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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책에는 체계가 필요하다 5
1 “이제부터 파리와 나와의 대결이야!” - 근대, 야망, 소설 『돈키호테』 15 · 『고리오 영감』 20 · 『나귀 가죽』 25 · 『적과 흑』 30 『마담 보바리』 36 · 『파리의 우울』 41 2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 - 문학 이상의 문학 『오이디푸스 왕』 49 · 『변신 이야기』 54 · 『신곡』 59 · 『팡세』 65 · 『파우스트』 69 『햄릿』 75 · 『맥베스』 80 · 『리어 왕』 85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91 3 “절망이 허망한 것은 희망과 마찬가지이다” - 소설 이상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97 · 『파리의 노트르담』 102 · 「검은 고양이」 107 · 『모비딕』 112 『죄와 벌』 117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22 · 「라쇼몬」, 「덤불속」 127 「아Q정전」 외 132 4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진부함이에요” - 일상, 속(俗)의 기록 『오만과 편견』 141 · 『제인 에어』 146 · 『폭풍의 언덕』 150 · 『위대한 유산』 155 『안데르센 메르헨』 160 · 『자기만의 방』 165 · 『아버지와 아들』 169 『안나 카레니나』 174 · 『체호프 단편선』 179 · 「소네치카」 외 184 『허클베리 핀의 모험』 189 · 『위대한 개츠비』 193 · 『노인과 바다』 197 『세일즈맨의 죽음』 201 5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 성장, 청춘, 예술 『푸른 꽃』 207 · 『토니오 크뢰거』 211 · 『마의 산』 215 · 『데미안』 220 『삶의 한가운데』 224 · 『달과 6펜스』 228 · 『젊은 예술가의 초상』 23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236 『나무를 심은 사람』, 『어린 왕자』 242 · 『그 후』 248 · 『인간 실격』 252 · 『설국』 256 6 “도대체 인간이라는 사실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 실존과 부조리 『변신』 263 · 『소송』 267 · 『성』 273 ·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279 『필경사 바틀비』 284 · 『모래의 여자』 289 · 『이방인』 293 · 『페스트』 298 『말』 304 · 『고도를 기다리며』 308 7 “읽기는 쓰기 후에 일어나는 행위이다” - 문학과 정치, 메타픽션 『농담』 315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319 · 『1984』 324 · 『파리대왕』 328 『거장과 마르가리타』 331 ·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336 · 『절망』 340 『사형장으로의 초대』 345 · 『픽션들』 350 · 『장미의 이름』 355 참고 문헌 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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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는 잡지에 연재될 당시부터 물의를 일으켰으며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작가와 출판업자, 편집자가 모두 법정에 섰다. 자연스레 보바리 부인의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이 제기되었다. 그때 플로베르가 내놓은 답이 그 유명한 “마담 보바리, 그것은 바로 나다!”라는 말이다. (중략) 어떻든 그는 속되고 보편적인 모방 욕망의 근원과 그 추이를 속속들이 해부하는 데 성공했다. 의사의 아들로서 메스 대신 펜을 잡은 외과의-소설가였던 셈이다.
--- p.38~39 『변신 이야기』의 저변에는 헬레니즘 특유의 자유롭고 건강한 민주주의가 깔려 있으며, ‘변신’이란 자연의 구성원인 온갖 생명 간의 무한한 생성과 경계 이월, 활기찬 낙관주의의 표현이다. --- p.57 나무는 자기가 비참하다는 것을 모른다. 그러므로 자신의 비참을 아는 것은 비참하다. 그러나 자신이 비참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곧 위대함이다.” 하지만 파스칼은 단순히 사유와 인식만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바는 ‘올바르게 사유하도록 힘쓰자.’는 것이다. 즉, 도덕과 윤리가 중요하다. 그 궁극의 지점에 신의 존재를 상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p.66 니체의 영원 회귀 사상은 결코 얄팍한 니힐리즘이 아니다. 동일한 것의 끊임없는 반복과 권태를 말함도 아니며 단 한 번뿐인 삶이나 존재의 비극을 말함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무수히 쌓였다가 무수히 허물어지되 그러면서도 설움과 분함을 모르는 아이의 모래성 같은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를 에워싼 동물들의 말대로, 춤이며 웃음이며 영원한 시작이며 영원한 움직임이다. --- p.93 총체적인 화해와 사랑을 역설하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환갑을 코앞에 둔 도스토예프스키가 스물네 살 연하의 아내, 어린 아들딸과 더불어 인생의 황금시대를 구가하며 쓴 소설이다. (중략) 젊은 카라마조프들과 소설 속 소년들은 작가 자신의 아이들인바, 이 걸작은 정녕 그들이 살아갈 미래에 바쳐진 ‘위대한 유산’이다. --- p.126 일본 유학 시절 루쉰은 수업 시간에 환등기로 미생물의 형상을 보다가 간첩 혐의로 참수된 중국인과 그를 에워싼 중국인들을 찍은 사진을 접한다. “우매한 국민은 아무리 몸이 성하고 튼튼해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구경거리가 되거나 구경꾼밖에는 될 수 없”(루쉰, 『외침』)다는 사실에 그는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몸’이 아닌 ‘정신’을 고치는(계몽!) 전투적인 문학가의 길을 택한다. --- p.137 『자기만의 방』은 울프의 문학론, 무엇보다도 작가와 현실(환경)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이다. 작가는 작가이기에 앞서 현실이라는 토양에 뿌리를 둔 생활인이라는 것, 문학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 전제이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에게는 물질적 토대, 즉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 p.166 ‘노인’이 주인공임에도 ‘소년’이 더 많이 읽는 『노인과 바다』. ‘소년’이길 멈추고 ‘청년’이 되기 위해 읽었던 이 소설을 우리는 ‘중장년’을 지나 기필코 ‘노인’이 되기 위해 또 한 번 읽게 될 것이다. 한 시절에는 그 역시 소년이었던 산티아고 노인의 말은 그때 더 소중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중략)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p.200 작가는 “『마의 산』은 내가 쓴 것 중에서 가장 관능적인 작품”이지만 “냉철한 문체로 쓰인 작품”이라고 했다. ‘관능’과 ‘냉철,’ 즉 엄정한 시민 사회와 관능적인 예술 세계의 충돌은 이 소설뿐만 아니라 토마스 만의 초기작인 『토니오 크뢰거』 이래 그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어이다. 그것을 체화한 주인공은 응당 작가의 분신이다. --- p.219 프루스트는 환시와 환각의 안개가 드리워진 낯선 시간 속을 헤매며 이미 환(幻)이 돼 버린 ‘잃어버린’ 과거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런 식으로 ‘되찾은’ 현재-영원을 선보인다. 40년에 이르는 인생의 전반부를 ‘한심한 허송세월’에 바치고 나머지 10년을 파리 번화가에 쌓은 자기만의 성에 틀어박힌 채 ‘잃어지고’ ‘살아진’ 시간들과 그 속으로 사라진 ‘이름’, ‘말’, ‘사물’을 살려 내는 데 보낸 작가! --- p.241 장기간에 걸쳐 발표한 여러 단편을 용해해 만들었다는 창작 과정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설국』은 파편적인 장면들의 모자이크처럼 읽힌다. 무엇보다도, 한량이나 다름없는 유부남과 게이샤의 진부한 사랑담을 인간 존재의 한시성에 대한 인식을 담은 소설로 승화한 작가의 솜씨와 세련된 문체가 경이롭다. --- p.256 명징한 구체의 세계(사물)와 모호한 추상의 세계(말) 사이에 놓인 간극을 좁혀 가며 후자에 가까이 가는 과정을 우리는 학습, 나아가 성장이라고 부른다. 사르트르가 말을 배운 방식은 정반대다. 그는 『라루스 대백과사전』 속에서 진짜 새집을 털고 진짜 꽃 위에 앉은 진짜 나비를 잡았다고 고백한다. 사람과 짐승이 모두 ‘진짜로’ 거기 있었다는 것이다. --- p.305 디스토피아 소설로 널리 알려진 조지 오웰의 『1984』는 여러모로 정치 풍자적인 우화에 가깝다. 검은 콧수염을 기른 마흔댓 살쯤의 잘생긴 남자(빅 브라더)는 스탈린을, ‘인민의 적’ 골드스타인은 외모(가느다란 염소수염과 어딘가 지적이면서도 비열해 보이는 얼굴)와 유대인이라는 점, 그 밖의 전기적 사실에 있어 트로츠키를 연상시킨다. (중략) 실제로 문학과 정치의 상관성은 『1984』, 나아가 조지 오웰의 문학을 받치고 있는 축이기도 하다. --- p.325 오히려 숙청의 공포에 벌벌 떨어야 했던 수용소 바깥이 더 극적이지 않았을까. 그 정도로『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속의 수용소는 일상의 공간에 가깝다. 관성의 법칙에 지배되는 일상의 공포가 더 무서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으니까. --- p.339 이 ‘신화적인 19세기’를 넘어서 나보코프는 소설 장르의 새로운 장을 연다. 작가 스스로 가장 애정을 느낀다고 고백한 작품은 『롤리타』이지만 최고작으로 자부하고 격찬한 작품은 『사형장으로의 초대』이다. 독서가 여전히 고도의 지적인 유희로 남기를 바라는 독자에게 권한다. --- p.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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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서울대생들의 창작 열망을 뜨겁게 달군 인기 강의를 책으로 만나다 여러 편의 소설집, 장편 소설을 출간한 소설가이면서 러시아 문학 번역가로서도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작가 김연경은 근 10년을 세계 문학에 몰두하며 지냈다. 2009년 ‘문지 문화원 사이’ 세계 문학 읽기 강좌를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네이버 문학 캐스트와 《책앤》(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면을 통해 세계 문학을 독자들에게 소개했고 2016년부터는 서울대에서 소설 창작 강의와 문학 읽기 강좌를 맡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작가의 서울대 소설 창작 강의는 수강 인원이 꽉 찰 정도로 학생들에게 인기다. 학생들은 이 강의 시간에 고전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작품과 작가에 관해 읽고 토론하며 창작의 기술을 다진다. 작가는 그렇게 10여 년간 “세계 문학의 전범과 전위의 소설을 두루 읽고” 소개하고 가르친 공력을 이 한 권에 담았다. 한 번뿐인 삶을 살면서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기에 우리에게는 책이 필요하다. 한창 공부를 하던 2011년,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태어나서 가장 원초적인 실존으로 돌아간 그때, 저자는 오히려 책의 삶이 얼마나 숭고한 실존인지를 깊이 깨달았다고 한다. “사람은 무릇, 책을 읽어야 사람”이라는 진실. 그렇게 작가는 고전과 함께 살고, 읽고, 쓰며 나아가는, 지면이 단단해지는 삶을 살자고 손을 잡아 이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여전히 모범생일 필요가 있다.” “고전을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은 좋은 길잡이를 만나는 것이다” 작가의 사생활을 엿보며 이해하는 흥미로운 독서를 경험하다 소설을 그 자체만으로 즐겨도 좋지만 시대적 혹은 자전적 배경이나 영향을 끼친 다른 소설 등 작품 외적인 퍼즐 조각을 맞춰 가다 보면 책을 마주하는 즐거움은 그 배가 된다. “거의 모든 글에는 작가의 전기가 정리되어 있는데, 이는 내가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책에 관한 책이자 작가에 관한 책이다. “일찌감치 아버지의 바람인 법조인의 길 대신 전업 작가를 선택해 실로 짐승 같은 필력을 뽐내며 어마어마한 양을 써 댔”던 발자크, “아버지의 교육열과 문화적 열망을 그대로 이어받아 시쳇말로 중산층의 윤리를 체화”한 괴테, 작품의 묵직한 고뇌와 달리 “의사였던 만큼 수술 장면에 대한 묘사가 치밀”했던 메리 셸리, 작품의 묵직한 고뇌와 달리 “도쿄 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수재로서 100편이 훌쩍 넘는 단편 소설을 남기기까지 비교적 무난한 삶을 살았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열 살 무렵부터 구두약 공장에서 일하다가 법률 사무실의 서기, 법원의 속기사, 의회 담당 기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던 디킨스, “부유한 귀족 집안 출신에 병약한 체질, 29년의 짧은 삶,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경, 끊임없는 떠남의 욕구,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낭만화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노발리스……. 소설가 김연경은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마치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이웃인양 조곤조곤 그들의 사생활을 들려준다. 어째서 발자크가 세상의 속물스러움에 천착했는지,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동화적인 이야기를 써낼 수 있던 원인이 저절로 이해가 된다. 유수한 작가와 세계 고전 작품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절로 스며들게 되는 이유다. “독서에도 체계가 필요하다” 머릿속에서 여기저기 헝클어진 지식들을 말끔하게 정리하다 이 책은 기원전 작품부터 현대 작가들까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고전을 엄선해 담았다. 작가가 어릴 때부터 좋아한 『적과 흑』, 『고리오 영감』, 『보바리 부인』 등 19세기 프랑스 소설을 1장으로, 2장은 ‘문학 이상의 문학’을 보여준 작품들과 오늘날 철학서로 자리 잡은 에세이에 관한 글을 함께 엮었다. 인간과 세계의 ‘모순’을 탐구한 문학을 그 다음 3, 4장으로 나누되 4장은 주로 ‘생활과 일상’이 담긴 세태 소설을 담고 작가가 청소년기에 즐겨 읽은 성장 소설과 예술가 소설을 5장에 배치했다. 일본의 근대 소설도 여기에 포함된다. 6장과 7장은 각각 카프카, 카뮈(사르트르), 쿤데라(오웰), 보르헤스(나보코프, 에코)를 염두에 두고 구성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꼼꼼히 읽어도 아리송하게 남는 작품도 있다. 사형 선고를 받고 피렌체에서 영구 추방되어 이탈리아 전역을 떠돌았던 유배자 단테가 직조해 낸 거대한 사후세계의 의미는 무엇인지, 니체의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라는 ‘초인’이란 대체 무엇인지 등… 이제껏 읽으면서도 미진했던 의문들을 이번 기회에 시대적 구분과 더불어 문학사적 체계를 잡아 정리해 보면 어떨까. 각자의 공부나 일에 바빠서 한번쯤 고전에 흠뻑 빠져 볼 시간이 없었던 직장인, 아이에게 독서를 지도하고 싶은 부모님, 창작에 필요한 고전의 힘을 한눈에 익히고 싶은 지망생, 북클럽 활동을 하고 싶지만 여유가 부족하거나, 혹은 모임을 갖기 전에 어느 정도 혼자 읽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 모두에게 『살다, 읽다, 쓰다』는 세계 문학 독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