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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목숨을 살릴 영단 반쪽
32. 정이란 무엇이길래 33. 풍릉 야화 34. 어려운 일을 해결하다 35. 세 개의 금침 |
Louis Cha, Jin Yong,金庸,사량용(査良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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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숙께서는 이 정화가 천축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는데, 중원에 남아 있는 것이 너무 뜻밖이라고 하셨네. 그리고 이 독이 만약 절정곡 밖으로 퍼지는 날에는 큰일이라며 걱정하셨지. 과거 천축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이 정화 독에 목숨을 잃었다는 거야. 사숙께서는 평생 독을 치료하셨기 때문에 어떤 독이든지 거의 모르는 것이 없었는데, 이 정화의 독만큼은 잘 알지 못하셨다고 하네. 그래서 영단을 구해 그 독을 연구할 생각이셨지. 그런데 이렇게 갇히고 말았으니 이제는 영단을 구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신 모양이야. 또 얻는다 하더라도 자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몸에 시험해 독성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해독약을 만들려 하신 거지. 설령 자네를 구할 수 없다 하더라도 기어이 해독할 처방을 연구해서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신 걸세.”
--- 「31. 목숨을 살릴 영단 반쪽」 중에서 “괜찮은 거예요?” 양과의 목소리는 걱정과 놀라움으로 떨렸다. “괜찮아요. 어서 절정단을 먹어요.” 양과는 그녀가 주는 반 알의 절정단을 받아 들었다. “우리 두 사람의 목숨을 모두 구할 수 없는 바에야 이까짓 절정단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당신이 곁에 없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간단 말이에요!” 양과는 손에 든 절정단을 절벽 밑으로 던져버렸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양과의 체내에 쌓인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유일한 약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양과의 행동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 「32. 정이란 무엇이길래」 중에서 “신조협께서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시기 때문에 그분의 행적을 아는 사람이 없어요. 위급한 일을 당해 그분 힘이 필요할 때면 어디에선가 적시에 우리 앞에 나타나시곤 하죠. 우리 쪽에서 그분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곽양은 퍽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양과가 왕유충의 아들을 구하고, 진대방을 처단하고, 정대전을 벌한 일,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준 일 등을 들으니 자신도 모르게 너무나 호감이 갔다. 게다가 어릴 때 양과가 자신을 안아준 적도 있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친근감이 들면서 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영웅대연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 「33. 풍릉 야화」 중에서 이제 죽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자은을 보자 양과는 의협심이 발동했다. “대사님, 제가 감히 나서서 그분을 밖으로 나오게 해도 되겠습니까?” 일순 일등대사의 얼굴에 기대감이 일었다. ‘나와 자은은 영고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결코 강제로 힘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몇 날 며칠을 애원해도 만나주지 않으니 앞으로도 괜히 시간만 허비하게 될 것 같다. 그러니 양과에게 방법이 있다면 한번 맡겨보는 것도 괜찮겠지. 실패한다 해도 못 만나는 것밖에 더 있겠는가?’ “현질이 잘 말해서 나오도록만 해준다면 그보다 더 고마울 수는 없지. 하지만 결코 폭력을 써서는 안 되네. 그렇다면 우리의 죄가 더 늘어나는 셈이니.” --- 「34. 어려운 일을 해결하다」 중에서 “괜히 생일 축하한답시고 와서는 소동을 피울까 봐 그러죠. 그 사람들이 양이와 어떻게 교분을 맺었는지는 몰라도 생일을 축하해주겠다며 그렇게 몰려오는 게 이상해요. 나무가 크면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했잖아요. 어쩌면 당신이 무림 맹주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곽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용아, 우리가 하는 일은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일이야. 몽고에 대항하려면 도와주는 이가 많을수록 좋겠지. 무림 맹주는 누가 해도 마찬가지야. 게다가 악이 정의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잖아. 그들이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면 우리가 맞서면 돼. 당신의 타구봉, 나의 항룡십팔장을 여러 해 쓰지는 못했지만 그들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야.” --- 「35. 세 개의 금침」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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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사에 길이 남을 불멸의 고전
김용 소설 중 가장 많은 찬사를 받은 작품! 무협소설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평가와 함께, 전 세계 3억 부 이상 판매를 기록하며 중국문학의 금자탑이라 불리는 신필(神筆) 김용. 그의 수많은 무협소설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은 [사조삼부곡](『사조영웅전』『신조협려』『의천도룡기』) 3편의 시리즈다. 그중 『신조협려』는 독자들의 넋을 뒤흔드는 마력적인 재미, 풍부한 상상력과 흡인력으로 단연 최고의 찬사를 받아왔다. ‘신조협려’라는 제목은 고대 영웅 독고구패에게 무공을 익힌 신비한 새 신조(神雕)의 도움을 받아 무공의 고수로 성장한 뒤 사람들에게 ‘신조협(神雕俠)’으로 불리는 양과와 그의 연인 ‘소용녀(侶)’를 뜻한다. 즉, 갖은 고난을 이기고 완전한 사랑을 이루고야마는 두 연인의 파란만장한 모험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김용이 1959년 자신의 신문사 [명보(明報)]를 창간하면서 연재한 것이다. 그는 신문사를 자리 잡게 하기 위해 그 어떤 작품보다 심혈을 기울였는데, 그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번에 출간된 『신조협려』(김영사 刊)는 김용이 직접 세심한 고증을 거쳐 여덟 차례 수정한 2003년의 3판본(최신본)을 완역한 것이다. 『신조협려』는 무협지 특유의 강렬한 서사적 웅장함과 감성적 욕구 충족이라는 두 가지 매력을 모두 갖춘 진귀한 작품이다. 사부와 제자 사이라는 금기를 깨고 완전한 사랑을 이루는 양과와 소용녀를 중심으로,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무림 고수들과 몽고의 무사들의 혈전이 펼쳐진다. 여기에 『사조영웅전』에 등장했던 곽정과 황용, 동사, 서독, 남제, 북개, 중신통 등의 의인 협객들의 나라와 민족의 이름을 건 무공대결이 더해져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옛사랑을 잊지 못한 나머지 복수의 칼날을 품은 이막수와 구천척 등의 캐릭터는 소설의 극적 긴장감을 한껏 더한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만남에서 빚어지는 정’과 ‘이별로 인한 고통’에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며 독자는 풍부한 감정의 서스펜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오롯이 그리다 : 의인 협객들의 영원불멸한 사랑 이야기 『신조협려』는 무협소설로는 드물게 ‘정’, 즉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남녀 간의 사랑은 물론 부모와 부자, 형제, 사제 등 인간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담겨 있다. 그래서 무협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널리 알려진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내용의 큰 틀은 양과와 그의 사부 소용녀의 사랑이다. 남송시대는 사부와 제자를 부자관계로 인식해 사랑을 금기하던 때였다. 그러나 양과와 소용녀는 도덕규범과 예교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결국에는 완전한 사랑을 이룬다.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은 또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적련선자 이막수는 믿었던 육전원에게 버림받았다. 그 뒤 성격이 악랄해진 그녀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등 갖은 악행을 저질러 무림의 공적이 되기에 이른다. 또한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주변 사람을 희생시키는 공손지와 그의 부인 구천척은 결국 원수가 되어 서로를 해하려 한다. 이들과 반대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정영과 곽양, 공손녹악, 육무쌍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이밖에 사랑을 상징하는 소재들의 등장도 이채롭다. ‘정화(情花)’라는 꽃이 대표적인데, 이 꽃의 가시에 찔린 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그 즉시 독이 발작하게 된다. 양과와 소용녀도 이 가시에 찔려 고통을 받는데, 이는 결국 두 사람이 16년간 헤어진 동기가 된다. 또 정을 끊는다는 의미인 ‘절정곡(絶情谷)’, 시련의 상처를 입은 이막수가 읊조리는 “세상 사람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이토록 생과 사를 같이하게 한단 말인가”라는 시도 또 하나의 사랑에 대한 상징이다. 시대를 대변하는 거대한 세계관을 담다 : 역사ㆍ문화ㆍ철학을 꿰뚫는 방대한 통찰 김용의 문학은 곧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계의 거울이다. “중국 문학을 전공하면서 김용의 소설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는 말이 대변하듯, 대만에서는 1980년대에 이미 김용의 문학세계를 연구하는 ‘김학(金學)’이 수립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는 유가, 불가, 도가라는 사상적 철학과 방대한 역사적 사실, 허구가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다. 이러한 특징은 그의 대표작 [사조삼부곡]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세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남송, 금, 원 교체기이며 칭기즈칸, 쿠빌라이, 왕중양, 주원장 등의 역사적 실존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 『신조협려』의 배경은 금나라가 몽고에 의해 멸망하고, 송이 몽고의 침략에 직면한 때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조화롭게 어울리며 김용 특유의 서사가 견고하게 흐른다. 곧 박진감 넘치는 무협의 세계가 유교, 불교, 도교 사상 속에 깃들어 있고, 이것이 실제 역사와 맞물리며 참신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김용은 무협소설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비현실성을 역사와 문화, 철학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학문적 소양으로 극복했다. 이렇게 기존 무협소설에 대한 일반대중의 인식을 바꾸어놓았다는 점에서 김용은 무협소설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등장을 전후로 구무협과 신무협으로 구분하여 그를 ‘신무협의 창시자’ 혹은 ‘무협소설의 일대종사’로 부르는 이유다. 글을 통해 협을 추구하다 : 난국을 타개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의협 정신 김용의 소설을 이해하려면 협(峽)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용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김용의 무협 정신은 나와 알리바바 기업 문화에 깊은 영향을 줬다”며 소설 속 문구를 수시로 인용하곤 하는데 이때 강조하는 것이 “상상력과 낭만주의, 특히 정의를 실현하는 의협 정신”이다. 그렇다면 김용이 역설해온 ‘협’이란 과연 무엇일까? 김용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협이란 무를 자랑하고 상대를 이기는 게 아니다. 힘이 있음에도 자신을 낮추고 기꺼이 자기의 이익을 희생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김용은 작품에서 ‘협’을 과감하게 변주하거나 전복했다. 기존의 무협지가 전통적인 영웅상을 그렸다면, 그는 다양한 종류의 인간적 성격과 고뇌를 가진 영웅을 등장시켜 풍부한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작품에는 애정과 비극, 비애가 절절히 녹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중요한 건 이때 성취하는 정신이 개인, 자아에 집중하는 대신 대의(大義)라 불리는 시대를 향한다는 점이다. 세간의 윤리와 시선으로부터 괴로워했던 양과와 소용녀가 자신들을 핍박했던 사람들을 도리어 구할 때 협의 정신은 발휘된다. 김용은 자신을 좌절시켰던 시대의 모순을 무협소설 속에 담았다. 한때 사상개조를 강요받았던 그는 정파와 사파의 구분선을 모호하게 그렸다. 전형적인 ‘동양적 영웅’인 협객에 다양한 인간군상을 녹여냈다. 각 시대의 문화, 철학을 아로새겨 ‘아속공상의 경지(지식인들과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협의 세계를 창조한 셈이다. 대한민국에 무협 르네상스 시대를 연 고전 중의 고전 중국 문화권에서 김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문화사의 일대 기적’이라는 극찬과 함께 중화권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등지에서도 수많은 대중을 열광시켰다. 그 열기는 국내에도 그대로 이어졌는데, 1980년대 중반 그의 소설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자마자 곧바로 김용 붐이 일 정도였다. 김용의 작품이 출간되자 다양한 무협소설과 판타지 문학이 쏟아져 나왔고, 이것이 영화와 만화로까지 이어지며 국내에 이른바 무협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곧 김용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일종의 문화 키워드였던 셈이다. 『신조협려』는 단순한 대중소설이 아닌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소설이다. 그로 인해 반세기 넘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안겨준 고전 중의 고전으로 평가받으며 각종 영화와 드라마, 게임으로 만들어져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최초 정식본을 통해 ‘불멸의 신화’로 자리 잡은 김용의 명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요즘처럼 혼란한 시기에 영웅의 활약상을 접하며 많은 사람들이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