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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의 곁에 머문다는 건 이미 예술가의 손을 떠난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그 소박한 그림이 어린이 영상 앨범에서 나온 것이든, 권위있는 미술관이나 로제르에서 열리는 장인들의 전시 판매회에서 볼 수 있는 것이든, 진정한 예술 작품이든, 아니면 눈만 피곤하게 하는 졸작이든 간에, 그 어떤 것도 내 감정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주인공 빅토르는 상대(나)를 사뭇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살짝 뒤로 밀쳐내면서도 또한 서로의 거리가 마냥 멀어지게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어느쪽으로 생각하느냐는 관점의 문제일 뿐이었다. .--- p. 15
인생이란 일종의 대형 백화점과 같다. 일단 그 안에 들어서면 물건을 구입하고 값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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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오랜만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 파리. 크리스틴은 빅토르와 여행을 떠나기 위해 부랴부랴 짐을 챙겨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선다. 그녀는 10년 동안 오직 빅토르라는 한 남자만을 사랑해왔지만 그 사랑의 대가는 상처뿐이었다. 단 한 번도 그의 시선을 온전히 독차지하지 못해 상처받고 절망하는 크리스틴. 빅토르의 시선은 늘, 자신을 추종하는 라이오넬과 세베로에게 더 쏠려 있다.
10년 동안 빅토르는 크리스틴이 들려주는 에피소드와 그녀의 노골적이고 은밀한 이야기들 속에서만 웃어주었다. 크리스틴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부조리함 앞에서 힘들어하지만, 빅토르에 대한 마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크리스틴이 줄곧 빅토르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에게는 사랑이든 아니든 스물일곱 명이나 되는 애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쉴 라르고라는 중년의 남자친구를 사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틴에게 빅토르는 감당하고 싶은 무게, 살갗을 벗겨내야만 지울 수 있는 아름다운 문신 같은 존재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남기고 간 마지막 편지를 가슴에 붙인 채, 여자는 그를 땅속에 묻기 위해 눈 덮인 길을 달린다. 그리고 만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둘만의 밤을 보낸다, 그의 주검과 함께. 크리스틴에게는 추억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얻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살아가는 데 공짜란 아무것도 없다. '인생이란 일종의 대형 백화점과 같다. 일단 그 안에 들어서면 물건을 구입하고 값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라는 크리스틴 할머니의 말처럼. 이 작품은 크리스틴이 이른 아침 집을 나선 것을 시작으로 늦은 밤 목적지인 코르뒤레에 도착할 때까지,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적 배경 속에는 10년이라는 긴 세월과, 그 세월을 함께해온 빅토르와 크리스틴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육체노동자>를 통해 독자는 상징과 은유가 씨실과 날실로 직조된 프랑스 소설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