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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한 아이가 1부 공대에 입학해 방황하다가 2부 역사와 음악을 만나고 3부 유럽을 여행하며 인문학의 향기에 취한 후 4부 사랑의 설렘과 고통도 느끼고 5부 책에 빠져 삶의 정수를 고뇌하는 에필로그 공대생 카밀로 성장하다 부록 카밀의 독서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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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은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신재는 밥을 먹기 시작한다.
“때론 자신의 의견보다, 타인이 맞을 때도 있단다.” 아버지 말을 들으며 카밀은 신재 말을 곱씹고 있다. ‘네가 전혀 듣고 있지 않았어…….’ --- p.12 “대학 시절에서는 전공 공부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것 역시 중요하죠. 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밀은 뻔한 이야기를 견뎌야 하는구나, 직감한다. “대학 시절에 이런 책들을 읽는다면 유익할 것입니다.” 연사는 파워포인트로 온갖 고전의 목록을 보여주고 있다. --- p.19 ‘나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게 아닐까? 그저 도피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건 아닐까?’ --- p.23 미적분학 퀴즈는 계속 이어진다. 매번 희망을 품지만, 결과는 변함없다. 노력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바라는 자체가 모순이다. 낮은 성적을 보면서도 카밀은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 p.36 카밀은‘혁명’이란 단어에 흥미를 느낀다. 혁명과 갈등, 파괴와 같은 사건을 다룬다면 지루하지는 않으리라 짐작한다. --- p.43 카밀이 말한다. “교양 과목이 전공보다 훨씬 재밌어.” “그래? 난 전공과목이 훨씬 나은데.” 지혁이 표정을 찌푸린다. “도대체 왜 교양 과목을 들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어차피 졸업해서 공학에 관련한 일할 거잖아? 사회에서 우리에게 원하는 것도 그런 지식이고. 우리가 왜 교양 과목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 p.44 윤호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조용한 밤, 은은한 선율이 흐른다. 연주가 끝나자, 카밀이 말한다. “깔끔한데.” --- p.54 카밀이 무너져 내린 이유는 어쩌면 배신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토록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배신감. --- p.63 쇼팽의 일부, 흔적이 자기 앞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듯했고, 숨을 쉬면 그를 느낄 수 있을듯 하다. 쇼팽의 일부분이 카밀 앞에 있다. 카밀은 비로소 자신이 왜 파리에 왔는지 깨닫는다. --- p.91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수용자들에게 자유는 어떤 의미였을까. 카밀은 고개를 숙인다. 숙소로 돌아온 카밀과 지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 p.122 꼬리를 무는 질문 더미에 파묻혀 카밀은 곤히 잠에 빠져든다. --- p.137 “한 번 읽어봐요. 누가 그랬는데, 개츠비를 읽은 사람은 사랑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녀의 말에 카밀은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 p.167 만약 조금만 땅이 더 크게 흔들렸더라면, 죽음은 한 순간에 다가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카밀은 뼈저리게 깨닫는다. --- p.202 "이 작품이 쓰인 당시의 전차, 혹은 기차는 우리의 상상과는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온갖 대답이 나오고, 다시 대답에 대답이 꼬리를 문다. 침묵을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어디에서 끊어야 할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운다. --- p.210 고전은 근원적인 질문을 다루는 책이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죽음 앞에서 어떠한 태도를 보여야 하는가 등. 철학 서적은 이를 직접 말해준다. 반면 문학 작품은 인물의 행동과 변화로 이를 보여준다. --- p.228 넷째 날 점심, 에필로그를 다 읽고 책을 덮을 때, 카밀은 벅찬 감동에 빠진다. 지나가는 누구라도 붙잡고 말을 하고 싶다. 『전쟁과 평화』라는 작품이 얼마나 대단하고, 톨스토이가 얼마나 압도적인 소설가고, 등장인물이 어떠한 사건을 겪었는지, 누군가에게 마구 쏟아내고 싶다. --- p.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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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 한 끼 식사하며 대화할 수 있다면 전 재산도 아깝지 않다고 말한 스티브 잡스가 탐낼 대한민국 공대생 카밀 이야기
스티브잡스는 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를 그토록 열망했을까? 한 번의 점심식사로 잡스는 소크라테스 삶의 엑기스를 전수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국내에서 난다 긴다하는 학생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신 성장동력을 저마다의 가슴에 품고 미래를 활짝 열어가는 곳, 포스텍(POSTEC). 그곳에 가면 스티브잡스가 탐낼만한 인재, 카밀이 있다. 카밀은 박사과정 재학중인 현재도, 매주 금요일 밤이면 잉클링스 작가 연구 소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가 연구하는 작가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 단편을 참석자들과 함께 토론하고 빙산 아래 감춰진 헤밍웨이의 중심부를 찾아내려 애쓴다. 매달 첫째 토요일에는 생각학교ASK에 참여해 4시간을 몰입한다. 이번 달에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토론했다. 대체 신소재 공학을 연구하는 카밀에게 헤밍웨이의 간결한 문장과 니체의 난해한 철학은 왜 필요한 것일까? “대학 시절에서는 전공 공부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것 역시 중요하죠. 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밀은 뻔한 이야기를 견뎌야 하는구나, 직감한다. “대학 시절에 이런 책들을 읽는다면 유익할 것입니다.” 연사는 파워포인트로 온갖 고전의 목록을 보여주고 있다. -p.19 포스텍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교양과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듣지만 갓 대학에 입학한 카밀은 흥미를 조금도 갖지 못한다. 연사의 뻔한 이야기에 꾸벅 졸다가 잠들어버린다. 무엇이 카밀을 인문학에 푹 빠진 공대생으로 바꿔 놓았을까? 첫째는 자유로움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잘 활용하지 못해, 게임에 빠져든다. 이후 가상 세계가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자유를 제대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학업 외에 역사와 음악 그리고 책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둘째는 여행이다. 3학년 여름방학, 낯선 땅 유럽에서 지내는 6주 동안 그는 온 몸으로 리버럴 아츠(Liberal Arts)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대륙을 헤집고 다닌다. 쇼팽의 일부, 흔적이 자기 앞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듯했고, 숨을 쉬면 그를 느낄 수 있을듯 하다. 쇼팽의 일부분이 카밀 앞에 있다. 카밀은 비로소 자신이 왜 파리에 왔는지 깨닫는다. -p.91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수용자들에게 자유는 어떤 의미였을까? 카밀은 고개를 숙인다. 숙소로 돌아온 카밀과 지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p.122 그곳에서 카밀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 흔드는 질문들을 만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재능이란? 꼬리를 무는 질문 더미에 파묻혀 카밀은 곤히 잠에 빠져든다. -p.137 셋째, 책이 주는 풍요로움이다. 첫 학기 『논어』와의 만남을 비롯 무라카미 하루키,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헤밍웨이를 비롯한 수많은 작가를 탐독하며 카밀은 인생에 대해 캐묻기 시작한다. 에필로그를 다 읽고 책을 덮을 때, 카밀은 벅찬 감동에 빠진다. 지나가는 누구라도 붙잡고 말을 하고 싶다. 『전쟁과 평화』라는 작품이 얼마나 대단하고, 톨스토이가 얼마나 압도적인 소설가고, 등장인물이 어떠한 사건을 겪었는지, 누군가에게 마구 쏟아내고 싶다. -p.233 이 책을 덮을 때 쯤 독자는 공대생 카밀이 왜 인문학에 빠졌을까에 대해 산뜻한 대답을 얻을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카밀이 유럽 여행을 마치고 경험했듯,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카밀은 과감하게 글 형식으로 [소설]방식을 택했다. 이야기가 주는 힘을 그는 수많은 작가들로부터 배웠기 때문이다. AI가 삶을 점점 지배해 가는 세상으로 급변하고 있다. 인문학은 이런 시대에 우리에게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하고, 그 질문들은 조금더 세상을 따스한 곳, 정의롭고 행복한 곳으로 변하게 할 것이다. 공대생 카밀이 경험하고 변한 삶의 이야기가, 많은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휘에서 피아노, 역사에서 문학까지 공대생은 오로지 수학을 풀고, 공학의 이론에 집착하며 실용적인 분야만 전념할 것 같은 선입견을 카밀은 훌쩍 뛰어넘는다. 우연히 듣게 된 20세기 세계사 수업을 통해 [혁명]과 혁명의 주체 세력에 대한 관심을 가진 후, 그는 역사와 음악에 빠진다. 특히 피아노를 직접 친구로부터 배워 쇼팽을 연주하기까지 심취한다. 방학 계절학기에는 지휘 수업도 듣고, 유럽으로 날아가 쇼팽의 무덤 앞에 한참을 머물며 인생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학원생이 되어서는 여름 휴가를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전권을 들고 게스트하우스에 처박혀 하루에 한 권씩 책을 독파해 낸다. 독서토론 모임을 통해 오독의 위험을 피하고 벗들과 함께 책으로 삶을 나누는 즐거운 교양인으로 변신한다. 공대생은 수학, 공학만 잘 하면 되는 거 아냐? 공학도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시적 은유(metaphor)를 일상으로 끌어오는 힘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를 [연결]이라 표현한다. 창의성의 핵심은 연결이라는 거다. 인문학은 인생과 세계의 온갖 메타포로 충만하다. 진정한 창의성은 공학지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인 인문학적 사유 능력으로부터 온다. 카밀은 본능적으로 이 비밀을 알고 몸으로 체득하며 삶을 가꾸어 나간다. AI가 삶에 격변을 일으키고 있는 이 시점에 왜 공대생 카밀과 같은 인재가 왜 필요한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된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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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삶의 효율을 따지는 실용서와 달리 삶의 근원적 지혜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문학을 통해 굳어져 가는 상상력을 일깨우고 철학 서적을 펼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캐묻는다. 역사가의 문서로는 과거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며 무엇이 옳은지 생각해 본다. 인간이 그리는 삶의 궤적, 그 질서와 원리를 톺아보는 것이다. 인문학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인문학은 진정한 인문 정신, 곧 지혜에 이르기 어려울 수 있다. 강의하는 이의 해설이나 견해에 묶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오로지 홀로 고독하게 문장을 읽고, 그 문장을 사색하고 자신의 문장을 글로 써 보는 행위와 이렇게 얻은 자기 생각을 타인과 나누는 토론을 통해 몸으로 익힐 때 비로소 지혜로 승화시킬 수 있다.
도서출판 클북에서 출간하는 인문학과 삶(Liberal Arts and Life) 시리즈 4번 『공대생 카밀은 왜 인문학에 빠졌을까?』는 포스텍 박사과정에서 신소재 공학을 연구 중인 용문중 저자가 소설 형식을 빌어 쓴 글이다. 주인공 카밀은 저자 본인이다. 그는 실용적 학문의 정점인 공학도로서 왜 인문학이 소중한지를 자기 스스로 깨우쳐 알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주입식 교육에 찌들어, 문제 풀이 달인으로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최고의 공과대학에 진학했으나 카밀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숙사에 박혀 게임에 몰두한다. 첫 축제를 지내면서 게임의 단조로운 가상 세계를 빠져나올 수 있도록 그를 도운 것은 [관계]였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서툴지만, 이를 배워가는 과정이 게임보다 흥미로움을 알아간다. 처음에는 단지 더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신청했던 역사 수업에서 카밀은 새로운 눈을 뜬다. 친구가 학생회관에서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한다. 결국 카밀은 친구 도움으로 쇼팽을 치기 시작하고, 쇼팽 음악에 흠뻑 빠진다. 여름 학기에는 지휘 수업까지 도전해 본다. 3학년 여름방학 동안 유럽 여행을 통해 리버럴 아츠가 어떻게 서양 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몸으로 체험한 그는 귀국 후 책이라는 새로운 우주에 빠져든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에서는 공학도 대신 인문학 전공자를 수백 명씩 뽑는 추세다. 왜 그럴까? 이제 단지 실용적 지식을 넘어 [인간다움]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캐물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 미래 사회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실용을 위한 실용적 지식의 추구는 더 이상 인간의 몫이 아닐 수 있다. AI가 사람보다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용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리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으니까. 공대생 카밀은 도스토엡스키와 톨스토이, 헤밍웨이 등의 작가에 매료당한다. 애플을 일군 스티브잡스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지 않던가? “내가 소크라테스와 한끼 식사하면서 대화할 수 있다면 내 전 재산을 바칠 용의가 있다.”라고.카밀은 공학도이지만 음악과 역사, 문학에서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창의성의 핵심인 새로운 [연결]의 포인트를 찾는다. 영감의 원천이 숫자와는 다른 언어에 있음을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일까?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이 떠오른다. 구석 구석 저자의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담겨있는 이 책이 모쪼록 대한민국 모든 이공학도들에게 필독서로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조신영 (『경청』, 『쿠션』의 저자, 한국인문고전 독서포럼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