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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천천히 뛴다고 생각하면 가장 빨리 뛸 수 있어. 가장 천천히 해왔기 때문에 늦게 마음에 들어왔다. 내 삶의 곁에 오래 남기를 바라지만, 그것 역시 아주 느리게 이루어질 테니 조급해하지 않는다. 아, 사랑하는 일이, 살아가는 일이, 모두 이와 같았으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아주 느리게 내 곁으로 다가와 오래도록 진심으로 머물렀으면.
--- 「라르고」 중에서 그래요, 당신은 물론 객관적으로 완벽할 수 없을 거예요. 당신을 향한 그 지적은, 어쩌면 옳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완벽해서 좋아하던가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글은 이미 글이 아닌 프로파간다에 불과한 것. 내가 지금까지 좋아해온 모든 것들은 완벽의 기준이 아니라 철저히 편애의 기준으로 정해져 왔지요. 나는 불완전한 당신을 다른 어떤 완전한 것보다 좋아합니다. 편애받지 못하는, 모두에게 칭찬받는 삶이란 얼마나 가난한가요. 나의 전 생애에 걸친 편애의 우주 속에서, 그토록 완벽한 당신. --- 「편애의 우주」 중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내버려 두자' '앞으론 이렇게 대꾸해야지' '일단 선을 확실히 긋기' 혼자 썼다 지웠다 하는 밤. 밥벌이의 전선에 천국은 없고, 나는 과연 닳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닳고 닳아도 내가 나인 동안은 여전히 상처받을 테니까 두렵다. 그렇다고 내가 나를 잃어버리면 상처받지 않게 되니까 좋은 걸까? 기꺼이, 기꺼이 상처받겠다. 몇 번이나 울고 몇 번이나 싫어하고 몇 번이나 마음을 다치겠다. 그것이 내가 나로 사는 대가라면. --- 「대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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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넘겨서도 회사에 다니고 있을 줄이야
"모든 게 익숙하다못해 지겨운" 40대 회사원. 『가장 끈질긴 서퍼』의 저자 김현지는 학교 졸업 후 한 번도 퇴사해본 적 없는, 평범한 40대 사무직 회사원입니다. 젊은 후배는 함께 밥 먹는 일에 뒷걸음질치고, 출세에 관심 없다면 상사와 어울리기도 피곤해지는 시기. 머릿속으로는 늘 퇴사하는 상상뿐인데, 갑작스럽게 집을 사며 졸지에 빚을 떠안은 '스스로의 가장'이 되어버렸습니다. 회사원이 퇴근 후 매일매일 일기를 쓴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청춘이라는 여행』『우리 제주 가서 살까요』를 쓴 저자는 전작에서 바쁜 회사생활 틈틈이 제주로 떠나 숨통을 틔우던 모습을 보여준 데 이어, 신작 『가장 끈질긴 서퍼』에서는 작가나 여행자가 아닌 평범한 사무직 회사원으로 버텨온 날들을 펼쳐보입니다. 책 속에서 그는 회사일에 딱히 소질이나 적성이랄 게 없다고 고백합니다. "(회사가 파도고, 회사원이 파도타기라면) 멋있게 파도를 타넘는 서퍼가 아니라, 그저 끈질기게 보드에 매달려 있"다고요. 그렇지만 '자신만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가장 끈질기고 즐거운 서퍼'가 될 것을 결심합니다. 귀퉁이 먼지라 해도, '사라지지 않는' 회사원을 위하여 365일 하루도 빼지 않고 써내려간 일기 속엔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짠한' 40대 회사원의 솔직한 초상이 있습니다. 저자는 "얼룩말들이 진심으로 걱정하거나 진심으로 기뻐하는 일에 당나귀들은 어리둥절하다. 회사 일이 이렇게까지 걱정되거나 기쁠 일인가?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그렇지만 걱정하는 척, 기쁜 척, 얼룩무늬를 그린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회사를 열정으로 다니는 대신 "양치질 하듯 다니면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합니다. 대신 저자가 선택한 건, 회사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고군분투입니다. "직업을 선택하진 못했지만 삶의 방식을 선택하기로 했"기에, "높은 지위가 아니어도, 대단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소중히 하며, 허리를 곧게 편 채" 일하겠다는 태도를,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엔딩을 선택합니다. 그러니까, 그저 보드를 붙잡고 떠 있어도 좋아요 저자는 "긴 긴 인생길에 스스로의 손을 잡고 걸어줄 사람은 나 자신뿐이며, 즐거움과 열의에 찬 청춘이 지나가도 나는 여전히 나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40대가 된 후에야 알게 됩니다. 그는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며 하나하나 작은 좌절을 헤쳐나갑니다. 미술학원에 다니며 똑같은 사물도 새롭게 보는 법을 배우고, 힘든 회사생활을 통해 "한계와 좌절을 통과하면서 타인의 고통을 짐작하는 연습. 작은 일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변덕을 희석하는 연습.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는 연습. 완벽하지 않은 나와 타인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며 "우리는 순간순간 인생이라는 학교를 통과하고 있을 뿐"임을 상기합니다. "모든 날들이 의미있는 날들로만 채워질 수는 없지만, 그날들을 채우는 1분 1분은 나에게 달렸다고. 멋있지 않아도 노련하지 않아도, 보드를 붙들고 떠 있던 하루하루가 나를 만들었다고. 그러니까 보드를 잡고 발버둥치던 순간이 삶의 근육이 되고, 보드를 잡고 바라본 풍경이 삶의 위로가 된 건 우연이 아니라고. 그건 내가 그 1분 1분을 견뎌왔기 때문이라고." (316쪽) 그렇게 매일매일 써내려간 일기장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보통의 회사원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합니다. 버티기만 해도 성공이고, 안 괜찮아도 괜찮다고요. 빛나지 않아도 계속되는, 끈질긴 마음의 위대함이 있다고요. 결국 뜻밖의 기쁨과 발견의 순간이란, 진창에 빠지고 흙밭에 굴러도 끈질기게 출근해온 '매일매일'이 만드는 기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