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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춘분
1 어둠에 묻힌 강 2 보석으로 변한 난초 꽃 3 항구에 나타난 혼혈인 4 익사체 5 크리스털로 변한 숲 6 추락 2부 빛을 뿌리는 인간 7 거울 속의 암살자 8 여름 별장 9 세레나 10 사자 가면 11 하얀 호텔 12 악어 탈을 쓴 남자 13 춤추는 나환자들 14 무지갯빛 태양 인터뷰 작품해설 |
James Graham Ball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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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 SF소설 대가 J.G.발라드 지구멸망 3부작 완결편
모든 생명체를 보석으로 바꾸는 충격적 이상자연현상 1960년대 SF소설의 주류이던, 과학적 지식을 앞세운 외적 우주(outer space)의 흐름을 인간 내면의 정체성 문제와 결합한 내적 우주(inner space)의 흐름으로 전환시킨 뉴웨이브 아버지 J.G.발라드의 초창기 대표작 《크리스털 세계》가 출간되었다. 《물에 잠긴 세계》 《불타버린 세계》에 이은 지구멸망 3부작의 마지막 편인 이 소설은 지구의 모든 생물들이 광물(크리스털)로 변하는 이상 자연 현상으로 지구의 멸망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시작된다. 발라드가 즐겨 쓰는 시간과 공간의 조작이 크리스털화 현상으로 발현된 이 소설은 수정으로 변한 생명체들의 풍경을 몽환적이면서도 매혹적으로 묘사해 내며 독자들을 환상 세계로 안내한다. 은하계에서 처음 관측된 반물질 현상이 지구에 반시간 현상으로 재현되면서, 아프리카 오지와 러시아, 미국 일부 지역에서 크리스털화 현상이 일어난다. 태양 빛을 흡수하는 듯한 이상한 돌풍은 모든 생물을 크리스털로 변화시키며, 크리스털로 변한 생물은 반 가사 상태에 빠져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가 된다. 크리스털이라는 공간 속에서 시간이 멈춰 버리는 것이다. 학자들은 모든 물질의 소립자가 급증해서 일어나는 ‘허블 효과’로 이 현상을 설명하지만, 이를 저지할 뚜렷한 대책은 없다. 크리스털화가 일어나는 지역의 반경은 매일 수백 미터씩 확대되고, 10년 내에 전 지구는 크리스털에 뒤덮일 것으로 보인다. 시간과 공간, 빛마저 삼켜 버리는 크리스털화 과정의 고요함과 공포가 주인공들을 옥죄지만, 전 우주적 현상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일 뿐이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파멸, 수정으로 변해가는 생명체 다이아몬드 갑옷에 갇힌 크리스털 세계 이 소설에서 지구 멸망의 원인으로 제시된 ‘크리스털화(crystalizing)’는 우주로부터의 반물질 현상이 지구에 반시간 형태로 발현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점차 그 영역이 확장되면서 태양에서조차 크리스털화가 관측된다. 그 어떤 대안도 찾지 못한 채 전 인류, 나아가 태양계의 모든 행성이 크리스털로 변해 운행을 멈추게 될 운명에 처한다. 그럼에도, 발라드가 제시하는 파멸은 너무나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태양 빛을 무지갯빛으로 반사해 내는 나무들, 루비의 눈을 가진 악어, 바로크풍 성전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숲 속 별장, 시간이 지나면서 다이아몬드로 변해 가는 신발 등은 흐릿한 만화경으로 본 풍경처럼 모든 것이 무지갯빛으로 빛나던 어린 시절 천상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발라드는 크리스털화가 빛과 어둠, 생과 사, 옳고 그름을 나누던 인간들의 정신적 불균형을 해소해 주는 세상의 선물이라고 본다. 일시적이고 물질적인 존재에 불과한 인류가 스스로를 깨닫고 받아들이게 하는 크리스털화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안식을 제공한다. 때문에 주인공들은 다가올 현실을 황홀하게 인식하며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아이러니한 점은, 저자가 시공간이 합쳐지는 크리스털화와 유사한 현상을 나병 세포의 확장 구조에서 찾는다는 데 있다. 매개체를 통해 자가증식하는 나병 현상과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시간에 면역되어 있는 크리스털의 투명한 결정 구조는 살아남기 위해 자기복제를 계속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며,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가 될 지구의 운명 역시 사람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나병 환자들의 현실의 연장선에 있다. 나환자들이 마치 축제를 즐기는 것처럼 춤을 추며 크리스털화 지역으로 향하는 장면은 인류가 선택해야 할 미래를 암묵적으로 형상화하는,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파멸을 수용하는 인류의 모습을 희망적으로 그려 낸 장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