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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르다 … 7
딸기 … 37 손녀 역할 … 69 누님 … 101 오로라 … 131 임신 … 157 두브로브니크 … 189 주문 … 221 옮긴이의 말 … 257 |
Kanako Nishi,にし かなこ,西 加奈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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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내가 입을 열자, 아저씨가 일하던 손길을 멈췄다. 나는 아저씨가 나를 좀 더 봐주기를 원했다. 나를, 좀 더 확실하게 봐주길 원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바람은 이뤄졌다. 아저씨가 천천히 돌아보았다. “말을 태울 수 있나요?” --- p.29 도쿄의 모든 장소에 딸기가 나타나는 장면이다. 브랜드 론칭파티, 스튜디오 촬영 현장, 현격하게 횟수가 줄어든 미팅 자리. 딸기는 넘치고 넘쳐나서 모든 장소를 석권했다. 어느 것이 도치오토메고, 어느 것이 아마오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장면은 내 기분을 좋아지게 했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 p.66 “아~ 혼자 있고 싶다.” 다시 한 번 그 말을 한 순간, 투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숨을 삼키며 벌떡 일어서자, 소리가 난 쪽은 할아버님 방이었다. 온몸이 싸해졌다. 할아버님이 집에 계셨나? 산책하러 나가신 거 아니었어? “하, 할아버님?” 말을 건네자, 장지문이 슬금슬금 열렸다. 몸은 싸늘한데, 식은땀이 흘렀다. 할아버님에게 상처를 줬어! 지금 이 상태에서 “아~ 혼자 있고 싶다”니, 그건 할아버님이 성가시다는 뜻이나 다름없잖아! “스미레.” 그런데 할아버님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슬픈 것 같지도 않고, 겸연쩍어하는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왠지 마음이 놓인 것처럼 보였다. “나도 그래요.” --- p.86~87 “저어…….” 모리 씨가 무슨 말을 하려 했다. 나는 그때 죽을 각오를 다졌다. 거짓말이 아니다. “가엾다”느니 “못 봐주겠다”느니 하는 말을 듣는다면, 정말로 무슨 수를 써서든 그 자리에서 죽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모리 씨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있어줘서 정말 즐겁습니다.” --- p.126 “오로라는 늘 다시 태어나. 돌아오는 게 아니야.” 놀라울 정도로 다정한 눈빛이었다. “돌아오는 건 당신이야.” 그는 ‘you’라고 했다. 그러니 ‘당신들’이라고 말한 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건 당신들이야, 라고. 그렇다기보다 분명 우리 둘을 의미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나에게, 나에게만 말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돌아오는 건 당신이야.” --- p.154 “내가 약한 인간이라는 걸 확실하게 자각하니까 강한 척했을 때보다 뭐랄까, 훨씬 살기 편해졌어요.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면 반대로 강해질 수 있어요.” --- p.186 축하한다는 말의 아름다움을 나는 잊고 살았다. 그 말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누군가가 누군가를 축복할 때, 거기에 어떤 함의가 있든 ‘축하한다’는 네 글자가 발하는 그 아름다움은 독립적으로 거기에 존재한다. 그 무엇에도 더럽혀지지 않은, 그 말이 가진 아름다움은 절대로 지워지지 않고 오염되지 않을 게 틀림없다. --- p.218~219 “할머니도 마찬가지야, 너에게 주문을 걸었던 건 아냐. 너를 사랑하고, 너무 사랑해서 행복해지길 바랐을 뿐이지. 그건 지금도 똑같아, 죽어도 절대 변함없어. 유코도 이부키(깜박 잊고 말 안 했는데, 엄마 이름이다)도 그래, 지극히 사랑받았어.” --- p.253 |
지친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며시 등을 밀어주는 마법 같은 한마디 어른이 되어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니 상처투성이였다. 그래도 누군가가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로 나의 자그마한 세상은 구원을 받는다. 『마법의 주문』에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겪는 아픔들로 인해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반짝이는 여덟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성추행을 당한 소녀, 미래가 불투명해진 패션모델, 연인과의 파국을 감지한 레즈비언, 피에로 역할을 자처하는 못생긴 술집 아가씨, 뜻밖의 임신에 기쁨보다는 당혹감과 불안을 먼저 느끼는 임산부와 같은 여성들이다. 저마다 절박한 고뇌와 상처를 품고 사는 그들이지만, 다행히도 지친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며시 등을 밀어주는 마법 같은 한마디와 조우한다. 누군가가 툭 던진 ‘주문’ 같은 그 한마디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직면하는 용기를 얻어 또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_ 「불사르다」 “도쿄라면 토치오토메와 아마오가 격전을 벌이는 곳이잖아.” _ 「딸기」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는 거야.” _ 「손녀 역할」 “당신이 있어서 정말로 즐거워요.” _ 「누님」 “돌아오는 것은 당신이야.” _ 「오로라」 “약한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인가요?” _ 「임신」 “축하해요.” _ 「두브로브니크」 “너는 네가 생각하는 그대로가 바로 너야.” _ 「주문」 인생에 빛이 되어주는 ‘마법의 주문’을 건네는 상대는 모두 아저씨(혹은 할아버지)이다. 그것도 사회에서 조금은 일탈한, 별나고 괴짜인 인물들이다. 온갖 잡동사니를 정성을 다해 태우는 학교 관리인, 딸기 농사에만 일생을 다 바친 외골수 노인, 한때는 최고였던 망가진 왕년의 축구 스타……. 게다가 언뜻 보면 그들의 주문은 ‘기원’이나 ‘축복’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평범하며 대수로울 게 없다. 그러나 그 말은 그들이 ‘여성’의 외부에 있기에, 당사자와 무관한 제3자이기에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주문’이 늘 거창하란 법은 없다. 어쩌면 전에도 수없이 들었지만 무심히 흘려버렸던 말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시기에 딱 맞아떨어진 우연의 소산일 수 있다. 말은 결국 해석과 선택의 문제인지 모른다. 따라서 ‘아저씨’는 나 이외의 누군가, 그것도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아닌, 거의 세계와 동등하게 무관계한 누군가를 상징하는 존재다. 그래서 그들의 말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고, 큰 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과 아저씨는 모두 마이너리티의 소외감을 경험한 사람들일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가 차츰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지금껏 당연하다는 듯이 패배해온 마이너리티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고 구축해온 결과물이 아닐까. 우리에겐 누군가가 정해놓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찾는 도약의 계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그런 도약의 순간을 포착해낸 『마법의 주문』은 줄곧 꽉 막혀 있던 갑갑함이 드디어 풀리는 해방감과 선택지의 다양성을 우리에게 선물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