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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마셜 브루스 젠트리, 윌리엄 L. 스털
우리 자신의 삶의 메아리 최선의 예술 3×5인치 격언들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그의 위상은 더 높아진다 아무리 희미하더라도 끈질기게 한 번에 하나씩 전 늘 글을 쓰고 싶어 했어요 황무지에서 들려오는 어떤 목소리 제대로 된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이용해 독자들을 확신시킵니다 노동계급의 절망의 기록자 보이는 것 이상의 것들 카버 나라의 리얼리즘 쪼개져 흐르는 세계 삶이 열리기 시작한다 문학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선명함과 단순함의 세계 생과 사의 문제 글쓰기란 무언가를 발견하는 행위예요 낭비하는 글쓰기 미국 문학과 레이먼드 카버 증언하는 사람 무척 마음에 드는 변화 어둠이 그의 책들을 장악한다, 그의 삶이 아니라 끝내야 하는 책이 한 권 있어요. 전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옮긴이의 말 연보 찾아보기 |
Raymond Car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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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 글과 내 삶,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의 삶이 꿈꾸던 것과 다르리라는 걸 깨닫게 된 뒤부터 많이 마시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상한 일이죠. 누구도 파산을 하겠다거나 알코올의존자가 되겠다거나, 사기꾼, 도둑놈, 아니면 거짓말쟁이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시작하진 않잖아요.
--- pp.80~81 물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소설로 쓸 때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엄청나게 과감해야 하고, 상당한 기교를 갖춰야 하고, 상상력이 풍부해야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모든 걸 말하겠다는 능동적인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써야 한다는 조언을 자주 듣는데, 스스로의 비밀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하지만 아주 특별한 작가가 아닌 한, 그리고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한, ‘내 인생의 이야기’를 끝도 없이 써내려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건 위험한 일일 수 있어요. 소설을 쓸 때 자전적인 요소를 많이 활용하려 하는 건 많은 작가에게 큰 위험 요소가 됩니다. 최소한 커다란 유혹이죠. 약간의 자전적 요소를 곁들인 풍부한 상상이 최선책입니다. --- pp.88~89 어떤 이는 지난번 선집을 비평하면서 저를 “미니멀리스트” 작가라고 불렀습니다. 그 비평가는 그 말을 칭찬으로 사용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미니멀리스트’라는 말에는 세계를 좁게 보고 좁게 수용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있어요. 이런 건 제가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 pp.94~95 좋은 소설이 하는 일 중 하나는 한 세계의 소식을 다른 세계로 전해주는 거예요. 그 결말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소설을 통해 무언가를 바꾸는 것, 누군가의 정치적인 입장이나 정치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 아니면 고래나 메타세쿼이아를 구하는 것 같은 일은 가능하지 않아요. 이런 게 사람들이 말하는 변화라면, 그건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도 소설이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소설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그것을 쓰는 동안 치열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그 자체로 아름다우면서, 세상을 견디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또 다른 종류의 즐거움 또한 느낄 수 있도록, 그저 그 자리에 있으면 됩니다. 아무리 희미하더라도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빛을 발하는 불꽃을 던져주는 어떤 것으로서요. --- p.113 이 나라는 웨이트리스와 택시 운전사와 주유소 주유원들과 호텔 접수원들로 넘쳐나고 있어요. 하지만이 사람들이 소위 ‘성공’한 사람들에 비해서 덜 행복할까요? 아뇨. 이 사람들은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좋은 걸 얻기를 바랄 뿐이에요. 제가 정말 하찮은 일자리를 잡았을 때에도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을 얻어내려고 했던 것처럼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 잡아야만 했던 일자리 때문에 절망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 경험으로 보자면, 사람은 거기에서도 무엇이 최선인지를 찾아내려 한다는 거예요. 이런 상황 속에서 사는 사람이 구원을 얻으려는 희망, 어떤 통찰의 순간, 인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는 계시 같은 걸 구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 p.156 저는 피와 살은 없고 질감만 남아 있는 작품에는 아무 관심이 안 생겨요. 제가 너무 구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독자가 인간적인 차원에서 작품에 개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여전히 계약이 존재하고 있고, 또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글쓰기, 혹은 모든 형식의 예술적인 시도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의사소통입니다. 어떤 작가가 무언가를 두고 의사소통을 제대로 해보고자 하는 관심을 버리고 그저 무언가를 표현하겠다는 데에만 목표를 둔다면, 그리고 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 작가는 길거리에 나가 소리를 지르면서 자기표현을 하는 게 나을 겁니다. --- p.211 물론 술을 마신 경험 덕에 알코올의존증과 관련된 이야기들 여러 편을 쓰게 되긴 했죠. 하지만 그 시절을 통과해 그러한 이야기들을 쓸 수 있었던 건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는 그렇게 술을 마신 경험에서 얻은 거라고는 낭비와 고통과 참담함밖에는 없어요. 당시 제 인생에 엮여 있었던 모든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 시절에서 무언가 좋은 게 나온다는 건 이를테면 감옥 생활을 10년 하고 나와서 그 경험에 대해서 무언가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 p.220 생각에 문학은 우리에게 부족한 걸 자각하게 하고, 우리가 사는 과정에서 우리를 위축시키는 것들, 여태 위축시켜온 것들의 정체를 깨닫게 하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사람다워지는지, 실제보다 더 크고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은, 우리가 삶을 할 수 있는 한 충분히 펼치면서 살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문학이 실제로 우리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생각하면 기분은 좋겠죠. 어쩌면 단편소설이 됐든 장편소설이 됐든, 그걸 읽고 있는 동안에는 우리의 삶이, 우리의 정서적인 삶이 바뀔 수 있을지도 몰라요. 만약에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일종의 삼투 과정이 있게 될지도 모르고,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죠. --- pp.248~249 많은 경우에 유머는 양날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유머에 웃는 건, 웃지 않으면?닭살 돋게 하려는 얘기는 아니지만?웃지 않으면 울 것 같으니까 그런 거란 말이죠. --- p.250 여태까지 책들을 써오면서, 만약에 제가 어떤 식으로든 제 인물들을 무시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저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여기기 어려웠을 겁니다. 저는 그 이야기들 속의 사람들을 돌봐줘야만 합니다. 이들은 제 사람들이에요. 저는 그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고, 그러지 않을 겁니다. --- p.298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어떤 기획을 가지고 작업에 들어가거나 특정한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본능에 의존하는 작가예요. 제가 가지고 있고, 또 거기에 목소리를 부여해주고 싶은 어떤 강박이 있어요.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 우리는 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그렇게 자주 잃어버리게 되는 건지, 우리가 우리 내면에 가지고 있는 자산을 얼마나 잘못 관리하고 있는지, 하는 것들이죠. 그리고, 사람들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스스로를 끌어 올리기 위해 무얼 할 수 있는지 같은, 생존에 관한 것에도 관심이 있어요. --- p.386 어떤 작품을 출판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작품의 가치가 축소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예요. 문학적 창조가 있고, 문학적 사업이 있는 거죠. 예술과 상업은 때때로 같이 움직여요. 제 작품이 처음으로 수락되었을 때, 그 사실로 인해 제 삶이 인증을 받았어요. 그 일이 없었다면 못 받았겠죠. 그 사실이 저에게는 무척 중요했어요. --- p.4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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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겪어낸 좌절과
열리기 시작한 “두 번째 삶” 레이먼드 카버가 ‘이야기’를 발견한 것은 어릴 적 아버지가 책을 읽는 모습에서 “사적인 행위”를 본 순간이다. 사적인 영역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가난한 집안에서 독서는 그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어떤 것으로 보였고, 카버는 책을 읽고 또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갔다. 그러나 열여덟이라는 어린 나이에 했던 결혼과 곧이어 태어난 두 아이는 글쓰기보다는 먹고사는 일에 매진하게 했으며, 그에게 예술이란 “그렇게 할 만한 여유가 있을 때 추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일을 하는 틈틈이 차에 나가 앉아 무릎에 노트를 올려두고 글을 쓰던 그였지만, 이후 겪게 된 알코올의존증은 삶을 황무지로 만들어버렸다. 지금은 희망이라는 게 있지만, 전에는 특히 믿음과 연결되어 있는 의미에서의 ‘희망’이란 건 저한테 없었어요. 지금은 세계가 오늘 나에게 존재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내일도 존재하리라는 걸 믿어요. 전에는 이런 믿음이 없었죠. 아주 오랫동안 저는 아주 즉흥적으로 살았고, 술 때문에 저 자신과 주변 사람들 모두를 끔찍한 곤경에 몰아넣었어요. - 189쪽 그러나 카버가 온몸으로 겪어낸 좌절들은 그로 하여금 세상의 “더 낮은 곳”에 놓인 이들을 주목하게 했다. “작가는 그보다 더 할 수도 있습니다. 더 낮은 곳에 시선을 둘 수도 있다는 거죠.” 그의 인물들이 “너무나 무력”한 점에 대해, 이를테면 “고장 난 냉장고를 고치는 대신에 불평만 하고 앉아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카버는 무언가가 고장 났을 때 그걸 고치거나 새로 살 돈 같은 건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대답한다. 이들은 물질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가난한데, 오랜 시간 그의 편집자이자 친구로 함께한 고든 리시의 말에 따르면 카버는 그런 누추함을 “찬양”하고, 나아가 “어느 누구도 시도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시적인 것으로 만들어”낸다. 어떤 인생들에서는 사람들이 늘 성공을 거두죠. 그리고 그렇게 되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에요. 다른 인생들에서는 사람들이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크고 작은 것들을 아무리 원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애를 써도 성공을 거두지 못해요. 그리고 물론, 이런 인생들이 써야 할 가치가 있는 인생들이죠.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생이요. 제가 해온 대부분의 경험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이 성공하지 못하는 인생과 관련 있어요. - 89쪽 그가 ‘두 번째 삶’이라 부르는, 알코올의존증에서 벗어난 삶이 펼쳐지면서 카버의 작품에는 가느다란 희망과 동정심이 더해진다. 그 스스로 “마음을 열어주는” 과정이었다고 말한 「대성당」이 대표적인 예다. 변화한 환경과 건강해진 정신이 그를 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전망”으로 이끌었다고 이야기하는 한편, 언제든 “상상의 문”을 열면 여전히 절망의 “질감”도 떠올릴 수 있다는 그에게서 더 다양한 세계를 그리게 된 작가의 기쁨이 느껴진다. “쓰지 않는 건 상상할 수도 없어요” 집요한 쓰기에서 탄생한 문학적 증언들 카버의 소설이 그토록 독특한 스타일을 지닌 이유는 그만의 어조 덕분인데, 그에게 어조란 “작가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그는 “비아냥거리”지 않으며, 등장인물들을 무시하거나 “깎아내리”지 않는다. 그는 이 세계의 ‘증인’으로서 이야기를 전달한다. 소설의 영향력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좋은 소설이 하는 일 중 하나는 한 세계의 소식을 다른 세계로 전해주는 거예요.”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예민하게 포착하며, 그것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어느새 소설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삶이 “메아리처럼” 되돌아오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카버의 문학은 “한 줄 한 줄 모두 진실”일 수밖에 없다. 쓰지 않는 건 상상할 수도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게 될 때에는 예외겠지만요. 그렇게 되면 물론 그만 쓰게 되겠죠. 하지만 제가 쓸 수 있고 무언가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느끼는 한, 계속할 생각입니다. - 354쪽 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글을 쓸 때면 전화선을 뽑아놓고, 문에 ‘방문 사절’ 표지판을 걸어두고, 자신 외에는 아무것에도 귀 기울이지 않은 채 쓴다. 사망 직전까지 이어진 인터뷰에서조차 카버는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끝내야 할 책이 한 권 있어요. 회고록(믿어져요?)을 써야 하고, 출판해야 할 시들도 있어요. 전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글쓰기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그가 쌓아 올린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문학적 증언으로 남았다. 그 열렬한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 인터뷰들은 그 자신과 더불어 이 세상의 소외된 모든 이에게 목소리를 주고자 했던 한 작가의 귀중한 기록이다. 이 사려 깊은 목소리를 통해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삶의 귀퉁이들을 이해해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