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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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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uab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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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1부 순전히 미국적인
건국의 아버지들과 하나님: 계몽시대의 미국 | 제퍼슨의 사생활 | 제퍼슨 vs. 이슬람 해적들 | 벤저민 프랭클린: 자유롭고 편안한 | 존 브라운: 노예제도를 끝낸 남자 | 에이브러햄 링컨: 불행이 낳은 아이 | 마크 트웨인: 미국의 급진파 | 업턴 싱클레어: 자본주의 입문 | JFK: 질병에 시달리며 은밀히 | 솔 벨로: 최고의 동화 능력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허리케인 롤리타 | 존 업다이크, 1부: 웃기시네 | 존 업다이크, 2부: 친절남 | 미치광이 비달 | 바나나공화국이 된 미국 | 앵글로 세계의 미래 | 정치적 동물 | 이제 죽어도 될 나이 | 전장의 무신론자들을 위한 변호 | 워싱턴 소설을 찾아서

2부 즐거움, 짜증, 실망
여자들은 왜 재미있지 않은가 | 스티그 라르손: 불을 가지고 놀았던 작가 | 애플파이만큼 미국적인 | 남자 화장실은 많은데 시간이 너무 없어 | 신십계명 | 당신의 얼굴 | 세상의 포도주 애호가들이여, 단결하라 | 찰스, 바보들의 왕자

3부 외국 이야기
아프가니스탄의 위험한 도박 | 첫째, 내부 고발자의 입을 막아라 | 틀림없어, 이건 고문이야 | 이란의 시간 끌기 게임 | 민주주의 지진학 만세 | 베나지르 부토: 운명의 딸 | 아보타바드Abbottabad에서 더 나쁜 곳으로 | 분할의 위험 | 알제리: 프랑스의 싸움 | 오리엔탈리즘에 관하여 | 에드워드 사이드: 둘이 꼭 만나야 했던 곳 | 나치 기장과 백향목 | 이라크에서 보낸 휴가 | 튀니지: 사막의 가장자리에서 | 예루살렘의 자살폭탄 | 테러범들은 어떻게 됐나? | 유년 시절의 끝: 아프리카의 악몽 | 베트남 신드롬 | 옛날 옛적에 독일에서 | 《1984년》보다 심해 | 북한: 난쟁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나라 | 카스트로 왕조의 브뤼메르 18일 | 두목 우고 | 유로는 파멸할 운명인가? | 유대인 권력 과장하기 | 인도주의적 개입에 관하여

4부 말의 가치
왕이 하나님을 구했을 때 | 돼지 껍질을 먹게 해 | 덴마크를 위해 일어서라! | 금기를 피하라 | 그녀는 근본주의자가 아니야 | 소진 | 부활절 제스처 게임 | 터놓고 말해 | 역사와 수수께끼 | 말은 중요하다 | 이건 약탈이 아니었다 | L로 시작하는 또다른 단어 | ‘당신’의 시대 | 받아들여 | 아주, 아주 더러운 말 | 책꽂이의 포로

감사의 말 | 찾아보기

저자 소개 2

크리스토퍼 히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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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 Eric Hitchens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영미 언론 선정 100대 지식인(그중 5위)에 오른 세계적인 정치학자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레넌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글의 문학성까지 인정받고 있는 작가이다. 2005년 가을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영국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가 함께 실시한 ‘100대 공적 지식인’ 독자 투표에서 5위에 올랐다. 2만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 결과, 1위가 노엄 촘스키, 2위는 움베르토 에코, 3위 리처드 도킨스, 4위 바츨라프 하벨, 그리고 5위가 히친스였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7위, 앤서니 기든스는 39위였다. 그는 타고난 우상파괴자이자 탁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영미 언론 선정 100대 지식인(그중 5위)에 오른 세계적인 정치학자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레넌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글의 문학성까지 인정받고 있는 작가이다. 2005년 가을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영국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가 함께 실시한 ‘100대 공적 지식인’ 독자 투표에서 5위에 올랐다. 2만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 결과, 1위가 노엄 촘스키, 2위는 움베르토 에코, 3위 리처드 도킨스, 4위 바츨라프 하벨, 그리고 5위가 히친스였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7위, 앤서니 기든스는 39위였다.

그는 타고난 우상파괴자이자 탁월한 논쟁가로 1949년 4월 13일 영국에서 태어났다. 기독교(침례교-칼뱅주의)를 신봉하는 부계와 유대교를 신봉하는 모계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학교에서는 독실한 기독교도 교사로부터 훈육 받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신에 대해 회의가 깊었고 어른이 되어 세계의 종교를 공부하면서부터는 특히 신(종교) 스스로가 품고 있는 ‘자기모순’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과 정치·경제를 전공. 대학 시절 트로츠키주의를 표방하는 국제사회주의자(IS) 그룹의 기관지 「국제사회주의」 통신원을 지내고, 졸업 후엔 런던의 좌파 주간지 「뉴 스테이츠먼」에 들어가 신랄한 위트와 가차 없는 논리로 현실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지식인으로 활동했다. 베트남 전쟁 등 주요 국제전쟁 도발과 피노체트 정권 지원 등 정치 공작의 책임을 물어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전쟁범죄자·반인륜범죄자로 기소한 단행본을 펴내기도 했고, 가톨릭 교회 등을 비판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81년 미국으로 옮겨가 ‘좌파의 기함(旗艦)’을 자처하는 정치 주간지 「더 네이션」과 「배니티 페어」등 진보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인 잡지 신문들에 기고하며 많은 책을 펴냈다. 뉴스쿨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기고와 방송 활동도 활발히 했다. 글을 쓰며 진보적 저널리스트로 평생을 살았다. 《신은 위대하지 않다》 《자비를 팔다》 등 몇몇 논쟁적 저서들로 인해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세계적인 무신론자로 더욱 잘 알려져 있지만 종교를 비롯한 국가?민족, 인종, 사회질서 등 온갖 비이성적 논리에 의해 자행되는 전쟁과 폭력에 온몸으로 맞서 싸운 전투적 인본주의자였다. 다양한 토크쇼와 순회강연을 통해 신랄한 위트와 가차 없는 논리로 현실 비판의 힘을 보여준 그는 이 시대 가장 탁월한 논쟁가로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다. 2011년 12월 15일에 사망했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도 있는데 1985년 김대중 씨가 사실상의 망명지인 미국에서 돌아올 때 함께했던 미국인들 중엔 히친스도 있었다. 근년에 낸 저서에서도 그는 “김대중 씨가 서울의 공항에서 다시 붙잡혀 가던 순간에 그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아직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은 위대하지 않다』, 『토머스 페인의 ‘인간의 권리’』, 『토머스 제퍼슨』,『길고도 짧은 전쟁』, 『오웰의 승리』, 『헨리 키신저 재판』등이 있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다른 상품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 『카탈로니아 찬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사랑하는 습관』 『고양이에 대하여』, 루크 라인하트의 『침략자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프랭크 허버트의 『듄』, 콜슨 화이트헤드의 『니클의 소년들』, 존 르 카레의 『완벽한 스파이』,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 『카탈로니아 찬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사랑하는 습관』 『고양이에 대하여』, 루크 라인하트의 『침략자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프랭크 허버트의 『듄』, 콜슨 화이트헤드의 『니클의 소년들』, 존 르 카레의 『완벽한 스파이』,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 주제 사라마구의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도플갱어』, 패트릭 맥케이브의 『푸줏간 소년』, 에단 호크의 『완전한 구원』 등 다수의 문학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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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4월 24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628쪽 | 956g | 153*224*35mm
ISBN13
9788994963723

책 속으로

1부 순전히 미국적인
제퍼슨의 사생활

그는 자신이 “여기저기 톱니바퀴가 닳아서 더이상 갈 수 없게 된 낡은 시계”라고 말했다. 그는 창조주가 지구를 창조한 데에도 비슷한 법칙이 적용된다고 생각했을까? 그가 이런 의문을 품었던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는 노예들이 증오스러운 처지에 대해 품고 있는 “수많은 기억들”이 두려워 노예해방에 반대한다고 말한 그 입으로, 다시 바로 “그들의 슬픔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가볍게 치부해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 제퍼슨은 확실히 겸손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지만 화석 기록에 대한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진화론이 나오고 미생물학이 등장하기 이전에 살았던 모든 사람을 괴롭힌 유아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는 《버지니아 주에 관한 메모》에서 그 지역 산악 지대 높은 곳에서 조개껍질이 발견되는 이유를 결코 생각해내지 못했다). 제퍼슨은 몬티첼로의 산꼭대기에서 자신만이 우주의 중심이었으며, 그에 따른 미망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죽음을 설명한 부분이 몹시 인상적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제퍼슨은 훌륭하고 품위 있게 종말을 맞이하고 싶어 했으며 자신이 이룩한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을 통해 후손들에게 제대로 기억되기를 바랐지만, 자신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소멸밖에 없다고 추측했던 것 같다(그는 존 애덤스에게 ‘희망’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임종의 자리에 종교를 막론하고 성직자의 참관을 요청하지 않았던 것만은 확실하다.--- p.34

JFK: 질병에 시달리며 은밀히
역사가의 임무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것이라는 점이 케네디와 관련해서는 왜 인정받지 못하는가? 만약 케네디가 죽지 않았다면 반드시 더욱더 격심한 질병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사실을 왜 잊어버리는가? 케네디 추종자들은 대개 비교적 진부하고 평범한 현실에 신비로운 추억의 분위기를 덧씌워서 타협을 시도한다. … 케네디 형제는 한편에서 이처럼 아무런 이득도 없이 히스테리 환자처럼 마구 날뛰었지만, 지극히 대조적으로 진정으로 다급하고 헌법에 따라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책임이었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마지못해 한 번에 1밀리미터씩 무겁게 발을 움직였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그들은 해외에서 신파극을 연출하며 보여주었던 화려함을 버리고, 최대한 속도를 늦춘 지구전에 매달렸다. 로버트 케네디는 적어도 신체적으로는 튼튼했으므로, 케네디 정권의 이런 변덕을 각성제와 진통제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로버트 달렉이 자신도 모르게 증명하고 있듯이, 이 가설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 또한 대단히 신중하지 못한 일이다. 케네디 일파의 평판을 유지해주는 것은 이제 추종자들의 감상적인 의지뿐이다. 그들은 박수를 치면서, 기운이 다해 깜박거리고 있는 팅커벨이 사라지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아 외친다. 아이들이 요정을 믿는다고 외치는 것은 용서해줄 수 있지만, 그 앳된 목소리가 노망난 목소리로 바뀌면 조금 불길하다.--- pp.107-109

이제 죽어도 될 나이
이 나라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어른들은 모두 사악한 놈들 아니면 가련한 실패자들 아니면 무고한 낙오자들이다. 그러나 사형선고를 받은 아이들은 동류 중에서도 낙오자들이다. 10년 전 〈미국 정신의학 저널〉에는 네 개 주에서 청소년 사형수들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청소년 사형수는 모두 열네 명이었는데, 그중에 아이큐가 90을 넘는 아이는 두 명뿐이었다. … (혹시 여러분이 궁금해할까봐 하는 말이지만, 여러분 생각대로 이들 중에는 흑인이 유난히 많았다. 조지 스티니의 피해자가 흑인이 아니었던 것처럼, 그도 흑인이 아니었다면 1944년이라 해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전기의자에 앉았을 것 같지는 않다). … 지난해 4월에 텍사스에서 처형당한 조지프 존 캐넌은 문맹이었으며, 뇌를 다쳤고, 성적으로 상처를 입었으며, 경찰에 붙잡혔을 때 심하게 약에 중독된 상태였다. 겨우 열일곱 살이었는데 말이다. 그는 열다섯 살 때 자살을 시도했으며, 자신을 면담한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겪었던 기억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 (약물 주사를 통한 그의 처형은 교황 성하의 반대를 조지 W. 부시 주지사가 묵살한 뒤 이루어졌는데, 주삿바늘이 캐넌의 팔에서 ‘튀어나와’버리는 바람에 증인들은 휘장을 치고 ‘새’ 혈관을 찾는 동안 기다려야 했다). … 변호사와 슬픔 상담가와 영적인 각성 기술자와 화려한 정신과 의사들이 차고 넘치는 이 나라는 앞으로도 계속 요즘 애들이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며 고민할 것이다.--- pp.197-199

2부 즐거움, 짜증, 실망
여자들은 왜 재미있지 않은가

남자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즉 여자와 유머가 서로에게 이토록 상반되는 존재라는 것이 남자에게는 비극이다. 그러나 비극이 없으면 희극도 있을 수 없다. 내가 내 사랑에게 이 우울한 주제의 글을 쓰겠다고 말했더니, 그녀가 기운 내라고 말했다. “여자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재미있어진다”면서. 관찰 결과 또한 이 말이 맞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래도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p.232

스티그 라르손: 불을 가지고 놀았던 작가
‘베스트셀러’를 준쓰나미라는 단어로 묘사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베스트셀러라는 현상은 벽 같기도 하고, 파도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코스트코와 전국 공항에 책이 반짝이는 성벽처럼 쌓여 있는 광경이 눈에 띄다가, 나중에는 연달아 밀려오는 파도가 우리를 후려치면서 주변 사람들의 손에 책을 한 권씩 쥐어주고 간다.--- p.233

3부 외국 이야기
아프가니스탄의 위험한 도박

뙤약볕 아래 줄을 서서 기다리며 자신들의 한 표가 의미를 지니게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사람들의 희망을 완전히 꺾어버릴 수 있는 것은 주로 우리 자신의 과거에 기인하는 미신이다. 우리가 정말로 애쓴다면,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을 실패한 나라나 깡패 국가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저 멍청한 ‘마약과의 전쟁’만큼 미친 짓은 없다. 이런 말을 잠시라도 믿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군사 전문가들은 모두 마약과의 전쟁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잘 봐줘도, 알카에다 소탕에서 한눈을 팔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농부들은 모두 마약과의 전쟁이 그들이 유일하게 키울 수 있는 작물에 대한 공격이라고 생각한다. 군벌들 입장에서 보면 믿을 수 없는 행운이다. 탈레반 치하에서 벗어난 넓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음과 정신’의 전투에서 우리는 매일, 매시간 패배하고 있다. 이 땅에서 자라는 유일한 작물이자 농부들이 팔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을 뿌리 뽑으려는 멍청한 시도 때문이다.--- p.301

민주주의 지진학 만세
2월 24일자 〈뉴욕 타임스〉에는 대단히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재앙이 지진대의 도시들을 기다린다”는 제목의 이 기사는 현재 수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터키의 이스탄불, 파키스탄의 카라치, 네팔의 카트만두, 페루의 리마 등 무계획적으로 아무렇게나 건설한 대도시에 살고 있음을 지적했다. 지진대에 위치한 이 도시들에서는 언제든 대량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콜로라도대학에서 지진학을 가르치는 로저 빌햄 교수는 “아직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 대량살상무기WMD인 주택”을 이런 재앙의 도구로 지적했다. 전 세계에서 “언제든 폐허가 될 수 있다”고 분류되는 건물에서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은 수천만 명이나 된다.--- p.336

분할의 위험
앤서니 이든 경은 1954년에 프랑스가 식민지 경영이라는 대실수를 마무리하고 떠나는 시점에서, 미국이 베트남을 ‘북’과 ‘남’으로 나누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친절하게 제안하기도 했다. 독일, 베트남, 한국처럼 냉전이나 지정학적인 이유로 분할된 나라들은 제국이라는 전제 조건 때문에 발생한 분할과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심지어 여기에도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존재한다(특히 베트남의 경우와 후일의 키프로스가 그렇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경우를 제외한 모든 분할은 전쟁이나 또다른 분할로, 또는 두 가지 모두로 이어졌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그런 위험을 불러왔다고 할 수는 있다.--- p.359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 사이에 있는 앨런비 다리와 가자에서는 소지품 검사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비무장지대의 양편을 모두 보았으며, 북아일랜드의 더니골 국경에서는 자동차에 탄 영국 군인들에게서 이런저런 명령을 들었고, 베를린장벽의 찰리 검문소에서는 이리저리 휘둘렸으며, 라호르Lahore와 암리차르 사이에 있는 키플링의 ‘그랜드 트렁크 도로Grand Trunk Road’를 건널 때는 아타리Atari에서 뇌물을 요구하는 군인들에게 시달렸다. 아타리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국경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육로로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인데 말이다. 어쨌든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나는 항상 초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마치 국경이 길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공기를 깎아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루시디는 《한밤중의 아이들》에서 이런 느낌을 소재로 마법적인 리얼리즘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분할에 대해서는 조금도 상관하고 싶지 않았던 케말Kemal 씨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이래서 그 계획이 어리석다는 거야! 그 [무슬림] 연맹 녀석들은 30분 시차를 가지고 그대로 도망칠 계획이라고! 분할 대신 시간. 그게 통행증이야!’”--- pp.367-368

오리엔탈리즘에 관하여
로버트 휴스의 말을 인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신의 부모 세대가 뉴기니나 인도네시아를 ‘극동’이라고 부르곤 했다고 말한다. 그 두 곳은 사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북쪽의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중동’이라는 용어조차 영국의 제국 함대를 모델로 미국 해군을 창설하는 데 일생을 쏟은 앨프리드 세이어 머핸 제독이 만들어낸 것임을 나는 이 지역과 미국에 얽힌 역사를 재미있게 기록한 마이클 오렌의 역사책을 통해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1970년대에 뉴델리에서 신문을 읽다가 그들이 말하는 ‘서아시아’의 위기라는 말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뜻한다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러니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조금 재고하게 되는 데 에드워드 사이드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p.379

베트남 신드롬
전쟁 중에 수백만 명이 줄어서 지금은 대략 8,400만 명쯤 되는 베트남 국민들 중에 에이전트 오렌지로 인한 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지금도 무려 100만 명이나 기록되어 있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보기 힘든 사례들은 괴물처럼 태어나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이 저지른 죄를 용서하고, 로버트 맥나마라나 헨리 키신저 같은 진짜 괴물들을 지켜볼 생각이다. 초연한 표정으로 문제의 지시들을 내렸던 그들은 토크쇼에 나와 잘난 척하기도 하고, ‘회고록’으로 돈을 벌어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이, 잊어버려. 잊을 수 있다면. … 이 사악한 물질에 노출된 미국인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는지 살펴보면 된다. 베트남에서 화학 공격이 시작된 것은 케네디 정부 초기인 1961년이었다. 그 뒤로 많은 항의 시위가 있었지만, 화학 공격은 10년 동안 계속되었다. … 베트남 영토 중 600만 에이커가 이 무시무시한 물질에 노출되었다. …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시기에 벌어진 잘못된 전쟁”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줌왈트 제독은 법적인 절차를 진행시키는 데 참여했다. 어쩌면 그가 이런 말을 덧붙였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손자가 실수 때문에 고통받는 마지막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아니, 마지막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인가?).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범죄였다.--- pp.443-444

《1984년》보다 심해
김일성이 나라를 세운 뒤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탈출에 성공해서 강 너머 중국 땅에 들어서면 이 낙후된 지역에서 한국인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 나온다. 이곳으로 탈출한 북한 주민들은 언제든 강제 추방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도망쳤다가 잡힌 노예의 운명은 그다지 좋지 않다. 북한이 운영하고 있는 수용소 체제는 강철환의 《수용소의 노래》에 도저히 잊을 수 없을 만큼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이 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유명해져야 마땅한 책이다. 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어떤지 감안할 때,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할지 내 상상력으로는 짐작할 수 없지만 강철환의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pp.256-257

북한: 난쟁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나라
북한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의문에 매달려 있다. 이 노예들이 정말로 속박을 사랑하는가? 그리고 이 의문은 말도 안 되는 여러 가지 추론을 낳는다. 악몽 같은 이 작은 나라의 국민들은 당연히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해볼 수 없다. 불평을 늘어놓거나 정권의 비위를 거스르는 사람은 수용소로 끌려간다. 북한 사회 전반의 영양 상태와 복지 수준을 감안하면, 수용소는 잠깐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사실 외에는 위안거리를 찾을 수 없는 살아 있는 지옥일 것이다. 그러나 인종적 오만과 민족주의적 히스테리는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체제에서 강력한 접합제 역할을 한다. 이는 유럽인과 미국인이 모두 잘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 남한에도 김정일 정권이 왠지 더 ‘정통파’ 한국인의 모습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 역시 김정일 정권 치하에서는 하루도 견디지 못할 텐데 말이다.--- p.461

4부 말의 가치
덴마크를 위해 일어서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극악무도하고 광적인 사람들보다 유들유들한 사람들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슬람 혐오증’이라는 수상쩍은 단어가 가까운 시일 안에 우리 사회 안으로 밀수될 것이다(이것은 경고다). 이슬람 혐오증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누구든 정중하고 단호하게 입 닥치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며, 종교를 비판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를 몰수당할 것이다. 이런 식의 비난을 받는 사람은 또한 처음부터 암묵적으로 죄인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부드러운’ 검열이 승리를 거둘 것이다. 그 자체가 지닌 장점 때문이 아니라, 지난 몇 주 동안 우리가 목격했던 ‘엄격한’ 검열의 힘 덕분에 말이다. 〈뉴욕 타임스〉 2월 13일자에 실린 기사는 최대한 중립성을 지키려고 주의하면서도 위협적인 느낌을 전해주었다. “미국의 이슬람 지도자들”이 더 빈틈없어졌고, “유럽의 형제들보다 더 많은 통합과 수용과 경제적 성공을 이끌어냈으며, 효과적인 조직을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문제의 만화를 세계적인 이슬람 혐오증 물결의 일부로 묘사하면서, 유럽의 이슬람 단체들에게도 같은 용어를 쓰라고 권고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이슬람교도들이 전 세계에서 저지르고 있는 폭력 행위를 지렛대 삼아 미국인들의 담론 속에 신중한 메시지를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뜻이다.--- p.526

터놓고 말해
모든 신정 체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성을 완벽히 통제하려는 직접적이고 단호한 의지와 성적인 억압이다. 21세기의 영국에 명예 살인, 강제 결혼, 성직자의 명령에 의한 아내 구타, 이름만 다를 뿐 실질적인 근친상간, 여성들에 대한 옷차림 강요 등이 존재한다. 여성들이 문제의 옷차림을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사람들은 그것이 (하필이면)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것만으로도 형편없는 일이다. 이 문제가 이슬람 사회에만 한정되어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독극물을 한곳에만 가둬두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래서 신정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은 이제 단순히 부정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여성들을 마구 죽이는 권리를 신에게서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악 앞에서 우리는 하다못해 그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들의 정체를 제대로 밝혀주어야 한다. 현재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폭정의 여성 피해자들이다. 그리고 이 체제에 감히 반기를 든 사람들에게는 ‘권리 박탈’보다 더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 p.553

역사와 수수께끼
내 귀에 ‘반체제 세력’은 ‘반군’은 물론이고 심지어 ‘혁명 세력’과도 비슷하게 들린다. 이 단어에 경멸적인 의미가 명백하게 들어 있지는 않다. 역사 속에는 이 단어를 명예롭게 만들어준 사건들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이 단어는 봉기라는 의미로 쓰여야 마땅하다. 이라크의 파시스트들과 그들에게 고용된 사람들은 봉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짓밟는 중이다. 이제 권위 있는 매체들이 그 단어를 버리고, 그들을 올바른 이름(바트당원, 빈라덴주의자, 지하드주의자 중 하나를 골라 쓰면 된다)으로 불러줄 때가 되었다. 있지도 않은 수수께끼들을 만들어내는 일도 그만두어야 한다.--- p.559

‘당신’의 시대
방금 누군가가 내게 링크를 걸어 보내준 인터넷 사이트를 보니, 몇 년 전에 내가 강연하던 모습이 담겨 있다. 내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피해 다니기가 힘든 ‘유튜브’라는 현상을 나도 처음 접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또 다른 링크가 걸려 있는데, 거기에는 나의 또 다른 동영상들이 들어 있다. 여기에서 ‘당신’은 무엇인가? 이것은 나를 위한 미튜브다. 그리고 나의 친구나 적들에게는 ‘힘튜브HimTube’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오래전에 느꼈던 분노가 떠오른다. 사람들이 타인을 ‘성적인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비난을 쉽사리 받을 수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제대로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과의 관계에서뿐이다. ‘나’로 시작하는 문장이 ‘나’로 끝난다면,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의 문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문장의 주제가 성적인 것이라면, 그 문장의 목적어는 ‘대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성적인 주체’로 불리기를 원하는 것일까(좋은 질문이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나중에)? 아니면 ‘성적인 서술어’(저자의 말장난. ‘주체’ 또는 ‘주제’로 번역한 ‘subject’에는 ‘주어’라는 뜻이 있고, ‘대상’으로 번역한 ‘object’에는 ‘목적어’라는 뜻이 있으므로 또 다른 문법 용어인 ‘서술어’로 말장난을 한 것이다―옮긴이)? 거기까지 파고드는 건 그만두자.

--- pp.576-577

출판사 리뷰

투덜대고 불평할 권리, 의심하고 비판할 권리
히친스는 뛰어난 저널리스트였다. 좌파의 진보 지식인으로서 현실 정치에도 적극 참여했다.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를 범죄자로 기소하는 책을 썼으며, 가톨릭과 기독교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가 ‘우상파괴자’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도 모든 권위를 의심하고,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이거나 굳게 믿는 것들이 진실인지를 철저하게 가리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는 사소한 것까지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다. as를 써야 할 자리에 왜 like를 쓰는지, 웨이터는 남은 포도주를 왜 함부로 따르는지, 14세가 된 아이들을 사형대에 오르게 해도 되는지, 정말로 제퍼슨과 JFK가 존경받을 만한 인물인지 다시 한 번 따져 묻는다. 당연하게 여겼을 법한 일까지도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것이 우리의 의식과 현 세태의 어떤 면을 반영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정치와 종교, 문학과 관습, 그 모든 것에 대한 비판과 의심은 우리가 살아갈 권리, 즉 인권으로 통한다. 그러므로 그의 비판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권리, 돈과 명예와 권력에 의해 침해받은 권리를 되살리려는 인간적인 시도다. 그의 비판이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누구도 정치를 떠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겠지만, 그는 정치보다도 더 중요한 것들이 정치로 인해 곡해되는 현실을,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와 본능마저도 경제적 논리에 유린되는 현 세태를 통렬히 비판한다. 그리고 모든 비판은 풍부하고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냉철한 논리로, 칼처럼 벼려낸 예리한 문장을 통해 불편하지만 직시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의 문제들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의 비판은 직접적이고 불편하다!
히친스는 입만 살아 있는 비판자가 아니다. 미국이 주장하듯, 워터보딩이 정말 고문이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고문을 경험해보기도 하고, 이슬람 지역에서의 선교활동에 대해 이슬람 지역에 파견되었던 장교들과 토론한다. 이슬람 지역으로 들어가 그곳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풍습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애쓴다. 베트남에서 에이전트 오렌지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결과 지금까지 고통받는 사람들의 현실을 두 눈으로 확인한다. 이처럼 그의 비판은 직접적이고 불편하며, 현실을 바탕으로 한 논리가 담겨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더불어 글을 읽는 사람들의 감성과 지성을 한꺼번에 자극한다. 이는 그가 단순히 논리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 종교, 문화, 예술, 문학 등을 총망라하며 역사적인 배경까지 두루 살피며 현상을 바라보고 이해한다. 그의 글은 반박할 수 없는 힘을 지닌다. “신을 포함한 모든 폭군에게 대항한 용감한 전사”라고 평가한 리처드 도킨스의 말처럼 강자에게 비판의 칼날을 겨누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약자의 편을 들거나 강자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약자든 강자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억압당한 모든 이들을 옹호한다.

진정한 휴머니즘을 찾아서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옳고 그름’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해줄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라크전쟁이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는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도 인정하듯이 이라크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져다주지 못했을 뿐더러, 전쟁에 참여한 강자 쪽의 사람들까지도 피해자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온갖 방법으로 이라크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켰지만, 히친스가 바라본 이라크는 미국의 말처럼 근본주의자들과 자살 폭탄 테러범들이 득실대는 악의 소굴이 아니었다. 그들도 평범한 삶을 영위하려는 사람들일 뿐이고,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볼 때 결코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비참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워터보딩을 고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미국인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올 것이며, 결국 그로 인해 희생자가 생기고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나리라는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그의 글은 자신의 자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고, 우리의 행동이 어떠한 파급력을 지니는지 점검하게 한다. 또한 우리가 진정한 자유, 평화, 도덕을 누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러기 위해 그는 자신이 속한 사회와 국가를 통렬히 비판하고, 철저히 점검한다. 다시 말해 그의 비판은 남을 위한 일이 곧 나를 위한 일이라는 너무나 옳은 오래된 경구를 실현하는 진정한 휴머니즘의 소산이다.

미국은 절대선善이 아니다
히친스가 선택한 쟁점들 대부분은 논의되어야 하지만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는 것들이다. 그는 끊임없이 미국의 신화를 깨부수고, 미국의 선의를 의심하며, 미국의 전쟁과 정치를 비판해왔다.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아랍으로, 베트남으로 향한다. 히친스는 비판하고 뒤집어엎고 지적하고 비꼬지만,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의 글은 비판을 위한 비판, 비난을 위한 비난이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이 되기를, 미국이 진정으로 선한 국가가 되는 것이다. 좌파였다가 우파로 전향한 히친스가 무서울 만큼 신랄한 어투로 좌파의 독선과 모순을 지적하며 몰아붙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실 히친스에게 중요한 것은 좌우의 구분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원칙이었다. 그가 좌파를 공격한 것도 그들의 독선적인 주장이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히친스의 글을 읽고 나서, 우리에게 ‘의심스러운’ 것!
“한국은 미국의 52번째 주”라는 자조 섞인 농담처럼, 한국은 미국과 아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는 여전히 미국이 좌지우지하고, 중국과의 관계는 미국 때문에 삐걱대기도 한다. 또한 베트남전은 우리에게도 잊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역사였다. 미국의 변방으로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한국은 베트남에 많은 인원을 파병했다. 그로 인해 반미, 반전의 물결이 일기도 했지만, 충분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었기에 지속되지 못했다. 그러므로 이 책을 ‘단지’ 미국에 대한 비판서로만 보아서는 곤란하다. 그의 글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요구한다. 한국이 베트남에 사과하지 않으면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낼 수 없다는 지식인들의 목소리와 맥락을 같이하는 셈이다. 우리는 피해자이기도 했지만, 가해자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비겁한 변명일 수 있다. 한국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우리는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한국이라는 국가와 한국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고 엄정히 논의해야 한다.

긴 식민지 시대를 거쳐 미국의 보이지 않는 억압까지 우리는 오랫동안 외세에 시달렸다. 그러나 피해망상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한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냈고, 여러 분야에 걸쳐 뛰어난 업적을 쌓고 있다. 한편 눈앞에 북한이라는 마지막 공산 독재국가를 두고 있고, 독도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과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회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 높아가는 자살률, 낮아지는 출산율로 인한 사회의 노령화, 부의 분배 문제, 경제침체로 인한 민생 불안 등,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저한 자기반성과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이러한 때에 히친스의 글은 우리의 반성이 얼마나 부족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그것이 정치, 종교, 문화, 예술, 문학 등 전반에 걸쳐 바른 지성의 길을 걷는 지식인의 부재가 한없이 아쉬운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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