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제1부 · 달 이야기
게눈 속의 순수11 그믐12 달의 시간14 빈 몸의 경지境地16 부지런한 몽상가17 프레스코 몽상19 서둘러 열리지 않는 것들20 생일21 그녀들의 경지22 나를 만나고 나와 헤어지다23 불완전한 착지25 ,환상통26 샤넬 넘버 파이브28 화이트 아웃,30 제2부 · 낯선 사랑 내 심장을 드세요41 벽화 그리는 남자42 몽흐바타르의 노래43 글렌 굴드를 위하여45 날짜 변경선46 그대를 부를 때는48 혼자 하는 생각50 키 작은 부추꽃52 섬54 여름 접안接岸55 사라진 자판56 봄비 내린다57 제3부 · 구름 위의 손짓 수화61 우기62 서울 카니발64 말 껍질을 벗기며65 4월의 조조할인67 정모 씨68 인간시장69 누대累代의 기록70 벽에 기대 잠수 중인 남자71 즐거운 탄성73 기타와 우산을 든 아이75 구름 클라우드76 진동, 그 이름77 제4부 · 봄날에 꾸는 꿈 부음81 어디 내일 없어요?82 봄은 더디고,83 손가락 열전84 물의 등85 엄마의 외출86폐가87 봄날의 즉흥곡88 나의 가계家系90 봄비 터널91 떨어진 귀를 줍다92 동백94 염殮95 여백96 해설 심장 한 점 베어 바꾼 시 한 편(이민호)98 |
|
이명희 시집 『빈 몸의 경지(境地)』는 ‘회반죽이 마르기 전/ 꽃을 도려내//일그러진 그림’처럼 그림자가 드리워진 프레스코화 같다. 배경이 ‘생것’일 때 언어를 입히는 프레스코는 한쪽으로 기울거나 일그러질 가능성을 지닌 채로 완결적이다. 결절과 결점을 진 그대로 존재의 실상을 관하겠다는 태도는 관념적 치장과 수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비틀거리고 꿈틀거리며 육체의 언어를 무심으로 받아 적고 미세한 생의 떨림의 순간을 포착하는 시인은 ‘좀 비루할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게눈 속의 순수를 바라봄으로써 조작의 세계를 넘어선다. 비워내고 다시 차는 빈 몸의 경지는 성과 속을 차별하지 않으며 수사와 로고스 이전에 생성되는 야생과 원시의 시선을 회복할 때만 찾아오는 경이의 순간이 아닐까.
‘시베리아 어느 동네에서는/하도 추워 말이’ 얼었다. 날이 풀리면 ‘얼었던 말이 살아나서 귀가 얼얼하다’는데, 연결은 수다하지만 ‘아무것도 소통 할 수 없어 안달’하지만 몸이 거세된 죽은 말들 속에서 ‘챙그랑거리며 서로 부딪치며 살아나는 말’(「말 껍질을 벗기며」)이 부활하기를 희구하는 『빈 몸의 경지境地』는 손가락이 진화하는 것에 비례해 심장과 머리가 퇴화하는 이 초연결망의 시대에 ‘지워지지 않는 문자’로서의 ‘몸 자판’이다(「사라진 자판」). 하여, 물의 표면에서조차 ‘등 내밀던,/한 때는 애인이었던 애인의 따뜻한 배후’를 발견하고 ‘아버지의 숨소리를 따라가’(「물의 등」)는 이명희 시인은 ‘부지런한 몽상가’다. 동백에게서 발견하는 붉은 뜨거움은 ‘고단한 몸 속 멍울’을 오랫동안 지켜보아온 시인의 삶이고, 그의 시는 ‘오래 달구다 떼어낸 흔적’(「동백」)이리라. - 김해자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