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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책머리에: 1500년 전에 쓴 ‘역사란 무엇인가’ 『사통』을 읽기에 앞서: 『사통』의 구조와 역사 비평 서문 序 내편 內篇 01. 역사가의 여섯 유파_六家 02. 두 갈래의 역사 체재_二體 03. 말을 기록하는 역사_載言 04. 본기의 유래와 변화_本紀 05. 세가의 유래와 성격_世家 06. 열전의 유래와 성격_列傳 07. 표력의 유래와 특징_表歷 08. 서지의 유래와 변화_書志 09. 다양한 사론의 전개_論贊 10. 서문과 범례의 발달_序例 11. 역사서의 서명과 편제_題目 12. 역사 편찬 대상 시기_斷限 13. 편차의 방식과 오류_編次 14. 호칭 사용의 정확성_稱謂 15. 사료 수집의 적절성_採撰 16. 문장 인용의 주의점_載文 17. 주석의 득실과 우열_補注 18. 인습의 오류와 병폐_因習 19. 출신지 기록의 오류_邑里 20. 언어 표현의 사실성_言語 21. 어쭙잖은 말과 과장_浮詞 22. 서사의 방법과 유의점_敍事 23. 불합리한 인물 평가_品藻 24. 직서의 모범과 전통_直書 25. 곡필의 사례와 영욕_曲筆 26. 역사서에 대한 평가_鑒識 27. 역사서의 배경 억측_探索 28. 역사서 모방의 허실_模擬 29. 서술의 핵심과 폐습_敍事 30. 인물의 선정과 평가_人物 31. 역사가의 재능 비교_核才 32. 서문의 변천과 성격_序傳 33. 서사의 번잡과 생략_煩省 34. 기타 다양한 역사서_雜述 35. 사관의 태도와 자질_辨職 36. 나의 역사학과 사통_自敍 외편 外篇 01. 사관의 발달과 변화_史官建置 02. 정사의 흐름과 종류_古今正史 03. 역사서에 대한 의문_疑古 04. 『춘추』에 대한 의혹_惑經 05. 역사서 비교와 우열_ 申左 06. 번잡한 문장의 삭제_點煩 07. 주요 역사서 비평Ⅰ_雜說上 08. 주요 역사서 비평Ⅱ_雜說中 09. 주요 역사서 비평Ⅲ_雜說下 10. 「오행지」의 오류들_五行志錯誤 11. 「오행지」에 대한 여러 비판_五行志雜駁 12. 무지와 미혹의 사이_暗惑 13. 이대로는 안 됩니다_誤時 『신당서』 권132 「유자현전」 부록 『사통』에 등장하는 주요 역사가 찾아보기 Ⅰ : 인명, 지명, 개념어 찾아보기 Ⅱ : 서명, 편명,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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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에 쓴 ‘역사란 무엇인가’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우리에게 역사학의 고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정의, 곧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언설은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유명한 말이다. E. H. 카는 역사가와 그의 역사적·사회적 환경을 중시하고, 역사적 의의라는 견지에서 행해지는 선택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 중국 당나라 시대의 유지기는 이미 『사통』을 통해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E. H. 카보다 훨씬 상세하게 역사가의 임무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역사를 어떻게 서술해야 하는지까지도 말한다. 또 사료 비판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여러 역사서를 평가하고, 역사가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역사학 개론서로서 『사통』의 구성을 보면 유지기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아래 표는 이 책을 번역한 오항녕 교수가 분류한 『사통』의 구조도인데, 왼쪽의 범주를 참고하면 그의 사평史評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범주 『사통』 내편 『사통』 외편 (1) 역사서 연원과 종류 1. 육가六家 2. 이체二體 3. 재언載言 1. 사관건치史官建置 2. 고금정사古今正史 34. 잡술雜述 (2) 기전체의 구조 4. 본기本紀 5. 세가世家 6. 열전列傳 7. 표력表歷 8. 서지書志 (3) 역사서의 양식 9. 논찬論贊 10. 서례序例 11. 제목題目 12. 단한斷限 13. 편차編次 32. 서전序傳 3. 의고疑古 4. 혹경惑經 5. 신좌申左 6. 점번點煩 7·8·9. 잡설雜說 10. 오행지착오五行志錯誤 11. 오행지잡박五行志雜駁 12. 암혹暗惑 (4) 서술의 기준과 원칙 14. 칭위稱謂 15. 채찬採撰 16. 재문載文 17. 보주補注 18. 인습因習 19. 읍리邑里 20. 언어言語 21. 부사浮詞 22. 서사敍事 23. 품조品藻 24. 직서直書 25. 곡필曲筆 26. 감식鑒識 27. 탐색探索 28. 모의模擬 29. 서사書事 30. 인물人物 33. 번생煩省 (5) 역사가의 자격 31. 핵재核才 35. 변직辨職 집필 배경 서문 36. 자서自舒 13. 오시誤時 ※ 각 편명이 어떤 의미인지는 뒷부분에 실려 있는 책의 차례를 참고. 위 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사통』은 역사서의 범주, 사관 제도의 역사, 역사서에 실리는 기록의 종류, 역사서의 장단점, 분류사의 서술과 특징, 역사 사실의 왜곡과 오류 등을 날카롭게 살핀, 사료 비판에 대한 종합적인 관찰과 서술이다. E. H. 카가 “역사가가 없는 사실은 생명도 없고 의미도 없다.”라고 하면서 역사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유지기는 역사를 서술하는 데 역사가의 재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신당서新唐書』 권132 「유자현전劉子玄傳」에서 유지기는 “역사가가 되는 데는 세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재능(才), 배움(學), 식견(識)이 그것인데, 이를 겸비한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역사가가 적다.… 선악을 반드시 기록하여 폭군이나 적신賊臣이 두려움을 알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역사가가 된다.”(『사통』, 1016쪽)라고 했다. 또한 유지기는 사료가 항상 엄밀하고 신중하게 검사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당대 사료 수집의 비효율성과 무원칙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것은 『사통 내편』 「16. 採撰(채찬) : 사료 수집의 적절성」에서 역사가들과 역사서들을 다양하게 인용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아래 글은 『사통 외편』 「13. 誤時(오시) : 이대로는 안 됩니다」에서 그가 특히 문제 삼은 사료 수집에 관한 비판이다. “전한前漢 시대에는 지방과 각국의 보고서를 태사太史에게 먼저 올리고 부본은 승상丞相에게 올렸습니다. 후한 시대에도 공경公卿의 문서는 처음에 공부公府에 모았다가 나중에 난대蘭台로 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사관이 편찬할 때 광범위한 자료를 갖추어 편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서는 (···) 사관은 스스로 찾아다니며 물어보고 편찬해야 하고, 좌사나 우사도 천자의 기거주를 남기지 않으며, 공경과 백관들도 행장行狀을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주州나 군郡에 가서 풍속을 찾아보아도 충분히 보고 들을 수 없고, 중앙관청에서 제도 변천을 조사해도 관련 기록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이래 가지고는 공자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대롱으로 하늘을 보듯 역사서를 완성해야 할 것입니다.” ―『사통 외편』 「13. 誤時: 이대로는 안 됩니다」 중에서. 992쪽. 공자와 사마천도 피해 가지 못한 당대 역사가의 날선 비판! 중국에서 공자는 최고의 성인이며 역사가이다. 특히 공자가 엮은 『춘추』는 중국 최고의 사서이자 유교 경전으로서, 공자의 비판적인 역사 서술 태도인 ‘춘추필법春秋筆法’은 역사가들과 유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기전체의 역사 편찬 체재를 만들었고, 이 기전체는 중국과 한국의 역대 왕조에서 역사를 서술하는 기본 서술 체재로 채택되었다. 그런 영향으로 그는 오늘날까지도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위대한 역사가로 손꼽힌다. 그런데 중국 5천 년 역사에서 가장 탁월하다는 유지기의 『사통』은 왜 주목 받지 못했을까? 먼저 유지기는 『사통』을 펴내고서 온갖 비판을 들어야 했다. 당연했다. 역사가들과 유가들이 존중해마지 않는 『춘추』를 직설적으로 비판하지 않나, 더 이상 훌륭할 수 없다고 여겼던 역사서 『사기』에 오류가 있다고 하지 않나, 사서에 대한 유지기의 비판과 평론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통 외편』 「4. 惑經(혹경) : 『춘추』에 대한 의혹」은 아예 편 전체에서 공자의 『춘추』를 비판한다. 다음 글은 『춘추』에 의혹이 있는데도 역사가들이 그 명성만 좇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또한 세상 사람들은, 공자가 “원래 하늘이 내리신 장래의 성인으로, 잘하는 것도 많다.”라고 한 말이 곧 『춘추』가 갖추지 않은 장점은 없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춘추』의 실제 모습을 탐구하는 사람은 적은 반면 명성만 따르는 사람은 많아, 서로 부화뇌동하고 실제를 지적할 줄은 모른다. 여기서 다시 논의해보면 『춘추』에 대해 헛되이 찬미하는 것이 다섯 가지가 있다. …(하략)… ―『사통 외편』 「4. 惑經 : 『춘추』에 대한 의혹」 중에서. 730쪽. 위와 같이 공자를 으뜸으로 꼽는 세태를 비판하고 사마천에 대해서도 책의 곳곳에서 비판하고 있으니, 『사통』은 나오자마자 악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점차 『사통』의 진가가 평가되면서부터 그가 강조하고 역설한 역사 서술 체재는 하나의 모범으로서 정착되어갔다. 사서 편찬에 혁명을 일으킨 『사통』을 읽고, 역사를 논하자 『사통』은 워낙 방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많은 역사가와 역사서들이 유지기가 펼치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역사 편찬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유지기의 서술은 접어두더라도―오히려 그 부분은 역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다양한 역사가들의 사서 내용을 일일이 지적하며 비판하는 내용은 동양 고전에 대한 유지기의 깊고 넓은 지식을 가늠하게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현대인이 과연 그 깊이와 넓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설 법도 하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통』을 우리말로 옮긴 오항녕 교수는 자세한 주석을 달아 유지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거의 모든 문장에 주를 달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문의 보충 설명은 물론이고, 유지기가 언급하는 역사가와 역사서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