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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서문 강의 _ 근거율 첫 번째 시간 두 번째 시간 세 번째 시간 네 번째 시간 다섯 번째 시간 여섯 번째 시간 일곱 번째 시간 여덟 번째 시간 아홉 번째 시간 열 번째 시간 열한 번째 시간 열두 번째 시간 열세 번째 시간 강연 _ 근거율 편집자 후기 색인 하이데거 연보 |
Martin Heidegger (1889~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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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발걸음은 근거들로 향하는 도상에 있다. … 근거탐구와 근거정립은 우리의 모든 행위를 규정한다.
--- p.32 결국 이 명제[근거율]도 그것의 고유한 진술에 따라 근거를 가져야 것이다. 근거율을 위한 근거는 어떤 것인가? 이 명제 자체는 우리를 이러한 물음으로 소환한다.” --- p.34 사유해야 할 것은 근거의 송달에 대한 요구를 하나의 방식으로만 풀어낼 경우에 인간이 고향처럼 느끼고 있는 모든 것이 위협을 받을 것이며,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반의 모든 근거와 바탕을 빼앗기게 된다는 사실이다. --- p.83 존재의 역운이라고 불리는 것은 지금까지 서양 사유의 역사를 특징짓는다. 도약을 이행하지 않는 한, 우리는 존재의 역운이 무엇을 뜻하는지 사유할 수 없다. 도약은 존재자에 대한 명제로서 근거에 대한 근거명제로부터 벗어나 존재로서의 존재에 대한 말함 안으로의 뜀(Satz)이다. --- p.155 존재는 우리에게 결코 직접적으로 친숙하지도 않으며, 그때마다 존재하는 것처럼 개방되지도 않는다. 존재는 마치 완전히 은닉된 것처럼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존재자는 결코 우리에게 마주서 있을 수도 없고 친숙해질 수도 없다. 존재는 그때마다 존재자가 나타날 수 있기 위해 자기로부터 이미 앞서 나타나야 한다.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에 마주해 있는 것이 그 안에 정착할 수 있는 어떤 근방(Gegend)도 없을 것이다. --- p.160~161 우리는 근거율을 두 방식으로 들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존재에 관한 최상의 근거명제로서 들을 수 있고, 둘째는 존재율로서 들을 수 있다. 두 번째 경우에서 우리는 근거를 존재로서, 존재를 근거로서 사유하도록 지시를 받는다. 이 경우에 우리는 존재를 존재로서 사유하는 시도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는 존재가 더 이상 존재하는 어떤 것을 통해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 그러나 이러한 사유에 이르는 길은 이제 근거율을 존재율로서 듣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 p.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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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철학의 근본 주제, 근거율
하이데거의 철학 전체에서 근거의 문제는 전통 형이상학을 해체하고 존재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려는 시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근본주제이다. 그의 전·후기 사유에서 근거는 형이상학에서 실체 또는 주체와 같은 존재자로 표상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부터 드러나는 것이다. 전기 사유에서 근거의 문제는 존재자 전체를 넘어 존재를 이해하고 있는 현존재의 초월과 자유에서 해명된다. 이 책 『근거율』은 전통 형이상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라이프니츠의 근거율을 비판하고 근거의 본질이 탈-근거로서 존재 자체에서 유래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근거의 본질을 존재와의 공속성에서 숙고하는 이 책에는 시적 사유, 존재의 역운, 과학기술 비판과 같은 후기 사유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근거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근거율』은 하이데거의 철학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서 역자는 하이데거의 원전에 담긴 사상을 왜곡 또는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독일 전집 출판사의 강한 요청에 따라 해설은 물론 역주 또한 충분히 제공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이 책은 강의와 강연 형식으로 전달된 것이어서 독자는 하이데거의 목소리를 직접 대할 수 있다는 유리한 점이 있다. 강의에서 하이데거는 앞서 다룬 내용들을 매시간 반복하고 있다. 이 반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존재 사유를 위해 숲길과 들길을 헤치며 가야 길을 잃지 않도록 하려는 이정표와 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독자는 이정표를 따라 하이데거가 안내하고 있는 사유의 길을 부단히 인내심을 가지고 따라가야 할 것이다. 근거율이 철학사에 중요한 이유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근거 또는 이유를 가진다.’ 이 사실은 너무도 자명하여 사유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지성도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다. 만나는 모든 것에서 우리는 언제나 이미 근거를 캐묻고 있다. 모든 것에서 근거를 탐구하고 근거를 정립하는 일은 인간의 지성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이다. 근거는 때로 가까운 것으로, 또는 최초이자 최종적인 것으로 제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이한 것은 이러한 독특한 인간의 태도에 대해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의 행위를 깊이 숙고해온 서양철학에서도 그것을 하나의 명제 또는 원칙으로 제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17세기에 처음으로 라이프니츠는 “이유[근거] 없이는 아무것도 있지 않다(Nihil est sine ratione)”라는 이유의 원리, 즉 근거율을 제시하였다. 그는 ‘충분한 이유보충의 원리’라는 완성된 형식을 통해 이 원리가 위대하고 강력하며 가장 고귀한 명제임을 보여주었다. 기원전 6세기에 서양철학이 시작된 이래 근거율이 라이프니츠에게서 원리로 정립되기까지는 2300년이 걸렸다. 이러한 긴 시간을 하이데거는 근거율의 ‘숙면기’라고 부른다. 왜 근거율은 잠에서 깨기까지 그토록 긴 시간을 필요로 했는가? 라이프니츠의 근거율로 인해 숙면기가 끝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로부터 근거의 본질은 비로소 해명되었는가? 이러한 물음으로부터 근거율에 대한 하이데거의 논구는 출발한다. 『근거율』의 전체적 내용 라이프니츠의 근거율을 통해 근거율의 긴 잠은 끝난 것인가? 근거율을 통해 근거의 본질이 해명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근거율은 근거 없이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말할 뿐 근거 자체가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지 않다. 근거율의 근거는 무엇인가? 이 근거는 근거율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로부터 하이데거는 근거율에서 울리고 있는 다른 소리를 경청하는 사유의 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근거 없이는 아무 것도 ‘있지’ 않다.” 이 근거명제에서는 어떤 것이 표상적인 근거로 제시되기 전에 “있음”이 울리고 있다. 있음은 인간이 어떤 것으로 표상할 수 없는 것으로서 그 전에 앞서 있어야 하는 근거이다.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이데거는 라이프니츠와 동시대에 살았던 신비주의자 안겔루스 질레지우스의 시를 인용한다. “장미는 왜 없이 있다. 그것은 피기 때문에 핀다.” 여기에는 두 개의 근거, 왜-근거와 때문에-근거가 등장한다. 전자는 인간이 표상적 근거로서 탐구하는 ‘왜’이며, 후자는 자기 자신에서 스스로 개현함(퓌지스)을 나타내는 존재로서의 근거이다. 존재로서의 근거는 표상적으로 제시된 그런 근거가 아니라는 점에서 근거 아닌 근거, 무-근거, 탈-근거로 통찰되어야 한다. 이때 근거는 존재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통찰을 위해서는 존재에로의 도약이 필요하다. 이 도약은 근거율(Satz vom Grund)을 넘어서 존재 안으로 뜀(Satz), 즉 존재율(Satz vom Sein)을 의미한다. 표상적 근거는 오히려 존재로서의 근거에 대한 통찰, 즉 존재율을 근거로 한다. 서양철학은 왜 그러한 표상적 근거를 찾아 헤맨 것일까? 그것은 존재가 스스로 이탈함으로써 은닉하는 방식으로 시대마다 존재자의 근거를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존재율은 존재가 자신을 시대마다 보낸 역운으로서, 여기에는 서양의 역사가 모아 간직되어 있다. 근거율의 잠을 일깨운 라이프니츠의 근거율은 오히려 근거의 본질을 더 깊은 잠 속에 빠뜨릴 수 있다. 이는 존재로서의 근거가 아니라 계산적 이성의 관점에서 본 인간과 그로부터 구축된 기술과학의 세계가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되고 있다. 하이데거는 그것이 가져올 폭력적 위험을 앞서 경고하며 존재의 소리를 경청할 때 인간의 본질과 고향으로서 대지가 회복될 수 있음을 이 책에 수록된 「근거율-강의」와 「근거율-강연」에서 역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