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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변화
흔들리는 민심 이불란사 일주문 수련의 길 온달, 무절을 물리치다 낙랑대회의 음모 비단옷에 묻은 피 제가회의를 무력화시켜라 이이제이 아비규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실종 천도 서방님, 어디로 가십니까? 해는 구름에 가려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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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색시가 옷고름을 풀어줄 신랑을 기다리듯이 온달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평강을 기다렸다. 빨갛게 볼이 상기된 그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온달은 잠시 그녀를 제지했다. 더 늦기 전에 궁금했던 걸 물어보고 싶었다. “이렇게 꼭 결혼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혼인을 하면 부부는 경어를 써야 합니다.” “내 머리로는 도저히 모르겠어. 나도 공주가 좋아. 하지만…….” “그거면 됐어요.” “누구라도 나보다는 나을 거야.” 평강이 빙긋이 웃으며 온달을 응시했다. “소녀가 왜 하필 온달님을 왜 선택했는지 궁금하세요?” “그, 그렇지요.”
“어찌 사람의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어요. 온달님은 정이 많고 착한 분입니다. 남들이 자신을 놀리고 시비를 걸어도 구태여 변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를 잘 공양하는 효자에다 하찮은 미물의 생명까지 아껴줍니다. 기우제를 지낼 때는 사람을 보내 도와주셨고 대부님의 초상도 치러주었습니다. 별동대원들의 목숨을 살린 사람도 온달님입니다. 산에서는 저를 가르치는 스승이 되었고 저는 도움만 받았습니다. 온달님의 이웃은 가난해도 밝고 남을 위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아무 셈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내 있는 그대로를 보여도 되니 편합니다. 온달님은 힘이 장사라서 내가 힘들면 언제든 업어줄 테고요. 저는 공주로 태어났고 그렇게 자라왔습니다. 제게는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진력을 다해도 모자라지요.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나? 매일 저는 자신과 싸우며 다독이고 있습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요. 이제 온달님이 저를 지켜주셔야 합니다.” 평강은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남김없이 다 했다. 온달은 평강의 웃는 얼굴이 좋았다. 저 웃음을 잃지 않도록 해주리라 결심했다. --- p.25~26 고구려 군대를 적이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철기병의 기마술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사(騎射), 기창(騎槍), 기검(騎劍)에 탁월하여 그 기동력과 파괴력을 적들이 감당하지 못했다. 산을 타고 장애물을 건너뛰는 기마 실력은 기본이었다. 어떤 이는 말고삐를 잡지 않고 달리면서 활을 쏘고 창을 찌르는 솜씨가 가히 곡예에 가까웠다. 그러려면 말과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하니 그만큼 명마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평강은 온달에게 마방에 가서 정노인을 찾아 그에게서 말을 사 오라고 시켰다. 말을 고를 때는 일반 민가의 말은 사지 말고 나라의 군마를 택하되 그중에서 반드시 비루먹은 말을 골라 오라고 당부했다. 정노인은 공주가 보낸 사람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공주의 부탁을 받은 그는 명마 중에 명마인 질풍을 감식(減食)시키고 체중을 줄여 쓸모없는 말로 꾸며놓은 터였다. 그렇게 해서 말을 구한 온달이 잘 먹이고 정성스럽게 키우니 말의 골격에 근육이 붙었다. 말은 온달을 잘 따랐으며 오래 달려도 지칠 줄을 몰랐다. 공주는 온달에게 말의 이름이 질풍이라고 가르쳐주었다. 월광 대부가 공주에게 처음 가져다준 바로 그 말이었다. 온달이 머리에 절풍(折風: 고구려 무사들이 즐겨 썼던 관모)을 쓰고 말을 타고 밖으로 나가면 그 늠름한 기상에 감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아무도 그가 예전의 바보온달임을 알아보지 못했다. 온달의 무예 수련은 장창을 다루고 기마 상태에서 활과 쌍검을 사용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최우영이 장창의 달인인지라 온달은 그의 절기를 배우면서 장창의 명인이 되어갔다. 질풍을 타고 숲 속을 달리면서 흔들리는 과녁을 쏘아 맞히는 것은 몸 풀기에 불과했다. --- p.47~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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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에 선덕여왕이 있었다면, 고구려엔 평강공주가 있었다!
시대를 앞서간 여장부 평강의 불꽃같은 삶을 그린 팩션 우리에게도 이토록 비장한 사랑의 역사가 있었던가? KBS 드라마 [달이 뜨는 강] 원작소설! 구전 설화 속에서 울보 공주, 현모양처로만 그려졌던 ‘평강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한 시대를 호령한 천하 여장부로 탄생시킨 역사 팩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가 소설가 이문열, 영화감독 이장호의 권유로 집필에 착수한 지 30년 만에 완성해낸 역작. 안락한 왕족의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자기 삶을 일구어나간 평강의 불꽃같은 삶이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모든 설화에는 어떤 식으로든 당시의 역사적 배경이 녹아들어 있게 마련이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일국의 공주가 평민 출신 바보와 결혼한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녀가 온달에게 시집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혹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면밀히 연구한 끝에 그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 당시 평원왕은 밖으로는 중국(북주)의 군사적 위협, 안으로는 귀족세력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매우 불안정한 위치에 있었다. 특히 중앙 귀족세력은 선대왕인 안장왕과 안원왕을 암살할 만큼 위세를 자랑하며 공공연하게 왕권을 위협하고 있었다. 평원왕은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신흥 무사계급을 등용함으로써 기존 귀족세력을 견제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온달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경우,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가 단순한 사랑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역사적 사실에 기발한 상상력을 결합시켜 저자는 세간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왕후의 비명횡사에 차기 왕위 계승권을 차지하려는 귀족세력의 음모가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다음 차례는 평강공주와 태자 남매였을 것이다. 그래서 평강공주는 자기 보호 수단으로 울보 공주라는 나약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가 온달과 결혼하기 위해 출궁을 감행한 것에는 귀족세력의 속박에서 벗어나 그들에게 맞설 대항마 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볼 때, 평강공주의 새로운 면모가 오롯이 드러난다. 즉 그녀는 단순한 ‘내조자’가 아니라, 아버지 평원왕을 도와 왕권 강화를 위해 노력한 ‘지략가’이자 당차게 자기 삶을 설계해나간 ‘개척자’였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천추태후, 미실, 선덕여왕, 덕혜옹주 등 그동안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여성 위인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서사물이 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평강공주만큼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고 사랑받아온 캐릭터가 드문데도, 이를 제대로 형상화해낸 정통 역사물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의외다. 『평강공주』는 기획 단계부터 ‘원 소스 멀티 유스’ 전략에 따라 드라마, 오페라, 만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동시 추진되어왔다. 김소현, 지수 주연의 KBS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비극적 사랑의 서사를 만끽하시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