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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침대기차 숲속 화공약품공장 축일(祝日) 탈출 풍요야, 안녕? 천막의 여가수 프로듀서 김 몬순 거짓말 아이스크림 이것은 나의 달 축구시합 장례식 강제 철거 국경 블루스 경제자유구역 울음소리 용접 불꽃 전선 위의 참새 우리는 미?흉내를 내지! 6번 탱크 카덴자 일곱 가지 눈물 얼음공주 첫번째 편지 해설 소영현_포스트모던 서사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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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열여섯 살에 국경을 넘어 지금은 열여덟 살이 된 여자애 이야기. (……) 눈을 떴을 때 나는 어떤 인신매매업자 앞에 누워 있었어요. 그가 나에게 말했죠. 너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니. 나한테 그걸 말해줄 수 있겠니. 그래야 널 풀어줄 텐데. 그는 옛날얘기를 좋아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는 매일 밤마다 그에게 얘기를 들려줬어요. 국경을 넘운 얘기, 신발이 터진 얘기. 그는 재미있어했어요. 저는 부탁했죠, 그 남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아직 첫날밤도 치르지 못했다구요. 그랬더니 그가 말했어요. 네가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해주면 만나게 해주지.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거짓말을 했어요. 첫날밤을 치르기 위해서.---p.115 중에서
리나는 창문에 얼굴을 대고 생각했다. ‘스물두 명이 모두 강물에 빠져 죽는다고 해도 황톳물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을걸. 강은 원래 흔적도 없이 다 삼켜버리잖아. 우리가 여기 있는 줄 아무도 모르겠지. 우린 공중에 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p.25 중에서 강영숙의 『리나』는 우선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세계와는 다른 차원의 리얼리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것은 비단 문학적 소재나 공간의 확장뿐만 아니라 문학이 보여줄 수 있는 서사적 질감의 확대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이 기존의 한국문학과 차별화한 새롭고도 의미 있는 문학적 상상력의 한 지평을 열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 「제39회 한국일보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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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한국일보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백신애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강영숙의 첫번째 장편소설 『리나』를 새로운 장정으로 다시 선보인다. 반국경적 삶의 기록이라 할 만한 이 소설은 열여섯에 국경을 넘어 스물넷이 될 때까지 낯선 나라를 떠돌아야 했던 소녀 ‘리나’를 앞세워 경계 밖의 삶을 끔찍하고도 동시에 경쾌한 필치로 펼쳐 보인다. 작가 특유의 건조한 문체와 무심한 듯한 블랙유머가 그 막막한 폐허의 풍경과 절묘하게 맞물리는 이 소설은, 한국소설이 이제껏 가보지 못한 미답의 영토를 넘어서며 공고한 모든 가치를 전복시킨다. “당신들한테 안전한 데가 어딘데?” 브로커를 따라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스물두 명의 난민들은 모두 ‘P국’이라는 이상향을 품고 탈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리나’는 P국에 닿지 못하고 탈출 도중 화공약품공장으로 팔려간다. 그곳을 시작으로 창녀촌 시링, 대규모 플랜트 공단지대로 흘러들기까지 리나는 살인, 인신매매, 마약, 매춘과 강간을 일삼는 온갖 너절한 인간군상을 경험하게 된다. 공단지대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사람들이 전부 죽자 리나는 또다시 홀로 국경 앞에 선다. 리나는 과연 국경을 넘어 가족들이 있다는 P국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저만치 앞 허공에 푸른 둑처럼 펼쳐져 있는 국경은 어느 순간 활짝 열릴 거라고 믿었다. 그 푸른 둑이 이쪽을 향해 파도처럼 몰려와 하늘이 열리듯 저절로 열릴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이 나타나 탈출자들을 고스란히 빨아들인 후 안전한 투망 안에 넣어, 마술처럼 국경 너머로 데리고 갈 거라고 믿었다.(11쪽) 끔찍한 동시에 경쾌한 유랑! 난민들에게 국경 너머의 P국은 유토피아나 다름없는 곳이다. 리나는 P국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국경지대를 떠돌며 무국가적 삶을 지속해간다. 국경이라는 선 하나로 인해 삶의 모든 것이 달라질 거라 꿈꾸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국가는 엄혹한 운명과도 같다. 와 가족을 모두 버리고 리나가 선택한 이들은, 집도 나라도 없는 벙어리 소년 ‘삐’와 가족도 없이 홀로 세상을 떠도는 전직 여가수 할머니와 같은 난민들이다. 국가 밖으로 떠밀려나온 이들은 인신매매, 매춘, 살인이 난무하는 비정한 세계에서 살아가지만, 국경을 넘어서는 리나의 이 낯선 유랑은 끔찍한 동시에 경쾌하다. 그 간극을 절묘하게 조율해내는 이 소설의 미덕은 특별하고도 흥미로운 에피소드들과 결합하여 새로운 소설의 형식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리나. 리나가 꿈꾸는 국경 너머 P국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사람들이 꿈꾸는 좀더 나은 삶, 그토록 염원하는 내일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