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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난세에 간신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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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책머리에 간신을 감별하지 못하면 기업도 나라도 망한다

‘왕의 남자’, 측근이 나라를 망친다
백제 멸망 불러온 간신 ‘공작원’ 도림
서경 천도·칭제건원의 주인공 묘청
무신의 난을 불러온 내시 김돈중
공민왕까지 중독시킨 희대의 간신 김용
지나친 충신은 간신이 된다 홍국영

실세 간신, 권세에 취해 왕권까지 넘본다
권력자의 부채의식이 낳은 간신 이자겸
개혁세력에서 돈벌레가 된 간신 염흥방
철혈鐵血의 승부사 한명회
이보다 더 썩을 수는 없다 윤원형

역사의 승자가 그들을 간신으로 몰았다
개혁가와 간신의 갈림길에 선 인물 신돈
역사에 버림받은 사람 임사홍
‘수구 꼴통’이 되고 만 ‘온건 개혁’ 남곤
시대가 만든 ‘간신’ 원균
오직 나만이 ‘왕의 남자’다 이이첨

모든 기준은 ‘대세’, 부귀영화만이 길이다
위기관리와 변화경영의 귀재 송유인
원 간섭기는 간신들의 전성시대 홍복원3대
“고발은 나의 힘” 유자광
시대의 어릿광대 김자점
최후의 인간 이완용

에필로그 간신이란 무엇인가

저자 소개 2

서울교육대학교 윤리학과 교수.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입장 사이에 길을 내고 함께 살아갈 집을 짓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로 갈등하고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일삼는 것을 보며 그저 이론만을 나열하는 철학입문서가 아닌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윤리철학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고속버스에서 좌석 등받이를 젖히는 사소한 문제부터 인종차별, 장애인 혐오, 환경 문제까지 매일의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 속에서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사는 방법의 힌트를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로 담아냈다. 지은 책
서울교육대학교 윤리학과 교수.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입장 사이에 길을 내고 함께 살아갈 집을 짓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로 갈등하고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일삼는 것을 보며 그저 이론만을 나열하는 철학입문서가 아닌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윤리철학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고속버스에서 좌석 등받이를 젖히는 사소한 문제부터 인종차별, 장애인 혐오, 환경 문제까지 매일의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 속에서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사는 방법의 힌트를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로 담아냈다. 지은 책으로는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정약용: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피터 싱어),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토마스 프랭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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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서울 생. 대학을 ‘운동’한다는 핑계로 대충 다니며 술 마시는 것을 전공으로 했다. 30 중반까지는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월간 사회평론 길>지에서 1996년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배운 ‘글 쓰는 기술’로 지금까지 먹고 산다. 지금 글로 자리잡지 못하면 인생이 끝난다는 각오로 <말>지와 <월간중앙> 등 각종 매체에 닥치는 대로 글을 썼고, 2001년 출간한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으며 역사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본인이 기획하고 한상복이 집필한 『한국의 부자들』이 종합베스트 2위에 오르고, 60만 부 이상 판매되어 출판기획자로서도 이름을
1968년 서울 생. 대학을 ‘운동’한다는 핑계로 대충 다니며 술 마시는 것을 전공으로 했다. 30 중반까지는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월간 사회평론 길>지에서 1996년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배운 ‘글 쓰는 기술’로 지금까지 먹고 산다. 지금 글로 자리잡지 못하면 인생이 끝난다는 각오로 <말>지와 <월간중앙> 등 각종 매체에 닥치는 대로 글을 썼고, 2001년 출간한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으며 역사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본인이 기획하고 한상복이 집필한 『한국의 부자들』이 종합베스트 2위에 오르고, 60만 부 이상 판매되어 출판기획자로서도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를 마감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일 새벽 마셨던 술로 인해 알콜 중독자가 됐다. 그 뒤 50대 중반까지의 청춘을 탕진했다. 그래도 최근 1년여 동안 술을 끊고 다시 인생을 알고 계절의 변화를 즐기게 됐다. 남은 인생은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그리고 무모하게 살고 싶다.

이제 기자보다는 역사작가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저자로 출판계가 불황이던 시절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한국의 부자들』을 기획해 세인의 이목을 끌기도 한 출판기획자이다. 그는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졸업 후 처음으로 다녔던 회사가 월간 『사회평론 길』이었다. 기자생활을 한 덕에 사람을 만나는 직업에 익숙한 그는 더난출판사 기획팀장을 지내면서 출판기획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근현대사에 집중하고 있는데 유년시절 배웠던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걷어낼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하고 책을 저술하고 있다. 그는 50년간을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는 한반도의 풀리지 않는 이야기. 누구에 의해 6·25전쟁이 이뤄졌을까. 과거 역사기록들은 때론 승리자의 시각에서 집필돼 왔기에 이를 전제로 숨겨진 진실을 파헤침으로써 우리가 놓쳐왔던 순간순간의 왜곡된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세상이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출발한다고 여긴다. 한 개인의 역사가 세계사가 되기도 하고, 때론 우리네 가족사가 조선의 역사가 되듯, 역사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역시 사람에 의해 이뤄져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역사를 들춰볼 때면 항상 마음 아파하게 되는 정서가 역사를 대하는 균형적 시각을 잡아주는 에너지가 되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의 저서로는 『하룻밤에 읽는 고려사』, 『13인의 인물-역사인물 가상인터뷰』, 『대학문예운동의 이론과 실천』(공저)『너희가 대학을 아느냐』(공저)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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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8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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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0.86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5만자, 약 4.7만 단어, A4 약 94쪽 ?
ISBN13
9788992920414

책 속으로

이때 모략의 대가였던 김용은 자신이 반군의 배후에 있으면서도 반군 진압에 앞장섰다. 그는 재상들에게는 행궁으로 가라고 하면서도 자신은 흩어진 병력을 수습해 곧 가겠다며 공민왕에게 가는 것을 미루었다. 그러고는 잡혀오는 반란군을 그의 문객인 화지원과 눈짓을 맞춰가며 즉석에서 죽여서 입을 막아버렸다. 사건의 추이를 재빨리 읽어 생존을 도모하는 무서운 음모가였던 것이다. --- p.49

실록을 기록하는 사관들조차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던지, 이전의 간신들을 표현할 때는 “음흉하다”, “간사하다” 정도였던 것이 윤원형에 이르러서는 “개만도 못하다”, “벌레나 다름없다”고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요즘 뭐든지 다 “~때문이다”라고 하는 말이 농담으로 유행한다지만, 당시의 사관은 진지하게 그렇게 썼다. 우박만 와도, “이게 다 윤원형 때문이다”, 흉년이 들어도, “이게 다 윤원형 때문이다”, 대도 임꺽정이 나타나 황해도를 휘젓자, “조정에 더 큰 도둑이 버티고 있는데 뭐 대수인가.” 이 믿을 수 없는 시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이러고도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게 이상하다.” --- p.124

또한 원균이 이순신에게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여러 사람들에게 이순신을 폄하하고 다녔다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실록은 물론 여러 기록을 종합해 볼 때 의심의 여지가 없다.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지만, 이순신이 마냥 순교자처럼 원균의 비방을 견디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 확실한 것은 이순신이 전쟁 수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문제를 놓고 원균을 비판하는 보고를 올렸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결국 “근거 없는 모함”으로 해석되어, 이순신이 통제사에서 해임되는 한 가지 이유가 되었음도 사실이다. --- pp.192-193

또한 원균이 이순신에게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여러 사람들에게 이순신을 폄하하고 다녔다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실록은 물론 여러 기록을 종합해 볼 때 의심의 여지가 없다.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지만, 이순신이 마냥 순교자처럼 원균의 비방을 견디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 확실한 것은 이순신이 전쟁 수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문제를 놓고 원균을 비판하는 보고를 올렸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결국 “근거 없는 모함”으로 해석되어, 이순신이 통제사에서 해임되는 한 가지 이유가 되었음도 사실이다.

--- p.290

출판사 리뷰

우리는 왜 간신을 연구해야하는가? 간신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조명한 한국사 속 간신 19人


옛 선비들의 말로는 어진 임금과 훌륭한 신하가 만날 때 태평성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만남, 용렬한 임금과 간사한 신하의 만남은 크나큰 불행을 가져온다. 따라서 충신을 세우고 간신을 내치는 일이 정치요, 요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간신은 겉보기로는 온화하고 청렴하며, 누구보다도 충성스러워 보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일단 임금의 총애를 얻은 그들은 차차 사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임금과 충신들을 해치고, 끝내는 국가와 민족마저 위험에 빠트린다.
이는 오늘날에도 명심해야 할 교훈을 준다. 지금은 임금도 신하도 없지만, 여전히 사람이 중요하고,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정치사를 돌이켜보자. 아니 자신이 속한 조직을 생각해 보자. 무능하고 비열한 사람이 윗사람에게 아부하여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경우, 양가죽을 쓴 늑대가 진짜 인재를 모함하여 내쫓는 경우, 개혁을 빙자하여 사리사욕만을 추구하다가 정치도 경제도 망쳐버린 경우를 너무도 많이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오늘날에도 과연 누가 간신인지, 그런 간신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를 숙지할 필요가 절실한 것이다.
이 책은 한국사 속에 간신이라 칭해진 인물들을 다음 네 가지로 분류해 정리했다.

좁은 의미에서의 간신, ‘왕의 남자’가 된 간신들

임금에게 아첨하여 총애를 얻은 후 권력을 휘두른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당대 최고 권력자인 임금에게 이러한 신하는 어쩌면 당연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사람 중에도 유독 간신이라고 낙인찍힌 이들이 있다. 그들은 총애를 받고 권력을 휘두른 것에 그치지 않고 나라의 안위까지 불안하게 만들어버렸기에 간신이라 칭해진다. 이런 부류의 간신으로 저자는 도림, 묘청, 김돈중, 김용, 홍국영 등을 꼽았다.
이 중 고구려 승려인 도림은 ‘간신술책’으로 백제의 개로왕에게 신임을 얻은 뒤 무리한 토목공사를 남발하게 해 백제의 쇠락을 가져왔다. 고구려 입장에서는 충신이지만, 그의 수법은 간신의 해악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자주당의 대표적 인물로 부각시킨 묘청이 간신으로 꼽힌 것에 의아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묘청은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무리한 서경천도와 금국 정벌을 주장해 고려의 체제 정비를 지체시킨 인물이었다. 묘청은 왕의 총애를 얻은 뒤 서경천도를 강행하다 실패에 직면했다. 무리한 공사로 백성들의 원성이 커진데다 화재로 신축한 서경의 대화궁이 불타기까지 했던 것.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묘청은 기름이 들어간 떡을 대동강에 던져 수면에 기름이 흘러 오색으로 빛나게 했다. 그리고는 왕에게 강물이 오색으로 빛나는 것은 용이 침을 토했기 때문이며 이는 상서로운 징조이므로 금나라를 정벌하자는 허황된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런 꼼수는 금방 들통났다. 궁지에 몰린 끝에 일으킨 것이 ‘칭제건원’과 ‘금국정벌’을 내세운 묘청의 난. 준비되지 않은 반란은 일시에 실패로 돌아갔다. 역사의 해프닝이었던 것.
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모든 수를 쓴 묘청은 ‘왕의 남자’형 간신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 무신의 난을 가져온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 공민왕을 끝까지 현혹한 김용, 정조의 즉위를 위해 목숨을 다해 충성했지만, 비대해진 권력 탓에 정조의 측근에서 축출된 홍국영 등은 권력에 지나치게 밀착된 측근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왕의 남자’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 왕권까지 넘본 세력가

흔히 간신이라고 하면 손바닥 비비기에 능숙한 아첨꾼 2인자를 생각한다. 하지만 아첨꾼은 ‘간신’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부류 중 하나에 속할 뿐이다. 역사에 나타나는 간신들 중에는 아첨꾼의 수준을 넘어서 왕권까지 유명무실하게 만든 ‘대단한’ 간신들도 존재한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은 윤원형. 조선 전기의 정치가였던 윤원형은 왕실의 외척으로 처음 권력에 발을 들여놓는다. 누이인 문정왕후를 배후에 두고 반대파와 치열하게 권력다툼을 벌이던 윤원형은 언론3사를 포섭하고 궁녀를 매수하며 점차 세를 확장시켰다. 그러다 문정왕후 소생의 명종이 왕위를 잇자 최고의 권력을 거머쥐게 된다. 그는 권력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단행했다. 자신의 심복을 시켜 정적들을 살해한 후 자신의 심복과 형, 그리고 자신의 아들까지 제거한다. 결국 조정에는 ‘윤원형의 개들’만이 발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외척이자 우의정으로 완벽한 권력을 손에 쥔 윤원형은 대놓고 뇌물을 받기 시작했다. 관리의 임용이 모두 윤원형에게 달려있으니 당연히 전국에서 뇌물이 쇄도하였다. 윤원형은 수군의 군선을 ‘뇌물배’로 만들고 이를 군졸이 호위하게 하는가하면 국가에 납품하는 물건도 멋대로 빼돌려 팔아먹었다. 10채가 넘는 저택에서 금은으로 만든 밥그릇으로 매끼 1만전씩 들어가는 식사를 했다는 사료를 보면 윤원형의 사치가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의 부패와 패륜이 얼마나 도를 지나쳤던지 실록을 기록하는 사관들조차 ‘개만도 못하다’, ‘벌레나 다름없다’고 막말을 할 정도였다. 그래도 임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못 본 체 해야 했다. 윤원형의 세가 왕권으로 누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날고 긴다는 윤원형의 세력도 영원하지는 못했다. 문정왕후가 죽자 윤원형의 권력은 급격하게 무너졌고, 결국 그는 고향으로 떠나 비참한 생을 자살로 마무리하게 된다.
저자는 다른 간신들을 다시 뜯어보면 긍정적 일면이 보이지만 윤원형만은 현대적 관점으로 보아도, 또 인간적 관점으로 보아도 처음부터 끝까지 악행만 저지른 괴물같은 간신이라 말한다. 똑같이 왕권을 넘봤던 한명회는 그래도 실력이 출중했고 실질적 공로도 많았지만 윤원형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것 빼고는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오로지 사익만을 생각한 윤원형. 그는 악랄한 간신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이 밖에도 누대에 걸쳐 왕실과 외척관계를 맺은 뒤 왕의 후견인으로 기능하다 어느새 왕권을 능멸했던 인물들로 이자겸, 한명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진정한 간신인가, 역사의 희생자인가 - 간신의 누명을 쓴 사람들

『난세에 간신 춤춘다 - 한국사 간신열전』의 성과 중 하나는 간신을 기존의 시각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현대의 시각으로 재조명해 인물들의 객관적인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온 역사 상식 중에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저자에 따르면 남곤의 ‘주초위왕’사건은 날조된 것이고, 한명회는 살생부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유자광이 남이의 시를 고쳐 모함했다는 이야기도 사실이 아니다. 저자는 이렇게 구체적인 사건들의 진위를 파헤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 사건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각 인물들의 실제 상황과 모습까지 판단한다. 그리고 역사에는 간신으로 남았지만, 간신으로만 불리기엔 아까운 사람들을 대변해 그들의 속사정을 공개한다.
임사홍은 연산군에게 어미의 피 묻은 금삼을 건네 조선에 피바람을 부추긴 악랄한 간신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절대적인 진실일까? 저자는 그가 간신으로 남은 이유를 집권 초기부터 따지고 들어간다. 소신이 뚜렷하고 바른말 잘 한다는 평가를 받던 임사홍은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로 귀양까지 가게 된다. 흙비가 내리니 금주를 하자는 요청이 있다고 왕이 말하자 “약간의 흙비가 곧 천변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다였다. 그러나 신료들은 하늘의 꾸지람을 모르고 임금에게 사치향락을 권하는 임사홍을 처벌하라고 난리였다. 그 과정에서 임금이 임사홍의 악행을 묻자 아무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고 한다. 악행의 근거가 될 만한 일을 벌이지도 않은 임사홍은, 그러나 조정 대신들의 강력한 성토로 인해 간신으로 몰려 귀양을 가게 된다. 그렇게 이유도 확실치 않은 억울한 귀양살이를 22년간이나 계속한 임사홍은 연산군 대에 이르러 연산군과 친한 아들의 힘을 빌어 복귀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피 묻은 금삼’ 사건, 즉 갑자사화가 벌어진다.
역사는 임사홍이 아무것도 모르던 연산군에게 비밀을 누설하며 선동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부분에 의문을 던진다. 실제로 연산군은 즉위 초부터 폐비의 일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연산군은 생모 윤씨가 충분히 죽을 만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믿고 있었다. 그 때 임사홍은 그 점에서 발상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주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임사홍은 죄도 없는데 억울하게 공격받아 죄인이 된 자신의 일화를 폐비 윤씨에게 빗대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왕권과 신권의 대립’ 상황을 못마땅해 하던 연산군이 임사홍의 이야기를 명분삼아 갑자사화를 일으켰으리라 보고 있다고 한다. 임사홍이 자신의 개인적 복수를 위해 연산군을 부추겼다고 보기에는 희생자의 부류가 일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사홍을 두둔해온 편이었던 어세겸이나 홍귀달 등도 갑자사화의 희생자가 된 것을 보면 이것이 임사홍의 복수를 위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임사홍이 최고 권력을 누리며 연산군의 악행을 부추겼다는 이야기도 낭설이라고 한다. 임사홍은 끝까지 권력의 주변부에서 맴돌았을 뿐이며 자신의 아들을 연산군에게 잃기까지 했다. 그런 임사홍이 최고 권력을 누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그는 단지 사회가 뒤집어쓰고 있던 위선의 껍질을 벗기고 싶었을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선함을 지향하는 척 하면서 그 뒤로는 악에 봉사하는 제도. 자신을 22년이나 썩게 만든 위선적이며 모순투성이인 제도. 임사홍은 사회 제도 자체에 염증을 느꼈을 뿐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버렸다. 임사홍은 연산군 시대의 모든 악행의 주모자로 전락했다. 그는 명신이 될 수도 있었지만 결국 간신으로 기록되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얼마나 합리적인지, 얼마나 도덕적인지를 묻는 저자의 말은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이밖에도 역사의 승자가 간신으로 전락시킨 인물로 신돈, 남곤, 원균, 이이첨 등이 거론되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방향을 바꾼 철새파 - ‘대세’를 따른 소인배들

대부분의 정치가는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이는 고려나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어서, 선비들은 신념에 따라 파를 나누고 신념을 관철하려다 죽음을 맞기도 했다. 물론 국제 정세 등의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사상을 바꾸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상과 함께 자신의 신념과 인간성, 그리고 가까운 사람까지 하루아침에 져버리며 부화뇌동 하는 모습은 결코 미화될 수 없다. 역사는 일정한 노선을 견지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하며 나라의 미래보다 자신의 안위에만 급급했던 인물을 간신이라고 불렀다.
한국사에서 가장 유명한 간신은 아마도 이완용일 것이다. 이름 앞에 호(號)처럼 붙는 ‘매국노’라는 단어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나라를 팔아먹은 일제 앞잡이 이완용. 그는 철새파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완용을 친일파로만 기억하지만 그는 친일파이기 이전에 친청파, 친미파, 친러파로 여러 번 자신의 노선을 바꿨다. 이렇게 많은 변신을 한 그가 친일파의 대명사로 기억되게 된 것은 을사조약 이후였다. 을사조약 당시 매국에 앞장선다는 비난이 두려워 눈치만 보던 외부대신 박제순을 대신하여 이완용이 ‘조약을 수용하되 내정간섭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총대를 맨 것이다. 고종은 이렇게 비겁하게 남들 뒤에 숨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또렷하게 밝히는 이완용을 신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일본 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토 히로부미는 이완용이 냉정하고 똑똑하며 대세에 순응하는 인물임을 간파했다. 이후 이완용은 독립을 바라는 고종과 식민지화를 바라는 일본 사이의 불화를 무마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황은 일본에 유리한 쪽으로 정리되었다. 이완용은 대세에 철저히 순응하는 인간이었고, 당시 일본이 대세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완용이 매국뿐만이 아니라 왕을 암살하기까지 했을 수 있다는 추측을 제기한다. 고종이 암살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설은 아직 확정적인 역사로 기록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완용이 고종을 암살했다는 설과 그렇지 않다는 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당시 이완용은 독립운동을 바라는 고종과 자신을 신임하는 총독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독립운동을 도모하는 고종의 뜻이 확고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완용이 일본이라는 대세를 따르기 위해 결국 고종 암살에 한몫했을 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완용은 나라를 팔아먹은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섬기던 임금까지 져버린 것이다. 일제는 이 매국노를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둘도 없는 악당으로 떠오른 이완용이라는 카드를 쓰면, 유력자와 결탁하여 일제를 치려는 민심을 분열시켜 민중 세력의 확장을 막을 수 있었다. 일제는 이완용을 여러모로 철저히 이용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완용의 모습은 모범생 그 자체였다. 그는 사치를 부리지도 않았고 주색에 빠지지도 않았다. 이완용이 시대를 잘 만났으면 이른바 처세의 능신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그는 맞서 싸워야할 절체절명의 순간, 자신의 영혼을 놓아버렸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역사적으로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하지 않고 오로지 물결 따라 부유하기만 하는 삶을 살았다.
역사의 대의에 관계치 않고 오로지 사욕을 위해 대세에 추종했던 인물로 송유인, 유자광, 김자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변신에 능했다는 것,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디 이런 인물이 역사 속에서만 존재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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