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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따갑지만 달콤한 벌들과 두 해를 지내보았습니다
1부 벌과 함께한 나의 사계절 [봄] 벌을 치기 시작했습니다│벌의 구조부터 영혼까지 알고 싶었습니다│벌통 속을 세심히 들여다봅니다 [여름] 꿀벌도, 나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햇꿀의 맛은 정말 다디답니다 [가을과 겨울] 이제 알싸한 추위를 대비해야 합니다 2부 양봉이 끝나고 난 뒤 [벌의 선물] 벌이 나에게 준 것을 돌아봅니다 [벌의 미래] 벌과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해봅니다 에필로그│살아 있는 생명과 함께하며 배우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 부록 1│양봉 용어 소개 부록 2│양봉을 이해하는 데 도움될 책들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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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을 하면서 내가 한 일은 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한 것뿐이었다. 돌아보니 세상과 사람들과 주고받은 상처를 벌을 만나면서 많이 풀었다. 수줍어서, 미안해서, 불편해서 사람들에게 하지 못한 말들을 벌 앞에서는 많이도 했다. 허리를 굽혀 벌통 안을 살펴보고 쓸모없는 헛집을 제거해주고 병해충 방제를 해주면서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지듯 조바심 나던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고 안정을 찾고는 했다. 그동안 벌과 나의 따갑고도 달콤한 추억이 차곡차곡 쌓였다. ---p. 8 중에서
나는 양봉을 한 뒤 주변 어디에 꽃이 피었는지를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꽃과 벌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내온 세월을 생각할 때 꽃만큼 벌을 잘 아는 친구가 없지 않을까. 꽃은 인간이 모르는 벌의 내밀한 모습을 아는 것 같다. 주변에 꽃이 피어 있는 걸 볼 때면 어디선가 벌들이 이 꽃을 찾아 날아올 거란 생각에 안심했다. 나의 양봉장 주변에 어떤 꽃이 피는지, 그 꽃에서 어떤 꿀을 모을 수 있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p. 10 중에서 도시양봉가들은 대부분 양봉터를 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 빈민의 감수성을 체득한다. 양봉을 해도 좋다고 허락할 건물주를 찾아 설득하는 건 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도시인의 모습과 정확하게 겹친다. 주인이 허락한다 해도 주변에 꽃이 피는 녹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생태 환경 문제에 자연스럽게 눈뜨게 된다. 이렇게 도시양봉을 하면 부동산과 생태, 공동체 문제 등 도시가 낳는 사회문제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빌딩과 아파트를 병풍 삼아 벌을 만나는 융통성, 다른 도시인과의 공생을 해치지 않는 섬세함이 도시양봉가에게 필수 덕목이다. ---p. 36~37 중에서 양봉장에 가면 웅웅거리는 소리 때문인지 주변에서 격리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때의 기분이 싫지 않았다. 안전한 방충복이 마치 세상과 분리된 나만의 캡슐처럼 느껴졌다. 그 속에 머물면서 벌통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시간이 편안했다. 웅웅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양봉장에 가만히 있다 보면 평일에 쌓였던 인간 세상에서의 스트레스 따위가 무엇이 중요하냐고 벌들이 내게 묻고는 했다. 양봉장에서 나는 벌들이 사는 나라에 떨어진 소심한 거인 걸리버였다. ---p. 50~51 중에서 벌통 속 모든 구성원에게는 운명 공동체라는 끈끈한 연대 의식이 있다. 각자 맡은 일을 잘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교미하기, 알 낳기, 먹이 구하기, 짐 나르기, 방 만들기, 새끼 기르기 등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집단의 번영은 따라온다는 믿음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 ---p. 54 중에서 벌이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무기 하나 없는 맨몸의 도시인이 침을 가진 벌을 안 무서워할 리 없다. 하지만 처음 만난 사람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듯, 벌과 친해지려면 벌을 잘 관찰하고 그의 공격에도 적응해야 한다. 아프지만, 양봉을 한다면 종종 쏘일 수밖에 없다. ---p. ……) 꿀벌은 한 번 침을 쏘면 대개는 이렇게 죽는다. 나는 곧 죽을 벌을 집어 들고서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네 목숨을 버릴 만큼 내가 미웠구나. 미안해.’ 벌을 계속 만나려면 양봉가가 참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평등하지 않은 법이니까. ---p. 72 중에서 벌은 뭘 먹고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걸까.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양봉을 하기 전까지 벌의 먹이가 꿀을 포함한 당분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벌은 자신이 먹을 음식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꿀을 먹을 때 벌들에게 미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양봉가는 힘들게 일하는 벌들이 먹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수확에 욕심부리지 않아야 한다. ---p. 88 중에서 양봉을 하면서 눈이 커지고 행복해지는 순간이 있다. 육각형 벌방 안에 꿀이 고여 있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벌들이 참 존경스러웠다. 봄 햇살을 받은 꿀은 윤기를 품은 채 반짝였고 꿀방에 머리를 박은 벌들은 나의 벅찬 마음을 아는지 엉덩이를 수없이 씰룩거렸다. 그런 장면을 볼 때면 다시금 벌이 온몸으로 낳은 결실이 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순간을 직접 보면 귀한 꿀을 나에게 내어주는 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p. 124 중에서 양봉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달랐다. 내 벌은 맞는데 내 벌이 아니었다. 벌과 나의 관계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이라고 하기에는 느슨했다. 양봉가인 내가 벌들을 책임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벌들이 나를 알아봐주지 않았다. 내가 잘한다고 벌과 내 사이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생명이기에 벌도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는 능력이 있었다. 나는 양봉을 하면서 마음을 주되 전부 주지 않는 법, 정성을 다하되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법, 도시에서 누군가와 함께 사는 법 등을 배우는 중이다. ---p. 145~146 중에서 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꽃이 필요하다. 꽃이 피지 않는 곳에서는 벌이 살 수 없고 꿀도 구할 수 없다. 이렇게 당연한 것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린다. 그래서 많은 도시양봉가들은 매년 봄마다 밀원식물 묘목을 심는 행사를 연다. 지금 당장 꽃이 피지 않더라도 이다음에 꽃이 피면 그때의 벌들이 찾아와줄 것을 알기에 기다리는 마음으로 식물을 심는다. 항상 꽃이 피어 있는 도시를 가꾸는 것도 도시양봉가의 몫이다. 도시양봉가들은 그렇게 도시의 정원사가 된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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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갑지만 달콤한 벌들과 보낸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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