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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데이비드 스트레이트펠드
유명 작가 탐방 신산한 진실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도 적은 있기 마련이다 미래를 예감하다 쥐를 잡으려면 〈블레이드 러너〉와 할리우드의 유혹 파괴와 깨달음: 마지막 인터뷰 옮긴이의 말 연보 찾아보기 |
Philip K. D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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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은 방치 대상이면서도 방치의 주체였고, 원기 왕성했지만 생전에는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묘사했다. “나는 변덕스럽고, 무책임하고, 익살스럽고, 약간은 재치 있고, 우울한 성격에다가 자살적이기까지 하다.” 딕은 그의 삶이 그가 마음대로 쓴 책이나 마찬가지임을 지적했다.
--- p.9 SF는 지금은 사실이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사실이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다룬다네. 그걸 모르는 SF 독자는 없지! 그리고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은 SF를 읽으면서 아주 기묘한 느낌을 받기 마련이라네. 지금 읽고 있는 이야기가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고, 자기는 단지 시간적으로만 거기에서 격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말이야. 마치 모든 SF 소설은 미래의 대체 우주에서 일어난 이야기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식이지. --- pp.32~33 나는 소설에서 영웅이 아닌 보통 사람이 엄청난 용기를 발휘하는 순간을 묘사하면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네. 설령 그가 아무런 보상도 얻지 못하고, 현실 세계에 아무런 파문도 남기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야. 따라서 내가 쓰는 소설은 그의 용기에 대한 찬가라고 할 수 있겠지. --- p.39 과거에 난 우주가 기본적으로 내게 적대적이라고 믿고 있었어. 그리고 난 엉뚱한 곳에 와 있다고 말이야. 나는 달랐고, 여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거든. 뭔가 단절된 우주, 다른 우주에서 만들어졌지만 거기에서 잘려 나와 이곳에 유배된 듯한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내가 어, 하면 이 우주는 아, 하는 식으로 서로 엇갈렸던 거야. --- p.71 당시 여자친구가 집을 나가고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이 안도감과 행복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정말 두려웠지. 혼자서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만으로 익숙한 일을 한다는 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네. 그때 난 1964년에는 그토록 끔찍하게 느껴지던 운명을 난생처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고. 사실 좋은 아파트에 마음에 드는 차도 소유하고 있었으니 나쁜 생활이 아니었어. 난생처음으로 고독이 작가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 p.100 SF는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출판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해주었다네. 『화성의 타임슬립』은 딱 내가 쓰고 싶어 하던 종류의 소설이었어. 그 소설은 내게는 너무나도 중요했던 전제를 다뤘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심리적 내면으로 이루어진 유일무이한 자기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가정뿐만 아니라, 어떤 강력한 인물의 주관적 세계는 다른 사람의 주관적 세계를 침해할 수 있다는 가정이었지. 만약 내가 보고 있는 세계를 자네도 볼 수 있게 하는 능력이 내게 있다면, 자넨 자동으로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게 될 거야. 나와 똑같은 결론을 내리고 말이야. 그리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능력이란 그들이 현실을 지각하는 방법을 조작함으로써 그들의 세계가 내포한 통일성과 개인성을 침해하는 능력이라네. --- p.112 그 결과 데커드는 점점 더 비인간화되고, 레플리컨트들은 점점 더 인간화된다네. 그리고 마지막에 그들이 만날 때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차이는 사라져버리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 데커드와 레플리컨트가 하나로 융합되어버린다는 건 비극이라네. 이건 레플리컨트들이 인간화된 결과이지, 인간성이 비인간성을 극복하는 식의 승리가 아니거든. 데커드는 레플리컨트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끔찍한 상황에 빠지고, 바로 그 사실로 인해서 원작 소설의 본질적인 주제는 영화에서도 온전하게 유지되었던 거야. --- p.153쪽 파괴는 환희이고, 환희는 우리의 가장 큰 슬픔이기에, 나는 파괴를 갈망해. --- p.165쪽 우리는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게 아냐. 타인에게 심판을 내리려고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 여기 이렇게 존재하는 거라네. 과거에 연연할 여유는 없어. 알다시피 현재와 미래에도 문제는 산적해 있기 때문이지. --- p.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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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인간을 정의하고 싶었네”
인간과 비인간의 차이를 들여다보는 시선 필립 K. 딕의 문학의 토대를 이루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인간성의 본질을 탐색하는 것이다. 그는 작품 속에 정체성의 혼란, 시뮬라크르, 전체주의에 대한 반감 등의 소재를 끌어들였다. 끊임없는 자기 의심뿐 아니라 세상을 향해 의문을 던지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그의 탐색은 이 책에도 잘 드러나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인간이지만 실제로는 안드로이드인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며, 인간성을 잃어가는 사회에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블레이드 러너〉로 영화화하는 과정을 담은 1981년의 인터뷰에서, 딕이 나치스를 연구했던 경험을 통해 소설의 원류를 발견했음을 알 수 있다. “굶주린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 탓에 우리는 밤잠을 설쳤다.” 난 여전히 그 문장을 기억하고 있고, 그건 내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네. 우리 중에는 두 다리로 걷는 인간형 생물들이, 형태상으로는 인간과 똑같지만 실은 인간이 아닌 생물들이 존재해. 자기 일기에서 굶주린 어린아이들 탓에 잠을 못 잤다고 불평하는 건 인간이 아냐. 인간이라는 종 내부에는 일종의 분기分岐가, 이분법적인 괴리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내가 1940년대에 그 일기를 읽었을 때 탄생했다네. 진정한 인간과, 단지 진정한 인간을 흉내 낼 뿐인 존재들 사이의 괴리 말일세. ―149쪽 1979년의 인터뷰에서도 필립 K. 딕은 20세기의 가장 큰 위협이 전체주의적 국가라고 이야기하며, 각자의 고유한 세계를 지켜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세계란 그것이 실재한다는 사실보다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경험할 것인지로 설명된다. 이러한 ‘주관적 세계’에 대한 탐구는 한 인물의 세계가 그보다 더 강한 위치에 있는 다른 사람의 세계에 침식당하는 섬뜩하고 기괴한 상황에 대한 묘사를 이루어냈다. 이는 자신의 세계가 침식당하기 쉬운 상황에 놓인 약자들을 옹호하는 일로 이어졌으며, 그의 소설 속에서 매번 약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분투하는 까닭이다. 본질적으로 내가 옹호하는 대의는 강하지 못한 사람들의 대의야. 만약 나 자신이 강자였다면 전체주의를 그렇게 큰 위협으로 느끼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난 강자가 아니기 때문에 약자에게 공감한다네. 내 소설의 주인공들이 본질적으로 반反영웅들인 건 바로 그 때문이야. 거의 루저에 가까운 친구들이지만, 나는 혹독한 세상에서도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특질을 부여하려고 노력한다네. 그러는 동시에, 폭압에 대항하려고 같은 수단을 쓰다가 어느새 상대방처럼 착취적이고 조작적인 인간이 되어버리는 걸 보고 싶지는 않고. ―114~115쪽 불안하고 고독했던 삶 그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보는 여행 일평생 44권의 장편과 120여 편에 달하는 중단편을 발표하며 다작했지만, 필립 K. 딕의 삶은 고독감으로 가득했다.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며 낮은 고료를 받았던 탓에 생활고에 시달렸던 그는 수년간 중추신경 흥분제인 암페타민을 복용해가며 작품을 양산해야 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주위 세계와 자주 결별했고, 이러한 시간이 쌓여 마침내는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는 삶에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순간 딕은 고독함을 덜어내기 위해 등장인물들을 친구로 만들었다. 그에게 책을 탈고하는 과정은 곧 친구들을 잃어버리는 일과 마찬가지였다. 난 글 쓰는 게 좋네. 정말로 좋아하지. 난 내가 창조한 등장인물들을 사랑하거든. 그들 모두가 내 친구였어. 책을 탈고하면 상실감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질 정도라네. 다시는 그 친구들의 말을 들을 수 없고, 다시는 그 친구들이 고투하고, 역경에 맞서 싸우는 걸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니까 말이야. ―38쪽 필립 K. 딕은 광기와 다양한 종류의 신경증으로 수식되곤 하는데, 각각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그보다 더 깊은 속내를 이해하게 된다. 1974년에 이루어진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도 적은 있기 마련이다」 인터뷰에서 폴 윌리엄스는 우연한 상황에서 자신을 탓하는 경향을 보이는 딕에게 수차례 피해망상을 논한다. 그러나 그에게 현대사회는 모든 개인이 감시하에 존재하는 세계와 같았고, ‘피해망상적’이라고 불린 생각들은 그를 둘러싼 우주의 체계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특유의 예민한 감각이었다. 따라서 피해망상이라는 단어로 함축된 많은 부분에는 그가 바라보던 세상의 어느 한 면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한 간절한 요청이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