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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호가 수상하다
귀신 할머니 깜빡 속았다 위안부가 뭐지? 달라진 김은비 빈집에서 내 고향 선팽이 함흥 엄마 캄캄한 기차를 타고 어여쁜 꽃봉오리는 꺾이고 엄마가 되다 다시 위안부 할머니가 되어 하나둘 떠나는 할머니들 선팽이 가는 길 할머니의 족두리 서른다섯 개의 화분만 남기고 지은이의 말 |
李圭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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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와 소녀가 그리는 데칼코마니
“왜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하지?” 이 작품은 참담한 과거를 가슴에 묻어 두고 강한 의지와 따뜻한 가슴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황금주 할머니와 당차고 야무지면서도 마음 여린 김은비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가 개인과, 과거가 현재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작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의 핵심이 여성의 인권에 가 닿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학생 청년에게 성추행을 당한 은비는 그 후 꿈속에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에 시달린다. 꽃 같은 스무 살에 일본군인의 성 노예로 끌려갔던 할머니는 행복할 권리를 빼앗기고 아직까지 일본의 사과도 받지 못했다. 대학생 청년과 일본은 힘과 권력을 이용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짓밟고 개인의 삶의 일부 혹은 전부를 유린했다. 이 때문에 은비도 할머니도 가슴속에 성적 수치심을 갖고 있지만 할머니는 자신의 과거를 밝혀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함으로써, 은비는 할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마음을 치유함으로써 상처를 극복해 간다. 황금주 할머니가 실제로 “몸값은 싫소. 내 청춘 돌려주면 받겠소.”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들의 아픔을 없었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같은 아픔을 가진 영혼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면 이 작품은 태어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올해 8월 15일은 우리나라가 경술국치의 아픔을 씻은 광복을 맞은 지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리는 수요집회는 벌써 930회를 맞았다. 부디 모래알이 다 떨어지기 전에, 단 한 명의 할머니라도 일본의 고개 숙인 사죄를 듣게 되길,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의 출간을 빌어 희망해 본다. ● 주요 내용 은비네가 새로 이사 간 임대 아파트에는 옆집에 귀신 할머니가 산다. 허옇게 센 쪽진 머리에 얼굴은 쪼글쪼글하고 목소리는 잔뜩 쉬었다. 어느 날 귀신 할머니가 은비를 불러 자신이 미국에 간 사이 이 화초들에 물을 주며 돌봐 달라고 부탁하고, 은비는 잔뜩 겁을 먹는다. 할머니 집을 드나들며 은비는 이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였고 지금은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얼마 전 남자 대학생에게 끌려가 성추행을 당했던 은비는 인터넷에서 황금주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할머니의 삶과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할머니는 미국에서 돌욾온 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같이 시위를 하던 할머니들이 모래시계의 모래알처럼 하나둘 세상을 떠나자 몸져눕는다. 결국 할머니는 정신마저 놓아 버려 부산 요양원으로 떠나고, 은비는 할머니가 남겨 둔 화초를 기르며 할머니를 그리워한다. ● 책 속으로 “할머니, 괜찮으세요?” 은비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다. 그냥 슬퍼서 그래. 오래오래 같이 살며 억울한 일 다 잊고 좋은 세상 살자던 친구 하나가 떠났거든. 이렇게 하나둘 떠나가면 우린 결국 모래알이 다 빠져나간 빈 모래시계가 되고 말 거야. 그렇게 되면 모두 다 잊히고 말 텐데. 아무도 우리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를 텐데.” 할머니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 - 본문 중에서 ● 작가의 말 조만간 이 책과 함께 화사한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부산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만나러 가야겠다. 할머니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더라도 그것은 슬프지 않다. 다만 이제는 너무 늙고 병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억울한 마음을 안고 한 분 두 분 떠나신다는 것과 그분들이 겪은 일들이 점점 잊히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한 일과 할머니들의 슬픔과 아픔을 잊지 않는다면, 먼저 떠난 할머니들에게도 남은 할머니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작가 소개 이규희 1952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강원도 태백과 영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성균관대학교 사서교육원을 나와 보성여자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사서 교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창작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1978년 ‘소년중앙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어 활동을 시작한 이후 한국동화문학상․한국아동문학상․어린이문화대상․세종아동문학상․방정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아빠 좀 빌려 주세요』, 『아버지가 없는 나라로 가고 싶다』, 『어린 임금의 눈물』, 『난 이제부터 남자다』, 『아빠의 앞치마』, 『두 할머니의 비밀』, 『조지 할아버지의 6․25』,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