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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avia E. Bu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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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었지만 케빈에게 초점을 맞출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됐어.”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케빈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고, 흐릿하게 회색 바지와 파란색 셔츠가 보였다. 그리고, 케빈은 나에게 손을 내밀다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집도, 책도, 전부 다 사라졌다. 나는 난데없이 야외에서, 나무가 자란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숲 가장자리, 녹지였다. 앞에는 넓고 잔잔한 강이 흐르고, 그 강 한가운데에서 어린아이 하나가 허우적거리고 비명을 지르며…… 빠져 죽기 직전이었다! --- p.15 “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검둥이였으니까.(…)” 나는 침대에 앉아서 루퍼스를 건너다보았지만, 그 눈빛에서는 흥미와 되살아난 흥분밖에 읽을 수 없었다. “어머니가 날 두고 뭐라고 했다고?” 나는 물었다. “그냥 못 보던 검둥이였다고. 엄마 아빠 둘 다 당신을 본 적이 없었어.” “자기 아들 목숨을 구해준 사람한테 그런 표현을 쓰다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루퍼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왜?” 나는 루퍼스를 노려보았다. “뭐가 잘못됐어? 왜 화가 났어?” “너희 어머니는 언제나 흑인을 검둥이라고 부르니, 루피?” --- p.38 와일린은 나를 조금 더 끌고 가더니 세게 밀쳤다.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나는 채찍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보지 못했고, 첫 번째 타격이 오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채찍은 떨어졌고, 달군 쇠처럼 내 등을 내리쳤다. 그것은 얇은 셔츠를 뚫고 내 살갗을 지졌다……. 나는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와일린은 머리에 총을 겨눈다고 해도 일어설 수 없을 몰골이 될 때까지 나를 때리고 또 때렸다. 나는 계속 기어서 채찍질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럴 만한 힘이 없었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비명을 질렀는지, 그냥 흐느끼기만 했는지 잘 모르겠다. 오직 고통밖에 인식할 수 없었다. --- p.202 |
SF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은 ‘그랜드 데임Grand Dame’ : 옥타비아 버틀러
옥타비아 버틀러는 SF의 프레임을 전복시킨 작가다. SF는 인간의 상상력을 아무 제약 없이 펼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임에도, 마치 백인 남성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된 채 성별과 인종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뽐냈다. 하지만 옥타비아 버틀러는 그 장벽을 딛고 올라가 우뚝 섰다. 1976년에 첫 작품 《패턴마스터》를 발표한 이래, 문학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거머쥐며 자신만의 독보적 위치를 확립한 것이다. ‘흑인 여성’이라는 태생적 약점은 오히려 강점이 되었다. 인종 문제를 기반으로 하는 다수의 작품에는 어떤 백인 작가도 감히 알지 못하던 세계가 담겼고, 작가 자신이 여성이자 페미니스트였기에 젠더 문제를 작품 속에 완벽하게 녹여냈다. 버틀러는 2006년 돌연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SF계의 ‘그랜드 데임’이라 불리며 칭송받고 있다. SF 역사에 새겨진, 가장 깊고 뚜렷한 발자국! 1976년 6월 9일은 다나의 생일이었다. 약혼자 케빈과 동거를 시작한 다나는 짐 정리로 분주하던 와중에 갑작스러운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진다. 몸을 일으킨 곳은 1815년 메릴랜드 주의 숲 속이었다. 그곳에서 호수에 빠진 한 소년을 발견해 구해낸 다나는 몇 분 뒤 다시 1970년대로 돌아온다. 당황하는 것도 우왕좌왕하는 것도 잠시였을 뿐, 이내 또 과거로 끌려간다. 흑인을 노예로 부리는 일이 당연시되던 시대, 1815년. 언제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나는 한 명의, 혹은 한 마리의 노예로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리고 과거의 세상에서 만난 소년(루퍼스)이 자신의 조상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킨》은 타임슬립을 하며 100여 년의 시공간을 오가는 흑인 여성 다나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인종, 노예, 젠더, 그리고 여기에서 비롯되는 권력과 인간의 근원적 감정의 문제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 독특한 작품은 출간 즉시 독자와 평단의 이목을 끌었고, 오래지 않아 옥타비아 버틀러의 최고 흥행작이자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다. 타임슬립과 노예.인종 문제라는, 결 다른 모티프 간의 결합은 뜨거운 반응을 촉발하며 미국에서만 45만 권 이상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SF로는 이례적으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것은 물론, 수십 년째 각종 북클럽에서 필독서이자 베스트 추천 소설로 꼽히고 있다. 출간 후 40여 년, 스스로 클래식 반열에 오른 걸작! 1990년대 후반, 국내에 버틀러를 최초로 소개한 서울SF아카이브 박상준 대표는 ‘작가 해설’을 통해 《킨》은 “외계의 지적 존재가 본다면 인간에 대해 상당 부분을 알 수 있을 법한 하나의 인류학 보고서 같은 소설”이라고 평했다. 버틀러는 혹독하게 부려먹기 위해 일상적으로 채찍질을 하는 모습, 여자 노예를 성적으로도 유린하는 모습, 부모(노예) 몰래 아이를 팔아버리는 모습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즉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에서 기인한 일방적 폭력,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등 인류의 치욕적 역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게다가 인종과 젠더 문제는 현재까지 완벽한 해결을 이룩하지 못했기에, 소설이 전하는 충격과 울림은 출간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이와 더불어, 타임슬립을 통해 과거로 가서 자신의 조상을 만난다는 기본 줄거리가 자아내는 소설적 재미도 결코 놓칠 수 없다. 다나가 타임슬립을 하는 이유는 ‘죽음의 위기’와 관련되어 있는데, 여기서 비롯되는 박진감과 긴장감은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과 미움이 온통 뒤섞인, ‘애증’이라는 인간 특유의 감정이 등장인물 간 갈등을 고조시키면서 작품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인다. SF가 다소 생소한 독자이더라도, 《킨》을 통해 ‘그랜드 데임’의 힘을, 시간의 무게에도 잊히지 않고 외려 스스로 클래식 반열에 올라선 작품의 저력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을 향한 찬사들 ★ 버틀러는 SF라는 틀에 가둘 수 없는 리얼리스트다. 사회 비평의 디테일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작품 속 여성 캐릭터는 살아 움직일 듯 생생하다._빌리지 보이스 사랑과 증오, 인종적 딜레마를 녹여낸 가장 강렬한 예술 작품! 이 소설은 독자의 인생을 전복시킬 것이다._LA해럴드 이그재미너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작품이다. 끝까지 읽기 전까진 결코 내려놓을 수 없다._에센스 노예 문제는 아직도 수많은 논쟁을 양산한다. 버틀러는 문학이 이 뜨거운 주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완벽한 모범을 보여준다._LA타임스 이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_월터 모슬리(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