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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묶으며
시의 효용 아키볼드 막레이쉬 지이드의 조화를 위한 무한한 탐구 토오마스 만 아메리카론 장 폴 싸르트르 아마추어 시인의 거점 리오넬 아벨 최근 불란서의 전위소설 장 부로귀 미셀 반항과 찬양 크로오드 비제 테네씨 윌리암스의 문학 S. P. 얼만 불란서문단외사 가이 듀물 영·불 비평의 차이 이브 보네호이 제스츄어로서의 언어 리차드 P. 부락머 시인과 신문 아키볼드 막레이쉬 내란 이후의 서반아시단 J. M. 코헨 쏘련문학의 분열상 피이터 비어레크 예이츠의 시에 보이는 인간 영상 데니스 도노그 맑스주의와 문학비평 죠지 쉬타이너 미국의 현대시 제오후레이 무아 정신분석과 현대문학 앨프리드 카잰 문화와 정치에 대한 각서 T. S. 엘리오트 셰익스피어 번역 소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싸우는 사람들 어네스트 헤밍웨이 목적과 수단 올더스 헉슬리 미용산업 올더스 헉슬리 20세기 문학의 고백과 증언 리챠드 포와리에 세익스피어의 이해 죤 웨인 쾌락의 운명 리오넬 트릴링 각서 알베르 까뮈 자꼬메띠의 지혜 칼톤 레이크 현대영미소설론 스티븐 마커스 벽 유젠 이오네스꼬 도스또예프스끼와 사회주의자들 조셉 프랑크 |
KIM, SU-YOUNG,金洙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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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번역물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볼 수 있다. 파스테르나크의 ?셰익스피어 번역 소감?의 한 단락이다. “셰익스피어의 번역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이 일을 기도하는 경우에는, 이 일이 맥이 빠지지 않도록 매일 한 꼭지씩 완성할 수 있을 만한 적당한 길이로 구분해서 하는 것이 제일 좋다. 이처럼 매일같이 원본을 끼고 일을 해나가는 중에, 역자는 저자의 환경을 다시 한 번 생활하게 된다. 매일같이 그는 이론으로가 아니라 실제의 경험으로 저자의 행위를 재연하고 그의 비밀의 한 모퉁이로 끌려 들어간다.” 번역자가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일하면서 겪게 되는 비밀스러운 경험을 잘 알려주는 진술이다. 이때 번역은 거의 창조적 지평에서 전개될 듯한데, 김수영은 반평생을 그렇게 시를 쓰고 읽어왔으며 마찬가지로 외국문학을 읽고 번역해 왔다. 그는 미지의 문학세계로 끌려가서 그 세계를 삶으로 바꾸어 살아왔던 셈이다.
--- 「책을 묶으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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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거점』에는 토마스 만, 엘리엇, 파스테르나크, 사르트르, 까뮈, 헤밍웨이 등 대문호들을 비롯하여 매클리시(Archibald MacLeish), 블랙머(Richard Palmer Blackmur) 등등의 당대 문학인들까지의 예술론과 비평 30편을 수록하였다. 이 목록들은 김수영이 단순히 식민지시대, 해방과 국가 건설, 전쟁, 독재정치 등으로 참혹하게 얼룩진 아시아 변방의 한 시인으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김수영은 스스로 당대 세계 문학예술 지도를 그려나가며 자신의 좌표를 찾아 견고한 토대를 구축하고 그 위에 자신의 문학을 형성시켜 놓고 있었음을 말이다.
이 책의 제목 ‘시인의 거점’은 김수영이 번역한 평론의 제목 ‘아마츄어 시인의 거점’에서 가져온 것이다. 김수영의 아주 잘 알려진 진술은 이 제목에 안성맞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김수영은 자신의 시작노트 6에서 “내 시의 비밀은 내 번역을 보면 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의미에서 김수영이라는 ‘시인의 거점’을 김수영의 번역 작업에서 알아보는 일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 ‘시인의 거점’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과 관련되는 것이 당연하다. 번역과 시는 당연히 다른 작업이지만, 또한 내적 연관성이 필연적으로 맺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김수영은 그의 언어 작업이 이중 언어 세대로서의 고충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이곳저곳에서 밝혀 놓은 바 있다. 하나의 언어와 또 다른 언어가 가진 의미론적 유사성은 일종의 미메시스에 해당하는데, 의미론적 유사성과 미메시스를 한데 엮어 이야기한 사람은 벤야민이었다. 김수영은 그의 시가 발표된 잡지의 지면에 함께 수록된 벤야민의 번역자의 과제를 읽어 보았을 것인데, 벤야민에 대해서는 그는 이 책에 수록된 번역글 맑스주의와 문학비평을 통해 재차 확인하고 있기도 하다. 그 벤야민의 언어론이 부분적으로 김수영에게 미쳤을 영향을 생각해 볼 때, 언어와 언어를 이중적으로 사용해야 했을 정신적 상황이 ‘시인의 거점’이 되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의 번역은 그의 시의 거점이다. 만약 김수영의 저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땅의 많은 시인이나, 김수영 시 연구자, 또 김수영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그야말로 비밀한 즐거움을 엿볼 수 있는 독서를 제공하리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