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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과꽃 당신이 올 때 사과꽃 당신이 올 때 사과꽃피는 날 빨간 등불이 열릴 때 가을에 아픈 사람 당신이 아니면 안되는 몸으로 깊이 깊이 당신우체통 소금 눈보라 체게바라와 걷던 날 지금 청년들을 위하여 사과밭에서 온 불빛 멀리 있어도 가까이 느끼네 기쁨을 세는 법 ‘따스하고 멋진 남자’라는 이불 한 벌 사랑담는 여행 1부 지금 울고 싶은 곳 지금 울고 싶은 곳 밀리지 않으려고 나는 오래 아프고 우울했네 내게 언제나 리얼한 트렁크 하늘 물컵 정치얘기는 빵틀이다 충분히 고달팠고, 충분히 울었다 2부 사과꽃 진혼제 사과꽃 진혼제 백년 전 목소리 - 독립군 김현국씨 의 인터뷰로부터 사랑하고 애도하는 천개의 당신과 나 - 외할아버지의 3.1절 곧고 바르게 산 사람 이야기 엄마가 들려주신 외할아버지 엄마는 빛의 지도를 찾아서 잃어버린 나라의 사람들에게 - 소녀상 곁에 소년상도 있길 바라며 햇빛으로 오시는 엄마 낡아가는 것은 흰색을 닮아간다 한국 독도 사랑가 지구끝에서 산 벚꽃 팔만대장경 메이드 인 코리아, 비눗방울 아, 가고 싶은 평북 선천 엄마의 기도소리 만물 한몸 참 기분좋은 기도 기차를 들고 가는 힘 3부 사과밭 로맨스 사과밭 로맨스 사과꽃 당신을 처음 본 날 부드럽고 나긋하게 전 생애를 건다는 것 삼베옷을 입은 나무 은박지 강물 날아가는 모자 오후 4시 고려인의 세숫물 사과꽃이 알을 낳았다 사과나무가 가르쳐 준 사랑의 힘 엄마의 유품 정들다 혼이 스민다는 것 구름 타올 - 사랑하는 딸에게 사과 던지기 수행 4부 희망대장경 축축한 질문 희망대장경 혼자 살라,는 말 사랑할 수 없다면 지나쳐가라 꽃상여 도와주세요 그녀는 노숙자 눈이 내리면 눈을 감다 사과는 버섯이 아니라서 아주 재밌는 인생 백석을 못읽어드린 슬픔 주르르 흘러내리는 휴전선 에필로그 -당신이 그려가는 한 장의 이미지 인생은 한 장의 이미지니까 양말 한마리 신본주의자의 안부 아픈 몸 질러버리며 가다 당신을 위한 축복기도 |
申鉉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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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의
울음이고 노래며 사과꽃이었다 당신이 당신만이 아니듯 나는 사라진 누군가 간절히 보고 싶어 핀 꽃이었다 바람이 불면 후르르르 후르츠 사탕보다 달콤하게 웃는 당신이 보고 싶은 날 ---「사과꽃당신이 올 때 - 신현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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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인 작가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는 신현림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사과꽃 당신이 올 때』가 사과꽃에서 출간되었다.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 를 던져라』 이후 『세기말 블루스』, 『해질녘에 아픈 사람』, 『침대를 타고 달렸어』를 펴내며 당대 의 제도권적 여성 담론을 뒤흔든 가장 전위적인 여성 시인으로 최근 영국출판사 Tilted Axis에서 뽑은 한국 대표여성 9인 중에 신현림시인의 『사과꽃 당신이 올 때』에는 「사과꽃 진혼제」를 비롯해 65편의 시가 실렸다.
사과꽃 당신이 올 때는 사라진 이들이 올 때,다. 사라진 이들이 꽃으로 피어난다는 것. 꽃을 보면 숙연해질 만치 인생이 숭엄해지곤 한다. 역사의 진보는 이름 있는 자들로 기록되지만, 이름 없는 이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다. 사랑도 아무 바라지 않는 희생이 있듯이. 그래서 진정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사랑이 위대한 이유다. 우리 근대사에서 국민의 큰 희생과 사랑의 극치의 표현은 3.1절이 아닐까. 일제 강점기때 우리민족의 가장 아름다운 희생의 꽃들은 허망하게 사라졌으나, 그 꽃들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음을 가슴에 새기고 감사하고 싶었다. 오래전부터 그 희생을 기리고 싶었다. 독립자금을 나르다 잡혀 모진 고문 받고 돌아가신 내 외할아버지와 삶과 죽음에서 시작된 이 시집은 한국의 근현대사가 시인의 외가와 아버지 삶과 깊이 이어져 정치사회적 현실은 시인에게 늘 무거운 숙제와 고뇌를 주었다. 오랫동안 그녀가 겪은 현실과, 한국의 현실과 꿈을 어찌 작품으로 승화시킬까 늘 꿈꾸었다. 더불어 사진까지 오래 전부터 찍으면서 쓴 이 시집에는 지금의 현실 속 혼란과 고통, 꿈과 절망, 경제적인 궁핍, 삭막해지는 사회분위기에 대한 고민 등을 담았다. 시인이 쉴 또 하나의 지구인 사과밭. 그곳은 지구의 상징이었다. 사과는 사랑의 상징이며, 물이며, 하나의 작은 우주였다. 이곳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서의 그녀의 뜨겁고 , 깊고, 아름다운 시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신현림 시인의 신간 시집은 지금의 현실 속에서 혼란과 고통, 꿈과 절망, 경제적인 궁핍, 삭막해지는 사회분위기에 대한 고민이 깊게 배여있다. 그 고민은 한국의 근현대사가 시인의 외가와 아버지 삶과 깊이 이어진 생에서 살필 수 있겠다.그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발언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민한 시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는 의지에서도 비롯된다. 8컷의 이미지와 시 콜라보 실험작품 들로 과거가 현재, 미래까지 이어 확장된 모습도 펼쳐보인다. 시인에게 “사과꽃 당신이 올 때는 사라진 이들이 올 때,다. 사라진 이들이 꽃으로 피어난다는 것. 역사의 진보는 이름 있는 자들로 기록되지만, 이름 없는 이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다. ”고 말한 시인은 일제 강점기때 우리민족의 가장 아름다운 희생의 꽃들은 허망하게 사라졌으나, 그 꽃들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음을 가슴에 새기고 감사하고 싶어했다. 오래전부터 그 희생을 기리고 싶었던 이유는 동학과 천도교 가계로 독립자금을 나르다 잡혀 모진 고문 받고 돌아가신 시인의 외할아버지의 인생으로부터 시작된다. 외할아버지와 삶과 죽음, 홀로 1,4후퇴때 밀려온 어머니의 이산의 아픔에서 시작된 이 시집은 그녀가 15년 오가며 사진찍고, 시로 길어올린 사과밭은 그동안 문학사에서 못본 시적 영역의 확장이 될 것이다. 이미지와의 콜라보 작업도 포스트 모던한 문학작업의 확장으로도 이야기 되지만, 이 시집에서 새롭게 집중된 시인의 쉼터며 지구의 상징으로서의 봄날 사과밭에 피어난 사과꽃을 통해 과거 역사와 꿈과 미래를 찾아가는 시인의 발견을 믿음직스럽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이승과 저승을 잇고, 선조와 지금 세대와 후세대를 이어 하나의 따스한 공동체로서 삶을 꿈꾸었던 시인의 사과는 사랑의 상징이며, 물이며, 하나의 작은 우주였다. 그리고 현실감옥에서 벗어나 깊이, 뜨겁게 울고 싶은 곳이 사진작가로서 설치작업과 사진을 찍었던 사과밭. 자신을 너머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으로 함께 꿈꾸고 잘 살 수 있는 답을 찾았고, 15년째 사진을 찍고 시 쓴 공간인 사과밭. 그 과정에서 펼쳐보이는 시적 원숙함을 넓고 깊게 살핀 김남석교수의 다음 해설로 간단 소개를 마무리해본다. " 시로 접근할 수 없었던 영역까지 ‘시적인 것’으로 탈바꿈시켰다고나 할까. 이 시집에 서 시보다 그러한 시구들이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이러한 성숙함이 보기 좋았기 때문일 것 이다. 이제 신현림은 ‘당신’이라는 상대의 보이지 않은 모습을 힘주어 강조하지 않고도 문면에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상대-그’를 소리로 구별하여 ‘못 박은 소리보다 튼튼 한’소리를 듣을 수 있게 되었고(「사과꽃 피는 날」), 그를 향해 소리치던 외침 소리 대신 ‘깊이 깊이 당신 우체통 속으로 들어’갈 줄도 알게 되었다(「깊이 깊이 당신우체통」). 여전히 ‘나쁜 사내’를 질타하면서도 이제는 ‘소금처럼 하얗게’ 싸워야 한다는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으며(「소금 눈보라」), 좋든 싫든 이 세상의 만남이 ‘결국 지는 사과꽃처럼 흩어지고 헤어진다’는 사실 역시 인정하게 말았다(「사과밭에서 온 불빛」). 결국 좋은 사 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처벌을 받아야 할 대상이든 물리쳐서 이겨내야 할 대상이든 간에, 이제 그녀는 사과처럼 열려있는 그들을 ‘변함없이 ’불빛‘으로 인정해야 하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존재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