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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왠지, 나 인간사회에 안 맞는 거 같아 개복치의 위대한 삶 뻔하디 뻔한 공감 에세이에 지친 이들에게 당신은 전생에 코알라였을지도 모른다 불행 중독자의 행복법 상처받은 당신이 애써 세상과 어울려야 할 이유 알아보면 부담스럽고, 몰라보면 서러워한다 사람과의 대화가 낯선 당신을 위한 대화 팁 서대문경찰서의 카이저 소제 적립된 아픔을 해소하는 법 사랑이 끝나고 시작할 때 우리가 얻는 것들 호구롭고 따뜻하다, 댕댕이 파라다이스 2부 득이 되기도 합니다, 소심함은요 SNS는 인생의 득 소심한 당신은 훌륭한 글쟁이 감정에도 온오프 스위치가 있다면 누군가의 고민에 답하는 유일한 길 낯선 사람에게 하소연해 취업했다 면접에서 떨어지고 거짓말이 늘었다 면접 심사위원이 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살자를 취재한 후 사표를 썼다 모델을 촬영하며 무서워하다 무심해 보이지만 사실 예민한 거랍니다 좀스럽지만 유용한 행복법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 3부 그렇고 그런 교훈은 없습니다만 아이 낳지 않느냐는 오지랖 대응법 인생의 기승전X 저절로 되는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은 것들 번아웃된 사람을 위한 육체적 리추얼 적절한 수준의 후안무치 지금은 물 따르는 내가 20대에 했던 고민은 심심함을 찾아 떠나는 제주 홀로 여행 한밤의 내 방은 나의 케렌시아 전투는 아내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참치마요냐 매콤불고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민원상담실의 찌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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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개복치마냥 멸종 위기종이었다. 글 좀 끼적이는 재주 빼곤 사회생활에 유리한 능력은 하나도 없었고, 때론 먹고 살기가 위태위태했다. 믿었던 이들이 나에게 상처를 줬으며, 내 능력 부족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했다. 수많은 상처에 맞서 내가 한 일은 그저 버텨낸 일뿐이었다. 아주 가끔 그 괴로움에 ‘유머’를 한 숟갈 끼얹어 글로 남기는 정도. 모든 상처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남길 바라며, 살아남은 다음엔 개복치처럼 천진난만하게 세상과 어울릴 수 있기를 바란다.
--- 「개복치의 위대한 삶」 중에서 어릴 적 내 꿈은 ‘조금 일하고, 돈 충분히 버는 직업’을 갖는 것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 그런 직업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내 지금 꿈은 ‘적당히 일하고, 먹고 살 돈을 버는 상태를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어릴 적 선배들은 “일은 다 힘들어. 돈 많이 주는 일이 장땡이야”라고 훈계했으나 내겐 해당 사항이 없다. 괴로운 일을 하면 너무 괴롭다. 고로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하지 않겠다. 유칼립투스 잎만 먹을지언정. --- 「당신은 전생에 코알라였을지도 모른다」 중에서 소셜 에너지가 떨어지면 누군가를 만나 즐길 기력도 사라진다. 상태를 회복하려면 집에 콕 박혀 잉여로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내 경우엔 상황에 따라 2~10일까지 홀로 있어야 소셜 에너지가 채워진다. 소모량보다 충전량이 부족하면 “세상만사 다 싫어. 사라져 인류”를 외치는 ‘만성 싫어증’에 감염된다. (…) 내가 잡지 에디터로 일할 때 가장 힘든 게 끊임없는 만남이었다. 잡지 에디터가 하는 주 업무는 누군가를 섭외해, 만나서 취재해, 기사로 쓰는 일이다. 글도 글이지만 사람과 만남이 먼저다. 에디터 초창기엔 낯선 이에게 전화하는 것 자체만으로 스트레스였다. “안녕하세요. 태평양 매거진의 개복치 에디터입니다. 새로 앨범을 내셔서 인터뷰 요청 차 연락드렸는데 지금 통화 괜찮으신지요?” 두근대는 심장을 달래고자 통화 전에 담배 한 대를 피웠고, 해냈다는 안도감에 통화 후 담배 한 대를 피웠다. 폐를 내주고 기사를 얻은 셈. --- 「SNS는 인생의 득」 중에서 사소한 사건 하나하나에 부들대는 소심이의 특성 역시 글쓰기에 유리하다. 난 중학교 때 노래방에서 내 목소리가 삑사리 났던 순간을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김현철 노래였는데 키를 잘못 잡았다. 쓸쓸히 빛나던 노래방 푸른 빛, 키득거리는 친구들의 비웃음, 깔끔히 포기하고 다시 불렀으면 될 것을 일부러 효과 넣은 양 교묘히 음을 바꾸려다가 더 바보처럼 불렀을 때의 황망함, 또다시 키득키득. 지금도 부끄럽다. 운 나쁜 놈은 일이 꼬이면 두 배로 꼬인다는 교훈 아닌 교훈을 주는 삑사리 사건. 생생한 글은 좋은 글이 되기 쉬우며, 생생한 글은 생생한 디테일에서 나온다. 고로 예민한 소심이가 글쓰기에 유리하다. --- 「소심한 당신은 훌륭한 글쟁이」 중에서 누군들 좋아하겠냐만 나는 면접을 참 싫어한다. 현대판 지옥이 있다면 죄인에게 계속 면접만 보게 하는 ‘면접 지옥’이 있을 거라 믿을 정도다. “개복치 님 1분 소개를 해보세요.” “개복치 님 당신의 장점을 이야기해보실까요.” “개복치 님, 단점, 장점 같은 단점 알려주세요.” 저승사자 님들 혹시 그냥 옆에 있는 불지옥 가면 안 될까요? 남 앞에서 이야기하길 싫어하고 못하기도 하는 터라, 직장인이 된 지금도 최대한 말이 아닌 글로 된 일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나라도 피할 수 없는 면접은 있었으니, 2부로 나눠 풀어내는 면접 이야기. 1편은 내가 당한 면접, 2편은 내가 심사위원이 된 면접을 소개한다. --- 「면접에서 떨어지고 거짓말이 늘었다」 중에서 서른 살까지 내게 술자리는 무조건 고역이었다. 사회생활을 위해 참여하는 의무일 뿐이었다. 술자리 특유의 난상 토론에도 적응을 못 했다. ‘조금 전까진 내 쪽을 보며 말하던 사람이 지금은 저쪽으로 고개를 돌려 듣고 있군. 말을 계속 걸어야 하는가?’ 나이가 들며 달라졌다. 술자리 상대에 대해 과하게 고민하지 않아 도리어 편안히 대화를 나눈다.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를 즐기게 됐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예민한 성격으로 힘든 20대가 있다면 조금만 기다리시길. 서른다섯 살쯤 당신에게도 활짝 필 때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한때 예민한 20대였으나 나이 먹고 얼굴이 두꺼워진 30~40대가 있다면 조심하시길. ‘적절한 정도의 후안무치’는 애써 유지해야 할 균형추와 같은 것이랍니다. 방심하다간 나쁜 의미의 ‘아재’, ‘아줌마’가 되어버리겠죠. --- 「적절한 수준의 후안무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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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인간 사회가 적성에 안 맞더라니….”
당신은 민감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개복치’입니다! 개복치를 아시는지? 바다거북과 충돌을 예감하고 겁이 나서 사망, 바닷속 공기방울이 눈에 들어가 스트레스로 사망, 일광욕하다 새한테 쪼여 상처 곪아 사망……. 뭐 이렇게 예민한 생명체가 다 있어? 싶겠지만, 인간 사회에도 심신미약 ‘개복치’들이 있다는 사실! ‘읽씹’당한 카톡 창이 신경 쓰여 사망, 남 앞에 서면 심하게 가슴이 떨려 사망, 거절당해서 사망, 거절 못해서 사망……. 남들에겐 별거 아닌 일이 별일처럼 다가와서 남몰래 ‘사망’하는 이들이 바로 ‘인간 개복치’다. 『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는 소심하고 예민하게 태어난 탓에 세상살이가 벅찬 어느 개복치의 ‘짠내’나는 ‘인간 사회 적응기’다. 저자 이정섭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 기자였지만, 낯선 이에게 말 거는 게 힘들어 기자를 그만둔 ‘심신미약 개복치’! 게다가 남 앞에 서면 자주 혼이 나가고(자기 홍보사회에서 호구되기 딱 좋음),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에너지가 빨리는 경향이 있고(아웃사이더 되기 십상), 말귀가 어둡고 눈치가 없으며(왕따당하기에 최적), 욕심이나 승부욕까지 없어 생존경쟁사회에서 ‘멸종되기 딱 좋은’ 스타일이다. 주문한 음식이 안 나와도 ‘언젠가 주겠지’ 마음으로 망부석처럼 기다린다거나, 술자리 특유의 난상 토론에 적응하기 어렵다거나, 주기적으로 ‘모두 나가주세요. 혼자 있고 싶어요’의 심정이 된다면, 당신도 소심 유전자를 타고난 인간 개복치일 가능성이 높다. 이 책에는 넘치는 관계와 과잉된 감정 틈에서 ‘왠지, 나 인간 사회에 안 맞는 거 같아’ 마음을 한 번이라도 품어본 이들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세상사에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소심하고 미약한 소수의 이야기일 것 같지만, 사실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만하다. “마음을 대/중/소로 나누었을 때 ‘대’심한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와 우리들은 ‘소’심과 ‘중’심 사이를 오가고 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 인간 개복치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독자를 위해 준비했다. 아래의 리스트 중 3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의심 없이 받아들이자. ‘내가 개복치’라는 사실을. [나도 개복치? 셀프 체크리스트] □ ‘카톡’이나 문자는 편한데 전화는 부담스럽다. □ 미용실에서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 버스에서 벨을 잘못 눌러 한 정거장 먼저 내린 적 있다. □ 주문한 음식이 안 나와도 ‘언젠가 주겠지’ 하며 망부석처럼 기다린다. □ 주 3일 이상 약속이 잡히면 지난주부터 피곤하다. □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에너지가 ‘빨리는’ 편이다. □ 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만성 싫어증’에 걸린다. □ 사교 대화는 하루 15분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 다툼은 피곤한 일이라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 □ 적게 누리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살고 싶다. “득이 되기도 합니다, 소심함은요” 뻔하디 뻔한 공감 에세이에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신선한 위로 인터넷 검색창에 ‘소심’이라는 키워드를 쳐보자. “낯가림 단번에 없애는 법”, “소심함 이겨내는 법” 등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세상이 ‘소심함’을 고쳐야 하거나 숨겨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면 내 안의 소심함이 사는 데 득이 된다고 말한다. 가령, 사소한 사건 하나하나에도 부들대는 개복치 고유의 특성은 디테일이 생명인 ‘글쓰기’에 유리하다. 또 상대적으로 소셜 에너지가 부족한 개복치에게 SNS는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것! 이처럼 저자는 내 안의 소심함을 통해 삶을 긍정하고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적립된 아픔을 해소하는 법’부터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대화 팁’, 감각이 예민한 개복치들의 심신 밸런스를 맞춰주는 ‘육체적 리추얼’, 프라이버시를 쉽게 침해하는 무례한 이들을 갈등 없이 해결(?)하는 ‘오지랖 대처법’까지! 소심하고 예민한 탓에 오히려 자신과 타인, 세상을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하며 찾아낸 좀스럽지만 확실한 행복 노하우를 전한다. “키득키득 웃다보면 내 안의 소심함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같이 웃는다!” - 추천사 중에서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뻔하디 뻔한 ‘공감 에세이’의 위로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점에 가면 흔히 만날 수 있는 『간단히 ○○하는 법』류의 시원시원한 ‘솔루션’은 이 책에 없다. 대신 “페이지마다 적정량의 유머와 우울, ‘소심이’ 특유의 배려가 담겨 있어 조금씩 피식거리고, 조금씩 멜랑꼴리해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게 될 만큼 흡입력 있는 ‘이야기’가 있다. 특히 저자는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자기 자신을 ‘웃프게’ 만드는데, 이는 ‘웃픔(웃음+슬픔)’을 인간 개복치들이 살아갈 하나의 방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너무 부끄럽다”에서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기다”로, 자조를 개그로 한 끝을 비트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너 자신을 믿어라’식의 공감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는 상처를 툴툴 털어내라 권하지만 개복치들은 상처를 툴툴 털어내는 게 불가능하다. 대신 상처와 함께 살아갈 때 덜 아픈 방법으로 저자는 “슬픔을 ‘웃픔’으로 바꾸는 일”이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그가 풀어놓는 ‘웃픈’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세상이 버거운 우리 개복치들에게 작은 위안을 준다. 좌절했을지언정 다시금 내 안의 소심함을 긍정하며, 세상 속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도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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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펼친 후 단번에 정주행한 책은 오랜만이다. 우선, 읽기가 매우 재밌다. 읽는 내내 웃지만, 웃음이 전부는 아니다. 마치 알랭 드 보통의 책처럼, 에세이를 읽었는데 철학이 남는 그런 종류의 책이다. - 짙은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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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여리고 연약한 존재로 태어난다. 하지만 교육 과정을 거치고 사회인이 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순진무구가 ‘소심’으로 취급되는 경험을 여러 번 거친다. 세상에서 썩 환영받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소심함을 40년 동안 모른 척하거나 버리지 않고, 열심히 데리고 다니며 면면히 살펴봐 온 기록들이 이 글들에 담겨있다. 그 시간은 분명 탐험이거나 분투 혹은 생존이었을 텐데, 잡담하듯 늘어놓는 글의 뉘앙스 덕분에 키득대며 읽다보면 내 안에 있던 소심함도 슬며시 얼굴을 들이밀고 같이 웃는다. 마음을 대/중/소로 나누었을 때 ‘대’심한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와 우리들은 ‘소’심과 ‘중’심 사이를 오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상태로 그럭저럭 어른까지 살아남았으니 우리는 앞으로 다 큰 개복치처럼 세상을 유영하며 즐길 일만 남아있는 건 아닐까. - 전아론 (『우리는 모두 빛나는 예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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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는 돌연사 전문 생물체다. 염분이 피부에 스며들어 쇼크로 죽고, 바다거북과 부딪힐까 겁먹어 죽는다. 여기 그런 ‘인간 개복치’가 있다. 저자 이정섭은 사람에게 질문해야 하는 기자였는데, 말 거는 것이 큰 스트레스라 기자를 그만뒀다. 그러나, 바다를 떠나지 못한 개복치처럼 여전히 글을 끼적이고 있다.
이 책은 소심한 인간 개복치의 사회 적응기이자, 동료 개복치에게 보내는 장문의 응원 편지다. 페이지마다 적정량의 유머와 우울, ‘소심이’ 특유의 배려가 담겨 있어 조금씩 피식거리고, 조금씩 멜랑꼴리해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내게 있는 ‘개복치’적인 면이 우리 공동체에 도움이 될 거라는 위로도 받았고, 개복치들이야말로 인류 공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전복적 결론마저 얻었다. 그러니 ‘개복치’들이여 이 책을 집어 드시길. “그나저나, 저자 님. 제가 평소에 잘못한 거 없죠?” 누군가와 헤어질 때 항상 이런 말을 덧붙이는 이라면,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이다. - 최민석 (『꽈배기의 맛』, 『고민과 소설가』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