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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ger Joseph Zelazny,본명 : 로저 조셉 크리스토퍼 젤라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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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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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존재들. 일곱 개의 조각상들을 떠올리자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이것들은 기묘한 방법으로 그의 삶을 조작했다. 모루산 정상에서의 마지막 전투와 함께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폴은 여전히 이것들의 진정한 기능이 무엇인지, 목적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전혀 몰랐다. 그들과 모종의 타협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런 불안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최근 있었던 영문 모를 암살 시도와, 모든 해답을 알고 있지만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이 없는 듯한 정체불명의 마법사와 심야에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그의 뇌리를 스쳐가지 않은 유일한 개인적 고민은 되풀이되는 꿈에 관한 것뿐이었다. 이윽고 그는 잠에 빠져들었고, 또 그런 꿈을 꿨다. ---「5장」 중에서 “넌 꿈을 꿨지.” 라일은 잘라 말했다. “흐음, 꿨지…….” “내가 보낸 꿈이었어.” 라일은 말을 이었다. “그곳에서 너의 영혼은 [문] 너머로 여행을 했고, 그 사악한 장소의 황량함과 처참함을 보았어. 거기서 타락한 행위에 탐닉하는 괴물들도 보았고.” 폴은 초기에 꾼 꿈들을 머리에 떠올렸지만, 나중에 꾼 꿈들도 기억했다. 거기서 목격한 산맥 너머의 도시들은 황량하지도 처참하지도 않았고, 또 그의 이해력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나한테 보여준 건 그게 전부였어?” 폴은 당혹해하며 물었다. “전부였냐고?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어? 제정신이 박힌 사람에게 [문]이 결코 열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수긍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았느냐고?” ---「15장」 중에서 그날 내 이름을 얻고 인생의 목적을 찾아낸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저주받을 주인님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의 음악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그러자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나의 지각은 인간의 지각과는 다르며, 그들만큼 쉽게 현혹되지 않는다고 자부해온 터였기에 더욱 그랬다. 구름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달이 대지를 희끄무레하게 물들였다. 달빛이 성벽 위에 있던 폴 위로 쏟아져 내렸을 때, 한순간 폴의 머리가평소와는 반대로 한복판에 검은 띠가 지나가는 백발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갓 태어나자마자 지각했던 나의 창조주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치 폴의 얼굴 위로 가면처럼 겹쳐진 데트의 얼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이미지는 단순한 자연적인 힘을 넘어선 인상을 내게 남겼고, 그것이 만들어낸 기억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거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런 느낌은 사라졌고, 음악이 계속되었다. 삶이란 순간적인 환상일까 아니면 긴 노래일까? 새로운 철학적 취미를 찾던 나는, 이렇게 자문했다. ---「23장」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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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체인질링』에서 마법 세계의 운명을 놓고 마크 마락슨과 한판 승부를 벌인 이후, 폴 데트슨은 론도발 성에 머무르며 마법을 습득해나간다. 그러던 중 자객이 잠입해 자신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자 폴은 마법 세계를 파악하고, 자객의 흑막을 알아내고자 마법사들의 집회가 열리는 벨켄 산으로 향한다. 벨켄 산에서 마법사들의 통과 의례를 준비하던 폴은 ‘매드완드’로서 그의 자질과 태생을 두려워하는 마법사 래릭으로 인해 함정에 빠지게 되는데…….
그리고 형체도, 자아도 없는 론도발 성의 존재 ‘나’. ‘나’는 폴이 론도발 성에 들어오면서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되고, 이후 폴을 따라다니면서 자신의 존재 근거를 찾아 나선다. 과연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 위협자인가 조력자인가? ‘나’를 비롯해 론도발 성과 아버지 데트의 비밀,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밝혀지는 예측 불가능한 반전 등 미스터리적 특성이 강화된 위저드 월드 2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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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신화적 상징성, 내러티브의 강렬함, 서로 반발하는 다채로운 요소들을 완결성을 가진 이야기로 통합하는 놀랄 만한 능력……
로저 젤라즈니는 여러 면에서 최고의 작가라 할 수 있다.” _베스트셀러스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 사람, 로저 젤라즈니가 펼쳐놓는 이야기는 엄밀한 과학적 외삽과 화려한 시적 비전의 독창적인 혼합물이며, 박력 있는 모험담과 생기발랄한 이미지의 보고이다.” _판타지 앤드 사이언스 픽션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의 근거를 찾아가는 폴의 모험과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나’의 존재론적 고찰을 중심으로 로저 젤라즈니 본연의 신화적 세계가 생생히 살아난 매혹적인 판타지! 1962년 데뷔한 이래 1995년 사망하기까지 30여 년간 SF와 환상문학계에 찬란한 궤적을 남긴 불세출의 작가 로저 젤라즈니. 명석하고 유려한 플롯, 다양한 신화적 상징, 시적이고 아름다운 문장 등 뛰어난 문학성을 바탕으로 신화와 환상, SF를 융합시킨 그는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뛰어난 작가”로 칭송받고 있다. 그런 젤라즈니 특유의 작품세계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적인 특성이 강하게 가미된 작품이 바로 1980년에 발표된 『체인질링』이다. 초중기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들과 달리 경쾌하고 위트 넘치는 이 소설은 출간 즉시 전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젤라즈니의 단독 장편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성공은 이듬해 후속편인 『매드완드』의 출간으로 이어졌으며, 1989년에는 ‘위저드 월드’라는 제명으로 합본 출간되었다. 『매드완드』는 『체인질링』에서 마법 세계의 운명을 놓고 마크 마락슨과 한판 승부를 벌인 이후, 폴 데트슨과 마법 세계와의 대립을 그린 후속작이다. 흑마법사 데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폴을 제거하려는 음모들, 그리고 전편에서 밝혀지지 않은 데트와 론도발 성의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미스터리적 특성이 강화된 탄탄한 구성과 예기치 못한 반전들이 압권인 이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독창적인 구성이다. 젤라즈니는 이 작품에서 이중 시점을 채택했는데, 폴을 따라다니는 형체도, 자아도 없는 ‘나’의 이야기와 폴의 모험담이 평행으로 교차 진행된다. 즉, 폴을 주인공으로 한 시점과 관찰자인 ‘나’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그럼으로써 젤라즈니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동시에 ‘나’의 존재론적 고찰을 통해 존재의 의미와 자기인식, 정체성의 문제를 심도 깊게 탐구했다.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형태인가 기억인가? 타인의 규정, 즉 이름이나 카테고리로 형상화된 분류들이 과연 존재의 본질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존재가 지니는 의미는 과연 나 자신의 존재 그 자체에서 오는가 아니면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형성되는가? 전편 『체인질링』에서는 ‘성장’이라는 인간의 통과의례를, 후편 『매드완드』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인간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위저드 월드’는 판타지의 외피를 쓰고 있는 한편 존재론적 고찰이라는 문학적 본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작품이다. 또한 『체인질링』이 중세적인 판타지 세계와 현대 세계를 오가며 가볍고 경쾌한 필치로 그려진 것과 달리, 『매드완드』는 젤라즈니 본연의 신화적 세계가 생생히 살아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젤라즈니는 영웅신화의 플롯을 근간으로 마법사들이 모이는 벨킨 산, 바다의 뱀 탈크네나 각종 정령들, 이계와 세계를 나누는 문 등 현대 서양 판타지의 근간이 되는 클리셰들과 북유럽 신화?전설에서 차용된 다양한 모티프들을 절묘하게 변주해냈다. 『체인질링』과 『매드완드』 이 두 작품은 뛰어난 오락성과 작품성 양측을 만족시키며 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영국, 러시아, 일본 등지에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