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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장편소설
최인호 저
여백 201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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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글

1장. 부처를 버려라 _한 점 바람으로 사라진 방랑승, 경허
너는 그러할 수 있는가
부처가 되려거든 부처를 버려라
자취를 감추는 것이 본래부터 본분인 것을
수월, 스승 경허의 짚신을 삼다
빈 거울은 거울이 아니고, 깨친 소는 소가 아니네

2장. 온 곳이 없으니 간 곳도 없다 _자비의 향기로 남은 선승, 수월
천수경을 외워 수월 법호를 얻다
숨을수록 향은 더욱 짙게 번지니
수월과 효봉

3장. 일체의 법은 본래 그 실체가 없다 _무소유로 일관한 천진불, 혜월
귀신도 속이지 못할 천진한 어린아이
일체의 법을 알려면 마음속에 아무것도 가리려 하지 말라
사람을 죽이는 칼, 사람을 살리는 칼
남쪽의 하현달이 되다

4장. 보려고 하는 자가 누구냐 _불세출의 선승, 만공
도암 소년, 불가에 들다
경허를 스승으로 모시고 화두를 품다
스승 경허로부터 선지식 인가 시험을 받다
마침내 도를 이루다
만공의 신통력을 경허가 꾸짖다
김좌진과 만해 한용운
만공이 남긴 일화와 법훈들
자네와 내가 이제 이별할 인연이 되었구려

부록 _경허ㆍ수월ㆍ혜월ㆍ만공의 흔적

저자 소개 1

崔仁浩

1945년 서울에서 3남 3녀 중 차남으로 출생한 최인호는 서울중·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고등학교(16회) 2학년 재학 시절인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하였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작가는 1970~80년대 한국문학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농업과 공업, 근대와 현대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시기의 왜곡된 삶을 조명한 그의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문학으로서, 청년 문화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해 왔다.
1945년 서울에서 3남 3녀 중 차남으로 출생한 최인호는 서울중·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고등학교(16회) 2학년 재학 시절인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하였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작가는 1970~80년대 한국문학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농업과 공업, 근대와 현대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시기의 왜곡된 삶을 조명한 그의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문학으로서, 청년 문화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해 왔다. 1975년부터 월간 샘터에 연재소설 『가족』을 연재하여 자신의 로마 가톨릭 교회 신앙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가족』은 한 편 한 편이 짧은 연작소설이지만 우리 인생의 길고 긴 사연들이 켜켜이 녹아있는 한국의 ‘현대생활사’이다. 1990년대 들어서부터는 우리의 역사에 천착하며 한민족의 원대한 이상에 접목하는 날카로운 상상력과 탐구로 풍성한 이야기 잔치를 열어왔다.

1973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파격적으로 조선일보에 소설 『별들의 고향』을 연재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신문에 연재될 때부터 화제가 되더니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또 얼마 뒤에는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크게 인기를 모은다. 이후 「술꾼」, 「모범동화」, 「타인의 방」, 「병정놀이」, 「죽은 사람」 등을 통해 산업화의 과정에 접어들기 시작한 한국사회의 변동 속에서 왜곡된 개인의 삶을 묘사한 최인호는 "1960년대에 김승옥이 시도했던 ‘감수성의 혁명’을 더욱 더 과감하게 밀고 나간 끝에 가장 신선하면서도 날카로운 감각으로 삶과 세계를 보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호스티스 작가’, ‘퇴폐주의 작가’, ‘상업주의 작가’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일간지와 여성지 등을 통해 『적도의 꽃』, 『고래 사냥』, 『물 위의 사막』, 『겨울 나그네』, 『잃어버린 왕국』, 『불새』, 『왕도의 비밀』, 『길 없는 길』과 같은 장편을 선보이며 지칠 줄 모르는 생산력과 대중적인 장악력을 보여준 최인호는 2001년 『상도』의 대성공 이후 제 2의 전성기를 맞으며 거듭나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도 군부독재와 급격한 산업화라는 1970년대의 특수한 시대적 상황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던 장르인 시나리오에도 관심을 가져 『바보들의 행진』『병태와 영자』『고래 사냥』 등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희극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그 만의 독특한 시나리오 세계를 구축하였다. 이렇게 꾸준한 관심의 결실로 1986년엔 영화 「깊고 푸른 밤」으로 아시아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분야들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길을 보여주었다.

[샘터]지에 34년 6개월 간 연재한 '가족'을 건강상의 이유(2008년 발병한 침샘암 투병중)로 2010년 2월을 기해 연재중단을 선언하였다. 2010년 1월에는 죽음과 인생에 대해 성찰하는 내용을 담은 에세이집 『인연』을 출간하였고, 2010년 2월에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를 선보였다. 2011년에는 투병 중 집필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발표하며 등단 이후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제1기의 문학’과, 종교·역사소설에 천착했던 ‘제2기의 문학’을 넘어, ‘제3기의 문학’으로 귀착되는 시작을 알렸다. 이 소설로 2011년 동리목월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암 투병 중에 병세가 악화되어 2013년 9월 25일 오후 7시 10분에 향년 68세로 사망하였다.

최인호는 1970년대 청년 문화의 중심에 선 작가다. 세련된 문체로 ‘도시 문학’의 지평을 넓히며 그 가능성을 탐색한 그는 황석영, 조세희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1970년대를 자신의 연대로 평정했다. 1970~80년대 한국문학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농업과 공업, 근대와 현대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시기의 왜곡된 삶을 조명한 그의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청년 문학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했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책 표지에 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으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대신 시거를 피웠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청계산에 오르는 생활 습관이 있었으며 컴퓨터로 작업한 글은 "마치 기계로 만든 칼국수" 같고 왠지 "정형 수술한 느낌"이 들어 지금도 원고지 위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새겼다.

소설집으로 『타인의 방』, 『잠자는 신화』, 『개미의 탑』, 『위대한 유산』 등이 있으며, 『별들의 고향』, 『도시의 사냥꾼』, 『잃어버린 왕국』, 『길 없는 길』, 『상도』, 『해신』, 『유림』,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수필집으로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의 인생』 등이 있다. 작고 이후 유고집 『눈물』, 1주기 추모집 『나의 딸의 딸』, 법정스님과의 대담집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문학적 자서전이자 최인호 문학의 풋풋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작품집 『나는 나를 기억한다 1, 2』, 세 번째 유고집 『누가 천재를 죽였는가』, 네 번째의 유고집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와 5주기 추모작 『고래사냥』이 재간행되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불교출판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3년 ‘아름다운 예술인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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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40g | 142*205*30mm
ISBN13
9788958662075

책 속으로

『길 없는 길』을 통해 경허를 만나게 되었던 인연으로 열반 100주년을 맞아 경허의 법제자들을 다시 한 번 살려 봄으로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아랫물이 맑으면 윗물도 맑다’는 진리를 야반삼경에 대문 빗장을 가만히 열어보는 심정으로 밝혀보았다. 하오니 조용히 들어와 제자들에게 때리고 “할喝” 하는 경허의 여전한 고함 소리를 엿들으셨으면 한다. ---「머리글」에서

스승 경허는 저 썩어가는 육체를 지닌 여인을 열흘 동안이나 곁에 두고 살을 맞대었다. 너는 그러할 수 있겠는가. 스승 경허는 제정신이 아닌 미친 저 여인을 열흘 동안 밥을 먹여주고 함께 다정히 말을 나누었다. 너는 그러할 수 있겠는가. 스승 경허는 코가 떨어져 나가고 눈썹이 없고 입마저 헐어버린 나병에 걸린 여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그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질하여 단정히 빗겨주곤 했다. 너는 그러할 수 있겠는가. 스승 경허는 동냥질하며 이 동리에서 저 동리로 떠돌아다니는 거렁뱅이 여인이 눈에 덮여 죽어가게 되자 그 여인을 업고 방 안에 들여다가 체온으로 녹여 살려주었다. 너는 그러할 수 있겠는가. 스승 경허는 고름이 흘러내리는 여인의 몸을 혀로 핥았으며 오물로 뒤범벅되어 있는 여인의 몸을 서로 맞대어 살을 나누었다. 너는 또한 그러할 수 있겠는가.
네 눈에는 그 여인의 거렁뱅이로서의 모습과, 환자로서의 모습과, 그 뼈와 살이 썩어가는 모습과,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고 고름이 흘러내리는 모습과, 미친 여인으로서의 행색과 그 숨소리와, 견딜 수 없는 악취만이 보이고, 들리고, 냄새 맡아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너는 그 여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나 스승 경허는 그 여인을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본 것이다. 네가 본 것이 다만 하나의 형상과 색에 불과하다면 스승 경허는 그 여인에게서 법신을 본 것이다---「너는 그러할 수 있는가」, 경허

이 오막살이는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고갯마루 위에 세워져 있었는데 수월은 그 오막살이에서 홀로 지내면서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면 예불을 마치고 짚신을 수십 켤레 삼아 집 앞 처마에 매달아놓곤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월은 수십 명이 먹을 밥을 미리 해놓고 그것을 일일이 밥그릇에 담아 부엌에 가지런히 놓아두곤 했다.
토굴 앞에는 맑은 물이 샘솟는 샘터가 하나 있어 고개를 넘는 길손들이 발을 멈추고 물 한잔 떠먹으며 쉬어가곤 했는데 마침내 날이 밝아 고개를 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수월은 말없이 샘터에 앉아 물을 마시면서 쉬고 있는 길손을 불러다가 그의 발에서 다 떨어진 짚신을 자기 손으로 벗겨내고 처마에 걸린 자기가 삼은 짚신 중에서 길손의 발에 맞을 만한 짚신을 골라 신겨주곤 했다. 그리고는 그를 부엌으로 데려가 밥 한 그릇을 먹고서 고개를 넘어갈 것을 권유하곤 했다. 길손이 부엌으로 들어서면 수월은 간단한 찬거리가 담긴 밥상을 차려주고 자신은 뜨락에서 하루 종일 장작을 패곤 했다.---「숨을수록 향기는 더욱 짙게 번지니」, 수월

헌병대장은 마침내 천하의 명검을 볼 수 있다는 흥분으로 혜월의 뒤를 따라 섬돌 계단을 걸어 축대 위까지 올라갔는데, 갑자기 앞서 걷던 혜월이 돌아서면서 그의 뺨을 후려쳐 축대 밑으로 떨어뜨렸다.
무방비 상태로 당한 헌병대장은 그대로 섬돌 아래로 비명을 지르면서 굴러 떨어졌다. 졸지에 수모를 당한 헌병대장은 벌떡 일어서서 허리에 찬 칼을 빼들어 혜월을 베려고 했다. 그러나 먼저 혜월이 다가가 넘어진 헌병대장을 부축해 일으켜 세워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이 내가 갖고 있는 당신이 보고 싶어 하던 천하의 명검이오. 내가 당신을 때려 계단 아래로 떨어뜨린 손은 당신을 죽이는 칼이며, 당신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운 손은 당신을 살리는 칼이오.”---「사람을 죽이는 칼, 사람을 살리는 칼」, 혜월

최후설을 마친 만공은 1946년 병술년 10월 12일, 시자들을 보고 물을 떠오라고 일렀다. 시자들이 목욕물을 떠오자 스스로 몸을 씻어 자신이 평생토록 입고 가던 육신의 옷을 씻어 내렸다. 목욕을 하고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단좌한 후 거울을 가져오라고 했다. 시자가 거울을 가져오자 만공은 물끄러미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더니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와 내가 이제 이별할 인연이 되었나보구려. 그럼 잘 있게나.”
그러고 나서 만공은 문득 입적했다.

---「자네와 내가 이별할 인연이 되었구려」, 만공

출판사 리뷰

살 때는
온몸으로 살고,
죽을 때는
온몸으로 죽어라!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선승들의 이야기
경허 그리고 세 명의 수법제자 수월, 혜월, 만공…
그들이 남긴 법훈과 선화는 오늘, 우리를 향한 일갈이었다!

위대한 인간 부처
구한말 한국 불교의 중흥조 경허 선사와 세 수법제자가
어둠의 시대를 가르며 토해내는 영혼의 사자후, 할!

위대한 선승들의 이야기, 최인호 장편소설 『할』

1990년대 초, 이미 가톨릭 신자였던 소설가 최인호는 불가의 가르침에 감화하여 구한말 선승들의 흔적을 찾아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녔다. 그 첫 번째 대상이 감히 범접하기 힘든 깨달음과 가르침으로 근대 불교의 선풍을 일으켰던 경허 선사였다. 천주교에 귀의한 뒤 깨달음의 길을 찾아 나섰던 최인호에게 불교의 선승들, 특히 경허 선사가 지나간 발자취는 선명한 구도의 이정표가 되었다.

전 매스컴과 독자들의 격찬을 받으며 15년간 150만 부를 돌파한 스테디셀러 『길 없는 길』을 통해 불교의 요체를 드러냈던 최인호는 경허 선사 열반 100주년이었던 2012년, 경허 선사와 그의 세 수법제자들과 맺었던 인연의 고리를 다시 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3년, 『길 없는 길』에서 경허와 세 수법제자의 이야기만 따로 뽑아 재구성해 세상에 내놓는다. 길 없는 길을 걸었던 위대한 선승들의 이야기, 장편소설 『할』이다. 또한 책 말미에 부록, 경허, 수월, 혜월, 만공의 흔적들을 다큐 형식으로 사진으로 담아놓음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선승들의 소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조선 말기 국운이 스러져가던 시대에 때로는 사자후와 같은 일갈로, 때로는 오묘한 이치를 담은 설법으로, 또 때로는 경악할 경지의 파행과 기행으로 세속의 부조리를 꾸짖던 경허 선사. 그는 꺼져가는 불법의 불씨를 되살려 낸 우리나라 근대 불교의 선구이자 위대한 자유인이었다. 그리고 그의 수법제자인 ‘세 개의 달’ 수월, 혜월, 만공은 우리나라 근대 불교 중흥을 이끈 찬란한 불법의 꽃봉오리다. 최인호의 『할』은 이들 위대한 자유인들의 여러 일화와 법문을 좇아 길 없는 길의 여정을 떠난다.

잠든 영혼을 일깨우는 소리, 할!
길 없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위대한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 자신 앞에 놓인 맑은 거울 을 비춰보는 일일 것이다. 또한 그것은 우리가 걸어온 길, 일상의 관습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화두를 받아드는 일일 것이다. 그들은 묻는다. 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이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할
본디 ‘할喝’은 사찰과 선원에서 학인을 꾸짖거나 말이나 글로써 나타낼 수 없는 도리를 나타내 보일 때 내뱉는 소리를 이른다. 법기와 수련이 높은 승려가 토해내는 ‘할’에는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사자후와 같은 기운이 서려 있다. 그것은 그 어떤 소리보다 큰 침묵의 소리, 모든 분별과 욕망과 번뇌를 일거에 불태워 버리는 자각의 번갯불, 잠든 영혼을 일깨우는 침묵의 함성이다.

『할』의 이야기는 경허의 기행으로부터 시작한다. 경허는 겨울날 길가에 쓰러져 죽어가던 여인 한 명을 자신이 머물던 해인사의 조실로 데리고 온다. 이후 경허와 여인은 조실에 틀어박힌 채 며칠 동안 두문불출한다. 당시 경허를 보필하던 만공(경허의 막내 수법제자)은 스승의 기행이 사내 대중들의 입에 오를까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조실에 들어선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한센병이 들어 온몸이 썩어 문드러진 여인을 스승 경허가 품에 안고 있었던 것이다. 썩어가는 육신은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훗날 이때를 회상하며 만공은 말했다.

“나도 경허 스님처럼 이 여인을 데리고 하룻밤만이라도 잠잘 수 있을까 생각했다. 도저히 나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나는 몹시 부끄러워졌으며 스승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처럼 최인호 장편소설 『할』에는 말년 경허가 보였던 기행으로 시작하여 그의 수법제자인 수월, 혜월, 만공이 보인 선화와 그들이 남긴 법훈을 하나하나 좇아가고 있다. 세속뿐만 아니라 불가에조차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철저히 사라졌던 수월, 이 세상에 거짓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천진불 혜월, 일제에 의해 국운이 스러져 가고 불심이 퇴색해 가는 현실 앞에서 대중들을 깨우쳤던 만공. 그들이 남긴, 범인으로서는 도저히 범접하기 힘든 깨달음의 경지와 사자후 같은 일갈은 세속의 욕망으로 흐릿해진 정신을 번쩍 일깨우는 꾸짖음이자 가르침이다.

왜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가

한없이 어두웠던 절망의 시대, 구한말. 어둠을 꿰뚫는 진리의 불꽃으로, 또 자비의 은은한 달빛으로 길 없는 길을 걸어간 경허 선사와 세 명의 수법제자, 수월과 혜월, 그리고 만공. 이들이 남긴 법훈과 선화들은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큰 울림으로 메아리치고 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기억하게 하는가. 왜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가. 우리 마음속 한구석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그들이 불쑥 깨어나 “할!” 소리를 내지르면 바짝 얼어버릴 것 같은 이 초조함은 또 무엇 때문인가.

한국 현대문학에 한 획을 그은 이 시대의 대가, 최인호. 그가 혼을 지펴 완성한『할』은 어두운 한 시대를 관통하며 진리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갔고 지금도 먼 길을 가고 있는 이들 ‘깨달은 자’들의 이야기이다. 최인호의 깊고 그윽한 필치가 그려 내는 영혼의 아찔한 깊이, 그 깊이의 중심에서 울려오는 침묵의 일갈은 그대로 차고 맑은 죽비가 되어 우리의 잠들어 있는 영혼을 내려칠 것이다.
리뷰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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