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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우리의 이름을 모두, 대지라 부른다
제3장 우리의 뒤로 시간은 이어진다 |
Hiroshi Ogiwara,おぎわら ひろし,荻原 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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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움켜쥐고 덤벼 올까 싶었지만, 류사이는 콧방귀를 뀔 뿐이다. 여러 가지 과거에 어깨가 밀쳐지듯이 시트로 가라앉았다.
“그만두자고, 그런 묘한 화풀이는.” 나카무라가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 크게 하품을 한다. “나카무라 군도 그래.” 나는 백미러 너머로 나카무라를 노려보았다. “잘 될까, 가 아니라 잘하는 거야, 누구보다도 자네가. 좀 더 자기 머리로 생각해 줘. 생각하는 말을 입 밖으로 내 줘. 뇌가 제대로 있다면, 뭐든 남이 하라는 대로 하지 마.” 나카무라는 평범하지 않다. 극도로 내향적이라는 말은 너무 무르다. 선천적인 건지, 일시적인 건지, 기억 상실도 그 일환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인지 뇌인지에 뭔가 장해를 안고 있다. 하지만 결코 지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7개월간 함께 생활하다 보니 그 점은 알 수 있었다.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취하지 않는 뇌수 속에는, 나나 류사이 이상의 지능을 감추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은 제대로 있잖아.” 나카무라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류사이와 카이 일로 다투는 시간 외에는 본 적이 없는 표정이다. 화를 내는 건가. 그래, 화내. 좀 더 감정을 드러내 봐. 지금의 나는, 예전에 클리닉을 다니던 시절의 나와는 다르다. 나는 그렇게 자기진단을 하고 있다. 불면, 환청, 알코올 의존. 확실히 그것들은 전에도 더듬어온 길이지만, 이전의 나는 매사에 활력을 잃고 있었다. 지금은 반대다. 내 안의 활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쉴 줄 모르고 쳇바퀴를 돌리는 햄스터처럼. 13, 12, 11, 10, 9……. 초침 소리의 잔향은 류사이의 말이 되풀이되는 것처럼 들렸다. 이제 돌이킬 수는 없다. 이제 돌이킬 수는 없다. 이제 돌이킬 수는 없다. 모든 것이 자신이 그린 설계도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만족감 하나 없다. 자신이 설계도 일부의 작은 나사처럼 느껴진다.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가 구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누가? 구원을 장사 상품으로 삼아 버린 내게, 구원을 바랄 수 있는 곳은 이제 없었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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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회 나오키상 최종 후보작 《모래의 왕국》
절묘한 필치와 세련된 유모로 사회를 응시해 인간의 업을 그린 오기와라 히로시의 새로운 대표작 “나는 아직 나 자신의 운이라고 하는 녀석에게 빚이 있다. 자! 지금부터 역습이다. 지금부터 승부다.” 대기업 증권회사 딜러에서 노숙자로 한순간 전락한 주인공 야마자키. 추위와 굶주림과 사람들의 모멸적인 시선을 뒤로한 채, 노숙생활을 위한 공원에서 만난 수상한 점술가와 젊은 꽃미남 노숙자. 하지만 이들에겐 무언가가 있다. 세상의 구석에 버려진 세 명이 손을 잡아, 자신들을 버린 세상에 대한 궁극의 역습이 시작된다. 모든 것은, 지금부터다. 1997년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 2004년 제18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 2005년 서점대상 2위를 차지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의 144회 나오키상 최종 후보작 《모래의 왕국》이 출간되었다. 절묘한 필치와 세련된 유머. 행간에 삶의 애환이 감도는 그만의 언어 감각은 이번 작품 《모래의 왕국》에서도 여지없이 표현된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노숙생활로 연명을 시작하려던 찰나. 공원에서 사람의 마음 깊은 속까지 꿰뚫어보는 수상한 점술가 류사이. 노숙자로 믿기지 않을 만큼 수려한 외모의 꽃미남 노숙자 나카무라와 만나게 된다. 이들과 지내면서 점점 꽃미남 노숙자 나카무라에게 빠져드는 야마자키. 이들과 함께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 듯한 기대감이 고양된다. 잠깐의 요행으로 얻은 5만 엔을 필두로 그만의 원대한, 세상에 대한 통쾌한 복수를 꿈꾸며 신흥종교 창설을 시작하는데. “이제 물러설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군가는 나를 구해주었으면 좋겠다.” 세 명으로 시작된 신흥종교는 모두 그려진 설계도대로 발전한다. 만들어 더해진 허상 위에, 보는 동안 더욱더 부풀어 올라가는 ‘대지의 모임’. 회원들의 영광은 창설자의 기대도 넘어, 거대한 탑으로 쌓여간다. 대부분을 손에 넣었을 무렵, 문득 되돌아보니. 거기에 남은 건 공허한 축제와 불협화음이었다. 그가 창조한 독특한 캐릭터. 힘든 삶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소시민의 모습. 믿음에 대한 세밀한 심리 묘사. 사소한 문제 하나로 불거지는 엄청난 진실. 그러며 반목하게 되는 인간들의 묘사가 작가 특유의 무심한 어조로 정곡을 찌르는 유머와 세련된 필치로 작품 전반에 펼쳐진다. 144회 나오키상 최종 후보작이었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작품 《모래의 왕국》은 이미 일본에서는 작가들과 독자들 사이에서 오기와라 히로시의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정평을 들으며 사랑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