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 남겨진
또다시 부서진 과거 8 비밀을 품고 있는 죽음 27 전쟁이 남긴 폐허 39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도시 64 생을 마친 탈것들의 종착역 81 / 버려진 아무도 먹지 못한 밥 102 바다를 덮은 플라스틱 112 빨리 만들고 더 빨리 버려지는 첨단 119 넝마주이의 터전 쓰레기들의 산 130 내버릴 수 없는 지구 167 / 사라진 말라붙은 호수 182 황폐해진 숲 198 줄어드는 땅 219 이제 만날 수 없는 생명 232 우리보다 먼저 없어진 우리 260 / 보이지 않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인간 294 나자마자 도둑맞은 인생 314 값싸게 쓰이다 버려지는 노동 334 그 무엇도 아닌 인간 355 에필로그 367 참고문헌 372 찾아보기 374 사진 일람 385 |
구정은의 다른 상품
|
공중 정원 유적(이라크, 2017년) / Al-Hamza Ahmad(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4.0) 제공
바빌론의 가짜 성곽 밑에는 수천 년 세월 동안 이리저리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묻힌 유적들이 층져 있었다. 사담은 그 위에 네부카드네자르가 아닌 자신의 성곽을 세웠다. 벽돌의 부조에는 군데군데 사담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하고 사담이 쫓겨난 뒤에 이 벽돌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참 역설적이다. 사담의 이름이 새겨진 벽돌들이 남아 있다면 그 또한 ‘역사의 유물’이 됐을 테니까. --- p.10 오라두르 쉬르 글란(프랑스, 2009년) / AlfvanBeem 제공 당시 19세였던 로베르 에브라는 미수의 나이가 되도록 그날의 참상을 잊지 못한다. “군인들이 여성들과 아이들을 교회에 몰아넣고 문을 잠갔고, 남성들은 따로 끌고 가 헛간에 밀어 넣었다. 독일군은 독가스를 살포하고 불을 질렀으며 기관총으로 주민들을 사살했다.” 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에브라를 비롯해 여섯 명뿐이었다. 나머지 주민 642명은 나치에 살해됐다. 에브라의 어머니와 누이도 희생됐다. --- p.40 비무장지대(한반도, 2008년) / stephan(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2.0) 제공 자연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비무장지대 풍경은 몹시 아름답다. 갈대숲, 인적 없는 습지, 산양과 새, 철책과 군인. 이곳의 자연은 사람들이 되돌아오길 기다릴까, 아니면 이대로 잊힌 채 남아 있기를 바랄까. --- p.50 체르노빌(우크라이나, 2006년) / Xopc(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2.5) 제공 쓰이다 버려진 ‘유령도시’는 또 있다. 1986년 핵발전소 참사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그곳에는 아이들이 신던 신발, 놀이공원의 놀이 기구, 인형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파트도 그대로이고, 여전히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들이 머문다. --- p.74 치타공(방글라데시, 2008년) / Stphane M. Grueso(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2.0) 제공 배들은 어디로 갈까? 인도와 방글라데시로 간다. 1971년 방글라데시(옛 동파키스탄)가 파키스탄과 독립 전쟁을 치를 때 파키스탄 선박 알 압바스호가 벵골만의 치타공 해안에서 폭격을 받고 좌초됐는데, 옛 소련 팀이 와서 해체했다. 안타깝게도 치타공의 선박 해체는 아이들까지 동원되는 열악한 저임금 노동으로 악명 높았다. --- p.89 미드웨이 환초(미국, 2015년) / Forest & Kim Starr(위키미디어 공용, CC BY 3.0 US) 제공 사람들이 즐겁게 하늘로 띄워 보낸 헬륨 풍선이 물고기들을 죽인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바람이 빠진 풍선이 바다에 가라앉으면 물고기들은 해파리인 줄 알고 삼켰다가 죽는다. 미드웨이 환초에서는 덩치 큰 물새인 앨버트로스의 새끼들이 칫솔과 라이터 같은 플라스틱 조각들에 목이 메어 죽는다. --- p.116 아그보그블로시에(가나, 2017년) / Fairphone(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2.0) 제공 아그보그블로시에라는 곳이 있다. 원래 아크라 교외 바닷가에 있는 습지였다. 지금은 전자 쓰레기의 무덤으로 더 유명하다. 세계의 전자 쓰레기 중 상당수가 여기에 버려진다. 일부는 합법적이지만 대체로 불법 투기다. 1989년 채택된 바젤협약은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과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돈을 주고 빈국에 유독성 쓰레기를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크라 사례에서 보듯, ‘협약은 멀고 쓰레기는 가깝다’. --- p.124 파야타스(필리핀, 2010년) / Patrick Roque (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4.0) 제공 필리핀 대도시 주변의 마을들은 흔히 바랑가이라고 불린다. 2000년 7월 마닐라의 쓰레기들이 쌓이는 바랑가이 중의 한 곳인 파야타스에 태풍이 두 차례 연달아 휩쓸었다. 산처럼 솟아오른 쓰레기 더미가 무너졌고, 거기에 살던 사람들 300여 명이 폐기물 더미에 묻혀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났다. --- p.155 옛 아랄해(카자흐스탄, 2003년) / Staecker 제공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짠 내 나는 사막에는 어선이 버려져 있다. 모래언덕에 석양을 배경 삼아 서있는 녹슨 어선들은 흉물스럽다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때 어민이던 주민들의 집 마당 구석에는 어김없이 낡은 낚싯배가 있었다. 이곳이 어촌이 아니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에, 주민들이 예전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낚싯배와 어망을 남겨 두었다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 p.184 동칼리만탄 벌목 도로(인도네시아, 2005년) / Aidenvironment(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2.0) 제공 오래전에는 둘레가 몇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들이 있었으나 이제 보르네오에서 그런 ‘진짜 나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숲이 사라지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적인 목재 공급처이고, 네덜란드의 식민지가 됐던 몇 백 년 전부터 벌목이 계속돼 왔다. 인도네시아는 임산업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원목을 그대로 수출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그러나 팡칼란분 주민들은 “말레이시아 국경 지대를 통해, 여전히 불법 채취된 목재가 흘러 나간다.”고 말한다. --- p.202 시시마레프(미국, 2014년) / Bering Land Bridge National Preserve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2.0) 제공 시시마레프의 바다 앞에는 원래 커다란 빙붕이 있었다. 해안을 따라 길고 평평하게 형성된 얼음덩어리를 가리킨다. 그 얼음덩이가 천혜의 바람막이가 되었고, 이누이트(에스키모)라 불리는 이누피아트 원주민 부족이 터를 잡고 살아왔다. 그런데 얼음이 녹고 있다.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오고, 서릿발이 지붕을 덮치고, 땅은 질척질척 녹고 있다. --- p.221 로힝야 마을(미얀마, 2014년) / Adam Jones(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2.0) 제공 유엔은 2016년 10월 미얀마 정부가 라카인에서 군사작전을 재개한 이후로 이듬해 4월까지 반년 남짓한 기간에만 로힝야 7만 4000명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고 추정한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조차 로힝야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인정하지 않는 사이, 밀림과 바다에서 이 소수민족은 존재마저 부인당한 채 ‘조용한 위기’를 맞고 있다. --- p.310 |
|
책임지지 못할 물건들로 뒤덮인 지구
만들어 내는 만큼, 파내는 만큼 버려진다. 쓰임이 다하면 버려지게 마련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은 제대로 쓰이지도 못한 채 버려진다. 비행기, 공항, 자동차, 배, 기차, 우주선, 놀이공원도 쓰레기가 된다. 전쟁이 파괴한 마을(스페인 내전 당시 벨치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중서부의 오라두르 쉬르 글란), 욕망이 만든 유령도시(디트로이트, 포드란지아, 군칸지마)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어떻게 버려지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우리가 책임지지 못할 물건들로 지구를 뒤덮고 있는 사이, 그에 따른 위험을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약한 존재들이다. 땅과 숲이 위협받으면서 그 안에 사는 생명은 절멸로 내몰린다. 고향을 잃은 소수 부족이 사라지면서 언어도, 그 안에 담긴 지혜도 사라진다. 바다를 덮은 플라스틱은 미드웨이 환초의 앨버트로스와 바다거북, 갈매기와 물고기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대가로 치른다. 첨단을 좇아 그보다 더 빠르게 폐기되는 전자 쓰레기 유독 물질을 지닌 채 미국과 유럽을 떠나 동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로 가고 이를 재활용해 살아가는 이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캐나다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생활쓰레기는 필리핀으로 ‘수출’되어 갈등을 빚는다. 이 책은 책임지지 못할 행위를 하는 이들과 그 책임을 떠안는 이들이 대개 일치하지 않는 모순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성찰하게 한다. ‘인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또 버려지는 상품 곁에 두고 쓰던 물건은 물론이고 시간과 공간도 사람들에게 버림받는다. 시간이 흘러 잊히는 것도 있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우거나 감추는 것도 있다. 버려지는 것들 틈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하지만 가장 큰 역설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폐기되는 것 중 하나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현대의 노예제를 다룬 책들은 ‘21세기에 노예가 존재하는 건 쓰고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존재 자체가 지워지거나, 쓰이다 버려지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 ‘자유 난민’이라고 불리지만 21제곱킬로미터 면적에 불과한 섬에 한정된 자유를 누릴 뿐인 나우루의 팔레스타인 난민들, 볼타 호수의 가혹한 노동에 지쳐 생기를 잃은 아이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월마트 주차장에서 여름철 열기를 이기지 못해 차 안에서 숨진 ‘인신매매 트레일러’의 사람들이 그렇고,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와 살 곳을 찾아 끊임없이 떠돌아야 하는 사람들도 이들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 책에 소개된 노예, 난민, 이주민, 미등록자, 불법체류자, 무국적자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버리고 지우고 폐기하는 존재이자, 버림받고 지워지고 폐기당하는 존재이기도 한 우리, 인간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