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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왕
동제의 분노 천시, 지리, 인화 적이 없는 전쟁 양견의 최후 가연 고구려 정벌 요하전투 요동성 평양성 싸움 별동대 살수 |
金辰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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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우리의 5천 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은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때에 따라 바뀌기도 하지만, 항상 맨 마지막까지 후보에 남는 인물이 있다면 그는 바로 을지문덕이다.
이것은 그의 인품이 출중하거나 인격이 훌륭해서가 아니다.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전투병만 113만, 궤운자까지 하면 실로 3백만에 가까운 역사상 최대의 병력이 동원된 중국 침공군을 완전히 궤멸시켰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113만 명의 군이면 맨손으로 행진해와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산맥이요, 바다가 아닌가. 세계 전쟁사에 유례가 없는 이런 초대규모의 병력을 얼마 되지 않는 인구를 지휘해 전멸시켰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나는 을지문덕이 정말 자랑스럽다. 동시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 우리는 을지문덕을 얼마나 알고 있나? 그는 언제 태어났으며 어디에서 태어났는가? 또, 누구의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벼슬은 무엇을 했고 어떻게 살았으며 언제 죽었는가? - 작가의 말 왕세적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전공을 보고했지만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양견의 기색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왕세적! 그래서 네놈은 몇 놈의 목을 가지고 왔단 말이냐?” 아니나 다를까, 양견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폐하! 저는 적의 침공을 봉쇄했습니다. 그것도 싸움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즉 우리 측의 손실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출병에 고구려군이 모두 퇴각했다면 이것으로 원정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미친놈!” 양견의 입에서 노골적인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폐, 폐하.” “내 너를 믿었건만 고작 고구려 쥐새끼들에게 놀아난단 말이냐!” “그들은 꽁지 빠진 개마냥…….” “이 개떡 같은 놈아! 그래 20만 대군을 이끌고 고작 1만의 말갈 쥐새끼를 쫓아다닌 게 그렇게도…… 그렇게도…… 어억!” “폐. 폐하!” --- p.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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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임금을 이은 순임금은 즉위에 즈음하여
먼저 예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겨, 동방의 군자국에 사신을 보내 인사를 올렸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수나라의 한 사관이 찾아낸 ‘상서’라는 문서에서 비롯된다. 중원을 통일하고 황위에 오른 양견은 자신이 천자임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한 제례를 준비하던 중, 요순시대의 순임금이 즉위 후 동방의 군자국에 사신을 보내 예를 갖추었다는 기록을 발견하고는 진노한다. 『시경』의 한혁편과 동한시대 왕부가 지은 『잠부론』에 따르면, ‘동방의 군자국’이란 바로 당시의 고구려였던 것이다. 일개 소국이면서도 수나라에 조공도 바치지 않는 고구려를 찾아가 예를 갖춘다는 것은 양견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 바, 양견은 남아있는 기록들을 불태우는 것으로도 모자라 고구려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이에, 포악하나 어리석은 태자 양용은 황제의 뜻에 따라 고구려를 침하기 위해 30만 군사를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한편, 첩자를 통해 전쟁이 일어날 것임을 알게 된 을지문덕은, 영양왕을 찾아가 묘책을 일러준 후, 수나라가 보낸 사신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림으로써 전쟁을 촉발한다. 예정대로라면 가을에 치러질 전쟁이었으나 고구려가 보여준 일련의 도발적인 행위들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수나라의 양견은 이성을 잃은 나머지, 봄이 끝나가던 어느 날 고구려로 출정을 명한다. 그러나 사기충천한 수의 군사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에 부딪혀 싸우기도 전에 죽어나가고, 이를 계기로 아버지 양견과 형 양용을 죽음으로 몰아 황제의 자리에 오른 양광은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을지문덕이 있음을 직감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