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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경제로의 전환
유럽 최고 석학 자크 아탈리, 코로나 비극에서 인류를 구하는 담대한 비전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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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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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9

1장 생명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지 않을 때 ?25
신앙심으로 제국 보호하기 28
왕국을 보호하는 데 경찰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36
국가를 보호하는 데 위생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42
격리와 결별하기 45
그 어느 때보다 치사율이 높은 독감 46
누군가의 건강이 다른 모든 이의 건강과 직결된다 50
에이즈, 에볼라, 기타 등등 52

2장 다른 것들과는 많이 다른 팬데믹 ?59
죽음이라는 스캔들 62
중국은 스스로를 기만한다 65
다른 것들과는 닮지 않은 팬데믹 68
이번 팬데믹은 어쩌다 우연히 발생한 게 아니다 80
현명한 선택을 한 나라들 83
잘못된 선택을 한 나라들: 중국이라는 스캔들 89
유럽이 저지른 크나큰 실수는 한국이 아닌 중국 방식을 따랐다는 것 92
무관심으로 죽음과 맞서기 99
의료진, 마스크, 진단 검사 키트를 확보하기 위한 전투 104
과연 일시적인 위축일까? 109

3장 일시 중단 사태를 맞은 세계 경제 ?113
지금까지 겪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충격적 깨달음 117
부정: 고독의 경제 119
급격한 추락 122
완전히 잊힌 신흥국들 127
결국 고독하게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건 돈 130
기다림의 환상 134
자꾸 미루기만 하면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만다 138
치료제도 백신도 없이 고독에서 빠져나오기 140

4장 죽으나 사나 정치 ?143
정치의 본질적 역할: 죽음으로부터 지켜주기 147
안전과 노예 상태를 맞바꾸는 건 단연코 거부한다 150
지정학적 위기: 중국도 미국도 다 싫어 157
국가에 대항하는 거대 기업 169
인공물의 독재를 거부하기 173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후 문제! 174

5장 최악에서 최선의 것을 끌어내기 ?179
고독과 내밀함 182
마스크는 무엇의 이름인가? 187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함께 창조하기 192
얻는 것 없이 남 좋은 일 하기 198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에서 소비하기 201
다른 방식으로 정보 제공하기 204
시간의 새로운 활용법: 자기 자신이 되기 206
감시와 신뢰 208

6장 생명경제로의 전환 ?211
치료약과 백신 214
더 많이, 더 낫게,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살피기 218
새로운 형태의 대화로서의 식품 222
거리를 둔 주거지 225
무엇보다 교육이 우선 229
너무 늦기 전에 젊은 세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231
원격으로 교양을 쌓고 오락 즐기기 235
시장이 원하는 분야와 기업 241
시장을 넘어서: 생명경제 242
다른 분야의 역군들을 개종시키기 245
경제의 투사, 관광을 살려야 한다 247
생명경제는 긍정적 환경 발전의 동력 251

7장 이 팬데믹이 사라진 이후엔? ?253
미래의 팬데믹 260
생태학적 도전 266
기후 온난화는 또 다른 팬데믹을 야기할 수 있다 271
암울하기만 한 전염병 273

결론 전투적 민주주의를 위하여 ?277

감사의 말 289
부록 293
참고문헌 309

저자 소개 2

자크 아탈리

관심작가 알림신청
 

Jacques Attali

유럽 최고의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프랑스의 미래학자이자 경제학자, 작가이다. 자크 아탈리는 정치, 경제, 문화, 역사를 아우르는 지식과 통찰력으로 사회 변화를 예리하게 전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아탈리는 재기와 상상력, 추진력을 겸비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지식인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자크 아탈리는 1943년 알제리의 알제에서 태어나 알제리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열네 살 무렵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다. 파리공과대학, 파리고등정치학교, 국립행정학교 등 프랑스 명문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소르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계와
유럽 최고의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프랑스의 미래학자이자 경제학자, 작가이다. 자크 아탈리는 정치, 경제, 문화, 역사를 아우르는 지식과 통찰력으로 사회 변화를 예리하게 전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아탈리는 재기와 상상력, 추진력을 겸비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지식인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자크 아탈리는 1943년 알제리의 알제에서 태어나 알제리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열네 살 무렵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다. 파리공과대학, 파리고등정치학교, 국립행정학교 등 프랑스 명문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소르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계와 정계, 국제기구를 넘나들며 활동하였고 1974년에는 프랑수와 미테랑 당시 사회당 당수의 경제고문을 맡아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아탈리는 10여 년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직을 거친 후 유럽부흥개발은행을 설립하여 총재직을 맡았다. 현재는 아탈리 자신의 이름을 건 컨설팅회사 ‘아탈리 & 아소시에’를 운영하고 있다.

교수, 정치인, 행정관료 등을 두루 거친 아탈리의 탁월한 혜안과 과학적인 분석은 프랑스 지성계를 넘어 전 세계의 방향타가 되었다. 국제 정세와 세계 경제, 미래 사회에 대한 탁월한 분석과 설득력 있는 예측을 담은 그의 저서들은 학자로서 그의 명성을 더욱 드높여주고 있다. 한편 아탈리는 한 인물에 깊게 파고들어 전기傳記를 쓰는 일에 매혹되었는데 이는 개인의 삶을 조명하는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과거 역사에 대한 충실한 자료가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전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86권의 책을 썼고 그중 30권 이상에서 미래 예측에 관해 다루었다. 그의 저서들은 총 22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1,000만 권 이상 판매되었다. 프랑스 경제전문지인 《레제코》의 논설위원이며 2016~2019년에는 《중앙일보》에 칼럼을 기고할 만큼 한국 독자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한국에 소개된 책으로는 《미디어의 역사》 《바다의 시간》 《생명경제로의 전환》 《자크 아탈리의 미래 대예측》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자크 아탈리의 긍정경제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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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제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 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 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철학자의 식탁』,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혼자가 아니야』, 『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페스트와 콜레라』, 『상뻬의 어린 시절』, 『탐욕의 시대』, 『잠수복과 나비』, 장 지글러의 전작 『탐욕의 시대』,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빼앗긴 대지의 꿈』을 번역했으며 『미래중독자』, 『물의 미래』, 『빈곤한 만찬』, 『식물의 역사와 신화』, 『빨간 수첩의 여자』,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제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 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 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철학자의 식탁』,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혼자가 아니야』, 『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페스트와 콜레라』, 『상뻬의 어린 시절』, 『탐욕의 시대』, 『잠수복과 나비』, 장 지글러의 전작 『탐욕의 시대』,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빼앗긴 대지의 꿈』을 번역했으며 『미래중독자』, 『물의 미래』, 『빈곤한 만찬』, 『식물의 역사와 신화』, 『빨간 수첩의 여자』,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센트럴 파크』, 『잠수종과 나비』, 『공간의 생산』, 『그리스인 이야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또한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겨 갈리마르 사에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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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520g | 140*210*30mm
ISBN13
9788947546669

책 속으로

그럼에도 이 책을 썼다. 우리가 처한 이 믿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책들이 쏟아져나올 터인즉, 이 책도 그 많은 책들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은 격리일지가 아니다. 다른 곳에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 짜깁기한 모음집도 아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관찰된 사실들의 종합이며, 무엇보다도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게 될 세계에 대한 전망이고자 한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 이 전투의 전반전이 끝났다 싶은 현 시점에서 상황을 전체적으로 종합해보는 것은 유익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들을 뛰어넘어 그 이상의 것을 보고자 하는 종합, 우리 모두에게 너무도 자주 쏟아지던 거짓과 어림짐작과는 거리를 두고서, 바라건대 최대한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우리가 더 잘할 수도 있었을 일들을 차분히 되짚어보는 과정으로서의 종합은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하다.
그리고 전망. 앞으로 닥쳐올 일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지금 남아 있는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림잡아 자칭 전문가 수준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이 벌이는 영양가 없는 논쟁, 남들에게 불안을 팔아 자기 주머니를 불리는 이들의 독설, 진심으로 어떻게 하면 유토피아의 도래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기보다 자기들만의 허울뿐인 유토피아에 대해서만 지루하게 반복하려 드는 주술적 태도와는 거리를 둔 전망이 반드시 필요하다.
--- 들어가며

나는 또한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다뤄지는 가장 말도 안 된다 싶은 황당한 가설까지도, 내 마음대로 배제하는 독단은 피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현실이 이미 그와 같은 가설을 넘어섰다고도 할 수 있으니까. 내가 나의 대담자들과 토론한 문제들이란 사실 모든 사람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이었다. 가령 우리는 지나간 과거의 팬데믹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으로, 기아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인가? 어떻게 해야 이러한 대유행병을 물리칠 수 있는가? 우리는 언제가 되어야 마침내 치료제 또는 백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인가?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제일 크게 위협을 받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기어이 세계 경제를 멈춰 서게 했어야 했던 걸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실직자들이 나올 것이며, 이들은 얼마나 오랜 기간 실직이라는 고난을 겪게 될 것인가?
--- 들어가며

인류는 현재 거대한 악몽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 악몽이 어서 끝나서 하루 바삐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단 하나의 욕망, 단 한 가지 야심, 단 한 가지 소원만 가지고 사는 것 같다.
--- 들어가며

그런데 나는 이와 같은 무분별함 앞에서 분노를 느낀다. 왜냐하면 팬데믹이 자연스럽게 저절로 잦아들어도, 아니면 백신이나 치료제의 발명 덕분에 비교적 신속하게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는, 마치 마술 방망이 한 번 휘리릭 돌리듯, 순식간에 이전의 생활 방식을 되찾을 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유럽 각국을 포함해 세계의 그토록 많은 나라들이 패닉 상태에서 민주
국가 한국의 사례가 아닌 독재국가 중국의 방식을 덥석 채택했다는 사실 앞에서 분노를 느낀다. 한국은 다른 몇몇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1월부터 이미 전략을 수립하고, 여론을 설득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너무 늦지 않게, 마스크와 진단 검사 키트를 생산하도록 독려했다. 덕분에 사회 전체가 잠정적인 무덤 속에 갇히는 국면은 피할 수 있었다. 반면 스스로 문을 닫기로 결정한 중국의 모델은 실패했는데도 이를 따라한 나라들이 많았다.
--- 들어가며

인류 역사에 등장했던 중대한 팬데믹 선례들에서 보듯, 오늘 우리를 괴롭히는 전염병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이미 감지되던 진화를 가속화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진화라 하면 물론 재앙적인, 즉 부정적 진화도 될 테고, 긍정적 진화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어느 방향으로든 팬데믹은 변화를 부추기는 매우 과격한 가속 장치가 될 것이 분명하다.
--- 들어가며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다른 많은 세대들도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눈을 질끈 감고 위험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곤 했다. 그러다가 어린아이 같은 자만심에 사로잡혀 악을 무찔렀다고, 자기들이 나서서 놈을 해치웠다고 의기양양해했다. 때문에 지나치게 빨리 조심성 있는 태도를 내던져버리고 옛날식으로 돌아가버렸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
반대로, 새로이 태동하는 것을 알아보고서 혼돈의 시대를 극복의 시대,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로 삼은 세대들도 있었다. 우리도 오늘의 팬데믹을 그와 같은 극복과 전환의 순간, 바로 그 순간으로 만들어보자.
--- 들어가며

몇몇 지도자들은 지혜롭게도 문명을 가장 잘 보호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지도자들이 문명을 성공적으로 보호하지 못할 경우, 그들이 타인들의 죽음과 자신들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실패할 경우, 팬데믹은 이미 진행 중인 격변에 속도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곤 했다. 가령 이제까지와는 다른 이념, 다른 방식의 권력 정당화, 다른 엘리트 계급, 다른 지정학 판도를 출현시켰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모든 사실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교훈들을 다루게 될 것인데, 이는 오늘날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이해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한 전초 작업이다.
--- 1장

전염병의 기세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종교는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사람들은 시중 들어주는 하인 없이 죽어갔고, 사제 없이 매장되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만나러 가지 못했고, 아들 또한 아버지를 보러갈 수 없었다. 자선이란 사문화(死文化)가 되어버렸고, 희망은 속절없이 사라졌다”고, 아비뇽에서 14세기 중반에 활동한 의사 기 드 숄리악은 기록하고 있다.
--- 1장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감염병과의 대결에 있어서 신속하게 승전보를 울릴 수 있다는 낙관주의적 환상, 지나치게 서둘러 긴축 예산 형태로 회귀하는 조급함은 둘 다 재앙으로 이끄는 첩경이라는 사실이다.
--- 1장

2018년 한국에서 전염병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질병관리본부(2020년 9월 12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옮긴이)는 다른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 여부를 감시하고, 여기에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했다.
팬데믹은 그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해마다 WHO에는 40건의 콜레라 전염병이 집계된다. 매년 황열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많을 땐 3만 명에 이르기도 하며,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45만 명에 이른다. 1970년 이후 1,500 개가 넘는 새로운 감염체가 발견되었으며, 이 중 70퍼센트는 동물에서 유래한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WHO는 여섯 차례에 걸쳐 세계적 차원에서의 공중보건 긴급 사태를 선포했다. H1N1 독감(2009), 소아마비(2014), 에볼라(2014, 2019), 지카(2016). 그리고 2017년엔 상당히 심각한 페스트가 마다가스카르에서 발생했고, 그 결과 2,417명이 감염되었으며, 이 중에서 209명이 사망했다.
--- 1장

오직 소수의 아시아 민주국가들만이,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이 과거 메르스 사태 때 겪었던 코로나바이러스를 기억하고 여기에 대비할 뿐이었다. 이들 나라들은 팬데믹이 다시 터질 경우엔 지체 없이 마스크 착용, 진단 검사, 감염자와 그와 밀접 접촉 가능성이 있는 측근들의 격리 같은 조치를 강제해야 한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있었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 몇몇 나라들은 그 덕분에, 적어도 현재로서는 의료 재앙, 인명 재앙을 피했으며, 교역 상대국들이 중국식 모델을 따라감으로써 오판에 오판을 하지만 않았더라면, 경제 위기마저도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 2장

과거 몇 차례에 걸쳐 축적된 팬데믹 경험을 통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서 이와 같은 인식을 하게 된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은 2018년 12월, 그러니까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하기도 전에 이미 훗날 현명한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결정을 내렸다. 마스크 제작과 배급, 진단 검사 키트 제작과 실제 검사, 양성 판정을 받은 자들 및 그들의 밀접 접촉자 모두의 격리. 이렇게 세 가지다. 마스크 쓰기, 검사하기, 이동 경로 추적하기. 세 마디에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다. 한국은 덕분에 모든 면에서 남보다 앞서가고 있다. 말하자면 지난 2년 동안 줄곧 이와 같은 유형의 전염병에 대비해온 상태인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게놈의 새로운 염기서열을 신속하게 판독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중국은 1월 12일에 한국과 이 정보를 공유했다)을 백분 활용해 진단 검사 키트를 세심하게 가다듬었다. 예방의학을 전공한 의학박사가 이끄는 한국질병관리본부는 보건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필요한 경우라면 질병관리본부에 전권을 부여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개인정보 수집을 위해 필요하다면, 경찰과 사법계도 질병관리본부에 협조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정보는 익명 상태로 수집해야 한다. 언론과는 매일 두 번씩 만나서 경과를 공유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는 모두 분리해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감염 확진 2주 전부터 이들과 밀접하게 접촉한 자들에 대해서도 하루 2회씩 전화 통화?GPS 추적은 하지 않는다?를 통해 2주 동안 추이를 지켜본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은 온 국민을 격리하지도 않았고, 경제를 완전히 멈추지도 않았다. 학교만이 유일하게 문을 닫은 기관이다. 수업은 온라인과 TV를 통해 진행되므로,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을 위해 수만 대의 태블릿PC가 보급되었다.
--- 2장

뒤에서 보게 되겠지만, 이는 4월 말 중국이 택한 방식과는 정반대 방식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이선규 위기분석국제협력과장은 약간의 반어법을 섞어가면서 “중국의 경험에서 출발해 우리는 한국에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좋은 정책을 입안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중국과 동일한 방식은 아니지만, 한국의 상황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면서 효과적인 방식을 택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중국이 워낙 훌륭하게 대처한 덕분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코로나19를 예방하고 더 이상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 미리 알 수 있었다고 해야겠죠”라고 설명했다.
--- 2장

이 나라들에 대해 굳이 흠을 잡는다면, 다른 나라들에도 중국의 길을 따라가지 말고 이들이 택한 길을 가는 것이 좋겠다고 미리 권유해주지 않았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중국은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기만했으며, 남들에게도 거짓말을 일삼았다.
--- 2장

그들은 마스크를 사용하게 하려면 그걸 배급해야 하는데, 그건 번잡하고 구차한 일이라고 강변했다. 결국 진단 검사 키트로 검사만 충분히 했으면 되었을 상황이었음에도, 아이들은 학교에서, 봉급생활자들은 일터에서 쫓겨났다. 각국 정부는 대도시 교외 또는 외떨어진 시골 마을의 요양원 또는 자택에서 진단받을 수단도, 감염자로 밝혀졌을 때 치료받을 여건도 갖추지 못한 채 살아가는 고령자들을 아예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때문에 이들은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 상태에서 검사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마스크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호흡기 한 번 달아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죽어갔다.
--- 2장

격리는 이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다른 지역, 다른 나라들에서도 마스크와 검사 키트가 없어서 일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되니 지구촌의 수억 명이 수입이 한 푼도 없는 빈털터리 상태에 놓이고 말았으며, 처음엔 수억 명이던 강제 휴무자가 차츰 수십억 명으로 늘어났다. 3월 18일 총 5억 명이던 격리자 수는 3월 21일 10억 명으로 증가했다. 3월 24일 인도까지 격리에 들어간다고 발표함으로써 격리자 수는 26억 명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세계 인구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된다. 4월 2일엔 39억 명, 즉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격리 상태에 놓이게 되었으며, 4월 7일엔 거의 100개 국가에서 40억 6,000만 명이 강제 격리를 당하거나 자가 격리 권유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5월 초엔 감염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30억 명이 격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5월 19일엔 이 숫자가 20억 명으로 줄어들었다.
어쨌거나 공식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 의회의 심사 과정 없이 내려진 이 격리 결정은 지역에 따라 매우 들쑥날쑥하게 적용되었으므로, 실제로 현장 사정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믿을 만한 집계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격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곳, 가난한 나라의 빈민촌 같은 경우라면 특히 그렇다.
--- 2장

부자 나라일수록 재택근무의 비율이 높다. 미국이 이 비율이 가장 높다는 건 그러니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근로자의 사회적 지위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일부 기업은 속된 말로 대박이 났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비디오회의 전문 기업 줌은 2019년 12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사용자가 무려 30배나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 3장

프랑스에서는 강제 격리 기간 동안 25퍼센트의 근로자가 (거의) 매일 일터에 출근했다. 재택근무와 회사 출근을 번갈아 가면서 일한 근로자는 4퍼센트, 완전히 재택근무만 한 근로자는 20퍼센트, 45퍼센트의 근로자는 경제활동을 멈췄으나 일정 기간 동안 부분 실업수당을 받았다. 반면 6퍼센트는 이 기간 중 부분 실업 상태였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경제활동 인구의 41퍼센트가 재택근무를 했으나 노르망디 지방에서는 이 비율이 11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종합적으로 볼 때, 격리를 선택함으로써 집단의 경제는 멈춰 섰다. 고독 사회, 즉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감금 상태에 놓이며, 노인 세대를 위해 젊은 세대에게 일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노인들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살아남는다) 사회가 등장했다. 고독 속에서 쇠퇴하는 사회. 이러한 사회의 도래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생태적 대가는 지금도 이미 그렇지만, 앞으로도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 3장

2020년 한 해를 놓고 볼 때, 현기증 나는 추락이 아닐 수 없다. 독일(--- 6.6퍼센트), 그리스(--- 8퍼센트), 스페인(--- 11.1퍼센트)과 이탈리아(--- 11.3퍼센트), 프랑스(--- 11.4퍼센트)는 사정이 더 나쁘다. 그나마도 지극히 낙관적인 OECD 예상치 임에도 그렇다.
요컨대 엄청난 위기가 확실하다. 요행히 팬데믹이 2020년 여름에 잦아든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분명 2008년, 아니 심지어 1929년의 위기와는 그 진폭을 비교조차 하기 어려운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1929년 대공황 때엔 생산 저하가 4년에 걸쳐 이뤄졌는데, 이번엔 고작 3개월 만에 이렇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사태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급작스러운 데다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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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자리의 3분의 1 이상이 위협받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히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직종, 중산층이 주로 종사하는 직종들이 더 위험하다. 제일 큰 피해를 입은 부문을 꼽자면, 우선 자동차 산업. 이 분야는 민간 일자리 가운데 5에서 15퍼센트를 제공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큰 고용주 역할을 하는 분야다. 이어서 호텔과 식당, 공연예술, 오락, 상업 등이다. 직원 열 명 미만의 기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과 젊은이들이(숙련 기술자가 아니거나 가장 힘든 시기에 취업 시장에 나오게 되었기 때문에) 가장 큰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중산층이 받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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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으로 볼 때,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재앙 수준의 팬데믹 관리로 말미암아 2억 개의 일자리가 증발했으며, 적어도 20억 명의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재택근무가 대세로 부상하면서, 그 같은 환경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중산층이 향후 그들의 존재 이유마저 상실하게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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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이후 미국 인구의 4분의 3은 수입 감소를 겪었다. 미국 인구의 3분의 1은 2020년 5월 말 각종 요금 청구서를 제대로 결제하지 못했다. 5월까지 무사히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저축을 가진 사람은 미국 인구의 절반이 못 된다. 연방 정부가 1회 한정으로 지급한 1,200달러 수표는 3월에 이미 바닥났다. 100만 명에 가까운 유럽인들이 극빈자로 전락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격리와 학교 폐쇄로 말미암아 생존의 위협을 받는 어린이 수가 70만 명으로 늘어났다. 영국에서는 4월의 첫 2주 동안 거의 100만 명에 가까운 성인이 생활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이는 위기 이전에 비해서 10배나 증가한 수치다. 2014년 이후 줄곧 하강세를 보이던 세계의 빈곤 비율은 2020년에 대대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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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빈국들은 요즘 특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나라의 인구 밀집 도시들을 먹여 살릴 기초 식량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격리 정책 때문에 아프리카 농부들은 밭에 나갈 일을 할 수 없다. 교통수단도 모두 두절되었다. 따라서 농업 생산량은 감소되고 수입품으로는 국내 생산품을 대체할 수 없다. 주요 농업 수출국(러시아, 인도, 베트남 또는 태국 같은 나라들)이 수출 물량을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식량기구는 2020년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아프리카인 수가 2019년에 비해 3배가량 많아져서 2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상황은 동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특히 심각한데, 그 지역은 코로나19로 인해 식량 수급 사슬이 왜곡된 데다 메뚜기떼의 공격에 홍수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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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은 신흥국 내부에서도 특히 아무런 사회보장 안전망도 갖지 못한 사람들을 먼저 공략한다. 인도에서는 근로자의 3분의 2가 근로계약서 따위라고는 없이 일을 하며, 4억 7,000만 명의 근로자들 가운데 오직 19퍼센트만이 사회보험 혜택을 받는다. 이 나라의 실업률은 지난 3개월 사이 8퍼센트에서 26퍼센트로 껑충 뛰어올랐다. 1억 4,000만 명이 넘는 이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에 따라 극빈자 처지로 추락할 위험을 안고 있는 탓에, 정부는 6월 초부터 전염병이 여전히 통제 불능 수준으로 확산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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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포함하는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재정적자가 국민총생산의 10퍼센트 선을 넘어설 것이며, 미국에서는 심지어 20퍼센트 선마저도 훌쩍 뛰어넘게 되었다. 패닉 상태에 빠진 이들 나라들 가운데 일부가 저지른 또 다른 실책은, 사람들로 하여금 창의적으로 새로운 발상을 하도록 부추기는 대신, 모든 것이 곧 정상으로, 그러니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 속에 안주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몇몇 나라에서는 국민들을, 예기치 못했던 도움을 받게 된 무임승차 승객 상황으로 밀어넣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일부 근로자들이 일을 할 때보다 실업 상태에서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버는?적어도 7월 31일까지는?기형적인 현상까지 관찰된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실직한 근로자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용보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만족해한다면, 그건 곧 비극적인 자살행위가 되고 말 것이다. 공적자금 지원은 곧 한계에 이를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자만이 승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과 같은 세상으로의 회귀를 기다리는 자들은 언제까지고 환상 속에만 머물러 있게 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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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모든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공공 채무의 광적인 증가로 귀결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미국의 경우 1946년 국가 채무(106퍼센트) 수준을 2023년이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국가 채무 수준은 이미 220퍼센트를 넘어섰는데, 2021년이면 240퍼센트에 이를 것이다. 이탈리아의 빚은 2020년이 끝나기도 전에 135퍼센트에서 155퍼센트로 악화될 것이다. 프랑스 채무는 2020년 말이면 17포인트가 오른 115퍼센트가 될 텐데, 이는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심지어 엄격하게 재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이름난 독일조차도 채무 비율이 59.8퍼센트에서 68.7퍼센트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평균적으로 OECD 국가들의 공공 채무는 2021년이 되면 국민총생산의 120퍼센트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유로존 전체를 놓고 보면, 2019년 말 84퍼센트였던 채무 비율이 2022년엔 112퍼센트로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종합적으로, 세계 부채 비율은 2019년 국민총생산의 83.3퍼센트였던 것이 96.4퍼센트로 늘어날 것이며, 2020년 말이 되면 이 비율이 300퍼센트까지도 급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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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기준에 의거해 보더라도 공공 채무 비율이 너무 높을 경우, 어차피 그것을 예상 가능한 기간 안에 유의미하게 줄인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으로 보건대, 네 가지 수단이 가능하다. 즉 빚은 돈을 빌린 자가 빚을 상환하거나, 빌려준 사람으로부터 빌린 돈을 꿀꺽하거나, 전쟁이 터지거나, 경제가 성장하거나, 이렇게 네 가지 방법으로 줄일 수 있는데, 요즘 시대엔 이들 중 어느 하나도 바람직하거나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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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치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모두가 중요하게 여겨왔던 장례 의식, 즉 각자가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와의 관계를 확인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전수하는 의식이 속절없이 와해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우리는 온갖 종류의 음모론, 온갖 종류의 욕설과 모욕이 난무하는 과정도 지켜봤다. 팬데믹이 처음엔 중국 사람이 꾸민 음모라더니, 그것이 차례로 미국 사람, 프랑스 사람, 러시아 사람, 프리메이슨, 유대인, 이슬람교도, 은행가, 제약 회사들의 음모로 바뀌어가는 세태에 관한 뉴스들도 보고 듣고 읽었다. 프랑스의 일부 주교들은 심지어 이번 사태가 종교의 자유를 말살하려는 구실에 불과하다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그들이 어느 나라의 국적을 가졌든, 모두 무찔러야 한다는 식의 해괴한 설명도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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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추구하는 이면엔,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역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야말로 권력의 원천이다. 그리고 장례의식이야말로?위기로 말미암아 이 의식은 평소처럼 유지되지 못했다?시민들이 정치와 맺는 관계를 돈독하게 설정해주거나 뿌리까지 뒤흔드는 데 큰 몫을 한다.
그러니 이번 위기가 시작된 이래 죽음과 맺는 관계가 논쟁의 표면에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죽음을 스스로 제어하고 싶어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바람직한 삶이랄 수 있는 것의 기초를 다시 세우고 싶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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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또한 열대성 저기압의 계절로 접어든 아시아의 생태적 재앙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행태로도 나타난다. 2020년 1월부터 인도네시아는 대대적인 홍수로 희생자가 속출했으나, 이에 대해서 언급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 스리랑카에서는 50만 명이 가뭄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해롤드로 명명된 태풍까지 몰려와, 4월 6일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바누아투의 산마주?주도는 루간빌이다?주택의 80~90 퍼센트, 학교의 60퍼센트를 파괴했다. 그 결과 이 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재민이 되어 긴급하게 거처를 마련해야 하는 실정이다.
팬데믹은 민주적인 정당성을 실행하는 과정,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들의 직무 활동 등을 원활하지 않게 만든다. 특히나 선거 운동, 선거, 의회 소집 등의 활동을 어렵게 한다. 그런데 이 모든 활동을 싹 무시하는 것이 바로 독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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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번 위기로 인해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 위상이 종말을 고할 것이며, 그 자리를 중국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그와 반대로 이번 위기는 주인 없는 세계로의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며,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국과 중국은 둘 다 약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세계는 제국?그것이 어떤 제국이든?의 지배를 받는 세계와 비교해볼 때, 다른 의미에서 위태로운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 속에서 유럽은 다시 한 번 자유로워지고 강해지며 번영을 누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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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저하는 따라서 기후 온난화를 제어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성장이 저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되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것을 생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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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많은 사람이 경제 불황을 타개하려는 투쟁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하므로, 기후 온난화에 맞서는 투쟁은 잠시 미뤄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특히 일부 사람들은 파리협약에서 정한 목표를 재고해야 하며, 오히려 계속해서 탄소에너지?그사이 탄소에너지는 상당히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를 대대적으로 사용할 것을 주장한다. 그래서인지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내놓고 석탄 채굴에 기대는 경제 살리기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환경보호청이 2026년까지 해마다 5퍼센트까지 줄이기로 되어 있던 미국산 자동차의 연료 소비를 1.5퍼센트만 줄이면 되는 것으로 낮췄다.
반대로, 유럽연합은 지금부터 2050년까지 탄소 중립화(또는 탄소 제로) 목표를 지키겠노라고 다시 한 번 다짐했으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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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바쁘게 살던 일부 아버지, 어머니들은 격리 기간 동안 새삼 자식들을 재발견하기도 했다. 간혹 자식들과 늘 함께 지내야 하는 격리 생활을 못 견뎌하는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그럴 경우 힘들어 하기는 자식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격리는 또한 지나치게 자주 구태의연한 원칙들로 뒷걸음질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거의 전적으로 집안일과 아이들 교육을 떠맡게 된 여성들이 격리 생활이 요구하는 물자 조달 임무까지도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여성들은 강제 격리 생활이 아닐 때도 거의 전적으로 돌봄이나 교육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그 같은 일들을 도맡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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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번 위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던 간호사, 환경미화원, 계산원 같은 몇몇 인력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또한 교사라는 직업의 어려움도 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지속적인 것이 되려면, 그저 박수 몇 번 치고 감사 인사를 하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급여를 올려주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하며, 인원을 보충해주고, 설비를 갖춰주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이 공무원들에 의해서 이뤄진다면, 세금을 더 올려서라도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며,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 반대로, 그런 일이 민간 기업 차원에서 수행되는 경우라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니 민간 기업과 자본엔 이익 창출과 성장의 호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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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위기는 우리의 경제 사회 체제가 거대한 규모의 사건에 당면해, 그 사건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고 이 팬데믹은 우리의 생활 방식과 우리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한층 심화되었다. 아니 애초부터 그 때문에 야기되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자, 그러니 명백한 건 지금이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우리의 소비하고 생산하는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재고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정말로 생산 결핍이 절실하게 드러나는 분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분야 쪽으로 경제의 향방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먼저 팬데믹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분야, 다음으로는 팬데믹이 그 필요성을 일깨워준 분야. 이 두 분야를 합하면 내가 이 책에서 ‘생명경제’라 명명한 것, 이제부터 우리가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과제의 윤곽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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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으로, 이 분야에서도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가장 취약한 계층, 가장 빈곤하고,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계층이 희생자가 될 것이다. 부잣집 자식들, 부자 나라 국민들이 누리는 특권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는 분노와 광분, 나아가서는 혁명을 촉발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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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이번 위기의 승자라고 인정하는 분야를 넘어서, 앞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 나는 이번 위기를 통해 새로운 수요로 부상한 분야들을 따로 떼어내 ‘생명경제’라고 명명하려 한다. 생명경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가까이에서든 멀리에서든 우리 모두를 더 잘 살게 해주기,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주기를 임무로 삼는 모든 기업을 다 포괄한다.
생명경제를 목표로 내거는 기업들은 대단히 많다. 건강, 예방, 위생, 스포츠, 문화, 도시 하부 구조, 주거, 섭생, 농업, 영토 보호뿐 아니라 민주주의 운영, 안전, 방위, 오물 처리, 재활용, 수자원 보급, 클린 에너지, 생태, 생물 다양성 보호, 교육, 연구, 혁신, 디지털, 상업, 물자 보급, 상품 이송, 대중교통, 정보와 언론, 보험, 저축, 신용 등의 다양한 분야가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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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경제에서 배제된 모든 분야는 말하자면 환경의 가장 큰 적이다. 자동차, 비행기, 화학, 플라스틱을 비롯해 많은 산업이 그러하다. 하지만 재전환을 통해 이런 분야도 생명경제에 당당하게 편입될 수 있을 것이다. 생명경제는 환경과 기후 변화 최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역이다. 또한 탄소에너지를 가장 덜 쓰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생물 다양성 보호는 생명경제에 포함된다. 생물 다양성 보호는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산림 파괴, 야생 영역 축소 등은 실제로 질병의 확산 위험도를 높인다. 국토 개발과 관련한 법적 기제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생물 다양성 보존, 동물 존엄성 존중, 유기 농업의 구체적인 발전, 토양 인공화 방지 등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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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으로도 여러 차례 팬데믹, 또는 종류는 다르지만 그 여파는 다르지 않을 대규모 충격을 겪을 수 있다. 아니, 이번보다 훨씬 더 심각한 비극이 우리를 덮칠 수도 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씩 당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붕괴될 것이고, 우리가 누리던 자유와 우리가 이룩한 문명도 함께 스러질 것이다. 그러니 그런 일을 미리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려면, 우리의 상상력이 허락하는 모든 무기를 동원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예측 이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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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우리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최악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예측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빈틈없이 준비해서 그 최악만큼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

--- 7장

출판사 리뷰

“자크 아탈리는 재기와 상상력, 추진력을 겸비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지식인이다”
-앨빈 토플러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지만 그 파장의 정도는 같지 않다. 국가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미국, 중국, 그리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상황과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의 차이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재난은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해도, 그에 대한 대비와 후속 조치에서는 피해의 파장을 최소화할 기회와 가능성이 있었다.

방역 모범 사례로 꼽히는 한국은 단 한 명의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2019년 12월부터 의료 전문가·정부 관료·기업이 모여 준비를 해나갔다. 질병에 걸린 채 귀국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가상 시나리오를 그렸고, 이어서 발 빠르게 시약과 진단키트 생산에 들어갔다. 하루에 수만 명씩 확진 사례가 나오는 최악의 국면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은 선제적인 대처 덕분일 것이다. 물론 시민 개개인의 적극적 협조와 헌신적 희생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정보를 숨기기에 바빴고, 근거 없는 낙관에 기댄 채 준비를 소홀히 했다. 심지어는 걷잡을 수 없는 패닉 상태에서도 한국의 방식이 아닌 중국의 방식을 채택했다. 자크 아탈리가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하고, 이 책을 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른 나라 역시 한국처럼 이 전염병의 잔인함을 사전에 알 수 있었음에도 왜 한국처럼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자크 아탈리는 인류의 앞날의 예측하고 전망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현재진행형이며 한국에서도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한 해를 되돌아보고 미래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언론사·지역 단체·공공기관 등이 마련한 자리의 단골 인사다. 실제로 그는 프랑스의 좌우 정권 모두에서 중책을 맡은 바 있으며, 오래전부터 기후 위기·금융 버블·온라인세계 구축·디지털 노마드·공산주의 약화·테러리즘 확산 등 세계의 변화를 정확하게 꿰뚫어봤을 뿐만 아니라 팬데믹의 발발을 경고하기도 했다.

《생명경제로의 전환》은 저자가 밝히듯, 팬데믹 재난이 세계를 휩쓴 이후 지금까지 관찰된 사실들의 ‘종합’이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게 될 세계에 대한 ‘전망’이다. 더 잘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한 어제의 과오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닥쳐올지 모르는 더 큰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방향을 제시한다. 지정학, 세계 경제, 산업의 재편, 보건과 의료 등 공공시스템, 기후와 환경이 중심이다. 또한 과거 인류를 덮친 전염병의 역사를 추적하여 지금 다시 곱씹어야 할 교훈을 전하고, 인류의 성장과 안전과 자유를 위한 방편으로 ‘생명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국제 질서와 지정학, 세계 경제와 산업 지형, 기후와 환경, 보건과 의료, 일과 생활 양식…
팬데믹 이후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현존하는 유럽 최고 석학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의 시야는 넓고 깊다. 정치·경제·사회·기술 모두를 아우르며 전염병 창궐 이후의 혼돈 상황을 분석하고, 더 나은 미래를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풀어간다. 코로나가 발생한 뒤, 한국 사회에는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다. 너도나도 전문가를 자처하며 가능성과 대안을 제시했다. 금융과 경제, 보건과 의료, 정치와 사회 등 개별 분야에 집중한 담론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각각의 영역은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 개별적으로 나름의 특수성을 지니지만 각 영역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다루는 문제의 범위를 좁힌 분석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다. 그리고 폭넓은 시야와 깊이 있는 통찰로 전 분야를 아우르는 아탈리의 책이 남다른 가치를 지니는 이유다.

《생명경제로의 전환》은 첫 번째로 코로나 방역과 지정학을 다룬다. 저자는 바이러스 앞에서 중국이 보여준 대처에 대해 서슴지 않고 비판하는데,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초기 국민 호도하고 세계를 속였다는 점 때문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을 격리시키면서 세계 경제가 멈춰 섰고, 다른 국가들이 한국의 모델이 아닌 중국의 모델을 따르면서 전 세계가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전염병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보고 한국과 대만처럼 올바른 선택을 한 국가들과 중국처럼 느슨하게 대처하다 급기야 강제로 국민들을 격리 시켜버리거나 집단면역을 실험한 국가들을 잘못된 사례로 소개한다.

한편 재난을 틈타 자신의 전제 정치를 강화하는 조짐이 나타나는 현재 상황을 지적한다. 안전을 이유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비롯해 민주주의의 기초인 선거조차 방역을 빌미로 연기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책에 따르면, 적어도 66개 나라 또는 지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유로 국가, 지방, 또는 자치 구역 차원의 선거나 국민투표를 연기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민주주의와 법치가 후퇴하고, 소수의 권력자가 힘을 독점하게 되는 상황이다. 전염병으로 개개인의 자유가 위협받고, 민주주의를 자처하는 정치체제가 붕괴하는 경우는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는 세계 경제다. 팬데믹 앞에서 잘못된 선택을 한 지도자들 때문에 세계 경제가 멈춰버리게 되었음을 지적하며 재앙에 가까운 그 결과를 설명한다. 생산과 소비가 무너지면서 고용이 무너지고 어마어마한 보조금과 예산으로 국가 채무는 상상을 초월하게 늘어났다. 양극화, 불평등, 폭력, 빈곤 등 사회 문제 역시 악화일로다. 실제로 2020년 3월 이후 미국 인구의 4분의 3은 수입 감소를 겪었다. 미국 인구의 3분의 1은 2020년 5월 말 각종 요금 청구서조차 제대로 결제하지 못했다. 2014년 이후 줄곧 하강세를 보이던 세계의 빈곤율은 2020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우리가 맞이할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가장 약한 고리의 계층, 가장 가난한 계층이 제일 먼저 대가를 치르고, 다음으로는 중산층이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것 말이다.

마지막으로 IT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산업구조와 다국적 기술기업의 영향력을 짚는다. 이는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저자는 국가 권력의 약화와 엮어 다국적 기술기업의 강세를 설명한다. 구글, 아마존 등을 비롯한 초대기업은 위기 속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국가 이상의 힘을 행사하고 있다. 도시가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걸 깨달은 다수의 기업이 거대 도시에서 떠나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우버, 리프트, 애플은 각각 댈러스, 내슈빌, 오스틴으로 본거지를 옮겼다. 또한 유럽의 브라티슬라바, 리스본, 에든버거 같은 중간 규모의 여러 도시도 기술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편 저자는 또 다른 의미에서 역시 넓고 깊은 시야를 보여준다. 개도국, 여성과 어린이 등 주류 담론으로부터 소외되어온 영역도 빼놓지 않는다. 2020년 들어 영양실조를 겪는 아프리카의 인구는 2019년에 비해 약 3배 많아졌고, 특히 동부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식량 수급이 불안정해진데다 메뚜기떼의 공격과 홍수까지 겹쳐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전한다. 또한 격리로 인해 가사·돌봄의 부담이 더 커진 여성,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와 등교가 중단됨으로써 심화되는 교육격차를 위한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어제까지의 세계의 실패,
그리고 생명경제로 다시 쓰는 인류의 성장과 안전


아탈리는 작금의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를,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낙관이라고 본다. 결코 이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으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재앙을 만들어낸 그때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단절해야 하며,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생명경제로의 전환’이다.

‘생명경제’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목표로 삼으며,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현장에서 실제적인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모든 분야, 즉 기후, 환경, 건강, 쓰레기 관리, 상하수도 관리, 스포츠, 섭생, 농업, 교육, 클린 에너지, 디지털, 주거, 문화, 보험 등의 분야를 전부 포함한다. 이와 같은 얘기를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성장 및 생산과의 단절을 떠올리곤 한다. 저자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성장이 저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되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것을 생산해야 한다.”

최근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보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환경과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자크 아탈리가 주창하는 생명경제도 이와 궤를 함께한다. 아니,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더 이상 적자생존식·이기주의적 시스템은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의식, 미래 세대는 물론 지금을 살고 있는 전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안전과 자유의 보장을 도모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후에 부자가 된 사람이 많아요. 누군 죽고 누군 돈을 버는 거죠.”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을 그린 재난영화 ‘컨테이젼’에 나오는 대사다. 실제로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적기이기도 하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일자리를 유지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마스크를 한번 생각해보자. 혼자만 쓴다고 전파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다른 사람도 함께 써야 한다. 주변 모든 사람이 감염되었다면 자신 또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누군가의 건강이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보건·돌봄·택배 등 사회의 모세혈관과 같은 필수노동자 없이는 나의 생활이 유지될 수 없다. 나의 성공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의 안녕이 중요한 것이다. 자크 아탈리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이기도 하다.

“지구는 도서관과도 같은 것이어서, 거기서 책을 읽고 저자의 새로운 얘기로 정신을 풍요롭게 한 후에는, 그곳을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잘 남겨 두어야 하는 곳이다. 생명이란 가장 귀중한 책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으로 다루어야만 한다. 페이지가 찢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주석을 달아서 그들의 아들 딸에게 남겨 줄 세상을 영광스럽게 하겠다는 희망으로 조상들이 남긴 언어를 해독하는 법을 알고 있을 다른 사람에게 그 책을 잘 넘겨줄 수 있도록 말이다.”

1990년에 출간된 자크 아탈리의 저서 《21세기의 승자》(한국어 번역본 출간은 1993년)에 실린 말이다. 무려 30년 전에 지금의 상황을 예견한 듯한 통찰에, 30년간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재난과 혼란의 시대에도 전환과 도약을 이룩한 세대는 꼭 있었다. 지금, 아탈리는 그 길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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