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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가나다순으로 / 가을 소국 / 가족 / 간이역 불빛 / 개중 자초지종 / 거미 한 마리 / 겨울나무는 / 겨울이 겨울답지 못하면 / 고양이에게 배우든지 / 고추잠자리 화석 / 곱사길 / 관계 / 교환조건 / [ 굿]세고 강한 [ 휴계]매점 / 금붕어 이사 / 기껏 알려줬더니만 / 꽃들이 빌고 있었다 / 꽃샘추위 / 끝말 이어가기 / 나뭇잎 빨래를 널다 / 나쁜 사람 순서대로 쓰시오 / 남자들의 서툰 사랑법 / 노래방에 가고 싶다 / 누룽지나무 / 눈 내리는 밤 청개구리 4남매 / 단추의 힘 / 동막골 쑥닭집에서 내 신발만 없어졌다 / 동백잠자리 어깨마다 봄이 꽃핀다 / 두드러기 / 땀띠 / 때로는, 오히려 / 또 귤이다 / 뚝섬역과 청담역 사이 / 레이스 볼레로 / 리프트 / 忘憂역으로 전동차가 들어온다 / 만학도 / 면허증 갱신 / 무궁화호 3번 자리 / 무낙의 집 행사 있음 / 무창포 봄눈 / 문어대가리 / 미스킴라일락 꽃담배 피다 / 밀양 / 바람막이 / 밥통의 비문증을 말하다 / 백담사 숲에서도 얼음내숭 떨다 / 벙어리 바이올린 / 변명 / 부부싸움 / 부자가 울리면 문은 자동 개폐됩니다 / 비싼 입값 / 빌미 / 사과 / 사월초파일에 / 사치스러운 생각 / 삼월에 내리는 샤갈풍의 눈 / 새벽 눈꽃 알갱이 / 새벽편지 / 새와 물고기 / 세상의 모든 금복이를 위한 기도 / 소독차는 달리는데 / 수동우산 펴는 법 / 수요일을 기다리는 모니터 / 스냅사진 / 시 어탁 뜨기 / 시에게 / 시인과 정원사 / 시 잘 쓰려면 / 식목일이 지났어도 / 신문을 다시 보기로 했다 / 신발 뿌리까지도 / 11월이 웃고 있다 / Cy, 요즘 이별은 / 아침마다 / 양력과 음력이 껴안다 / 여자가 옷을 자꾸 사는 까닭은 / 11시 11분 + 4시 44분 + 10시 10분 / 오늘의 할 일 / 오솝소리 서울의 눈은 / 의도의 오류에 대한 한 보고서 / 의자를 갖고 다니는 사람들 / 의자 뺏기 놀이 / 의정부 이름 없는 카페에서 / ‘이따가이따가’ 병 앓는 사람들 / 이명 / 이문동 기찻길 옆 늙은 나무는 / 인연 놀이 / 일상의 가방 속에서 / 자명종 / 잘 나간다 싶을 때 / 전동차는 달리고 / 조병화의 첫사랑을 읽다가 / 주인이 미쳤어요 / 줄 / 찬밥 한 덩어리 / 참가재 한 마리로는 / 청춘열차 / 체크무늬 바지 / 추석 이틀 전 / 칠면조와 체감온도 / 카카오톡 얼굴 자리 / 탯줄 / 테두리 두레상을 들면서 / 판옵티콘 / 핑계 / 헹가래는 혼자 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 현대판 개미와 베짱이 / 호박 식혜 / 호주머니 속에 산새를 키우다 / 휴대폰 외사랑 / 흐린 비 내리는 날 종이학 카페에 간다 | 해설 | 유머러스한 표현 속의 슬픔과 아픔, 그리고 기쁨 _ 이승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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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이자 동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금복 작가의 첫 번째 시집 『세상 모든 금복이를 위한 기도』이가 출간되었다. 2007년 『시와시학』을 통해 시단에 나온 서금복 시인은 그동안 독특한 상상력과 유희적 언어 구사의 참신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시집에 실린 122편의 시편 역시 이러한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해설을 쓴 이승하 시인은 “시란 결국 ‘말놀음’이라고” 말한다. 언어유희와 말장난, 혹은 펀(pun)이라고도 하겠다. 이러한 말놀이는 표제작인 「세상의 모든 금복이를 위한 기도」를 비롯해 다수의 시편에서 사용되는 주요 기제이다. 사과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까맣게 눌어붙은 상처가 벗겨지지 않는다며 전화를 끊는다 그새 감자 솥이 까맣게 탔다 사과 껍질 넣고 끓이면 눌어붙은 걸 벗겨낼 수 있다지 껍질뿐이겠는가, 사과 하나 잘라내 씨까지 끓였다 며칠 물에 불려도 소용없던 숯검정들이 차츰차츰 벗겨진다 껍질을 벗긴 자존심 가슴속 미움의 씨까지 쪼갠 사과가 다시 전화를 건다 이번엔 푹 끓여야겠다 ―「사과」 전문 여기서 1연의 사과는 ‘apology’다. 2연의 사과는 ‘apple’이다. 3연의 사과는 화자다. “사과를 해도 받아주지 않”던 당사자에서 시적 화자로 바뀌어 있다. “가슴속 미움의 씨까지 쪼갠 사과”인 화자의 “껍질을 벗긴 자존심”이 얼마나 재미있는 표현인가. 이번 시집에는 이런 재미있는 표현들이 속출한다. 이승하 시인은 이 시집에서 동음이의어나 음상(音相) 같은 우리말의 재미를 추구한 시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헤아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서금복 시인의 말장난이 그저 유희적 재미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부자가 울리면 문은 자동 개폐됩니다」라는 시에서 ‘부저’와 ‘부자’/‘종’과 ‘하인’처럼 말을 버무리는 과정 속에서 은연중 사회적 의미가 표출되기 때문이다. 곧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우리 사회에 대한 풍자이자 비판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해설에서 우리(we)와 우리(cage), 은행(bank)과 은행(gingko nut), 행복(幸福)과 항복(降伏)의 미묘한 차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고 지적한 「추석 이틀 전」에서는 은행이라도 털고 싶은 자영업자의 심정이 드러나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 「신문을 다시 보기로 했다」 역시 유머러스한 사회 풍자시다. 또한 이러한 비판정신은 시인 자신이라고 해서 쉽사리 용서되지 않는다. ‘휴게’와 ‘휴계’, 자초지총, 개중 등처럼 단순한 한글맞춤법과 띄어쓰기와 같은 사소한 발단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은 시인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적 사유로 끝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중 자초지종」에서 “상대방 말을 자초지종 들어보지 않고/말의 총 방아쇠 당긴 것은 엄마나 될까”라고 하거나, “금값이 점점 오르는 세상/ 한 냥 입 속에 모셨으니/비싼 입값 해야겠다//침묵을 모셔야겠다”는「비싼 입값」에서처럼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기도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가족을 소재로 한 시편들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하나같이 위트와 재기 넘치는 언어로 가족이라는 끈끈한 정을 그리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앞으로 서금복 시인의 시세게가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지리라 믿을 뿐 아니라 사뭇 기대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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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결국 ‘말놀음’이라고 생각한다. 고상하게 말하면 ‘언어유희’이고 속되게 표현하면 ‘말장난’이다. 말장난을 영어로 번역하면 펀(pun)이 될 것이다. 특히 다의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장난이 펀인데 시집 제목인 ‘세상의 모든 금복이를 위한 기도’부터 그렇다. 사실 명시의 명구는 언어유희적인 속성이 강하다. ‘깃발’을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이것을 역설적인 표현, 혹은 감각적인 표현이라고 하지만 모순과 불일치를 용납하는 것이 시이므로 이런 역설적인 표현이 시를 살린다. 정지용의 명구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향수」)이나 김광균의 절창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 위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외인촌」)를 우리는 공감각적인 표현이라고 상찬해 마지않지만 사실은 몽상가의 언어가 아닌가. 의사소통을 위한 정상적인 말이 아닌, 돌연변이와도 같은 이런 언어유희에 우리는 감탄한다. 이런 구절이 시를 의사소통만 가능케 하는 일상어로부터 우리를 예술의 세계로 탈출시킨다. - 이승하 (시인,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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