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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콘수엘라 프랜시스
전 주어지는 대로 받기가 싫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조금 비슷한 세상 라벨 붙이기 있을 법한 일들에 대해 글로 캐낸 삶의 조각들 우린 같은 레코드판을 계속 돌리고 있어요 작가가 되기 위해서 라디오 상상력 SF도 다른 어느 분야만큼 폭넓고 다양해요 아이디어의 문학 문자 해독 능력 SF의 통찰과 경고 인종차별에 대한 에세이 크게 생각하는 사람 끔찍함으로부터 상상하기 살아남은 이야기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들 종교는 어디에나 존재하죠 제겐 써야 할 소설들이 있었고 그래서 썼어요 옮긴이의 말 연보 찾아보기 |
Octavia E. Bu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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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가 페미니스트라고는 해도, 그의 페미니즘은 그가 흑인이라는 사실과 마찬가지로 그의 글에 배경 역할을 할 뿐이다. 그는 ‘스스로를 글 안에’ 담으면서도 특별한 페미니즘적, 인종적 의도를 담지 않았다. 그보다는 흑인이자 여성인 스스로에 대한 이해에 기초한 ‘진실’에 작품 기반을 두었다. 그는 자신이 흑인이자 여성이라는 사실이 SF에서 흔히 보던 것과는 다른 경험을 낳는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경험에 뿌리내린 소설을 쓰려고 했다.
--- p.9, 「서문」 중에서 전 주어지는 대로 받기가 싫어요. 그래서 더 많은 흑인 SF 작가, 더 많은 흑인 작가의 시대가 올 거라는 희망을 품어요. 어떤 소수자 집단이라도 그 집단의 관점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죠. 그 집단 전체를 위해 말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특정한 관점과 경험을 보여주는 사람들이요. --- p.27 많은 백인 작가(그리고 일부 흑인 작가)는 인종차별이 흑인 경험의 총체라고 여겨요. 저는 흑인에 대해서 쓰면서, 흑인으로서 혐오를 당한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에만 집착하지 않는 훌륭한 흑인 작가들을 끌어들이고 싶어요. --- p.28 전 사람들이 우리가 지구에 하고 있는 짓의 장기적인 측면을 제대로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린 시야가 좁아요. 특히 이 나라는 더하죠. 유감스럽게도 우린 혜택받고 사는 데 너무 익숙한 나머지, 늘 살아왔던 그대로 살 방법만 찾고 싶어 해요. --- p.33 저는 여성이 동등한 권리를 얻는 것도 흑인이 동등한 권리를 얻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니 난 확실히 페미니스트일 거라고 느낀다고 했어요. --- p.88 뭘 써야 하는지를 다른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참견하게 두었다간 아마 쓰레기를 쓰게 될 거예요. 스스로의 관심사에 대해 써야죠. 자신의 관심을 끄는 것들에 대해서 쓰는 방법은 언제나 스스로 익힐 수 있어요. 하지만 뭘 써야 할지에 대한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면 그건 학교 과제를 하는 거나 다름없고, 쓰다가 지루해지겠죠. --- p.120~121 중요한 건 유전학으로, 그러니까 몸에 대한 지식으로 무엇을 하느냐예요. 권력을 쥔 사람들은 생물학을 가지고 왜 자기들이 계속 권력을 잡아야 하는지 그럴싸한 이유를 찾아내죠. 여자들이 언어능력이 더 좋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테스트가 그렇게 많은데, 외교 대사 중에 얼마나 많은 수가 여성이죠? 정치가 중에는요? 그렇게 돌아가질 않아요. 대신 그러니까 여자들에게 수학 능력이 없다는 쪽으로 몰고 가죠…… 잊을 만하면 한 번씩요. --- p.239 저는 흑인들이 스스로와 화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백인 미국도 우리와 어떤 식으로든 화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지금 시점에서는 우리가 정말로 화해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 p.282 전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소설을 읽고 싶고, 다른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우린 결코 소설 속 캐릭터를 아는 만큼 서로를 잘 알 수가 없어요. 소설 속 캐릭터의 마음속으로는 들어갈 수가 있으니까요. --- p.370 사람들이 계속 정의를 내리려고 하는 건 믿을 수 없을 만큼 지겨워요. “아 그래서 당신이 쓰는 게 사변소설인가요, 과학소설인가요, 아니면……” 이러는 거요. 정말이지, 좋은 소설인지만 묻고, 좋은 소설이라면 그냥 받아들이면 좋겠네요. --- p.420 전 열두 살이 되기도 전에 SF를 읽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SF를 쓰기 시작했어요. SF가 활짝 열려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죠. 전 SF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거기엔 저를 가둬 두는 벽도 없었으며, 탐색하지 말아야 할 인간사도 없었어요. 음, 그리고 전 글을 쓰고 싶었죠. 언제나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제겐 써야 할 소설들이 있었고 그래서 썼어요. --- p.4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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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류든 중요한 변화야말로 SF의 핵심이에요”
우리를 공존으로 이끄는 변화에 대하여 옥타비아 버틀러는 작가의 의무를 가리켜 “모든 인간의 차이에 대해 쓰고 독자들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버틀러의 작품은 흑인과 백인, 여성과 남성, 인간과 비인간을 아우르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는 ‘공감’을 이용해 차별을 무력화하는데, ‘우화’ 시리즈(『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에서 ‘초공감 증후군’으로 설명되는 이 절대적인 공감 능력은 “모두가 다른 모두의 고통과 쾌락을 느낄 테니, 누군가를 해치기가 무척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버틀러의 이러한 공존에 대한 아이디어는 필연적으로 ‘변화’로 이어지며, 서로를 향해 있던 대립의 에너지를 변화라는 한 방향의 에너지로 돌려놓는다. 외계 종족과 인간의 공존 및 결합을 다룬 그의 소설 「블러드차일드」 역시 궁극적으로 생존자들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또한 버틀러는 변화를 위해서는 우주로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그는 그것이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며 우주를 생각해내는데, “지구가 아닌 곳에서 사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 스트레스”를 이용해 우리의 에너지를 붙들어 매면, 우리가 성숙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인다. 버틀러는 1960년대의 우주 경쟁을 가리켜, 실제 전쟁은 하지 않으면서 경쟁하는 동시에 과학기술 분야에 많은 성과를 거둔 훌륭한 방법이었다고 회고하며, 차이의 대립에 그치지 않는 변화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사람들은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를 더 좋아하지만, 저는 선과 악을 가르는 게 지루하다고 생각해서 잘 쓰지 않아요. 밖으로 나가서 대의를 찾고 100퍼센트 선한 사람들과 100퍼센트 악한 사람들을 찾기는 어렵죠. 그래서 히틀러가 그렇게 인기가 좋은가 봐요. 정말 쉽게 미워할 수 있는 대상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끼리의 투쟁에 대해 쓰는 편이에요. 무엇인가를 향한 투쟁, 또는 무엇인가에서 벗어나려는 투쟁, 성장하거나 어떤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이요. ―101쪽 겉돌던 아이에서 작가가 되기까지 멈춘 적 없던 글쓰기 여정 어릴 적 수줍음이 극도로 심해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버틀러는 읽고 쓰는 일로 외로움을 달랬다고 고백한다. 그러던 중 TV에서 방영된 한 SF 영화를 보고 자신이 그보다 낫게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던 초창기에는 참고할 만한 작품이나 선생을 만나지 못해, 당시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술과 담배를 지나치게 하는 서른 살짜리 백인 남자가 나오는” 소설들을 썼던 버틀러는 점차 자신을 “글에 집어넣었”고, 그 결과 오랜 기간 백인 남성의 장르로 여겨졌던 SF의 문법을 비틀어 대중의 사랑과 평단의 찬사를 모두 성취했다. 제가 SF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아니 제가 SF를 읽기 시작했을 때는 어떤 작품에도 제가 보이지 않았어요. 흑인이라고는 가끔 등장하는 캐릭터, 아니면 이해력이 너무 나빠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캐릭터밖에 볼 수 없었죠. 전 저 자신을 글에 집어넣었어요. 저는 저고, 여기 있으며,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7쪽 버틀러의 책들은 광범위한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만큼 그 수도 적지 않은데, 일생을 글쓰기에 헌신해온 작가의 노력이 빛나는 대목이다. 소설 한 권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서 산더미같이 많은 책을 빌려와 파고들고, 버스를 타고 나라를 횡단하고, 때로는 아마존 탐험까지 불사하는 그는 “하나도 모르는 화려한 뭔가를 쓰고 싶다는 욕망”만으로 SF에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 “제가 SF를 계속 쓰는 건, 그 안에서는 거의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어떤 재료를 가지고 놀려면 그 전에 그에 대해 알아야 하기에, 저도 먼저 조사 작업부터 하죠.” 더 크고 다양한 세계를 그리기 위해 자신에게 있는 공포를 마주하고, 기꺼이 다른 몸이 되어보는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 그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는 이번 인터뷰집은 버틀러의 유산이 집요한 탐구가 낳은 그의 소설들에 있음을 알리는 동시에 각각의 작업이 ‘흑인 여성 SF 작가’라는 분류에 갇힐 수 없는 진실을 다루고 있음을 증명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