바꾸어 왔다고. --- p.144 삶의 전부라 여기던 일을 그만두며 내가 겪었듯, 사회 속에서 애써 일군 자기 자리를 잃으면 어마어마한 좌절과 상실감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거기서 벗어나려면 차분히 자기 내면을 돌보고 일상을 회복하는 치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다른 삶을 향한 실험에 뛰어들고, 타인의 경험과 고통에 반응하며 행동하는 건 그다음에야 가능할 것이다. --- p.2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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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경쟁을 부추기는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다른 삶을 찾는 모험
어떻게 그는 삶을 전환할 수 있었을까? 다른 삶이 가능하다고, 자기다운 삶을 선택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삶은 한 두 번의 선택으로 바뀌지 않는다. 발전, 속도, 규모를 좇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물결이 개인에게도 내면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발적 과잉노동의 악순환에서 조직 생활 10년 차에 번아웃을 맞고서야 일에서 벗어난 한 개인의 삶을 사회학적 시선으로 풀어낸 스토리텔링 보고서이다. ‘기획’하는 일에서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모를’ 가능성의 영역으로 이동시키고 자신을 위한 일을 실천해 온 저자는, 앞으로가 아니라 지금을 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안에는 혼인 관계를 중심으로 한 가족 공동체를 벗어나 독립적 개인으로 타인과 공존해온 실험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저자는 삶을 전환한 경험치를 풀어놓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자리 없음’ ‘쓸모없음’ 그리고 ‘뿌리 뽑힘’이라는 문제를 지목한다. 그가 이 책에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속도와 규모가 안겨주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개발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모양새를 바꿔 약자와 자연을 약탈하는 폭력이, 성공이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일상 생활력을 희생시키는 개인의 삶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된다는 것이다. 결국, 자리 없음 · 쓸모없음 · 뿌리 뽑힘이라는 문제가 저자만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대안을 찾는 실험 또한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기획을 위한 기획은 하지 않고 내 욕구를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으며 미래가 아닌 현재를 탐험하는 삶, 가능할까? 기존 조직과 활동 방식을 떠나 전환점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주변을 성찰해보는 자세가 절실해 보인다. 저자는 자기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자신을 되돌아보며 피로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조종했고, 그 과정에서 열정은 어떻게 자기 착취가 되었으며, 그것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세심하게 분석하고 다른 삶을 모색하기에 이른다. 책에는 ‘어쩌면 프로젝트’라는 실험을 통해 폭력의 고리를 벗어나 다른 삶을 실험할 공간을 만들고 주변과 느슨한 관계망으로 성장해 가는 여정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소속보다는 접속으로 우연과 인연을 따라 새로운 관계망을 엮으며, 지나친 책임감이나 의무보다는 느긋한 우정으로 관계망을 꾸리는 방법. 자기를 지키면서도 조건 없이 타인을 환대하는 공간을 꾸리는 기술. 정시근무 일을 하지 않고 경력이나 인맥 관리도 하지 않는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는커녕 언제 바닥날지 모르는 잔액을 그때그때 채우며 산다.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고 주변과 공유하는 재미를 누린다. ‘소속 없이 접속하기’ ‘1인용 연구회’ ‘그만둔 이유 그만둔 이후’ 등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모임을 꾸리며, 시스템과 성과 집착에서 벗어나 ‘내’가 즐거운 일을 찾아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력을 가동하고 공유하며 느슨하게 연대하는 활동이다. 자립, 공존, 연대. 이 세 가지는 저자가 실험을 통해 얻은 자존성自存性의 키워드이다. 자기 잣대로,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약한 연결의 힘으로 이어 가는 저자의 의지는 불안한 시대를 사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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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지만 강단 있게, 느리지만 방향감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오솔길을 탐색하며 살기. 내가 이 책을 통해 본 저자의 모습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길을 따라 자라났지만, 좌절과 성찰을 통해 공존과 상생의 길을 창의적으로 모색해온 과정이 신비롭다. 지금은 예쁜 고양이 두 마리를 모시고 사는 집사이기도 한 저자는 일상의 세밀한 노동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을 꾸준히 기록하는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어쩌면, 세상의 작은 변화가 정말 이루어질지 모른다. - 임순례 (영화감독. (사)동물권행동 카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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