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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산행 2
제주에서 울릉도까지, 뭇 생명과 함께 걷는 남쪽 숲길 18곳
우종영
휴(休) 201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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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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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제주도
한라산: 저마다 새로운 터전을 일구는 산
노꼬메오름: 제주의 오름에서 몽골의 오름을 만나다
곶자왈: 인류의 뇌에 각인된 원시의 숲
올레길: 간세다리의 바당올레 하늘올레

2부 울릉도
내수전 옛길: 오다도에서 만나는 미인 나무들
나리분지: 울창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신비의 성
성인봉: ‘숲의 어머니’ 너도밤나무 숲과 함께
태하령에서 대풍감까지: 가장 낮은 자리에서 뭇 생명을 품어 안은 길

3부 계룡산에서 두륜산까지
계룡산: 우리가 가꾸어야 할 숲의 모델
선운산: 도적과 신선이 동거하기 맞춤한 산
백암산: 700년 전 비자나무를 심은 뜻은
조계산: 두 거찰을 품은 웅숭깊은 산
두륜산: 봉숭아 꽃물 같은 난대림과의 만남

4부 주흘산에서 지리산까지
주흘산: 누구에게나 보약 한 사발을 선사하는 곳
주왕산: 게으른 산행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없다
비슬산: 흐르다 멈춘 돌들의 강
금정산: B612를 그리워한 어린왕자를 추억하며
지리산 삼신봉: 나는 지리산을 알지 못한다

저자 소개1

“내가 정말 배워야 할 모든 것은 나무에게서 배웠다”고 말하는 30년 경력의 나무 의사. 어려서 천문학자를 꿈꾸었지만 색약 판정을 받고 꿈을 포기한 뒤로 다니던 고등학교도 그만둔 채 정처 없이 방황했다. 군 제대 후 중동으로 건너가 2년간 건설 일을 했고, 그곳에서 벌어 온 돈을 밑천 삼아 원예 농사를 시작했지만 3년 만에 폭삭 망해 버렸다. 가진 전부를 쏟아부어 시작한 일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자 한없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싶어졌다. 그러다 답답한 마음에 올라간 북한산에서 우연히 소나무를 발견하고 극적으로 마음을 되돌렸다. 산꼭대기 바위틈이라는 악조
“내가 정말 배워야 할 모든 것은 나무에게서 배웠다”고 말하는 30년 경력의 나무 의사. 어려서 천문학자를 꿈꾸었지만 색약 판정을 받고 꿈을 포기한 뒤로 다니던 고등학교도 그만둔 채 정처 없이 방황했다. 군 제대 후 중동으로 건너가 2년간 건설 일을 했고, 그곳에서 벌어 온 돈을 밑천 삼아 원예 농사를 시작했지만 3년 만에 폭삭 망해 버렸다. 가진 전부를 쏟아부어 시작한 일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자 한없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싶어졌다. 그러다 답답한 마음에 올라간 북한산에서 우연히 소나무를 발견하고 극적으로 마음을 되돌렸다. 산꼭대기 바위틈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명을 이어 가는 소나무를 바라보며 ‘나도 이 나무처럼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나무 병원 ‘푸른공간’을 설립해 30년째 아픈 나무를 돌봐 오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도심의 아픈 나무들부터 몇백 년을 인간과 함께해 왔지만 각종 병충해와 자연재해로 상태가 나빠진 오래된 고목까지, 그의 손을 거쳐 되살아난 나무만 해도 수천 그루다.

신 대신, 자연 대신 나무를 돌보는 것이 나무 의사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절대 인간의 관점으로 나무를 치료하지 않는다. 자신은 그저 새를 대신해서 벌레를 잡아 주고, 바람을 대신해서 가지들을 잘라 주고, 비를 대신해서 물을 뿌려 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약을 써서 억지로 아픈 나무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처럼 수십 년 넘게 나무를 위해 살아왔지만 그는 아직도 나무에게 배운 것이 더 많다고 말한다. “겨울이 되면 가진 걸 모두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한결같음에서, 평생 같은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애꿎은 숙명을 받아들이는 그 의연함에서,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 마음 씀씀이에서 내가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모두 배웠다”고 말하는 그의 소망은 밥줄이 끊어질지라도 더 이상 나무가 아프지 않는 것이다.

현재 숲해설가협회 전임 강사로 활동하며 숲 해설가 및 일반인을 상대로 다양한 강연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쓴 책으로는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를 비롯해 『게으른 산행 1, 2』, 『풀코스 나무 여행』, 『나무 의사 큰손 할아버지』, 『바림』 등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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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6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67쪽 | 646g | 154*200*30mm
ISBN13
9788984315921

책 속으로

재미있는 것은 몽골에 가면 들판에 천지로 자라는 ‘피뿌리풀’이라는 식물의 존재를 제주의 오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피뿌리풀은 세계적으로 중국이나 부탄, 몽골, 네팔, 러시아 등지에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황해도 일부 지역에서 자라는 북방계 식물이다. 북방계 식물이면 한라산의 선작지왓쯤에서 자라야 할 텐데, 낮은 오름에서 자라고 있다. 그들은 몽골인들이 타고 온 말 꼬랑지에 붙어온 것일까, 피뿌리풀 외에도 노랑개자리와 애기우산나물이 고향 얘기하듯 붙어서 살고 있다.
--- p.37

원시림에 들면 사람들은 문명의 때를 벗고 일순간 과거 태에 사로잡힌다. 그것은 본능이다. 갑자기 열매가 따먹고 싶어지고, 다래덩굴을 잡고 습지를 건너려는 욕망이 불끈 솟구치고, 조그만 굴이라도 나타나면 하룻밤 잘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게 된다. 영혼의 진화가 덜된 탓일까, 본능에 이끌리는 힘이 강한 탓에 늘 원시의 숲을 꿈꾼다. 이제 육지부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원시 형태의 숲(곶자왈)을 만나러 간다.
--- p.56

이 연못에는 제주말로 ‘붕애’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 길이 2미터에 무게가 25킬로그램까지 나간다는 열대성 어종이다. 낮에는 숨어 있다가 밤에만 어슬렁 어슬렁 나와 먹이를 잡아먹는 천연기념물 무태장어다. 고향이 뉴기니아 섬과 보루네오 사이의 해구라니, 세계는 이렇게 얼기설기 엮여서 살아가고 있나 보다. 나 또한 내가 감지할 수 없는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살고 있고, 올레길을 걸으면서도 많은 것들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 p.88

이곳에 있는 커다란 섬잣나무들은 생애 주기에서 단계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빛을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교란으로 인해 숲에 틈이 생기자 그 틈에서 살아남았거나 그 후 새로 들어온 씨앗들인 것이다.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 교란은 주기적으로 필요하다. 단계, 단계에서 적당한 교란이 큰 나무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 된다.
--- p.143

나무는 강해 보여도 뿌리 끝은 혀처럼 부드럽다. 골무의 역할은 거친 땅속에서 아직 코르크화되지 않은 조직을 보호하는 것이며 딱딱한 바위를 뚫는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뿌리 끝에서 점액질성분을 분비하면 딱딱한 고체 덩어리들은 부드러워지고, 점액질에는 적당한 수분과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많은 토양미생물들이 서식하며 딱딱한 바위를 부식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가장 부드러워진 쪽으로 뿌리는 전진한다. 연약한 뿌리들이 앞으로 나아간 만큼 코르크가 덮으면서 보호해주고 직경생장을 통해 틈은 더욱 벌어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 커다란 바위들은 쪼개지고 부서지면서 흙의 원료가 된다.
--- p.171

땅의 좋고 나쁨은 있으나 그 땅에 누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성격은 달라진다. 아무리 좋은 터라 하여도 덕을 쌓지 못하면 오히려 해가 되듯이 이곳의 괴목대신도 평화롭게 살다가 갑자기 불어 닥친 개발의 광풍에 쓰러졌다. 줄기 주위를 콘크리트로 덮고 땅을 깎아 아스팔트로 포장하여 차가 다녔다. 뿌리는 호흡이 곤란해졌을 것이며, 유기물의 순환이 멈추면서 영양 상태가 나빠지고 저항력이 떨어졌을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노거수의 대부분은 새마을사업 때 콘크리트 포장을 해서 피해를 키웠다.)
--- p.176

나무의 줄기나 뿌리는 똑같이 직경생장을 하고 코르크화하기 때문에 한번 조르기에 걸린 나무는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 더구나 줄기가 직경생장을 할수록 깊숙한 곳으로 함몰되고 형성층은 이를 뛰어넘을 수 없으므로 고통은 배가된다. 잘못된 애정 표현은 상대방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p.188

각진 국사의 지팡이가 자란 이팝나무는 해마다 5월이 되면 하얀 꽃을 피우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하얀 이밥을 연상케 한다. 이팝은 이밥에서 유래된 말로 이밥은 입쌀로 지은 밥, 즉 쌀밥이란 뜻이다. 하얀 쌀밥이 얼마나 부러웠으면 쌀밥나무라 불렀을까. 왕사였던 각진 국사는 모든 중생들에게 이밥을 먹이고 싶었을 게다. 그래서일까? 이팝나무는 지금도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나무가 되었다. 꽃이 풍성하게 피면 풍년이 들고 적게 피면 흉년이 든다고 했다. 각진 국사는 그래서 이팝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연못가 비옥한 땅을 택해 나무를 심은 것이리라.
--- p.210

유선관 마당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굴뚝이 하나 있다. 빨간 벽돌로 쌓아올려 조형물로도 손색이 없다. 이곳에 오면 나는 굴뚝 끝을 한참이나 쳐다보며 사진을 찍는다. 벌써 10여 년째 소나무가 싹이 터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처음 본 것은 7년 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생장에는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모든 역량을 뿌리를 뻗는 데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뿌리가 땅에 닿는 날이면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신나게 자랄 것이다.
--- p.247

무심코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면서 나무의 체액을 떠올려본다. 나무는 땅과 대기 사이에 놓인 관管으로 몸 둘레가 둥글고 속이 비어 있는 생물이다. 입과 항문이 있는 동물들의 관은 음식물이 들어왔다 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만, 나무의 물관은 물과 물 속에 녹아 있는 무기양료가 수송되는 관일 뿐이다. 잎에 도달하면 무기양료는 내려놓고, 대부분의 물은 기공을 통해서 빠져나간다. 그렇게 무시로 날아가 버리는 물을 계속 펌핑하며 살아가는 게 나무의 숙명이다.
--- p.279

잠시 돌강 사이의 식생을 살피러 들어가보니 거기 또한 무생물의 전유공간이 아니다. 그 어느 곳에서든 우린 살 수 있다는 듯 녹색의 의지가 듬쑥하니 전해져온다. 붉나무, 생강나무, 당단풍나무, 신갈나무가 바위 밑 깊숙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나래회나무, 말발도리, 병꽃나무는 한 줌의 유기물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산수국은 그나마 바위 밑 습한 곳에 웅크리고 있으니 안전가옥이 따로 없다. 그곳에서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씨앗들이 도전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 p.320

이제 막 꽃잎을 떨구고 있는 층층나무를 올려다본다. 가지들이 파란 하늘을 그물처럼 갈라놓았다. 층층나무는 폭군나무라고도 부른다.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처음 자랄 때는 탑처럼 단정하게 자라다가 다른 나무와 경쟁을 할라치면 엄청 빠른 속도로 키를 키우고는 위에서 우산처럼 가지를 뻗기 때문이다. 다른 나무들이 자라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는 것이다. 숲속에도 폭군이 있다니, 괘씸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인간들의 생각이고 그들 나름의 질서가 있을 테니 그렇게 부르는 건 아니지 싶다.

--- p.359

게으른 산행은 숲의 뭇 생명을 존중하는 산행이다. 천천히 걸으며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고 안부를 물으며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을 삼가야 하며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걸으면 숲도 보호되고 걷다 보면 몸에 쌓여 있던 피로물질이 사라져 어느새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숲의 치유 효과다. 이슬바심을 해가며 새벽산길을 천천히 걸어보시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보호본능이 생기듯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길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나무의사가 눈 쌓인 겨울산행을 예찬하는 이유
10여 년 전부터 ‘게으른 산행’ 붐을 주도해온 나무의사 우종영의 신간이 나왔다. 위도 37도 이북의 숲들을 다룬 1권(2004년 출간)에 이어 『게으른 산행 2』는 위도 37도 이남의 탐방기로서, 제주에서 울릉도까지 남부권 숲길 18곳을 다니며 뭇 생명의 안부를 묻는다. 그런데 게으른 산행은 함께 산에 다니는 일행들의 표현대로 ‘절대 게으른 산행이 아니’다. 부지런히 새벽부터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 일찍 함초롬히 맺힌 풀잎의 이슬을 바심해가며 코끝에 맴도는 상쾌한 공기와 해뜨기 전 지져대는 새소리를 향유하는 것은 ‘게으르면서도 절대 게으르지 않은’ 이들만의 특권이다. 나무의 꽃과 잎은 물론 뿌리와 줄기, 표피까지도 찬찬히 살펴봐야 하니 자연히 느린(혹은 게으른) 산행이 될 수밖에 없다.

산행은 이제 전 국민이 즐기는 스포츠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지난 10년 사이의 변화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한다. 산행인구의 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의 교란이다. 2010년 북한산을 찾은 이들의 공식집계만 해도 10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또 위도 37도 이남의 숲들은 특히 최근 10년 사이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의 교란이 두드러지는 곳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나무들의 모습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저자는 여러 나무들의 사연을 통해 이제 더 빨리, 더 높이 오르는 대신 ‘게으른 산행’의 미덕을 살려야 한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산은 생명줄이다.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아이들도 숲에서 키워야 하고, 어른들도 숲에서 치유받아야 한다. 그럴수록 산에 사는 뭇 생명과 더불어 호흡하는 습관은 더욱 중요하다. 눈 쌓인 겨울산행이 저자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유는 ‘나무뿌리를 직접 밟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산에 오르는 당신을 ‘게으른 산행’에 초대한다. 어느 산 어느 나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만면에 미소를 띠운 채 조근 조근 이야기를 건네는 저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늘 정상만 향하던 당신의 마음에 게으름의 여유를 주고 곁의 나무들에게 인사를 건네 보자. 분명 높은 곳만 바라보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만족과 기쁨이 당신과 함께하리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전 세계에 하나뿐인 살아 있는 나무지도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숲길에는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저자의 자체제작 나무지도가 들어 있다. 산에 사는 나무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면서 직접 그려 넣은 나무 서식도이다. 게으른 산행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살아 있는 생명체들이 지도 속에서 숨을 쉰다. 살아 있는 것들이니 당연히 유기적이다.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지금 이 순간 문득 어딘가에서 날아온 씨앗이 지도 속의 큰 나무 옆에 삶의 터전을 구축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도의 업데이트는 앞으로 지도를 들고 숲길을 걷게 될 독자들 각자의 몫일 것이다.

나무와 친해지는 또 하나의 방식, 내 친구 검색표

게으른 산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나무이름 알아가기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무는 모두 같으면서도 다르다. 뿌리와 줄기, 꽃과 잎을 가지고 있으면서 직경생장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조금씩 특별하다. 각자의 이름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책에는 그동안의 전문적이고 어렵기까지 한 식물의 분류방식에 저자만의 독특한 온기를 더한 ‘검색표’가 들어 있다. 나무를 의인화하는 방식이다.(47쪽 참조) 술을 마시는 친구와 술을 못 마시는 친구로 나눈 뒤, 다시 그들의 특징에 따라 세분화해 들어간다. 그런 친구들의 별명(파이프, 가그린, 또탁이, 룸살롱, 마라도 등등)에 나무들을 대입하면 나무의 진짜 이름을 알아내기가 훨씬 수월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나태주의 시처럼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면서 그들의 제대로 된 이름을 파악하고 불러주는 것, 게으른 산행의 묘미다. 그때 비로소 당신은 그 나무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될 것이다. 저자가 북한산 자락에서 나무를 통해 생의 의욕을 다시 찾은 것처럼.

추천평

“게으른 산행은 숲의 뭇 생명을 존중하는 산행이다”라는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을 읽으면 나무를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경건한 마음으로 경외하게 되고 생명에 대한 묵상을 새롭게 하게 된다. 나무들의 참으로 다양한 이름과 특성을 제대로 공부하면서 산과 숲과 정원의 모든 나무들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을 보호하는 생명지킴이로 거듭나고 싶은 초록빛 갈망이 솟아오른다. 나무의 길, 나무의 일생을 닮고 싶고 그리워하는 사람으로서 나무의사 선생님이 초대하는 ‘게으른 산행’에 나도 즐겁게 동참하고 싶어진다.
이해인 (수녀)
“꽃이 어디 피었어요?” 수목원을 찾는 탐방객이 묻는다. 천천히 걸으면서 가끔은 하늘도 보아야 한다고 일러준다. 여기 꽃과 나무를 만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책이 나왔다. 『게으른 산행 2』 이 책과 함께 걸으면 길가에 핀 꽃들이 정겨운 친구로 다가올 것이다. 늘 푸른 나무들이 가슴을 열어 하늘을 보여줄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조연환 (천리포수목원장, 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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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을 둘러보는 넉넉한 시간으로, 『게으른 산행』
    201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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