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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는 글 4
프롤로그 8 의식의 흐름대로 끄적끄적 18 880원이 내게 준 용기 26 멋진 멍 때리기 35 홈메이드 전통다과 46 잃어버린 대화와 사색을 찾아서 54 책의 요람에 몸을 누이다 62 디지털 폭식 70 열정과 냉정 사이 75 아무도 없는 곳에 다녀왔어 82 아날로그의 손맛 93 남아도는 시간에 하는 일들 99 템플스테이를 만나다 107 타자기에 얽힌 추억 120 아궁이로 마음을 지피다 128 뉴트로와 아날로그 그리고 빈티지 148 도시농부 되다 157 숲에 안기다 170 슬로우 트래블 179 에필로그 193 |
최하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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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무한정 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우정을 다시금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아날로그였다. --- p.32
멍 때리듯 앉아서 하는 건 딱히 없다. 보통의 명상은 생각하 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이런저런 잡념들이 떠올랐다가 가라앉거나 사라지게 내버려 둔다. 생각의 부유물질이 내 머 릿속을 자유롭게 유영하게 내버려 둔다. --- p.42 가만 생각해보면 ‘디지털 디톡스’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는 뭔가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덧 30대 중반 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무슨 일을 해도 관성이 생겨버렸다. 몇 번이고 반복했던 일이었고 몇 번이고 경험했던 일이기에 놀라 움도 간절함도 덜했다. 어느 순간 내가 진정 바라는 나의 모습 을 잊어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낯선 환경에 나를 놓아두 니 마음에 끼였던 때가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 같다. --- p.43 오래된 풍경에 때가 탄 모습 그리고 구식으로 흘러가는 시스템이 좋다. 바코드를 찍어 계산하는 곳보 다는 귀퉁이가 바랜 장부에 수기로 흘겨 적는 곳이 더 정감이 간다. 깨끗하고 세련된 옷보다는 넉넉하고 기이한 패턴과 촌 스러운 색감의 옷이 더 편하다. 조명이 들어오는 램프로 안전 하고 멋스럽게 캔들을 태우기보다는 촛농이 잔뜩 흘러내린 양 초에 불을 붙여 일렁이는 편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 p.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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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하루, 아날로그 삶을 살다.
혹시 온종일 휴대폰을 손에 들고 미간을 찌푸리며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은가? 인터넷 뉴스 기사를, SNS를, 동영상 스트리밍을 보며 검지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지금 이 순간에도. 텔레비전 No!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도 No! 라디오나 팟캐스트도 No! (프롤로그 중에서) 작가 최하나는 일주일에 하루 디지털 기기를 끄고 아날로그로 사는 실험을 한다. 처음부터 순탄한 실험은 아니었다. 처음 두어 번은 정말 괴롭기 짝이 없었다. 처음에는 이런 아이디어를 낸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그다음에는 이런 걸 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며 합리화를 하려 했고 마지막에는 제발 그만하고 싶다며 애걸복걸했다. 하지만 그걸 다 거치고 나니 정말 이상하게도 괜찮아졌다. (18쪽) 평소에 쉽게 만들지 않았던 전통 다과와 식혜를 만들어 먹고, 항상 그 자리에 있었는데 눈에 보이지 않았던 공중전화로 용기 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아궁이로 난방을 하는 숙소를 찾아 가고, 조금 느려도 좋은 무궁화호를 타고 여행길을 떠나 보기도 하며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가며 실험을 이어간다. 사람이 귀중하고 인연이 소중하고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게 더없이 행운이라는 걸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더 크게 여기게 될 테니까. 떨어져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빈자리를 더 크게 깨닫게 될 테니까 말이다. (81쪽)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실험을 했지만 결국 잊고 지냈던 소중한 일상을 되찾는 시간들이었다. 잠시라도 손에서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당신이라면 작가 최하나의 실험에 초대하고 싶다. 디지털 기기와 잠시 단절되어 있어도 우린 괜찮다고. 어쩌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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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실험, 그리고 삶
어린 시절 안산에서 살 때, 가장 좋은 놀이터는 아파트 단지 앞 개천이었다. 봄에는 꽃구경을, 여름이 올 때 즈음이면 토끼풀을 한 아름 꺾어다 꽃다발이며 화관을 만들었다. 한여름이면 물놀이 타임 이었다. 동네방네 친구들이 각종 튜브를 모두 들고나와 물장 구를 쳤다. 가을이 되면 도시락을 싸서 소풍을 가고, 겨울엔 꽝 꽝 언 실개천에서 젓가락을 덧댄 썰매를 쌩쌩 달렸다. 돈은 필요 없었다. 전기도 전화도 필요 없었다. 필요한 건 놀 고자 하는 의지뿐이었다. 그래서 서울에 이사를 오고 나서 크 게 당황했던 것 같다. 서울에는 개천이 없었다. 뛰어놀 공터가 있더라도, 그곳에 서 함께 놀 친구가 없었다. 몇 안 되는 친구들은 대부분 학원에 다녔다. 어딘가 가자, 하면 분식점이나 만화방 같은 돈을 써야 만 하는 곳이었다. 돈을 쓰지 않으면 친구를 사귀는 게 불가능 하다는 도시의 규칙을 이때 처음 배웠다. 나이가 들고 난 후로는 돈뿐만 아니라 각종 전자기기도 필 요해졌다. 삐삐가 없으면, 컴퓨터가 없으면, 핸드폰이 없으면,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어려워졌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텔레비 전을 보지 않으면,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유행을 헐 떡이며 따라갔다. 언젠가부터 나도 그런 일이 당연하다고 여 겼다. 그렇게 익숙해졌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펑, 터져버렸다. 아, 다 싫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다고 한다. 내게 그 섬의 다 른 이름은 적당한 거리다. 한 시간이 멀다하고 울려대는 전화 에 허덕이다가 나는 섬을 잃어버렸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 각에 귀촌을 했다. 시시때때로 의도적인 잠수를 탔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6 서 이불속에 들어가 작은 어둠을 만들고 책과 만화를 보며, 개 와 집 앞 개천으로 산책을 갔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처럼. 아날로그의 삶을 살자 삐걱대던 일상이 조금씩 정상으 로 돌아왔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보면, 타인과의 사이에 안개 낀 무엇이 보였다. 섬이었다. 적당한 거리란 이름의 섬. 작가 최하나가 벌인 독특한 실험에는 이런 내 모습이 있었 다. 작가 최하나는 영리하고 부지런하다. 잠수를 타면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 나와 달리 활동적이다. 무엇이든 만든다. 사람을 모아 파티를 한다. 가고 싶은 곳은 어떻게든 간다. 108배를 올린 다음 날 새벽 산 행까지 감행했다는 이야기를 봤을 때엔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감탄했다. 나라면 둘 다 안 한다고 하고 개별행동을 했을 텐데. 그게 최하나다. 최하나는 무엇이든 꿋꿋하게 해낸다. 그것을 새로운 기록으로 그려낸다. 다행이다. 그렇게 끈기가 있어 서, 덕분에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조금은 자기반성을 하며 아주 조금은 부지런히 살아볼까, 고민을 하게 되어서 말 이다. 작가는 이 책을 적은 후로도 다양한 실험을 계속할 것 같다. 그때마다 작가는 자신의 오감으로 느낀 것을 기록으로 남기겠 지. 그걸 또 새로운 책으로 남기겠지. 나는 그 책을 기다리며 『어떤, 실험』을 들고 개천으로 나갈 셈이다. 실개천이 졸졸 흐르는 것을 보며 쭈그리고 앉아 느긋 하게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보는 것으로 작가의 새로운 실험을 응원할 셈이다. 힘내라, 최하나! - 조영주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