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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늑대는 죽음을 직시한다
늑대에게는 공포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죽음을 피하지 않는다. 그들은 동료들이나 가족을 위해서 기꺼이 자기 목숨을 희생하며 후손들을 위해서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늑대들은 점점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는 인간을 상대해야만 한다. 그러나 인간은 늑대들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무서운 존재들이다. 그러나 늑대들은 과감하게 인간을 상대로 모험을 감행한다. 인간이 기르는 가축을 습격하고 인간을 상대로 투쟁을 시작한다. 늑대로서는 인간과 싸우는 게 아니라 혹독한 환경과 싸우는 것일 수 있다. 말하자면 죽음과 싸우는 늑대들이다. 그런 때의 늑대들은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 것을 안다. 그들은 확률게임을 한다. 어느 늑대가 희생하면 어느 늑대가 그 희생 덕분에 살아남는 게임을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도 가족과 조직을 위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늑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게임을 벌일 만하지 않은가?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왜 지금 늑대 이야기인가? 몽골인들은 늑대와 인간을 같은 정체성을 가진 운명의 개체로 보았다. 그들은 늑대의 조직력과 강인함을 존중했다. 부상한 동료나 가족을 아끼고 또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늑대……. 그러나 인간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가장 크고 강했다는 시베리아의 늑대는 이제 인간에게 밀려서 멸종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들은 혹독한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의 붕괴에 대항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이 세상은 인간들의 세력권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기준으로 기록하고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아도 늑대의 입장에서 기록하지 않는다. 오직 사냥꾼의 시선으로, 지배자의 시선으로 늑대를 바라볼 뿐이다. 늑대의 힘은 무리에 있고, 무리의 힘은 늑대에 있다 몽골의 사막지대에서부터 더 북쪽 바이칼호가 있는 시베리아는 10년에 한 번 정도 이른바 ‘조드(몽골어로 ‘재앙’이라는 뜻)’라는 무서운 겨울이 찾아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추위보다도 매서운 추위다. 추우면 눈이 내려야 한다. 그래야 물이 부족하지 않게 된다. 만약 광활한 지역에 눈이 내리지 않고 물이 얼어붙는다면? 들소가 물을 찾아가다가 얼어 죽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생명체는 조드에 약하다. 물론 초식동물들이 뜯어 먹을 풀도 없다. 그런 환경이라면 넓은 지역에서 살아서 움직일 수 있는 건 인간이 가축으로 기르는 개체들뿐이다. 인간이 비축해놓은 식물을 주고 얼음을 깨서 물을 마시게 하고 추위로부터 지켜주는 초식동물들만 살아남는다. 그 외의 동물들은 모두 혹독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무서운 겨울이 10년에 한 번씩은 꼭 나타났지만, 이제 지구 온난화 때문에 그나마 10년에 한 번이던 ‘조드’는 5년 혹은 4년마다 나타난다. 본디 늑대는 숲의 황폐화를 막아주는 존재다. 러시아에는 ‘늑대가 사냥을 하면 숲이 자란다’는 속담이 있다. 숲을 황폐하게 만드는 대식가 초식동물들을 사냥해서 개체수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자기보다 몇 배나 큰 초식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맹수는 늑대밖에 없다. 그러나 늑대에게도 ‘조드’가 오는 겨울은 심각한 죽음의 계절이다. 늑대는 죽음을 직시한다. 이 책 《푸른 늑대의 다섯 번째 겨울》은 바로 그 혹독한 겨울을 나는 늑대들의 생존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