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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덮어둘 일이지
미당 서정주의 아우 우하 서정태 90세 시인이 들려주는 노래 90편
서정태권혁재 사진
시와 201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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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학이 우는 날
무슨 꽃으로 피었기에
선운리에 와 보니
물빛과 꽃향기
내 마음은

저자 소개 2

1923년 전북 고창 출생. 1939년부터 1943년까지 일본 유학 후 1946년부터 삼십여 년간 언론계에 종사했다. 1978년부터 현재까지 정읍, 춘천, 고창에서 칩거하고 있다. 1947년부터 잡지, 신문등에 작품을 발표했으며 시집 『천치의 노래』를 출간했다.

사진권혁재

 
1994년 경향신문에서 사진기자로 일하기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나는 찍는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로 사는 ‘사진 인류’다. DSLR이든 핸드폰이든 가리지 않지만, 독자와 같은 눈높이로 소통하려 2017년부터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권혁재 핸드폰사진관」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해 왔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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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2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52g | 128*190*20mm
ISBN13
9788982121975

출판사 리뷰

90세 시인이 들려주는 소박한 삶의 노래

미당 서정주의 아우 우하 서정태 시인의 평생 두 번째 시집이 발간되었다. 1986년《천치의 노래》에 이어, 두 번째 내는 이 시집에는 미당 서정주의 동생으로 살아야 했던 지난 시간들이 인내와 성찰의 시 안으로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90세 노 시인은 미당문학관과 미당 생가 옆에 작은 초가집을 짓고 홀로 칩거하며 삶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노래는 두어 평 남짓한 방 하나가 상징하듯 소박한 그의 삶을 닮아 있다. 숱한 고비들을 묵묵히 넘어 온 아흔 해의 그의 삶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시로 승화되었다.

뜰 앞에 심은 다박솔이 커서
학이 날아 와 우는 날

그 하늘 너무나 맑기만 해
천상의 피리소리도 들리는 날

오래도록 참아왔던 나의 노래
그때에나 한 곡조 불러보리
_「학이 우는 날」 전문

삶을 응시하는 고요한 시선

서정태 시인의 시는 고요하기 그지없다. 도시의 소음이나 거친 삶의 흔적들은 그의 시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시는 회색빛 도시 속에서 켜켜이 쌓인 소음의 더미를 한 꺼풀씩 벗어던지는 깨달음을 선사한다. 느리고 고요하게 인내하는 삶을 보여준다.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질마재 몰랭이 그 어디쯤 해서
옹달샘이고 싶다

미친 바람이 불어싸도
물결이 일지 않는
그저 조용하기만

……

문명에 쫓기어 작은 짐승 몇 마리
머물다 가는
그런 옹달샘이고 싶다
_「옹달샘」 중에서

서정태 시인은 말한다. 그는 ‘문명에 쫓기어’ 살아가는 작은 생명까지도 품을 수 있도록 ‘그저 조용하기만 한 옹달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스스로가 고요해지자 비로소 다른 생명까지도 품을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는 시 속에서 고요함이 사람을 성숙시키는 인내의 산물임을 노래하고 있다.

사물과 조응하는 관찰자

서정태의 시는 자연 그대로의 삶과 소통한다. 그의 시에서는 흘러가는 시냇물 한 줄기,하찮은 돌멩이 하나까지도 작은 생명을 얻는다.

하늘에서 종달새 운다
구름에 씻기우고
바람에 말리어
고운 소리로

파란 들녘엔 앉은뱅이 꽃들
민들레 난순개 씨름꽃 할미꽃
어린아이들도 몇 명
노닐고 있다

강에는
막걸리라도 한 말쯤 싣고
배가 한 척
소리 없이 유영하고 있다

……
_「어떤 풍경」 중에서

한 마리 ‘종달새’도 ‘민들레 난순개 씨름꽃 할미꽃’과 같은 앉은뱅이 꽃들도, 그의 화폭에선 모두가 하나가 된다. 그는 그 ‘무엇도 바라지’ 않고 그저 그들과 조응하며 관찰하고 있다. 소박하게 더도 덜도 없이 사는 삶 속에서는 주변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조차 소중한 생명이고 친구임을 깨닫게 한다.

삶의 고비들을 지나 온 관조와 성찰

우하 서정태 시인의 시는 그의 삶과 닮아 있다.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그의 삶은 그 속에 숱한 고비들을 품고서 따뜻한 성찰의 시가 되었다.

의젓이 잎이 솟아 있는 난은
작은 공간에서도 천지를 함께하고

온갖 잡귀가
갖은 짓 다 부리던 요사한 계절

……

가을의 호수 겨울의 설원
그런 것도 거느리면서

그렇게 살 수 없을까
난처럼…….
_「난처럼」 중에서

그는 ‘온갖 악귀가 갖은 짓 다 부리던 요사한’ 시간들을 건너 ‘천둥벼락 치던 싸움판’ 같던 시련들까지도 모두 ‘한 가닥’ 꿈으로 돌리고 ‘의젓한’ 삶으로 회귀한다. 아흔 살 노 시인은 자신의 지난 아픔들을 성찰하고 비로소 시로 승화시키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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