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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허겁직업 이어달리기 탑골 하늘정원 매종 1번지 MJ 광장 서로함께 지혜 비블리오티카 꼰대책방 작가의 말 도움받은 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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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언은 몇 번 자신의 비전을 엄마에게 털어놓기도 했었다. 갖은 노력에도 빠르게 박제되어 간 ‘책’의 죽음을 아버지는 막을 수 없었지만, 지언은 할 수 있다고. 보여 주겠노라고. 무조건적인 맹신이 아닌 젊은 생각과 어우러져 더욱 선명해지는 진리의 대변신을 지켜보라고 말이다. 하지만 3년 넘게 운영한 지언의 고전 서평 유튜브 채널 [꼰대책방]은 새로움에만 열광하고 낡은 것은 조건 없이 짓밟는 젊은이들, 미미를 환영하고 그 존재를 칭송하는 이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미미가 출판 시장을 잠식한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몇 번의 터치만으로 콘텐츠를 불러올 수 있는 스마트폰이 인간의 삶에서 차지하는 책의 비중을 모조리 가져가 버렸다. 영상, 사진, 보이스 레코더가 종이책을 대체했고 2020년대 중반 이후로 독서 인구는 ‘독불 인구’라 불렸다. 혼자서 다른 길을 가는 독불장군에 비유될 정도로 별종 취급을 당하게 된 것이다. -[꼰대책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도 바로 그것이었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차곡차곡 쌓인 꼰대의 생각들. 그런 고루한 생각들이 단지 오랜 시간을 버텼다는 이유로 상식이 되고, 법칙이 되고, 결국엔 지혜라 칭송받는 이상한 논리. 어른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야. 다 겪어봤어. 그러니까 이게 맞아. 아버지도 항상 이런 논리였지. -사람들은 꼰대를 고인물이라 말한다. 늙어서 고장 난 퇴물, 멈추어 선 낡은 기계에 비유한다. 그러나 꼰대는 고물이 되어 움직임이 작아지고 흐름이 느려졌을 뿐, 흐르는 것을 멈춘 사람이 아니다. 고물 수도꼭지라도 멈추지 않고 작은 물줄기를 계속 흘려 보내는 사람이다. 이미 많은 곳을 거쳐 와 넓은 땅에 단비를 적셔 주었어도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 어제와 다른 곳을 적시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꼰대라는 것이다. -청계천에서 헌책 수리공으로 유명했다는 송가 아재는 낡은 책을 접착제와 물풀, 양면테이프, 그리고 신용 카드 한 장으로 새 책처럼 만드는 장인이었다. 조각조각 떨어진 제본은 타카 몇 방에 다시 단단히 뭉쳤고, 벌어진 표지는 얇은 양면테이프로 내지와 해후했다. 코팅이 벗겨져 색이 바랜 표지 일러스트는 투명 매니큐어와 네일 드라이어를 몇 번 오가며 한결 선명해졌다. 세월을 감당하느라 누래진 내지의 옆면을 파우더 팩트로 하얗게 변신시키자 책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의 긴장감을 그대로 간직한 듯 정갈해졌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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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오승현의 소설 데뷔작인 『꼰대책방』은 영상과 이미지가 종이책을 대체하고, 독서 인구가 ‘독불장군’에 빗댄 ‘독불 인구’라 불리게 된 근미래를 다룬다. “인간의 유전자보다 뇌가 우수하다”는 주장하에,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했다가 그대로 출력하는 유전자 대신 생존 본능을 넘어서는 뇌, 그중에서도 고도의 지적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역할을 대체하는 ‘미메시스’의 개발로 일대 지식혁명이 일어난 2030년대가 배경이다. 종이책이 더 이상 사업성이 없어진 미래, 서점들이 종이책 사업을 접고 한 번의 이식으로 종이책의 몇 배 이상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미메시스 사업으로 전환한 상태에서, 여전히 지식보다는 지혜의 가치를 믿는 등장인물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듯 보이지만 또한 그렇기에 매력과 개성이 가득하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가득했던 주인공 심지언은 이 감정을 꼰대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정착시켜 나가고, 꼰대의 전형 최대번은 반전 매력을 발산하며 괜찮은 꼰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그야말로 노땅 중의 노땅으로 이루어진 청계천 헌책방 연합회 삼인방은 작품의 코믹적 요소를 담당하면서 “낡고 오래된 모든 것은 쓸모가 없는가”라는 주제를 투영하는 존재다.
작품 속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는 광화문에서의 집회 또한 작가의 또 다른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묘사이다. “우리도 일할 수 있다”, “무임승차 폐지”, “우리는 세금충이 아니다” 등의 플래카드를 든 노인들과 젊은이들의 대립을 다룬 장면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의 머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는 듯하다. 작품 속에 묘사된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후의 미래, 일자리를 가운데 둔 파이 싸움에서 청년층과 고령층, 세대간의 대립은 더욱 치열해졌고, 이를 해결하려는 대신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기업과 정부의 음모 역시 단지 소설일 뿐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매우 현실적이다. 거침없는 입담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각, 그리고 사회 비판적 메시지가 함께하는 근미래 블랙코미디 『꼰대책방』은 소설가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신인 작가의 신선한 매력을 한껏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