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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Ⅰ. 삼각자 속의 별들 Ⅱ. 나비 혹은 고양이 Ⅲ. 델마는 나의 문장이 되고 Ⅳ. 달빛을 걷고 또 걸어서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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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에 도착하면 무지개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내가 그리워하는 모든 사랑과 함께. --- p.7
때로는 사랑의 목적지가 이별이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자신이 살아가는 영역의 바깥으로 밀어내는 어미고양이처럼. --- p.13 사랑이 숭고하다면, 그 이유는 불가능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고양이가 되는 일은 문법이 아니라 문장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 p.15 어쩌면 너무 싫다는 말은, 너무 보고 싶다는 말일 수도 있었습니다. --- p.33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야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그 고양이에게도 받은 사랑이 그리워. 사람도…… 고양이처럼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사랑하고 이별하는 것은 아닐까.” 델마의 눈동자 속에 잠시라는 영원이 있었습니다. --- p.35 자신의 식탁에 값비싼 음식이 놓이지 않아도, 화려한 가구와 넓은 집을 갖고 있지 않아도, 델마는 매순간 내 곁을 호흡했습니다. 나 역시도 그런 델마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삶이란, 늘, 발음하는 대로 적히지 않는 문장이었습니다. --- p.66 한 여자에게 빠진 한 남자의 인과율은 모두 사랑의 당위성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 p. 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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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는 주인공인 ‘나’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첫 번째 사랑은 첫사랑과 이름 모를 길고양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서울에서 살던 ‘나’는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외조부모님 댁에서 자라게 된다. 낯선 곳으로 전학을 간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어느 날 이름 없는 길고양이를 아이들이 괴롭히고 있을 때 ‘나’는 안타까웠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압박감을 깨고 등장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빈번하게 학습준비물을 여유 있게 챙겨와 빌려주었던 ‘경화’였다. 순식간에 등장한 ‘경화’는 아이들의 위협을 제압하고 길고양이를 담벼락 위로 도망치게 해주었다. ‘나’는 그 후로 ‘경화’에 대해 친밀감을 가졌다. 하지만 시대의 공기는 둘이 친숙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은 분위기였고 둘은 묘한 ‘거리’를 통해 서로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두 번째는 성인이 되고 난 후에 사귀게 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다. 성인이 되기까지 제대로 된 연애경험이 없었던 ‘나’는 뒤늦게 사귄 ‘그녀’와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점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 되어갔다. ‘그녀’는 ‘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존재를 무시라도 하듯 고양이를 입양했다.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었다. 고양이를 질투해야 했던 ‘나’는 어떡하든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연애경험이 없다는 ‘나’의 말을 믿지 못하던 ‘그녀’는 ‘나’의 과거를 진심으로 궁금해했고, 급기야 ‘경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순수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그녀’를 불쾌하게 했고 그렇게 점점 멀어져갔다. 세 번째는 업무 관계로 알게 된 남자와 헤어진 ‘여자친구’이다. ‘나’는 마케팅을 전공하고 동종 업계에 취직했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 중 주요 클라이언트와의 공적인 만남은 점차 사적인 만남으로 발전했고 이윽고 클라이언트의 ‘여자친구’와도 합석을 하는 사이가 되었다. 첫 눈에 반한 ‘나’는 사회적 윤리적 도덕률을 상기하며 만남을 불편하게 여겼다. 클라이언트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으나 오래되지 않아 실패하고 낙향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온갖 따가운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여자친구’에게 다가갔다. 허락을 구하는 자와 거절하는 자의 밀고 당김이 지속되고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네 번째는 엄마에 대한 애증과 고양이 ‘마음이’다. 한참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초등학교 시절 ‘나’는 엄마의 의지대로 외조부모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 시기 엄마에게는 ‘나’의 생물학적 아빠가 필요했지만 남의 눈을 피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마음이’라는 고양이를 입양함으로써 ‘나’의 부재를 보상받고자 했다. ‘나’는 전날이 되서야 엄마에게 입대를 통보하거나 걸려오는 전화를 거부하며 괴롭혀보려고 했다. 하지만 엄마와 ‘나’는 가족관계의 운명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다섯 번째는 어느 날 우연하게 본 유기동물보호소의 고양이 ‘델마’이다. 헤어져 살던 엄마를 보러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나’는 고양이 알레르기에 반응했다. 가렵고 기관지가 답답해지는. 쉽게 친해질 수 없었던 그러나 항상 주위를 돌아보면 있던 고양이는 정작 내가 외로워졌을 때 ‘나’에게 성큼 다가왔다. 어느 날 유기동물보호소에 있던 고양이를 보러 3시간여를 달려가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운명처럼 고양이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델마’. 알레르기약과 기관지 확장제를 달고 살아야 할 만큼 힘들었지만 ‘나’와 고양이는 한 식구로 스며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털을 빗겨주고 사료를 채우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상의 일과를 시작하며 출근했다. 이상한 기분도 잠시, 그날따라 클라이언트와 늦게까지 일정을 소화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 ‘델마’가 보이지 않았다. 깜박하고 열어놓은 창문이 화근이었다. 새벽에 이웃집에 쳐들어가 고양이의 존재를 미친놈 취급받으며 물었지만 ‘델마’는 없었다. 그리고 새벽녘이 되었을 때 고양이는 처음 ‘델마’를 입양했던 보호소에 있었다. ‘나’는 ‘델마’를 보러 새벽을 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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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는 2018년 출간한『빨강모자를 쓴 아이들』에 이어 김은상 작가가 내놓은 두 번째 소설이다. “나는 매일 고양이가 되어갑니다.” 이렇게 서막을 여는 이 소설은 1인칭 화법으로, 주인공 ‘나’를 둘러싼 네 여인과 네 마리의 고양이에 얽힌 사랑이야기가 골격을 이룬다.
‘신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은 고양이’라고 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처럼 고양이는 매력적인 동물로 예로부터 유명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오늘날처럼 각박해진 현실에서 고양이는 고독한 영혼들에게 그 존재만으로 사랑받고 있다. 고양이 애호가이자 작가인 엘렌 페리 버클리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그들 중 고양이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듯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욕망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다. 함께 하고 있지만 소유할 수 없고 또 떨어지지 못하는 모습은 사랑의 애매모호한 속살과 닮아 있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사랑에 관해 이렇게 언급한다. “사랑이 숭고하다면, 그 이유는 불가능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욕망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기에 완벽히 충족될 수 없음’을 간파한 라캉의 욕망이론과 궤를 함께한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 그 결핍의 빈자리에 새로운 사랑이 찾아들지만 불가피하게 이별을 하고, 누군가의 절실한 위로가 필요한 그 자리에 저자는 고양이 ‘델마’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를 읽다 보면 인간 내면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고독, 그리움, 사랑의 그림자가 그 실체를 드러내며 독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때로는 사랑의 목적지가 이별이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지독한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불행과 행운의 차이는 ‘아’와 ‘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고양이가 되는 일은 문법이 아니라 사랑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사실,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라는 제목에서 짐작했겠지만, 델마는 작가와 함께 살았던 실재 고양이로, 이 책은 먼저 세상을 떠난 고양이 ‘델마’를 추모하기 위해 쓰인 작품이다. 델마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지금은 반려묘 루이스, 브래드, 두두, 삐삐 등 네 마리의 고양이와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고양이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약과 기관지 확장제를 입에 달고 살아가고 있다. 결국 ‘델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저자로 하여금 사랑과 욕망에 대한 본질을 탐구케 했으며 이처럼 실재를 뛰어넘는 문학작품을 낳게 했다. 작가에게 고양이는 사랑의 숙주였다. 김은상 작가는 숨길 수 없는 사랑의 본질을 작품 속에서 한 편의 시詩처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글은 단편적으로는 사랑가와 같은 한 편의 시가 되었다가 또 그것들을 병렬시키면 소설이 되는, 시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학성을 발휘한다. 이러한 인간의 감성을 파고드는 문학적 필치에, 한 고독한 영혼이 인간이길 거부하고 고양이 ‘델마’로 되어가는 과정상 비약적 억지논리는 끼어들 틈이 없다. 드뷔시의 [달빛 소나타]와 푸르른 창공을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나비, 수면 위를 사뿐히 걷는 델마와의 꿈결 같은 유희…… 그리고 마지막 저 창문 너머, 저 숲을 지나면 그리운 나의 영원한 델마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판타지적 문학세계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소설은 ‘시로 쓴 시소설’이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환상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판타지소설이며, 어디선가 잃어버린 상상의 세계를 다시 열어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두 가지의 방법이다. 하나는 두 번 이상 읽을 것. 작중 화자인 ‘나’와 일대일 관계로 엮여 있는 각기 다른 네 여인의 등장인물은 사연의 단순함을 피하고자 이야기가 교차되고 역진逆進한다. 이러한 기법으로 인해 처음 내용을 읽을 때 어렴풋이 느낀 감정이 두 번째 읽을 때는 확연히 그 모습을 드러내며 문학의 진수, 순수한 감정의 고조를 맛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아무 곳이나 펼쳐서 유려하고 격정적인 사색의 문장들을 음미하는 것, 이다. 대상에 대한 숨길 수 없는 마음과 온도, 그리고 투영된 대상을 통한 자기 내면의 성찰과 편린으로 기록된 아름다운 문장들이 자유자재로 독자들을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공간으로 인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