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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솔잎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마리아나 해구 마취 튜닝 페그 염소의 예방 접종 혼자 여행하기의 어려움 왼쪽 페달 대여 지진 2부 붓 화첩의 첫 번째 그림-옥순봉도 마지막 문장 눈썹, 셔터 우선 불냄새 일인식 식당 메세나폴리스로 간다 서보 기구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망고 가까운 사이 묘연 3부 퇴직 축하 모임 오후의 벚꽃 철길 축제 단 한 사람 정해진 빛을 보는 방식 막 민트 비디오테이프를 기리는 노래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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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당신 만나게 되면
솔잎이 언제 떨어지는지 아느냐고 물어보리라 다른 사람에게는 물어보지 않고 솔잎에 대해 궁금해하면서 살아가리라 ---「솔잎」 중에서 내 마음은 비 오는 날을 위해 만들어졌다 난 내일 필 거야 그건 벚꽃의 계획 그러나 가지마다 다랑다랑 빗방울 꽃 피는 것을 몰랐다 이렇게 예쁜데 왜 비 오는 날마다 보러 나오지 않은 거지 나는 너무 내 마음을 몰랐다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중에서 고루 뻗은 뿔 물을 뜨러 가던 나를 응시하는 새까만 눈을 사라지는 다음 장면은 없는 말처럼 커다란 몸을 촛농이 다 녹을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 섬에서는 아무도 나를 본 일이 없다고 했다 ---「왼쪽 페달」중에서 당신이 꾸는 꿈을 상상해요 직접 그리고 싶어 크레용을 뺏으려는 아이처럼 아니, 새를 그려 달라고 드로잉북을 내미는 기분으로 사랑한다는 걸 증명하려면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말해야 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려면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는 꿈 (그런데 누구에게 증명하는 건지) 벽에 등을 꼭 붙이고 나에게 들킬까 봐 늘 숨어 다니는 마음 꿈을 꿔요 꿈을 잘 꿀 것 같은 사람의 것으로 ---「정해진 빛을 보는 방식」중에서 나는 두 시에 몰두한다 두 시는 노른자가 납작한 계란프라이 너 그렇게 그렇지 않아 네가 정색할 때 내려앉은 가슴 나는 두 시에 몰두한다 두 시는 내내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할 일 없는 강아지의 문제 기억나지 않는 축구 경기 기억나지 않는 내가 했다던 말 네 말을 듣고 서 있던 내 발꿈치 나는 세 시 십구 분에 몰두한다 누우면 가로세로가 바뀌듯 누워도 가로세로가 바뀌지 않듯 하얀 보자기 끝자락 주름을 펴며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기 전부터 나는 나였고 네가 즈려 밟고 간 뒤에도 꽃은 꽃 ---「막」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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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작가와의 짧은 서면 인터뷰
*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는 3부로 나뉘어 있네요. 어떤 기준으로 구성하셨나요. _ 챕터 구성에 대해 말씀드리면 시를 쓸 때와 비슷하게 작업했어요. 호흡을 조절하면서 너무 의도적이지 않게 편안하게 읽힐 수 있도록 배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시집에 영문 번역을 실으신 구체적인 이유도 있으신가요? _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디자인이음에서 나온 김은비 작가님의 시집 『사랑하고도 불행한』입니다. 일본어 번역이 담긴 시집이 굉장히 새로웠고 멋졌어요. 더 근원적인 이유는 오래 같이 글을 쓰는 친구들과 번역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어요. 한국인으로서의 글을 쓰는 것만큼 한 명의 인류로서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독자를 만나는 것은 오랜 꿈이었습니다. 제가 외국 시인의 번역된 시를 좋아하는 것도 저에게 어떤 작용을 했을 것 같아요. * 시를 쓰실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_ 다양성과 전달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 자신의 스타일이나 시 세계가 있는 것도 좋겠지만, 어떤 패턴이 느껴질 때마다 지금까지 쓴 것은 모두 잊고 좀 다르게 써 보려고 노력합니다. 다채로운 대상들을 다루고 싶어요. * 언제부터 시를 쓰셨어요? - 원래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문창과 대학원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김소월 전집을 공부하고 백석 전집을 공부할 때쯤 시를 많이 쓰기 시작했어요. * 작가님은 어떤 시를 추구하시나요? - 추구하는 시는 잘 모르겠지만... 자유롭게 써서 자연스럽게 전달되기를 바라며 씁니다. ‘자유롭게’라는 말은 무모한 시도를 할 때나 낯선 대상을 다룰 때 용기를 주는 말입니다. 예전에 미학을 공부하다가 저에게 크게 다가온 말이 있었어요. 예술 작품에서의 ‘좋음’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는데요, ‘여름날 나무 그늘에 들어가면 좋지 않은가.’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좋음이 느껴지는 시를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