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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1
서장 15 1부 33 2부 39 1 | 흉조 41 2 | 어머니의 발 66 3 | 안토니오 이야기 127 4 | 하늘의 푸른빛 142 5 | 죽은 자들의 날 197 부록 227 해제 | 『하늘의 푸른빛』에 대하여(차지연) 229 작가 연보 263 |
Georges Bata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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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르티는 천장에 여러 개의 전등이 달려 밝고 넓은 방에 혼자 남아 있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면 안 되는 듯 똑바로 앞을 보고 걸어다니는 중이었다. 영락없이 미친 여자였다.
그녀는 외설스러울 정도로 가슴과 어깨를 드러내고 있었다. 황금빛 머리카락은 불빛 아래 견딜 수 없을 만큼 눈부신 섬광을 발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내게 순수를 불러일으켰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방탕함 속에는, 내가 그녀의 발아래 엎드리고 싶을 정도의 순진함이 존재했다. 그렇게 될까 두려웠다. 그녀는 기진맥진해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러고는 힘겹게, 한 마리 짐승처럼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숨이 막히는 모양이었다. 무언가에 쫓기듯 불길해 보이는 그녀의 시선에 내 머리는 돌 지경이었다. 그녀가 걸음을 멈추었다. 옷 아래 다리를 비틀어 꼬고 있는 듯했다. 이제 헛소리를 할 것이다. --- p.20~21 “당신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다 설명해줘야 할 것 같군요.”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눈물이 뺨 위를 지나 입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내가 런던에서 디르티와 함께 저질렀던 온갖 추잡한 짓을 최대한 노골적으로 라자르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전에도 갖가지 방법으로 아내를 기만하며 외도를 일삼았고, 디르티에게 홀딱 반해 있었던 탓에 그녀를 잃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견딜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라자르에게 내 생활을 빠짐없이 다 이야기했다. 그런 처녀(못생겼다는 이유로 금욕적인 엄격함 속에서 우스꽝스럽게 참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너무나 경솔한 행동인 것 같아 순간 부끄러웠다. --- p.50~51 육체 아래의 대지는 마치 무덤처럼 열려 있었고, 그녀의 발가벗은 배는 차가운 무덤처럼 내게 열렸다. 우리는 별이 뜬 묘지 위에서 사랑을 나누며 마비되었다. 불빛 하나하나는 무덤 속의 해골 하나를 뚜렷이 비추었고, 그리하여 불빛은 뒤엉킨 우리 육체의 움직임만큼이나 불안정하게 너울거리는 하늘을 만들었다. --- p.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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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TY IS BEAUTY!
추한 것은 아름다움이다! “신성(神聖)은 존재가 음란함과 잔인함과 조소와 공모(共謀)할 것을 요구한다.” _조르주 바타유 만사에 시큰둥한 태도로 빈둥거리며 세월을 보내는 부르주아 ‘트로프만’은 삶의 고통을 안은 채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트리어 등 유럽 전역을 떠돈다. 아내 ‘에디트’에게 약간의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디르티’라는 여인을 만나 통음난무에 심취하고 공산주의 운동을 하는 ‘라자르’와 교감을 하고, 술집에서 만난 ‘크세니’와 격렬한 밤을 보내는 등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는 이름 그대로 더러운 여자 디르티(Dirty)에게서 고귀함을 느끼고, 토사물과 오물이 쏟아지는 비천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죽음과 맞닿은 듯 거침없는 폭력을 통해 신성을 추구하는데……. 초현실적 섹스, 악몽, 사디즘, 나락으로 이끄는 타락… 바타유의 시선 아래 발가벗겨지는 역사의 잔인한 속살 거장 바타유가 빚은 에로티슴 문학의 마스터피스! “우스꽝스러워지지 않고는 깜짝 놀랄 일을 이룰 수 없다. 전복해야만 한다. 그것이 전부이다.” _조르주 바타유 바타유가 1935년에 탈고한 『하늘의 푸른빛』은 1957년에 비로소 세상에 공개되었다. 출판이 이십여 년이나 늦어진 이유는 출판 파트너를 못 찾았기 때문인데, 첫 소설 『눈 이야기』못지않은 외설적인 수위도 문제였지만 정치적인 이유도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하늘의 푸른빛』은 불안이 팽배해 있는 제2차 세계대전 목전의 유럽을 배경으로, 주인공 ‘트로프만’의 도피적이고 유보적이며 패배적인 삶을 담고 있는데, 이 트로프만이라는 인물은 누가 봐도 바타유의 페르소나였고, 이에 정치?사회적 논란을 불러올 여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르주 바타유는 누구보다 기성에 대한 ‘전복’을 열렬히 주창한 좌파 지식인이었다. 무(無)와 불결, 외설스러움에 대한 근원적인 갈망, 인간 심연 깊숙이 존재하는 동물성으로의 회귀 등을 말하는 에로티슴 역시 그가 천착한 전복의 적극적 표현인 것이다. 따라서 『하늘의 푸른빛』을 끝을 모르는 변태적 성행위, 엽기적 폭력성, 원초적 광기가 넘쳐나는 포르노그래피로서의 독서뿐만 아니라,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 조르주 바타유의 근저를 읽을 수 있는 사상의 입문서이자 문학적 레토릭으로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대하여 『하늘의 푸른빛』을 죽음을 사랑하기로 한 자의 이야기로 요약해볼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죽음을 피하지 않고 긍정하고 사랑하자는 것으로 바타유의 사유를 요약해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시체에게서 성욕을 느끼는 시간(屍姦)증은 어쩌면 이러한 그의 철학을 가장 변태적이고 위반적인 방식으로 함축하는 장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화자이자 주인공인 트로프만은 변태성애자 난봉꾼에, ‘잉여 인간’이기는 하지만, 죽음을 사랑하려 했던 사람이다. 바타유 역시 트로프만처럼 죽음과 에로틱하게 결합하려는, 그리고 그 체험을 독자들과 공유하려는 욕망을 안고 이 소설을 쓰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_차지연 (파리7대학 문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