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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 그럼에도 불구하고 ‘짓다’
제1부 연관 짓다 attach 우리 농업에 절실한 디자인적 사고 / 브랜드파머, 밭에서 브랜드를 짓다 / 농업 브랜드의 성립 조건, 가치 소비 제2부 농사짓다 discover 토마토 키우는데 토마토를 왜 사 먹어? / 농사는 땅이 짓는 것 / 유기농의 진짜 무기는 안전이 아니다 농부의 자긍심 / 스마트하게 농사짓는 법 / ‘우리 동네’ 농산물이 최고? 대를 잇지 못한 농사에 장인은 없다 / 자연농과 상업농 사이 제3부 관련짓다 storytelling 유기농 1세대, 두 사람의 선택 / 유기농 2세대, ‘흙수저’인 줄 알았던 ‘금삽’ / 아버지 손에 새겨진 것들 일‘손’이 된 ‘손’님 / 유레카! 갈라진 토마토 / 밥 잘 챙겨 먹고 다녀 제4부 이름 짓다 naming 아무 말 대잔치 / 부모님의 세월을 담은 농장 이름, ‘그래도팜’ / 타협하지 않고 지켜 낸 결실 소비자들이 지어 준 이름, ‘기토’ / 프리미엄 라인, ‘그래도팜 땅의 기록’ 제5부 구분 짓다 differentiation 나만의 기준이 만든 차별화 / 토마토가 거기서 거기지 / 22만 원짜리 멜론 그래도팜의 톤 앤 매너 / 결국 한 끗 차이 제6부 관계 짓다 relationships 내가 잡지를 사랑하는 이유 / 골든 트라이앵글 / 손님은 왕이 아닌 동반자 땅을 살피는 요리사 / 밭에서 밥을 짓다 제7부 꿈을 짓다 dreaming 흙과 친구가 된 사람들, ‘소일메이트’ / 신념을 파는 장, ‘파머스 갤러리’ /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터전, ‘서스테인 필드’ / 24절기마다 식구가 될 그래도팜 제8부 덧붙이는 이야기_ 농사짓는 디자이너 낭만을 찾아서 / 1년 만에 푼 짐 / 위기 속 기회의 땅 제9부 덧붙이는 이야기_ 토마토 이야기 국내에 토마토 품종이 다양하지 못한 이유 / 똑똑한 토마토 보관법 에필로그_ 마무리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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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땅에서 시작되어 식탁에서 완성된다
원승현 대표에게 출간을 제의한 것은 디자이너 출신 청년 농부가 주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의 귀농 스토리가 흥미롭게 들렸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귀농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지침을 주고자 하는 의도였다. 그러나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출판 기획은 바뀌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번째 이유는 그가 사실상 ‘금삽’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30년간 유기농을 고집해 온 농부다. 귀농을 모티브로 삼은 기획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베테랑 농부를 아버지로 둔 이가 어떤 조언을 해도 속 편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농업은 전문직이다. 수십 년간 농사를 지었어도 누구도 농사의 장인이라고 할 수 없다. 경험이 중요한 농업에서는 특히나 노하우를 가르쳐 줄 수 있는 멘토가 중요하다. 기본기를 다지고 나서야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앞마당 텃밭 정도 가꿔 본 경험으로 귀농을 해서 실패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농업에 진지하게 도전하려면, 먼저 최소한의 기초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금삽’을 바탕으로 농부로서 성장하고 있었다. 둘째는 디자이너로서의 관점이다. 그의 이야기에는 디자이너 출신 귀농자의 좌충우돌 농촌 적응기가 아닌 디자이너 출신 농사꾼으로서 어떻게 농사를 지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그의 고민은 한마디로 ‘땅과 식탁을 연결’하는 데 있다. 땅을 잘 가꾸어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고, 그 가치를 소비자와 공유하며, 소비자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는 게 농업의 본질이라는 의미다. 듣고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식탁 위의 본질을 잊고 살아왔다는 걸 금세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마트에 가면 사시사철 계절을 잊은 채소와 과일이 나오고 우리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그것들을 식탁에 올린다. 그러나 배양액을 맞고 24시간 빛을 쬐며 혹사당한 농산물은 건강한 흙에 뿌리내리고 밤낮을 겪으며 내실을 다진 농산물을 따라갈 수 없다. 농산물도 살아 있는 생물이다. 사람이 모든 영양성분이 다 들어 있는 링거만 맞고서 건강한 삶을 살 수는 없는 것과 같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건강한 먹거리가 필요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간단한 이치를 망각하고 속도와 편리함이 미덕인 현대 사회에서 땅과 식탁을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쉽게 인정받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이 바로 브랜딩이다. 화려한 디자인의 상표와 거창한 이름이 아닌 상품의 본질과 가치를 담아 소비자의 식탁에 올리는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고 싶은 농업의 본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