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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제1부 금융의 주역 1장 금융의 원조, 상업은행 샤일록은 왜 은행을 키우지 못했나? 이탈리아 북부에서 발흥한 환전업 | 메디치 은행의 영리한 사업 방식 | 교황청은 어떤 논리로 은행업을 승인했나? 은행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은행업의 기본은 예금과 대출 | 심사 능력으로 정보 비대칭성을 극복한다 | 은행업은 정보 산업이다 | 만기 변환 기능의 빛과 그늘 은행을 어디까지 규제할 것인가? 은행의 고사를 막기 위해 꺼내 든 규제 완화 | 규제가 줄면 리스크가 는다 | 신종 부외 사업의 유혹 | 현대 은행 경영의 딜레마 | 규제가 만능일 수 없는 이유 보론 | 금융 생태계의 관점에서 은행업 바라보기 2장 금융의 인프라, 중앙은행 통화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화폐가 없다면? | 조개껍질에서 금화까지 |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중앙은행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17세기는 금융 혁신의 세기 | 영국은행은 원래 민간 기업이었다 | 미국에서 중앙은행 설립이 늦어진 이유 | 연준은 분권형 중앙은행이다 | 연준의 역할은 술판 깨기? 중앙은행에 맡겨진 역할 정부의 은행, 은행의 은행 | 『오즈의 마법사』 정치적으로 읽기 | 통화량 조절이라는 까다로운 과제 | 신용은 어떻게 창조되는가? 케인스, 중앙은행의 마법을 뒷받침하다 통화량과 이자율은 별개라고 생각한 고전학파 | 화폐를 복권시킨 케인스 혁명 | 통화량은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 중앙은행은 왜 통화량 조절에 실패하는가? | 통화량 목표치에서 이자율 목표치로 보론 | 유효 수요의 거시경제학 3장 자본 시장의 주역, 투자은행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은 어떻게 다른가? 인수, 트레이딩, 리서치는 투자은행의 3대 핵심 업무 | 투자은행의 주 무대는 자본 시장이다 | 주식 가치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 채권의 본질적 가치 평가하기 | 자본 시장만으로는 부족하다 | 순간적인 가격 틈새를 노리는 아비트라지 극도의 혼란에도 머니 게임을 즐기는 투자은행 투자은행업은 왜 미국에서 발전했는가? | 유대계와 앵글로·색슨계로 이원화하다 | 혁신은 투자은행의 DNA다 | 증시 폭락의 주범으로 몰리다 IT로 다시 날개를 달다 금융경제학과 접목하다 | 수익을 좇아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다 | 위험 회피형에서 위험 추수형으로 보론 | 투자은행의 M&A 접근 방식 4장 기관 투자의 대명사, 펀드 펀드 시대가 열리다 펀드란 무엇인가? | 펀드의 구조 | 계란을 바구니 하나에 모두 담지 말라 | 통계학적으로 본 분산 투자의 원리 | 분산이 가능한 위험과 불가능한 위험이 있다 | 다양한 종류의 펀드들 자본 시장은 효율적인가? 주가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까? | 주식 시장은 얼마나 효율적인가? | 전문 인력 무용론은 타당한가? | 효율적 시장에도 약간의 빈틈은 있다 | 기술적 분석, 근본적 분석이 설 자리는 없을까? 배타적 투자로 악명 높은 헤지 펀드와 사모 펀드 짧은 기간에 급성장한 헤지 펀드 | 롱·쇼트 전략을 통한 밀고 당기기 | 헤지 펀드는 절대 악인가 필요악인가 | 기업 재생과 M&A의 첨병, 사모 펀드 | 사모 펀드의 한국 상륙과 사회적 공방 보론1 | 보험업의 원리와 재난 채권 보론2 | 헤지 펀드의 시장 교란 사례 2부 현대 금융의 진화 5장 주주 가치를 높여라 주식회사라는 새로운 실험 법인격과 유한 책임성이 문제 되다 | 주주 주권을 놓고 공방을 펼치다 | 주주 주권은 주주의 전횡인가? | 침묵하는 주주에서 행동하는 주주로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잴 수 있을까? 기업 재무의 사이클 | 주식 자본 비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총자본 비용 산출하기 | 미래의 캐시플로를 추정해 기업 가치를 구한다 | 기업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인수·합병은 기업 가치를 높이는가? 시너지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 시너지 없는 인수·합병은 허구다 | 적대적 인수·합병 | 어떤 회사가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되는가? | 부채를 동원해 매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 사회 심리를 고려할 것인가, 기업 가치를 높일 것인가 보론 | 기업 지배 구조 논쟁 6장 미래의 위험을 거래하는 파생상품 선도 거래를 표준화한 선물 거래 선도 거래와 선물 거래의 차이 | 선물의 기본 기능은 위험 헤지다 | 투자 여력 없이도 가능한 선물 투기의 매력 | 선물 거래자의 변심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선물 거래의 진화 금융 선물이 등장하다 | 금융 선물을 이용한 헤지와 투기 |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에서 아비트라지가 발동한다 | 선물 거래는 복제 가능하다 보유자에게 권리가 주어지는 옵션 거래 권리를 얻는 만큼 대가를 내야 한다 | 옵션의 기본 구조 | 주식과 연계된 다양한 옵션들 | 옵션을 활용한 헤지 및 투기 전략 옵션 가격은 어떻게 도출하는가? 옵션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노력들 | 경제학의 새 시대를 연 블랙·숄스 모델 | 옵션 가격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인 | 날씨도 파생상품으로 거래된다고? | 헤지·투기의 혼합 상품 키코의 치명적인 위험성 보론 | 통화 스와프와 이자율 스와프 7장 빈발, 연발하는 금융 위기 인터넷 투자 열풍이 불다 닷컴 열풍이 광풍으로 | 거품이 사기를 만났을 때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서브프라임 위기 누가 이들에게 대출해 주었나? | 마침내 거품이 파열하다 | 위기의 거시적 구조를 봐야 한다 | 세 개의 수도꼭지를 열다 | 규제 개혁 요구가 분출하다 | 복잡한 현실, 해답 없는 논쟁 자본 자유화가 빚어낸 새로운 위기 전통적 통화 위기와 신종 통화 위기 | 자본 자유화의 두 얼굴 | 자본 이탈로 촉발된 멕시코의 통화 위기 | 태국의 통화 위기가 동아시아로 확산되다 | 외부 조건만이 문제였을까? 지금까지의 해답 삼위일체 불가능성 원리 | 신뢰의 게임이라는 또 다른 문제 | 그러나 자본 규제가 답은 아니다 보론 | 증권화라는 또 하나의 금융공학 8장 세계 금융 지도 금융의 패권을 쥔 미국 월스트리트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 월스트리트가 왜 세계 금융의 중심인가? | 미국 중심의 금융 질서가 지속될 것인가? | 기축 통화 달러의 정치경제학 영국의 금융 강국 지위는 계속된다 영국의 패권은 상업혁명이 토대였다 | 런던이 살아남은 이유 | 금융 허브 런던의 오늘과 내일 단일 통화로 통합된 유럽 유로화 통합의 발자취 | 유로의 존재감이 높아진다 중국은 금융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중국의 금융은 왜 지체되어 왔나? | 금융 자원 배분에 국가가 나서야 하는 현실 | 막대한 외환 보유고의 숨은 사정 | 중국이 금융 패권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 금융의 마이너 리그 조세 회피처로 각광받는 나라들 | 스위스의 프라이빗 뱅킹 | 포스트 원유 시대를 대비하는 중동 산유국 동아시아의 금융 허브 경쟁 국제화에 지체된 도쿄 | 일국양제하의 홍콩 | 자유주의로 매진하는 싱가포르 | 한국 금융의 미래 보론1 | 조세 회피처 보론2 | 이슬람 금융 참고문헌 사진 저작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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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빌려 주려는 자(흑자 주체)는 어떤 자가 정직하고 성실한지 분별하기 어려우므로 돈을 빌리고자 하는 자(적자 주체)를 일단 의심하면서 높은 이자를 부과한다. 그러면 정직하고 성실한 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신용에 비해 이자가 너무 혹독하므로 돈 빌리기를 포기한다. 반면에 정직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자는 그저 남의 돈을 빌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으므로 높은 이자에도 돈을 빌리려고 한다. 이처럼 상대의 신용에 대한 평가가 어려워 높은 이자를 부과한 결과 신용 위험이 높은 자에게 돈이 흘러가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이 바로 '역선택의 문제'다.
그런데 역선택은 종종 도덕적 해이의 문제로 이어진다. 정직하지도 성실하지도 못한 자는 돈을 빌리고 난 후 그저 큰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에 무조건 수익률이 높은 사업에 뛰어든다. 그런데 수익률이 높은 사업은 예외 없이 위험이 큰 사업이라 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돈을 빌린 자가 돈을 신중하게 운용하는 게 아니라 고위험, 고수익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탕진하게 된다. 이처럼 흑자 주체와 적자 주체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로 인해 역선택이 빚어지고 이것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 그 결과 돈을 빌려 주면 뜯기기 쉽다는 경험이 축적되면서 흑자 주체는 돈을 빌려 주기를 꺼리게 되고, 그 결과 금융이 위축된다. 이처럼 정보 비대칭의 문제로 인해 금융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이 문제를 위험의 분산과 규모의 경제로 해결한 것이 바로 은행이다.---pp.35-36 '금융의 원조, 상업은행' 트레이더들은 왜 적시에 손실을 털어 내지 못하는가? 전통적으로 경제학에서는 합리적인 인간을 '경제인(economic man)'으로 상정해 왔다. 그런데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각종 심리적인 편향(psychological bias)에 의해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이 시장의 가격을 왜곡시킨다. 이로 인해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현대 사회과학의 기본 가정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 새로이 등장했으며, 금융 분야에서는 행동금융학(behavioral finance)이라는 분파가 만들어져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의 선구적인 연구 업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이 이익과 손실 앞에서 비대칭적으로 행동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규명했다. 그동안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위험 회피적(risk-averse)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해 왔는데, 카너먼의 주장은 인간이 이익 앞에서는 위험 회피적이지만 손실 앞에서는 위험 추수적(risk-seeking)으로 바뀌면서 일관성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트레이더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카너먼의 주장이 쉽게 이해된다. 트레이더는 자신이 만든 투기 포지션에서 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즉각 실현하고자 한다. 그대로 놔두면 더 큰 이익이 발생할 여지가 있음에도 트레이더들은 당장의 이익 앞에서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한다. 반면 투기 포지션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트레이더들은 이 손실의 실현을 가급적 미루고자 한다. 그대로 놔두면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여지가 큰데도 손실이 당장 실현되는 것이 싫어 더 큰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다. 사실 전통적 경제학에서 주장하듯이 트레이더들이 합리적이라면 당장에 이익이 나건 손실이 나건 일관되게 위험 회피적으로 행동해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pp.55-56 '금융의 원조, 상업은행' 화폐가 없다면? 물물 교환의 경제를 생각해 보면 통화가 왜 중요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일을 갖고 있는 자가 이를 생선과 교환하기를 원한다고 하자. 이 사람은 일단 생선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충분조건이 아니다. 생선을 가진 자가 과일과 교환하기를 원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교환은 성사되지 않는다. 이처럼 통화가 존재하지 않는 물물 교환의 경제에서는 쌍방의 교환 욕구가 정확히 일치해야 하는 문제, 다시 말해 '이중의 우연에 의한 욕망의 합치(double coincidence of wants)'가 이뤄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조건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자급자족 방식에 의존해 궁핍하게 살아가야 한다. 또 물물 교환의 경제에는 통화라는 공통의 가치 측정 단위가 없어 막대한 거래 비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1000개의 물건이 존재한다면, 한 물건의 가치는 공통의 척도가 없기 때문에 999개의 상대 가격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따라서 1000개의 물건이 존재하는 사회에는 1000C2라는 산식에 의해 49만 9500개의 가격이 만들어진다. 반면에 공통의 통화가 존재할 경우에는 1000개의 물건에 대해 1000개의 가격만이 형성되어 경제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pp.71-73 '금융의 인프라, 중앙은행' 선물은 앞에서 예로 든 바가 있듯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크리스마스이브를 혼자 보내야 하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미리 데이트 약속을 해 둔 것과 같다. 이처럼 선물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서로 약속을 맺은 것이므로 약속 이행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즉 일단 데이트 약속을 했다면 크리스마스이브 전에 더 좋은 데이트 상대가 나타나도 이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만 한다. 이처럼 선물은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야 하는 하향 손실(downside loss)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더 좋은 데이트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상향 이익(upside profit)의 가능성을 포기한다는 특성이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옵션이 등장한다. 옵션은 하향 손실의 위험을 회피하면서도 동시에 상향 이익의 기회를 열어 두는 특성이 있다. 앞의 예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데이트 약속을 할 때 남자가 여자에게 "만약 크리스마스이브에 '다른 약속이 없으면' 나랑 만나자."라고 했다고 하자. 즉 "다른 약속이 없으면"이라는 조건을 닮으로써 여자에게 약속 이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옵션을 부여한 것이다. 이제 여자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이 남자와 데이트를 해도 좋고, 혹 그사이에 더 좋은 남자가 나타나면 옵션을 행사해서 더 좋은 남자와 데이트를 해도 좋다. 이처럼 옵션은 이를 부여한 자에게는 의무이지만, 이를 부여받은 자에게는 선택의 권리가 된다.---p.339 '미래의 위험을 거래하는 파생상품' 금융의 역사에는 인터넷과 같은 신기술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 붐이 일어난 적이 많았다. 1850년대의 철도 건설이 한 예다. 철도는 통신업, 유통업을 크게 부흥시킬 것으로 기대되었고, 실제 이들 업체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철도 회사의 높은 주가가 정당화될 수는 없었다. 철도 회사가 경제 전반의 효율을 높인다고 해서 이익을 많이 내고 주가가 반드시 높아져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신흥 전력 산업도 공장의 배치와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면서 경제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전력 회사는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아 20세기 전반에 걸쳐 주가가 매우 낮았다. 이후 자동차, 라디오, 비행기, TV 등 신기술 제품들이 계속 등장했으나 열광적으로 기대를 모았던 것과는 달리 높은 주가 형성에 실패했다. 이처럼 신기술 산업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다고 신기술 산업이 높은 이윤을 창출하고 높은 주가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효율을 높였지만, 그렇다고 인터넷 기업들이 큰돈을 번 것은 아니었다. 결국 인터넷 거품은 파열했다. ---pp.384-385 '빈발, 연발하는 금융 위기' 서브프라임 위기 때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변동 환율제가 정착되어 있었음에도 서브프라임 위기의 여파로 외자가 빠르게 이탈하면서 통화 위기의 위험성이 재차 부각되었다.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가 충분했고 국내 금융 기관이 미국 주택 대출 유동화 증권에 투자한 규모도 크지 않았다. 단지 경상 무역 수지가 소폭의 적자 상태였고 금융 기관의 단기 외채 비중이 다소 높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작은 이유만으로 국제 자본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보다 단기 외채 비중이 월등히 높고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 손실도 훨씬 큰 영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국제 자본의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아 크게 대조를 이루었다. 크루그먼은 이 같은 현상을 가리켜 "신뢰의 게임(game of confidence)"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똑같이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데도 어떤 나라에서는 유사시 국제 자본의 이탈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반면 어떤 나라는 매우 급속하고 과대하게 외자가 이탈하면서 통화 가치가 무제한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진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한국과 같이 금융 시장 개방의 경험이 일천한 나라의 입장에서 매우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금융 당국이 경제 사정을 고려해 자본 자유화를 선택하고 고정 환율제를 포기했는데, 나머지 하나의 목표인 금융 정책의 자율성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대외 신인도가 높지 않은 나라일 경우 자본 자유화가 이뤄진 환경에서는 고정 환율은 물론이거니와 금융 정책의 자율성까지도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삼위일체 불가능성 원리와 달리 하나의 목표를 선택한 후 두 가지 목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됨에 따라 자본 자유화 폐해론 혹은 자본 이동 규제론이 대두되었다.---pp.423-424 '빈발, 연발하는 금융 위기' 금융의 역사는 서양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렇다고 중동과 아시아에 아무런 역사적 성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슬람 민족에 의한 인도양 교역의 개척, 중국의 해양 국가로서의 경제 활동은 역사가 오래며, 상업과 화폐 경제의 발전에 있어 동양이 서양을 앞섰던 시기도 있었다. 특히 중국의 북송대부터 명대에 이르기까지의 기간(11~14세기)에는 중앙은행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음에도 지폐가 활발하게 유통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동양에서도 금융의 맹아가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왜 중국은 오랜 상업 발전과 화폐 경제의 역사에도 금융 강국이 되지 못한 것일까? 그 이유는 금융의 제도적 발전이 미흡해 상업으로 축적한 부를 자본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화폐 경제의 발전은 단지 상업의 일환이었을 뿐, 은행의 발전, 금융 자본의 형성, 자본 시장의 발달로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서양은 금융 시장을 키워 민간 자본 주도로 대항해나 철도 건설과 같은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계속적으로 추진했으며, 국가도 식민지를 개척하고 교역을 증대하는 데 민간 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로써 중국은 중세까지만 해도 상업과 기술의 최첨단을 달렸지만 결국 서양에 밀리게 되었다. 중국이 발명한 나침반은 오히려 서양의 대항해 시대를 촉발했고, 중국이 발명한 인쇄술은 서양의 종교 개혁과 근대화를 자극했을 뿐 아니라 지폐 및 은행 제도의 보급을 이끌어 냈다. ---p.462 '세계 금융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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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전문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금융의 전체 그림을 그려 준다!
금융은 모든 사람에게 친숙하다. 예금과 대출은 물론, 최근에는 펀드까지도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금융을 잘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찾기 힘들다. 금융 전문가들조차 금융을 전반적으로 꿰뚫고 있지 못하다. 왜 그럴까? 우선 금융을 가르치는 대학에서부터 매우 분파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대학의 커리큘럼에는 거시경제학, 화폐금융론, 재무 관리, 투자론, 회계 원리, 국제금융론, 외환론, 금융시장론 등 분화된 과목들이 주종을 이룬다. 간혹 금융론, 금융학, 금융 개론이란 이름으로 개설된 과목들이 있지만 담당 교수의 관심 분야에 따라 금융의 일부분을 제한적으로 다루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다. 금융 자체가 이론보다는 현장 실무에 의해 발전해 왔기에 이론과 실무가 결합된 통합적인 사고를 요구한다는 점도 금융을 이해하는 것을 더욱 까다롭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 분야 종사자들조차 자신의 분야에는 능숙해도 금융의 전체 상을 그리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이 책은 이렇게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 금융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도모하는 '금융의 종합 개설서'다. 금융경제학은 '금융 시장, 금융 상품, 금융 기관, 금융 규제에 대한 여러 이론'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사용설명서'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금융 담론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기본 개념부터 설명하고 역사적 발전을 추적한 뒤 현재의 양상을 소개하는 식으로 평이하게 풀어 썼다. 그 과정에서 금융공학에 쓰이는 수학 공식이나 그래프 등은 최소화했다. 이 책은 금융에 입문하고 싶어도 금융이라는 분야가 매우 복잡하고 막연하게 느껴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과 금융을 공부하는 학생들, 또 재테크에 관심이 있지만 재테크 기술을 소개하는 실용서나 펀드 매니저의 설명을 들어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사회인들에게 금융의 기초적이고 종합적인 틀을 제시해 준다. 선물, 옵션, 스와프 등이 어떻게 다른지와 같은 기본적인 개념이나 쓰임새의 구분부터 주식이나 채권의 가격이 책정되는 방법, 채권 가격과 이자율이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 단기 채권에 비해 장기 채권의 이자율 위험이 더 큰 이유, 왜 우리나라에서는 골드만삭스나 리먼브러더스 같은 투자은행이 발달하지 못했는지, 단 한 명의 트레이더에 의해 어떻게 거대한 은행 조직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지,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초대형 금융 위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등과 같은 평소에 알고 싶어 하는 궁금증까지 해소해 준다. 나아가 오늘날 고도로 분화된 각 금융 기관과 시장이 출현하기까지의 역사적 발전상과 맥락을 짚고 각 경제권에서 벌어지는 금융의 각축상을 제시함으로써 아직까지 금융에 대한 전체 상이 확립돼 있지 않은 금융 종사자들에게도 유용한 가이드가 될 수 있다. 이론과 실무, 역사와 논쟁이 접목되어 금융의 본령에 다가간다 이 책은 금융을 주도하는 네 가지 형태의 금융 기관(상업은행, 중앙은행, 투자은행, 펀드)을 다루는 1부와 현대 금융의 진화 속에서 대두된 주요한 관심사(주주 가치, 파생상품, 금융 위기, 세계 금융 지도)를 다루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현실 문제나 역사적 에피소드에서 시작해 이론과 제도를 접목하는 방식을 취한다. 기존 금융 서적 대부분이 이론을 순차적으로 풀어 가는 방식으로 목차를 구성하거나 시사적인 관심사에 맞추어 금융을 제한적으로 다루고 있는 데 비해, 이 책은 하나의 금융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학문 체계를 결합해 설명하는 통섭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4장 '기관 투자의 대명사, 펀드'를 예로 들어 보자.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으며 큰 손실을 입은 개인 투자자들은 단독 플레이의 한계를 절감하고 분산 투자의 장점을 살린 펀드에 관심을 쏟았다. 이 장은 이렇게 최근 펀드가 주요 금융 상품으로 대두된 배경 및 역사로 이야기를 시작해, 펀드의 정의 및 간접 투자와 분산 투자 속성에 대한 설명으로 펀드가 다른 상품과 어떻게 다른지 구분해 준다. 이때 독자는 포트폴리오 분산이 이루어지면 리스크가 줄어드는 까닭이 궁금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경우의 수와 기댓값, 분산값 등 확률 계산을 통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포트폴리오 이론이 과연 합당한지 검증한다. 그다음으로 채권형 펀드, 주식형 펀드 등 시장에 나와 있는 펀드 상품을 설명하고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인덱스 펀드를 논하는 데 이어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논의로 나아간다. 주가 지수를 모사하는 인덱스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에서 펀드 매니저나 애널리스트 등 전문 인력 무용론의 함의를 담고 있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설명하는 것이다. 주식 시장이나 외환 시장에서 시장의 가격 추이를 예견해 비정상적인 이익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 타당하다면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투자 세계의 슈퍼스타들은 존재 의의가 없지 않을까? 이러한 일련의 논의에서 저자는 시장의 효율성이 인간의 비합리성을 전혀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것은 결코 아니며,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금융 기관은 이러한 시장의 효율성의 빈틈을 이용해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분석으로 투자 수익성을 높이고 있음을 설명한다. 다음으로 1980년대 이후 급속히 팽창한 헤지 펀드와 사모 펀드를 소개하고, 이들의 시장 교란 사례와 이에 대한 규제론, 헤지 펀드의 롱·쇼트 전략 등을 다룬다. 이처럼 이 책은 하나의 금융 이론이나 금융공학이 도출되기까지 기본 개념부터 설명하고 역사적 흐름 및 맥락을 짚어 가며 이론과 실무를 가로지르는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 이 책은 금융을 가치 중립적으로 다루는 데 머물지 않고 금융과 관련한 사회적 논쟁점을 두루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 기관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이 타당한가, 경기를 조절하는 중앙은행의 통화 신용 정책이 타당한가, 기업의 주권은 주주에게 있는가, 조세 회피처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가, 금융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등을 다룸으로써 독자들에게 폭넓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