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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운의 꽃잎
2. 최지몽의 예언 3. 결단 4. 인질의 죽음 5. 포석정의 참변 6. 치욕의 공산성 7. 위기와 접전 8. 대서원부인, 소서원부인 9. 단식이 뜻하는 것은 10. 충신 11. 후백제의 내분 12. 왕위 찬탈 13. 투항 14. 아아, 신라 천년이여 15. 밀서 16. 천하 통일 17. 허무한 세월 18. 태조신성대왕 |
辛奉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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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은 고개를 숙인 경순왕의 내심을 읽으면서 그가 감지한 삼한의 현실을 입에 담으리라 생각하였다.
「폐하, 고려국과 신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서로 우호하고 있지를 않습니까. 아무 심려 마오시고 솔직한 의중을 알려주소서. 제가 예까지 온 것은 바로 그 때문이옵니다.」 경순왕은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미 그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참으로 지원극통한 일이옵니다. 삼국 통일의 대업을 이루어낸 신라국이 아니옵니까. 그 천년 사직의 신라가 한낱 도적의 무리에게 짓밟히고 말았사옵니다. 신라의 마지막 화랑으로 추앙되신 아버님을 생각한다면 저는 죽어서 속죄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나, 어찌 불한당과도 같은 견훤을 살려두고 죽을 수가 있겠습니까.」 「‥‥‥!」 누군가의 손짓으로 가무가 멎었다. 임해전은 서로의 숨소리도 들을 수 있을 만큼 고요에 잠기었다. 태조 왕건은 참담해진 경순왕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폐하께서도 생각해 보십시오. 신라국이 창업한 이래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는 해도, 삼국을 통일하는 위업을 세우질 않았습니까. 오직 숯으로만 밥을 짓는 아름다운 서라벌의 역사만도 천년을 헤아리는데, 지난번 견훤으로부터 받은 치욕은 서라벌 백성들의 가슴에 한을 심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저 포악무도한 견훤의 목을 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책무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저희 신라에게는 아무 힘이 없는 것을요. 부끄럽고 참담하기가 헤아릴 길이 없을 뿐입니다.」 --- p.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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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가 스스로 중국의 속방을 자처하면서 울분과 통한으로 얼룩진 굴욕을 감내하였다면, 고려왕조는 전 국토를 몽고군에게 내주면서도 항몽의 의지를 버리지 않았기에 그것이 비록 처절하고 비극적이 삶이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민족의 자주 의지를 보여준 자랑스러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중용과 덕치를 바탕으로 국정에 임한 고려 태조 왕건의 후덕함이 심한의 통일을 이루어냈다는 사실은, 어지로운 오늘의 세태를 풀어가는 큰 귀감이 될 것이다. ---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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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의 나라 고려의 힘찬 기상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왕건의 북방 정책은 고조선, 발해, 고구려가 소용돌이치던 땅으로 우리의 정신 무대를 넓혀준다. 조선이 굴욕과 울분의 역사였다면 고려는 자주와 항거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왕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이라는 틀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그 틀을 뛰쳐나오려는 사실들로 가득하다. 역사 복원에 많은 힘을 기울인 작가의 고충이 갈피갈피마다 엿보이며, 베테랑 작가답게 역사의 행간을 읽어내는 솜씨도 날카롭다.
역사의 행간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하는 드라마틱한 소설 <왕건>은 왕건이라는 인물과 고려사를 새롭게 조명해 보는 계기도 마련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