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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얽힌 x에 대해
x=성원 x=찍다 x=기원 x=작업하는 장소 x=합숙 x=여자들 x=아이들 x=봄 x=미남 배우 x=아이들 2 x=미래 x=고독 x=사랑 x=음악 x=주연 「아주 긴 변명」 유리창 너머의 하늘 - 소설 해피엔딩일지도 모르는 - 서평·영화평 「남편들」에 대해 「진짜 사나이」 ‘무서움’ 위에서 이루어지는 식사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식사 - 산문 언어와 사귀다 타진 요리 긴자 스윙 영화 속의 꽃 주머니 속 비밀 가장 오래 한 아르바이트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식사 남자가 가끔 하는 요리 밤 전등불의 친구 그것을 잃고 후기를 대신하여 옮긴이의 말 출처 |
Miwa Nishikawa,にしかわ みわ,西川 美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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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를 그리워하지 말고 살아 있는 사람을 살아 있는 동안에 그리워하고 싶다. 살아 있는 동 세대 사람들이 살아서 힘을 낼 수 있는 동안 그들에게 가닿는 말로 성원을 보내는 것. 그것이 올해부터의 내 포부다. --- p.19
나와 스승은 딱 띠동갑이라서, 내가 스물다섯 살 때 처음으로 각본을 쓰기 시작한 무렵 고레에다 감독은 지금의 내 나이보다 조금 더 젊었다. (…) “20대일 때 감독을 해”라는 것이 이 세계로 들어온 당초부터 반복해서 들었던 스승의 말이었다. “할 수 있을까요” 하며 꽁무니를 빼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당시 30대의 감독이 하는 말이었으니 조금이나마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 --- p.45 창작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이디어, 열정, 재능, 자신감, 돈, 애정, 분노, 희망, 욕망, 선망, 인망, 그 외 이것저것이 있겠지만 “고독은 인간의 고향이다”라고 했던 사카구치 안고의 말대로 외로움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고독과 마주하는 순간이 없으면 창작자 내면의 영혼은 이야기에서 춤추지 않는다. --- p.47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어도, 불에 그을린 듯 볕에 타 있어도 그녀들은 상대에게 언성을 높이는 법이 없었고 온갖 표현으로 쾌활하게 알아듣도록 설명했다. 눈 안쪽에 체념이나 분노가 배어 있는 광경은 본 적이 없으며 나에게나 감독에게나 똑같이 존댓말을 썼다. 페인트투성이의 헐렁한 옷이라도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걸치고서 그녀들은 틀림없이 그곳을 자기 자리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컵스카우트를 동경해서 컵스카우트에만 들어가려 했던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를 동경했다. --- p.67 내게는 연출 일을 하는 가운데 카메라 앞에 아이를 세우는 것이 가장 불안한 순간 중 하나다. 마음이 무거운 것이다. (…)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오디션장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아이는 건전해서 좋다. 저기 있는 많은 어른들이 이렇게저렇게 치켜세워주겠지, 재밌겠다, 하며 기대를 부풀리는 아이를 보는 것은 괴롭다. --- pp.72~73 헤어질 때, 사람들은 그때까지 함께 보내온 어떤 순간보다 더 예민하게 서로 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83 자기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말하는 사람의 눈은 어딘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나는 그 빛을 지닌 사람과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 나 혼자서는 도무지 낼 수 없었던 대담한 용기가 나올 때도 있다. 그 순간이 없다면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만드는 의미가 어디에 있을까. --- p.117 혼자서 애쓰는 것만이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 (…) 작은 모니터 속에 이상적인 화각이 완성된다. 나는 그제야 N과 서로 눈짓한다. 좋네. 이거네요. 하고 말을 나눈다. 완성된 화면을 보며 N은 진심으로 기쁜 듯한 미소를 띠고 있다. 이 사람은 도망치지 않는다고 나는 확신한다. --- p.136 내 작품에 대한 사랑은 그때그때 일단락된 시점에서 열기가 식고, 또 가끔은 혐오로도 바뀌고, 그리하여 서서히 과거의 것으로 변화해가지만 내 안에 기억으로서 잔상을 남기는 것은 역시 이런 ‘관계의 흔적’이다. 누가 칭찬해줬다던가, 숫자가 어떠했다던가 하는 것은 생활을 지탱하는 기반과도 이어져 있겠지만 작품이 내 가슴에 남겨주고 간 선물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역시 그 또한 관계가 불러일으킨 이런 작은 말이나 사건이다. --- pp.149~150 저 역시 구제불능의 인간이고 지독하게 절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타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여전히 기대를 걸고 맙니다. --- p.174 언어는 왜 존재하는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것은 타자와 서로 이해하고 어울리기 위해서입니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닫힌 마음을 홀로 공책에 휘갈겨 써서 해방시켜주는 것도 언어지만, 타자에게 전하고 싶다는 의지가 피어오를 때 비로소 언어는 연마됩니다. 혼자 틀어박혀 사색하는 것처럼 보여도 인간은 그 사색의 언어 저편에 있는 손이 닿지 않는 타자를 공상합니다. 결국 세계에 타자가 없다면 언어도 없지 않을까요. --- p.236 맥주로 넘어가면 안심한다. (…) 얼마나 맛있는 맥주인가에 대해 해설을 늘어놓지 않아도 마실 수 있다. 그게 맛있다. 맛을 설명하지 않고 맛있는 것을 먹고 마실 수 있는 행복. --- pp.237~238 나는 그 무렵 취직할 가망이 없어서 갖은 고생 중이었다. “영화 일을 하고 싶어”라고 말하면 회사 면접관도 친구도 쓴웃음을 지었다. (…) 하지만 주인만은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라고 말했다. 나는 무책임하시네요~ 하며 웃었지만, 주인은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그렇지”라며 유유히 대답했다. 나는 또 웃었으나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한 명 있는 것만으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 p.252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롤모델이 턱없이 부족하고, 여러 현실적 제약 앞에 자신의 일을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내 주변에도 숱하게 있으니까. 그러나 변화는 분명 일어나고 있다. 만약 영화감독을 꿈꾸는 소녀가 지금 내 앞에 있다면 나는 그 아이에게 임순례, 변영주, 노덕, 이경미, 윤가은 등의 이름을 줄줄 읊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내밀며 니시카와 미와를 소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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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영화를 만든 기록이 이렇게 남았다는 사실이 가슴을 내내 따스하게 데워줬고 지금은 조금 행복하다.
--- 197쪽 “혼자서 애쓰는 것만이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 영화가 남긴 관계의 흔적을 돌아보는 시선과 성찰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는 5부로 구성되었다. 소설, 산문, 서평, 영화평 등 내용도 다채롭다. 1부 「영화에 얽힌 x에 대해」에서는 영화와 관련한 일화들을 엮었다. 스승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따라 지가사키 해변에 있는 료칸에 합숙하면서 「아주 긴 변명」의 시나리오를 탈고했던 일, 자의식 강하지만 배려심 많은 「아주 긴 변명」의 주연 배우 모토키 마사히로와 지지고 볶으면서 영화를 만든 과정, 아역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어떻게 그들을 대할지 고민하는 감독 니시카와 미와의 염려와 고민이 잘 드러난다. 영화 촬영뿐 아니라 음악 녹음, 홍보 때의 흥미로운 일화도 재미를 더한다. 2부 「「아주 긴 변명」」은 영화 「아주 긴 변명」 팸플릿에 실린 글로 착상부터 캐스팅, 촬영 과정까지 그 면면을 되짚는다. 3부 「유리창 너머의 하늘」은 열차 운전사인 한 여성을 짝사랑하는 화자가 주인공인 단편소설이다. 소설가 니시카와 미와 특유의 세밀한 내면 묘사가 돋보인다. 4부 「해피엔딩일지도 모르는」에서는 영화평과 서평을, 마지막 5부인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식사」는 일상에 관해 쓴 산문이다. 새 영화 준비차 어린아이와의 생활을 관찰하려고 아이가 있는 친구 집에서 밥을 함께 먹으면서 행복했던 기억, 애용하던 지클라세 브랜드의 단색 링노트가 생산 종료되어 절망했던 일, 카레를 해준다고 하다가 별첨 수프였던 ‘퐁 드 보’ 때문에 싸우고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일화가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남을 좌절시키는 일에 좌절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 이제 어떤 요구를 하는 것도 두렵지 않다. 상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신용이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 140~141쪽 “당당하게 현장에 있어줬으면 해”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성원 1부 「영화에 얽힌 x에 대해」에 실린 ‘x=여자들’에서 니시카와 미와는 어렸을 적 여자아이는 들어갈 수 없는 컵스카우트에 항의하다 결국 좌절한 일을 떠올린다. 그때부터 여성으로서 자신의 성별을 강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곳에는 가기 싫었고 “여자지만 잘할 수 있어요” 같은 말을 하는 일은 관자놀이가 떨릴 정도로 싫었다고 고백한다. 우연한 계기로 남성이 대다수인 영화계에 입문하고, 촬영 현장의 거친 남성들과 일하면서 ‘너는 정말로 이곳을 네 자리로 삼을 수 있어?’라는 베일 듯한 시선들에 괴로워하던 그녀를 보듬은 건 여성 선배들이었다. 저자는 그녀들에게 위로받고 도움받으면서 힘든 시절을 이겨냈다고 고마움과 함께 존경을 표현한다. 지금보다도 여성이 훨씬 적었던 시대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서로에게 항상 친절하고 깍듯했던 그녀들을 보면서 여성을 처음으로 동경했다는 것. 저자는 여성 영화인들이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걸치고서 틀림없이 그곳을 자기 자리로 삼고” 있다고 찬사를 보낸다. 신참이었던 자신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자상하게 일을 가르쳐준 미술팀 선배들, 20년 가까운 경력의 인정받는 베테랑이면서 짧은 대화 속에서도 언제나 상대를 웃게 만드는 세트디자이너 선배,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촬영하는 촬영감독 이치하시 오리에까지, 영화계에서 활약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계뿐 아니라 과거 남성이 다수였던 직업 분야에 진출한 여성들이 편견과 차별을 깨나가고 있는 지금, 자기 자리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감독 니시카와 미와와 그녀의 동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사람에게 큰 용기를 전할 것이다. 페인트투성이의 헐렁한 옷이라도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걸치고서 그녀들은 틀림없이 그곳을 자기 자리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컵스카우트를 동경해서 컵스카우트에만 들어가려 했던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를 동경했다. --- 67쪽 여전히 수많은 직업군에서 여성은 소수로서, 약자로서 존재하지만 우리는 이제 직업 앞에 ‘여女’를 붙이는 것이 이상하다는 사실쯤은 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우리가 만족할 만큼 혁명적이거나 빠르지 않다. (…) 그러나 변화는 분명 일어나고 있다. (…) ‘여자지만 잘할 수 있어’가 아니라 ‘나도 똑같이 잘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 생각할 것.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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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2016년 영화 「아주 긴 변명」이 만들어지던 시간 속에서 그녀가 느꼈던 외로움, 절망감, 혼란 그리고 기쁨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당연한 듯 존재하다 한순간에 사라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런 사람을 허겁지겁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살아 있는 동안 그리워하겠다는 그녀의 마음이 아름다웠다. 영화의 주요한 역할을 하는 아역 배우들과 일을 하기에 앞서 어른의 세계에서 자의 혹은 타의로 일하는 아이들의 직업 노동이 정당한지 고민하는 모습 또한 그러했다.
촬영 현장은 영화를 함께 만들기로 약속한 사람들이 효율과 능률을 우선해 모여 있는 듯 보이지만, 그 가운데 자칫 신으로 군림하기 쉬운 감독은 매 순간 ‘권력’이라는 이름의 괴물과 아슬아슬한 게임을 하는 것 같다. 그녀는 쉽게 착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 현장의 신이나 폭군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무던히 돌아본다. 읽고 쓰는 것으로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며 나아가려고 한다. 그런 모습은 그녀가 동경하게 되었다고 언급한 여러 여성과도 닮은 점이고 나도 닮고 싶은 점이다. 뜸을 들여 “배려 있는” 표현을 찾아가는 그녀의 직업을 응원하며, 나 또한 그와 비슷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그러다 문득 ‘왜 이렇게 모든 걸 열심히 생각해야 하지?’ 하는 고독한 질문에 빠져버리는 날도 있겠지만 말이다. - 이랑 (가수, 만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