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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우리는 사랑하고, 또 희망할 것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소녀들에게 마다가스카르 윤은혜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이유 이라크- 양동근 꿈이 있다면 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 말라위-고수 가난해도 '완벽한 날'에 부르키나파소- 송일국 가족, 폐허 위에서도 살아갈 용기를 주는 코트디부아르-안성기 마음에 물든 슬픔을 씻어내는 웃음 탄자니아-한혜진 상처 입은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을 돌아볼 수 있다 에티오피아-배종옥 운명을 이기고 나아가는 힘 인도-보아 epilogue 길 위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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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갑자기 사람들이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나타난 쓰레기차를 따라 달리는 것이었다. 잠시 후 쓰레기 수거차가 한가운데 멈춰 섰다. 사람들이 떼거지로 쓰레기차 뒤꽁무니에 붙었다. 젖을 먹이던 아기 엄마도 아기를 재빨리 들쳐 업고 일어났다. 쓰레기차가 컨테이너를 밀어 올리며 쓰레기를 쏟아내자, 사람들은 저마다 그 쓰레기를 가져가려고 서로 밀치고 밟고 올라서며 소리를 질러댔다.
오늘도 우리는 사린가스 때문에 두 다리 없이 태어난 남자아이를 만나러 갈 거라고 했다. 이름은 아자드, 나는 또 아픈 아이를 볼 거라는 생각에 몸이 축 늘어졌다.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은 보고 싶지 않았다. 아파하는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상태를 견디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아자드는 아픈 아이가 아이었다.(중략) 아자드는 부모가 마신 사린가스 때문에 두 발 없이 태어났지만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 가운데 가장 강하고 똑똑했다. 짙은 눈썹과 또렷한 눈에서는 강단이, 부드러운 골격에서는 사색하는 철학자의 모습이, 양옆으로 올라간 입술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장난기가 보이는 소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려진 티셔츠는 아이들 사이에서 대인기였다. 피부색이 같은 사람이 저 멀리 강대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기뻐했다. 자신들도 그만큼 커다란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치료를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던 한 아이를 가리켰다. 아이는 왼쪽 얼굴이 거의 두 배로 부풀어 오르고 농이 잡혀 있었다. 볼에서 고름이 부글부글 괴어오르는 게 보였다. 왼쪽 눈은 부어오르는 얼굴 때문에 완전히 짜부라졌는지, 불그죽죽한 흰자위밖에 볼 수 없었다. 끔찍했다. 치마를 입은 행색으로 겨우 여자아이란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잘리사는 버킷림프종을 앓고 있어요.” 사실 내가 맡은 일은 그리 궂지 않았다. 직접 아이들을 먹이고 보살피는 일이 아니라 에티오피아나 베트남, 캄보디아나 몽골에 가 그곳에서 가난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돌아오는 일. 지구 반대편에 굶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그저 ‘알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몇 년을 일하자 주변에서는 내가 천사라도 되는 것처럼 얘기하기 시작했다.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발로 뛴다고. 마음이 넓고 선하다고 말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돕는 일은 사람 된 도리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람을 돕고 싶어 한다. 내겐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뿐이다. 흙탕물을 거르지도 않고 흙만 조금 가라앉힌 후 그대로 마셨다. 인분, 동물의 배변, 기생충 등 불결한 것이 녹아 있는 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실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런 물이라도 떠 마시러 두 시간을 걸어 온 사람도 있었다. 배가 불룩한 여자가 구덩이 옆에 주저앉아 그 흙탕물을 달고 시원한 생수라도 되는 듯 꿀꺽꿀꺽 마시고 있었다. “저 사람, 임신부 아니에요?” “맞아요. 임신 5개월이래요.” 암베루는 피스툴라 때문에 배설물이 샐까봐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영국이는 ‘피스툴라’라는 병에 대해 설명해줬다. 생식기와 방광, 혹은 장 사이에 통로가 생겨 생식기로 배설물을 쏟아내는 병이라고 했다.(중략) 겨우 여덟 살에 시집을 가야 했던 암베루는 이제 열다섯 살이 되었는데 서 있을 수도 없다. 서 있으면 배설물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우리 돈 30만 원쯤이면 수술을 하고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는데, 그 돈이 없어 악취를 풍기며 살아가야 했다. 탄전으로부터 불행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호수 건넛마을에서 만난 또 다른 ‘라울’은 할아버지가 진폐증으로 죽었고, 아빠도 폐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단돈 1000원조차 없는 아빠는, 가족들이 굶을까봐 병을 안고 키워온 것이었다.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마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뼈밖에 남지 않은 아빠의 몸무게는 겨우 29킬로그램이었다. 열 살 아이만도 못한 무게였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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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희망로드 대장정, 그 세 번째 이야기
거기에, 우리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왜 꼭 먼 타국까지 가서 그 아이들을 도와야 하는지 묻곤 한다. 우리나라에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통 받는 아이들은 국경으로 나뉘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우리는 그런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수시로 잊지만, 지금도 남반구의 많은 아이들은 전쟁·기아·질병으로 인해 길 위로 내몰리고 있다. KBS 희망로드 대장정 제작진은 우리와 동시대를 사는 많은 아이들이 그 비정한 가난의 길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다행이야, 이제 만나서는 2012년에 있었던, 그 세 번째 여정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2012년에 안성기, 배종옥, 송일국, 양동근, 고수, 윤은혜, 한혜진, 보아 등 여덟 명의 스타는 제작진과 함께 희망을 전하러 먼 길을 떠났고, 8개국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굶주리고 상처받은 아이들은 마치, 이때까지 그들을 만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반겨주었다. 공감하고, 위로하고, 나누며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어요. 많이 놀랐습니다.” “계속 울었죠.” “또 많이 웃었어요.” 8개국으로 떠난 여덟 명의 스타가 KBS 희망로드 제작진과 해야 할 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대로를, 과장 없이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길 위의 아이들을 만나고 돌아온 그들은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일이라도 계속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래야 조금이라도 많은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에는 그들이 먼 곳에서 울고 웃었던 이야기들, 카메라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까지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자는 그들과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함께 아파하며 함께 행복해질 것이다. 이제는 당신이 기적을 만날 차례 “다행이야, 이제 만나서” 여덟 명의 스타가 만난 모든 아이는 어른이 되어 멋진 직업을 갖고 싶어 했고, 그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언젠가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굶주리거나 아프거나, 가족을 잃었거나 매일 힘들게 노동한다 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눈앞의 아이는 당장 내일 세상을 떠날 수도 있었다. 전쟁과 빈곤으로 끊임없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어쩌면 아이들의 목숨은 우리의 ‘관심’에 달려 있다. 분유 한 숟갈만큼의 아주 작은 정성만 있으면 아이 하나가 생명을 얻고, 그만한 관심이 꺼지면 아이들의 목숨도 쉽게 꺼진다. 우리가 관심만 갖는다면 아이들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아이들에게 약속했다. 한국에 가서도 너희를 돕겠다고, 사람들이 너희를 결코 잊지 못하도록 소리 높여 말할 거라고. 그리고 그 약속은 KBS 희망로드 대장정 방영을 통해 지켜졌다. 사람들은 브라운관을 통해 고스란히 아이들의 슬픔과 고통을 나누었고, 다시 이어지는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고통과 희망도 바쁜 일상 속에서는 이따금 가물가물해지게 마련이라,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약속을 기억하고 지키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여러 가지 약속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아이들이 생각날 때마다 작은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겠다는 약속일 수도 있고, 정기적인 후원이라는 약속일 수도 있고,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들의 현실을 알리겠다는 약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선은 ‘고통 받는 아이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약속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 작은 약속만으로도 다시 일어날 용기를 얻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며, 다시 삶을 얻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길을 떠날 때보다 돌아왔을 때 그들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었다. 책을 통해 아이들을 만날 독자들 역시 차츰 변해갈 것이다. 내가 누군가의 인생을 환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 아주 작은 도움으로도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고 희망을 전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내 삶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작은 약속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기쁘게 말할 것이다. “다행이야, 이제 만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