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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며
1부_ 열정과 의지의 두 얼굴 1장 의지와 문제의식은 출발점이지 완성이 아니다 정치의 속성을 몰랐던 불운한 왕, 광종 운 좋은 왕자 《정관정요》를 탐독하는 군주 광종의 왕권강화책 피로 얼룩진 숙청의 끝 얻은 것과 잃은 것 빛 바랜 군자의 꿈, 조광조 성균관의 신성 클럽 지방 선비와 명문자제 운동권에서 권력 실세로 승리의 날이 다가오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심각한 자가당착 그들이 세상을 바꾸었을까 2장 이성과 실천, 세상을 바꾸다 열정과 양심 그리고 지성을 갖춘 개혁가, 정몽주 시골 청년의 성공 행동하는 관료 양심과 실천 거인의 최후 정몽주에 관하여 치열한 문제의식이 이룬 승리, 조준과 김지 수수께끼의 책 명문 아닌 명문 조준과 김지의 세미나 《주관육익》과 조준 상소 개혁의 진정한 교훈 2부_ 닫힌 사회에 대한 도전 그리고 한계 1장 세계를 향한 창, 다양한 시선으로 변혁을 꿈꾸다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화두, 이제현 연경의 고려인 더 넓은 세상을 소개하다 세상을 이해하는 눈 이제현식 사대주의의 가치 국가의 백년대계를 추진한 존귀한 행정가, 김육 가난한 수재의 운명과 우연 지지부진하고 지난한 개혁 벙어리 냉가슴 앓는 정부 가난한 나라의 처절한 고민 근본적인 문제를 보다 대동법이 남긴 것 2장 전통의 벽, 그 너머로 고독한 희망을 외치다 변화와 고집 그 경계에서의 삶, 소현세자 북경의 이방인 명나라의 멸망 조선과 청 사이에서 새로운 국제무역센터, 심관 정체된 시대를 향한 도전 있는 그대로의 역사 미래를 향한 절박한 호소, 박제가 세상을 보는 법 고독한 실학자의 상 잠자는 왕국 관념의 벽, 자존심의 벽 박제가와 우리 시대 3장 닫힌 사회, 사고의 틀 안에 갇히다 꿈으로 끝난 전통과 현실의 결합, 유형원 실학의 등장과 유형원 우반동의 명인 그가 꿈꾼 세상 넘을 수 없었던 벽 변화의 인식 그러나 요지부동 세계관, 황현 사팔뜨기 시골 유행 그가 꿈꾼 개혁의 길 개혁가로서의 황현 과거로 달려간 개혁의 선봉장, 흥선대원군 운현궁의 봄 개혁의 시작, 대원위 시대 카리스마의 양면성 비전의 오류가 낳은 실패 슬픈 운명을 지닌 최초의 근대인, 윤치호 파리와 서울의 동상이몽 신흥 가문의 능력 개화의 길, 망국의 길 윤치호의 한계 복잡한 유산 |
林容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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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런 교훈을 되새기고 우리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개혁가들의 면모를 살펴보고자 기획하였다. 이 책에서는 개혁을 추구했던 인물의 삶과 정책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볼 것이다. 자기 경험과 감정적인 열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개혁가들, 자신의 시대를 진단하고 끊임없는 연구와 준비를 통해 변혁을 추구한 개혁가들, 마지막으로 한국사회의 폐쇄적인 세계관과 싸웠던 개혁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글을 시작하며」
물론 어느 정도 인적 청산은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뿐 아니라 중국의 왕조도 이런 사례가 많으며, 현대와 달리 전근대의 청산은 종종 피의 숙청 내지는 비인간적인 방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숙청은 제도개혁을 수반하고, 개혁의 순위가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구성되었을 때 의미가 있다. 광종은 너무 급했고, 정치적 청산의 비중이 너무 높았다. 그는 쉽게 그리고 단숨에 세상을 바꾸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실시한 인적 청산은 섣부른 의사가 단숨에 치료한다고 환부를 바로 절제해버린 격이었다. 환부를 도려내자 과다출혈에 쇼크가 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광종이 기대했던 정치적 안정조차 오지 않았다. 희생자의 유족과 숙청을 지켜보며 분노에 휩싸인 사람들은 다시 새로운 적이 되었다.--- 「정치의 속성을 몰랐던 불운한 왕, 광종」 역사적으로 A라는 정책은 군자가 지지했고, B라는 정책은 소인이 지지했다면 군자의 역사적 사명은 A를 시행하는 것이다. A라는 정책은 제기만 되었을 뿐, 역사상 시행된 적 없는 정책이고 수백, 수천 년이 지난 지금 현실에서 어떤 현상과 부작용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다른 사람이 반론을 제기해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 걸 고민하거나 반대하는 놈은 틀림없이 소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정치에 들어오니 이런 태도만으로는 버티기 곤란하다. 수단과 편법이 필요할 때가 있고, 이상적이라고 믿었던 제도가 막상 시행해보니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여기서 ‘막상 정치를 해보니 선배들의 고충을 이해하겠다’라고 고백해야 할까? 아니다. 도저히 그럴 수 없다. 여기서 전가의 보도가 나온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빛바랜 군자의 꿈, 조광조」 규슈에 사신으로 갔을 때 정몽주는 그곳에 잡혀온 많은 고려 양민이 왜구의 노획물이 되어 사는 것을 보았다. 일부를 데려오긴 했지만 아직 수많은 동포들이 외국에 잡혀 있었다. 그는 조정 대신들에게 호소해서 그들을 되찾아오기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이들의 비극은 곧 우리의 책임이니 사재를 털어 그들을 구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행동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면 한국의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분통이 터지고, 지배층의 행동에 분노가 솟구치는 장면이 이 부분이다. 우리는 수많은 외침을 받았고 그때마다 많은 백성이 외국으로 잡혀갔지만, 지배층은 자신들의 일가친척이 끌려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납치된 백성이나 전쟁포로에 관심이 없었다. 납치된 사람들은 으레 돈을 받고 팔리기 때문에 그들을 되찾아오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정부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전쟁 포로가 죽지 않고 포로가 된 것 자체가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라는 구실을 들며 그들을 외면했다. … 수백 년간 사대부들은 민심이 천심이며,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미사여구를 수도 없이 남겼지만, 정작 정몽주와 같은 행동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열정과 양심 그리고 지성을 갖춘 개혁가, 정몽주」 충선왕과 함께 연경에서 연구를 하고, 전 중국을 돌아다녔던 이제현이 고려 후기 사회에 남긴 역사적 역할은 당장의 어떤 개혁안과 제도가 아니라 바로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화두였다. 이를 위해 이제현은 자기가 급제시킨 신진학자들을 원나라로 보내 다시 그곳의 과거에 응시시켰다. 좀 더 넓은 세상을 보라는 의미였다. … 진정한 개혁가, 진정으로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나라에서 온 법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떤 법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법이며, 어떤 법이 더욱 합리적인가를 추구할 뿐이다.---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화두, 이제현」 김육이 남다른 점은 대동법과 시장경제의 관련성을 완벽하게 간파했다는 사실이다. 그도 대동법 시행을 촉구하는 상소에서는 대동법이 실제 백성의 부담을 줄여주고, 이웃과 친척에게 대납시키는 관행도 없애 도망친 백성이 돌아오게 할 것이다, 국가재정에도 유익하다 등의 기존 논지를 답습했지만, 그건 표면상의 논리였다. 그는 공물문제의 본질이 시장경제의 부재 때문임을 간파하고, 유통경제의 활성화와 화폐 사용을 건의했다. 그것은 조선의 고위관료로서는 아주 획기적인 주장이었다. 이는 분명 중국에서의 장기체류와 견문 덕이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추진한 존귀한 행정가, 김육」 대다수의 토지개혁론자들이 농본적 입장에서 상업에 부정적인 경우가 일반적인데, 유형원이 사업에 호의적이었던 것은 그가 중국과 북벌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선은 모든 제도의 기원을 중국에서 찾지만 정작 중국은 농본사회가 아니었다. 17, 18세기까지도 세계 최대의 부국이자 상업국가였다. 그런 중국을 공격하려면 막대한 군비가 필요했다. 논밭에서 걷는 곡물만 가지고는 10만 군대는커녕 2만의 정규병을 유지하기도 벅찼다. 유형원은 그 외에도 관료제, 군사, 지방제도, 향약과 같은 사회제도 등 국가의 주요 제도 전반에 걸쳐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했다. 공정하고 폭넓은 인재선발을 위해, 이제는 정쟁의 도구가 된 과거제를 개혁하고 각 지방의 학교를 육성한 뒤 그곳의 인재를 지역별로 고르게 등용하자고 했다. 군역 대상자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군포제의 철폐를 주장했고, 향리들의 모리 수단으로 변질된 환곡법의 개혁안도 마련했다.--- 「꿈으로 끝난 전통과 현실의 결합, 유형원」 지방 향리의 단속은 조선의 해묵은 과제 중 하나였다. 특히 17세기 이래로 향리들에 의해 발생하는 폐단은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도 거의 향리의 부패와 심각성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동안 왕이 누구든 향리의 부정을 용납한 적이 없었다. 처벌 규정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규정을 실천하지 못하던 것을 바로 흥선대원군이 행했다. 고종이 즉위하자마자 흥선대원군은 환곡의 누락분이 1,000석이 넘는 자는 효수, 200석~900석까지는 유배, 100석 이하는 장형을 가하게 하고 엄격하게 시행했다. 흥선대원군의 의지는 확고해서 그의 집권기에 많은 향리가 처형되고 처벌을 받았다. 실천과 법의 시행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흥선대원군의 치세는 이전과 달랐다. 사소한 문제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백성이 아우성치고 민란이 터져도 모든 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조정에 지쳐 있던 백성들에게 흥선대원군의 과단성과 실천력은 현대의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커다란 충격과 환호를 불러왔다. --- 「과거로 달려간 개혁의 선봉장, 흥선대원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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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역사의 진보를 이끄는가”
한국 역사를 바꾼 13인의 고독한 도전과 집념 당신은 좌파인가, 우파인가. 혹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무엇인지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그에 따라 ‘부자 쪽이냐, 빈자 쪽이냐’ ‘내 편이냐, 네 편이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내 편, 네 편이 선명해지고 나면, 새로운 정책이 제시되었을 때 그것을 지지할지, 말지를 선택하기도 쉬워진다. ‘내 편이 제시한 정책은 찬성, 네 편이 제시한 정책은 반대’ 하면 그만이다. 우리 현실을 더 나은 쪽으로 발전시켜줄, 그러면서도 가장 부작용이 적을 만한 정책인지 고민하기보다 그 정책을 미는 세력이 누구인지를 먼저 따지는 이런 한심한 모습은 비단 어제, 오늘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며 앞뒤 가리지 않고 자기 편 정책만 추구한다거나, 이상에 사로잡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만 추구한 이런 무리들은 역사 속에서도 여러 번 포착되었다. 신간 『시대의 개혁가들』은 이러한 역사 속 수많은 거짓 개혁가들과 진짜 개혁가들 13인을 선별하여 그들의 과실과 업적을 두루 살펴봄으로써 우리 시대 진정 필요한 개혁가는 과연 누구인지 묻는다.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등의 저서를 통해 역사 속 인물들의 역동성을 발견해내고 다양한 사건의 맥락을 짚어냄으로써 가려진 삶의 진실과 교훈을 도출해내는 작업에 천착해온 저자 임용한은, 이번 책에서 역사 속 대표 개혁가들의 삶을 돌아보며 독자 스스로 무엇이 진짜 개혁인지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었다. 그는 개혁을 추구했던 인물의 삶과 정책을 ‘자기 경험과 감정적인 열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경우’ ‘자신의 시대를 진단하고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변혁을 추구한 경우’ ‘한국사회의 폐쇄적인 세계관과 싸웠던 경우’ 세 가지로 나누어 해부한다. 이들이 내세운 정책은 때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으며, 때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러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한편,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꿈꿨던 이들이 필연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던 생의 비극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포착한다. 무엇이 진짜 개혁인가? 역사 속 개혁가들에 관한 전혀 색다른 평가 이 책에 등장하는 개혁가 13인을 한 명, 한 명 살펴보다 보면 두 가지 점에서 갸웃거리게 된다. 먼저 만적이나 홍경래, 전봉준과 같은 혁명가들 이야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의아스럽다. 이에 대해 저자는 ‘반란과 무장봉기 같은 급진적 행동의 역사적 가치를 부정하고 오직 점진적ㆍ정책적 개혁만이 올바른 개혁이라고 주장한다는 오해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의 주제 자체가 정책과 개혁안을 중심으로 개혁을 살펴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다음으로 흔히 우리가 보수파로 알고 있는 정몽준, 황현이나 흥선대원군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이 놀랍다. 이에 대한 해답은 저자가 정몽주 편에서 언급한 다음의 구절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충신과 대학자라는 명예는 현대에도 소중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양심적이고 헌신적이며, 도전적인 정몽주의 행적과 그 가치를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개혁의 방법, 사회의 변혁과 발전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일갈한다. 즉, 우리가 ‘개혁’에 대해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혁이란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문제 한 가지를 뜯어 고치는 데 있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 탐욕스럽고 부정부패에 찌든 관리가 있다. 이 관리 한 명을 내치기는 쉽다. 하지만 이 관리 한 명을 내친다고 해서 모든 부패가 사라질까? 혹은 이 관리 한 명을 내치는 것이 연쇄적으로 다른 부작용을 불러오지는 않을까? 진짜 개혁이란 이렇듯 새로운 정책이 가져올 여러 가지 결과를 예측하고 그것의 역기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장치까지 함께 준비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기존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새롭게 주창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개혁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려와 조선의 대표적인 개혁가들로 불리는 광종과 조광조에 대해 그는 비교적 인색한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보수파로 알려진 정몽주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역사 인물들에 관해 그간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을 지적함으로써 진짜 개혁, 진짜 개혁가에 관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하겠다. 변혁을 꿈꾼 군자 조광조에서 구식 개혁의 선봉장 흥선대원군까지 다른 세상을 꿈꾼 그들의 위험한 고민과 흥미로운 행보 이 책의 또 한 가지 미덕은 13인의 이야기가 탄생부터 죽음까지 흥미진진하게 서술되고 있어, 읽는 재미를 줌과 함께 그들이 왜 개혁가의 길을 선택했으며, 왜 각 시대의 당면 과제를 그러한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는지 그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점이다. 앞선 왕들이 모두 왕위 유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망하자, 즉위 후 7년간 자신의 본모습을 감춘 채 힘을 키워 마침내 피로 얼룩진 숙청을 단행한 왕 광종. 양식이 부족해 쌀밥 대신 토란과 밤을 먹으며 밑바닥 생활을 경험한 덕에, 사회문제를 먼저 원칙과 이념으로 재단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직시하는 태도를 지닐 수 있었던 김육. 남다른 통찰력을 키웠기에, 사신으로 파견되어 중국의 도시와 시장을 잠깐 걸어본 것만으로 ‘소비가 생산을 촉진한다’는 20세기에나 가능한 결론을 도출해낸 박제가. 이들은 모두 평탄치 않은 삶의 고비, 고비를 겪으며 다른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또한 다른 세상을 꿈꾼 탓에 대부분 험난한 인생여정을 거치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고 말았다. 이들 삶의 궤적을 좇다 보면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몸소 실감하게 된다. 또한 이들이 어떤 진정성을 갖고 개혁 과제에 접근했는지, 그럼에도 진정성만으로 개혁 과제가 완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극적으로 이들이 가진 프레임의 한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곧 현재를 사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개혁의 방향은 물론 경계해야 할 지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힌트를 준다. 온 생애를 바쳐 개혁 의지를 불태웠던 이 역사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 사회 개혁세력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힘들더라도 왜 개혁을 추진해야 하며, 성공하는 개혁의 조건은 무엇이고,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개혁가는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