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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늦추위/ 깜찍한 경고문/ 모기/ 까먹었다/ 눈총/ 사과와 벌레의 대화/ 간고등어/ 꿀꿀이가 뭐라 한다/ 소문 김지원 시간을 사고 싶다/단풍/비벼 먹은 겨울/하늘이 안아준다/첫 외출/새들의 하루/산수유 첫눈이/가을 손님 신복순 꿀통/돌탑/콩/국수 이야기/돼지는 억울해/당당히 살자/대청소/해님처럼/엄마와 세탁기 우남희 병따개/눈/생활계획표/나무가 거미에게/나뭇잎 파일/저럴 수가/형사가 된 바람 동백꽃/까마귀에게 연습을 김위향 밤송이는 착해/산속에는/어디 숨었니/사막의 쇠똥구리/뿔소라/꿀벌과 할머니 할머니 이야기/벚꽃 낙하산/모두 함께 이정인 겨울 담벼락/시계 소리/냉면집/아이스크림케이크/나비들/날개/살구나무 편의점 신발 정리/우리 집에 악어가 산다 |
김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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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편의점
올 들어 우리 집에 새들이 참 많이 날아든다 대문 옆 살구나무에는 꽁지깃이 새하얀 까치 형제가 편의점을 차렸다 참새와 직박구리는 새벽부터 편의점을 들락거린다 까치 형제가 차린 살구나무 편의점에는 꽃다발도 판다 조금 전에 직박구리가 누구에게 선물하려는지 초록 끈으로 예쁘게 묶은 살구꽃 꽃다발을 입에 물고 갔다 또 어제는 노랑 줄무늬 팬티를 입은 꿀벌 꼬마들이 붕붕 몰려와 꿀 달라고 떼를 써댔는데 그 모습이 앙증맞고 귀여워 흰 모자를 쓴 친절한 형 까치가 동전 한 푼 받지 않고 그냥 먹고 가랬다 살구꽃이 다 질 때까지 와서 실컷 먹고 가랬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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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우리에서/뛰쳐나왔는지/고삐 풀린 망아지/하나둘이 아니다//
_김영란 「소문」 중 일부분 고삐 풀린 망아지 이야기인가 하고 읽었더니 말 보다 더 날뛰는 소문이다. 소문이 소문을 낳고 또 소문이 소문을 낳아 지금과 같은 정보화 사회가 아닐 때도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었던 것을 보면 고삐 풀린 망아지 단속이 시급한 문제이긴 한데 시인의 말처럼 경찰도 속수무책인 것이 소문이기도 하다. 까딱까딱 앉아보고/입에 대 보네//나풀나풀 만져보고 입 맞춰보네// _김지원 「첫 외출」 일부분 ‘첫’이란 단어에서 느끼는 설레임이 이 시에도 느껴진다. 세상에 나와 처음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만 나비는 나비대로 앉아 보고 냄새 맡아 보고 입을 대 보며 하나하나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사람과 다르지 않다. 아빠랑/뒷산에 올랐다//누군가의 소망을 담은 돌탑이/볼 때마다 쑥쑥 자란다//힘도 세지고 생각도 깊어져/돌탑이 어른처럼 된다면/내 소망을/들어줄지도 몰라// _신복순 「돌탑」 전문 산을 오를 때는 힘든 것만 느껴지지만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볼 때 가슴이 탁 트이고 시야도 넓어진다. 돌탑이 쑥쑥 자라듯이 내 소망도 이뤄지리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퐁당!//물 위에/돌멩이 하나 던졌을 뿐인데//하늘이/저리 쉽게/흔들릴 줄이야// _우남희 「저럴 수가」 전문 시인의 눈은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물 위로 던지는 돌멩이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러나 그 물이 흔들리는 것은 많이 사람이 관찰을 했지만 하늘까지 흔들리는 걸 본다는 것은 시인의 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건 산에 사는 도깨비들이/젖은 산을 말리려고/땅속에 군불 때는 거야//그러니까 도깨비들이 피우는/연기인 거지// _김위향 「산속에는」 일부분 안개를 도깨비들이 피우는 연기라고 상상하는 시인은 아마도 어릴 때도 상상력이 풍부했을 것이다. 시인이 안내하는 또 다른 상상의 세계에는 훨씬 재미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큰일 났어요!//커다란 그릇이/사람 머리를 통째 들이켜고 있어요// _이정인 「냉면집」 전문 냉면집 그릇이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종종 세수 대야 같다는 말도 들었지만 이렇게 그릇이 사람 머리를 통째 들이켜고 있다는 시각은 동시를 읽는 또 다른 재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