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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609호
2장 ― 계정명 joy0331 3장 ― 안개꽃 |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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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김별하 양 피살 사건이 이제 1주년을 맞이하는데요. 당시 주임검사로서 감회가 어떠세요?”
그냥 지나치려던 강한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는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김별하 양 피살 사건이 아니라, 지온유 살인 사건입니다.” “네?” “사건에 피해자 이름을 붙여서 부르지 말라는 얘깁니다. 가해자라면 몰라도.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우선 생각해야죠.” --- p.13 “그래, 전혀 상관없는 기록이지. 조금만 신경 써서 봤으면 알 수 있었을 텐데, 저 사람은 몰랐어. 류소원, 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소원은 이건 또 무슨 선문답인가 싶어 벙찔 뿐이었다. 강한은 그런 소원을 향해 자문자답하듯 말했다. “바로 두려움 때문이야. 두려움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거든.” --- p.223 강한은 1년 전 검사실에서 열아홉 살짜리 지적장애인 소년을 마주쳤던 순간을 떠올렸다. 답답함. 가장 먼저 되돌아오는 것은 바로 그 감정이었다. 증거가 뻔히 있는데도 마치 고장 난 라디오처럼 ‘아니다’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동문서답하던 지온유. 그런 지온유를 보면서 강한은 절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그 말, ‘병신’이라는 단어가 목구멍 끝까지 치밀어 오르곤 했다. 그만큼 화가 났다. 지온유의 태도가, 언행이, 그가 저질렀던 끔찍한 범죄가. --- p.249 “피해자 이름은 김별하, 성암초등학교 6학년이고 열세 살, 만으로는 12세인 여아입니다. 인근 주상복합아파트에 살고 있고…… 아니, 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는 학교 바로 앞에 있는 발레학원입니다. 오후 2시 50분에 수업이 끝난 후 3시 30분부터 5시까지 발레 수업을 받고 갔는데, 집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오늘이, 아니 어제가…….” 한 경감은 거기서 잠시 멈칫했다.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무거운 목소리가 밀려나왔다. “어제가 피해자의 생일이었답니다. 그래서 피해자 엄마가 생일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네요. 친구들을 초대하는 생일파티는 주말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하기로 했고요. 그런데 저녁이 되어도 피해자가 돌아오지 않자 그때부터 찾아다닌 모양입니다. 학교와 발레학원에도 와보고, 친구들한테 전화도 돌리고. 그래도 행방을 알 수 없자 저녁 8시에 전화로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 p.307 “형, 이 안에 카드가 있어요. 그런데 꽃 사이에 꽂혀 있는 게 아니라 바닥에 깔려 있어요.” “카드에 뭐라고 쓰여 있지?” 소원은 바구니를 옆으로 기울여 카드가 밖으로 굴러 나오게 했다. 그 장면을 보던 고 판사도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카드가 창틀에 떨어지자, 소원이 볼펜으로 벌려 안에 쓰인 문장을 확인했다. “1년 전 오늘, 넌 뭘 했지?” 소원이 그 글자를 소리 내어 읽는 순간, 병실 안에는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강한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정말이지 지독하리만큼 스스로의 패턴에 얽매이는 놈이었다. --- p.530 “잘 들어, 류뚱. 사람에게 ‘절대로’라는 건 없는 거야. 이 세상엔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도,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도 없어. 그저 악의 유혹에 상대적으로 강한 사람이 있고, 약한 사람이 있을 뿐이지. 일단 한번 방향을 잡고 나면, 그다음은 상황이 몰아가는 거야. 알아들었어?” --- p.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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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폐공장에서 13세 초등학생이 전라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이는 IQ 65의 3급 지적장애인 지온유. 지온유는 모든 증거가 자신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온 사회를 분노로 들끓게 했다. 담당 검사인 강한은 사회 전체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지온유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폐소공포증에 시달리던 지온유는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로부터 1년 뒤, 지온유 사건으로 스타 검사가 된 강한은 차기 대권 주자의 예비 사위가 되지만, 약혼식장에서 의문의 테러를 당하며 그의 인생은 한순간 절정에서 나락으로 추락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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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좋아하는 대중,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힌 법 집행자,
권력에 눈먼 정치 권력자들이 만든 참극. 현직 검사의 눈으로 현실과 닮은 세계를 그리다. 대중문화 속 검사는 권력에 눈먼 ‘악의 화신’, 아니면 완전무결한 ‘정의의 사도’ 정도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네와 닮은 평범한 검사들이 더 많다. 실제 검사이기도 한 작가는 『암흑검사』의 주인공 강한을 통해 대한민국 검사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감정도 있고 약점도 있지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검사들의 모습을 말이다. 동시에 이 소설은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담아냈다. 사건의 진실보다는 클릭 수에 집착하는 언론과 마녀사냥 좋아하는 대중,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힌 법 집행자와 도덕성이 결여된 채 권력에만 눈먼 정치인까지 『암흑검사』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13세 소녀가 잔혹하게 살해된 지 1년.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고 판결했던 경찰, 검사, 판사에게 끔찍한 테러가 자행되면서 모두의 기억에서 희미해져가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악몽 같은 소시오패스 살인마가 날뛰기 시작한다는 이야기. 『암흑검사』는 우리 모두의 욕망이 어떤 참극을 빚을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대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