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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
첫째 날 - 나태 둘째 날 - 질투 셋째 날 - 분노 넷째 날 - 욕정 다섯째 날 - 폭음 여섯째 날 - 탐욕 일곱째 날 - 교만 에필로그 감사의 말 |
Chloe Espos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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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은 잘못된 위치에 있다. 위장, 간, 비장도 마찬가지다. 내 모든 장기는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정확히 반대쪽에 자리 잡고 있다. 나는 거꾸로 창조된 자연이 만든 괴물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70억 명의 사람들은 왼쪽 가슴에 심장이 있다. 하지만 나는 오른쪽 가슴에 심장이 있다. 어떤 징조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반면 언니의 심장은 올바른 위치에 있다. 엘리자베스는 두루두루 완벽한 사람이다. 나는 쌍둥이 자매의 거울 속 이미지이자 어두운 면이며 그림자다. 그녀는 옳고 나는 그르다. 그녀는 오른손잡이고 나는 왼손잡이다. 이탈리아어로 ‘왼쪽’은 ‘시니스트라sinistra’이니 나는 ‘시니스터sinister’(사악한) 자매다. 베스가 천사라면 나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보길……. ---「면책」중에서
나는 사진을 노려본다. “네가 원하는 게 대체 뭐야?” 유럽 저편에서 베스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말이 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시칠리아로 와, 앨비나. 꼭 와줘. 와야 돼. 꼭 오는 거다!’ 우리는 영원히 얽혀 있는 2개의 양자 입자다. 베스는 글루온이고 나는 쿼크다. 나는 암흑 물질이고 베스는…… 흠, 그냥 물질이다. 괴이하게도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반응한다. 베스가 어디에 머리를 부딪치면 나는 두통을 앓는다. 내 다리가 부러지면 베스는 무릎이 아프다. 하지만 베스가 섹시하고 부유한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해 시칠리아의 타오르미나로 이사를 갈 때 나는 틴더에서 까이고 게으름뱅이들과 한집에서 부대끼고 있었다. 우리가 항상 비슷하게 사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첫째 날 - 나태」중에서 나는 방에서 손톱을 씹으며 창밖을 내려다본다. 암브로조가 수영장에 있다. 나는 그가 파티오에서 일광욕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검은색 스피도 수영복, 짙은 황갈색 피부, 운동선수 못지않은 식스팩. 아내를 때리는 남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끝내주게 섹시하다. 베스, 아니 앨비, 아니 베스가 어니를 유모차에 태우고 파티오로 걸어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창문 안쪽에 서 있는 나를 올려다본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명확하게 들리는 듯하다. 앨비, 당장 이리로 내려와. 어서! 지금이 움직여야 할 때인 모양이다. 암브로조가 선베드에서 일어나 손가락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이건 미친 짓이다.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그는 결국 알아챌 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오늘 중에는 알아챌 것이다. 내가 자기 아내라고 믿을 리 없다. 들통나면 전부 베스의 생각이었다고 말해야지. 가끔 보면 베스는 설득을 무척 잘하는 편이니까. 당장 샤워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워버리고 싶다. 여장 남자가 된 기분이다. ---「셋째 날 - 분노」중에서 바위 꼭대기에 다다른 나는 곧장 그 아래로 뛰어내려 원형극장으로 내달린다. 몇 미터 간격을 두고 암브로조의 발소리가 들린다. “앨비! 거기 서! 이리 와서 얘기 좀 해봐. 왜 베스처럼 입었어? 베스가 왜 그렇게 하자고 한 거야?” 담장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가 담장을 넘어오다가 부순 모양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보라고.” 사방에 빛이라곤 보름 달빛뿐이다. 저 아래 원형극장이 내려다보인다. 나는 원형극장 무대를 향해 계단을 내려간다. 어둠 속에서 발을 헛디뎌 어딘가에 무릎을 찧고 모래와 쇠가 깔린 바닥에 얼굴을 처박는다. 눈에 흙이 들어가 따끔거리고 눈물이 난다. 나는 눈을 깜박이며 흙먼지를 들이마신다. 뒤에서 쫓아오는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암브로조가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아, 젠장! 나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선다. 무릎이 욱신거리고 발가락이 시큰거린다. 나는 숨을 쉬려고 콜록대며 씩씩거린다. ---「넷째 날 - 욕정」중에서 내가 베스가 되고 보니 사는 게 훨씬 재밌다. 이런 일이 닥쳤을 때 베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거나 어디 구석진 데 처박혀 울기나 할 것이다. 테이블 밑이나 소파 뒤에 숨겠지. 베스는 나와 달리 이런 세계에 적합하지 않다. 그런 주제에 나를 죽이려고 했다! 하! 난 여기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베스는 어디 있을까? 오래전에 죽었다. 베스는 살인자 기질을 타고나지 못했다. 그래서 죽은 거다. 베스는 이런 세계에 절대 적응하지 못한다. 반면 나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적응했다. 이쪽 일이 적성에 딱 맞는다. 타고났다. 이런 삶이 아주 잘 맞는다. 내가 베스를 죽이지 않았다면, 암브로조를 해치우지 않았다면 그들이 내 목숨을 빼앗았을 것이다. 나는 선빵을 날린 것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혈육에게 배신당했다. 이제 나는 모든 힘을 가졌다. 내가 상황을 통제한다. 현금으로 가득 찬 여행 가방을 가진 사람도 나고, 권총을 가진 사람도 나다. ---「여셧째 날 ? 탐욕」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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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외모를 지닌 쌍둥이 자매 ‘엘리자베스’와 ‘앨비나’. 언니인 엘리자베스가 그야말로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반면, 동생인 앨비나는 노숙과 다를 바를 없는 셰어하우스에서 목적도 계획도 없이 늘 술에 취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태어난 이후로 부모에게서도 차별대우를 받으며 늘 언니의 그림자로 살아온 앨비나는 언니에 대한 질투심으로 가득하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자베스가 시칠리아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앨비나를 초대하면서 일등석 항공권을 보내고, 마침 회사에서도 잘리고 셰어하우스에서도 쫓겨나게 된 앨비나는 못 이기는 척 초대에 응한다.
시칠리아에 도착한 앨비나는 화려한 대저택에서 귀부인처럼 사는 엘리자베스의 삶을 부러워한다. 그런데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엘리자베스가 앨비나에게 하루만 자신으로 지내달라며 간청하고, 거듭 거절하던 앨비나는 어쩔 수 없이 언니의 요청을 수락한다. ‘앨비나’ 행세를 하면서 외출을 준비하는 엘리자베스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앨비나. 그리고 그날 밤, 앨비나는 잔뜩 취해서 돌아온 엘리자베스와 말다툼을 벌이게 되고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진다. 수영장으로 추락한 엘리자베스는 의식이 없고 앨비나는 얼떨결에 그녀의 행세를 하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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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이고 불안정하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상식을 깨뜨리는 반反 히로인의 탄생! 외모, 성격, 학벌, 부유한 남편과 귀여운 아이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다 갖춘, 누가 봐도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엘리자베스. 반면 외모만 같을 뿐 다른 모든 것이 정반대인 쌍둥이 동생 앨비나는 노숙과 다를 바 없는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생활 광고 영업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부모에게서조차 차별 대우를 받으며 언니인 엘리자베스의 그림자로 살아온 앨비나에게 남은 거라고는 악과 깡, 그리고 언니에 대한 증오와 질투뿐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무시와 손가락질을 당하면서도 작가로서의 꿈을 버리지 않는 앨비나는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면서 누구에게나 당당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 물론 허세기 넘치는 말투와 행동으로 자기 내면에 잠재된 불안과 외로움을 가리기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 소설 속에서 앨비나는 엘리자베스를 향한 질투심 못지않게 그녀와의 관계 회복을 바라기도 한다. 엘리자베스의 초대에 응하면서 앨비나는 언니와 함께 지내는 동안 서로의 오해를 풀고 보통의 자매들처럼 지내고 싶어 한다. 하루만 자신이 되어달라는 엘리자베스의 이상한 요구를 수락한 것도, 지금은 형부가 된 암브로조와의 하룻밤을 고백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하지만 앨비나의 노력은 엘리자베스에 의해 철저히 무너져 내리고, 언니를 향한 배신감에 그녀의 인생을 훔쳐버리기로 한다.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앨비나의 폭주는 오히려 통쾌하게 다가온다. 앨비나와 엘리자베스를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선악 캐릭터의 구분이 무효화됨과 동시에 수동적이고 제한적인 히로인의 역할이 전복되었기 때문이다. 즉 너무나 ‘인간적인’ 앨비나를 모습이 우리에게 적잖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이다. 반전을 거듭하여 전개되는 7일간의 미스터리 2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예상치 못한 충격적 결말!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는 『매드』는 클로이 에스포지토의 3부작 중 첫 번째 소설로, 그 내용이 후속작인 『배드(BAD)』와 『데인저러스(DANGEROUS TO KNOW)』로 이어진다. 『매드』가 런던에 사는 앨비나가 엘리자베스의 초대로 시칠리아에 갔다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7일간의 여정을 다룬다면 『배드』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새롭게 각성한 앨비나의 활약을 보여줄 것이다. 『매드』에서 앨비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은 항상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다. 엘리자베스와 암브로조의 계획, 조각가 살바토레와 살인청부업자 니노의 등장, 3천만 달러짜리 명화 두고 벌어지는 마피아 조직과의 대립 등 지뢰처럼 소설 곳곳에 배치된 사건들이 치밀하게 연관되면서 잘 짜인 미스터리 영화처럼 펼쳐진다. 마지막 장까지 파편처럼 터져 나오는 사건들을 조합해 나가면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비로소 전체적인 그림을 보게 된다. 앨비나의 완벽한 변신과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이 그려내는 극적 긴장, 반전을 거듭한 빠른 전개는 우리의 시선을 소설 속에서 떼지 못하게 만든다. 마지막까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우리를 사로잡는 『매드』는 열린 결말의 형태로 끝을 맺으면서 사회의 ‘루저’가 아닌 타인의 삶을 결정하는 ‘킬러’로서의 본능에 눈뜬 앨비나의 모습을 예고한다. 수동적인 히로인의 전형성을 깨뜨린 ‘앨비나’. 과연 2편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감각적인 모습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