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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셀?”
타냐는 작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카셀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거기 계세요. 제가 가죠.” 다시 찰방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어이쿠 하는 비명과 함께 풍덩 하는 물소리가 났다. “괜찮습니까, 카셀?” “괜찮아요.” 곧이어 뚝뚝 물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인기척이 가까워졌다. 부르르 몸을 떠는 카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타냐, 소리 좀 내주시겠어요?” “여기예요. 방금 무슨 소리였어요?” “개울가에서 손수건을 빨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졌어요. 도통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서…….” “내 구슬은 어디 있죠?” “거기 누워 있던 곳 근처를 더듬어 보세요. 옷과 함께 뒀어요.” 손을 뻗어 보니 익숙한 감촉이 닿았다. 그녀는 손을 대어 빛을 냈다. 머리까지 흠뻑 젖은 카셀의 얼굴이 보였다. “근처에 카구아가 있는 것 같으니, 빛은 꺼두는 게 좋겠어요.” --- p.97 아즈윈의 칼이 홀튼의 턱을 뚫고 들어갔다. 홀튼은 비명 한 마디 지르지 못한 채 뒤로 넘어졌다. 그는 죽는 순간에도 팔을 휘두르려 했으나, 이미 칼은 목표를 잃었다. 아즈윈은 잠시 주저앉은 채로 일어나지 못했다. 겨우 앞이 제대로 보였다. ‘마지막에 녀석이 방심하지 않았다면 내가 죽었을 거야.’ 손이 떨렸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왜 자기도 모르게 자꾸 이렇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껏 아즈윈은 죽는 게 두렵지 않았다. 더 강한 자가 나타나 죽인다면 얼마든지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렇게 죽는 것도 싫어졌다. 날 위해 죽어 줄 수 있냐는 게랄드의 질문에, 아즈윈은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고 게랄드는 그래서 안 된다고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 알 것 같았다. 하얀 늑대로서 아즈윈은 게랄드를 위해 죽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혼자 남게 될 게랄드가 괴로울 테니까. --- p.2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