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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어느 올드페미의 편지
들어가는 말: 페미니즘은 민주주의를 완성한다 1장 세상을 뒤집은 목소리 01 서구 페미니스트의 이야기: 풍요 속에서 더 열악해진 여성의 삶 02 앞에서 길을 낸 여성들: ‘여권통문’부터 ‘공장의 불빛’까지 03 함께할 것이고, 따로 갈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새 여성운동의 시작 04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 여성을 향한 폭력, 그 지독한 역사 05 그것이 왜 필요악인가: 군산 화재 사건, 성매매방지법의 빛과 그림자 06 가부장제의 성역이 무너지다: 호주제 폐지, 반세기 투쟁의 승리 2장 다시 쓰는 우리의 이야기 07 아름다움, 가장 교묘한 신화: 일상의 정치를 대중화한 탈코르셋 운동 08 천장에 부딪히거나 집에 고립되거나: 저임금과 불안정은 왜 여성의 몫인가 09 돌봄은 왜 계속 여성만의 굴레일까: 페미니즘과 돌봄 노동 10 여성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페미니즘과 국가, 가까울 수도 멀 수도 없는 11 정치판으로 간 페미니스트: 누구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3장 페미니즘은 역사를 만든다 12 어떤 여성은 더 가난하다: 계급을 생각하는 페미니즘 13 남성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근대적 남자 되기부터 동성애 찬반 논란까지 14 페미니즘이 남성을 만날 때: 새로운 남성성을 향하여 15 휴전선을 넘는 여성들: 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할까 16 여성을 위한 통일: 새로운 시대의 ‘잃은 자’가 되지 않으려면 17 전 지구적 페미니즘의 힘: 다이어트 강박증부터 ‘위안부’ 운동까지 나가는 말: 페미니즘이라는 숲을 향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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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흥미로운 점은, 미의 신화가 여성의 새로운 자유를 훼방하는 기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성에게 가해진 금기와 제약, 종교적 강제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점에 이르러 미의 신화가 강조되면서, 여성의 의식과 일상적 삶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해방운동이 활발해지고 실제로 여성의 지위 향상과 의식혁명이 진행되었던 시기, 즉 페미니즘의 제2의 물결에 이어 여성운동이 활발해진 1980년대에 이르러 아름다움을 둘러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여성해방운동을 통해 여성은 자신들에게 가해진 여러 법적·물질적 장애를 돌파했지만, 반대급부로 미의 신화는 더욱 강화되어 여성을 더 집요하게 짓누르게 되었다.
--- p.96 비정규직의 저임금노동자 여성은 누구와 연대하게 될까?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함께 전전긍긍하는 남편보다 전문기술직이나 경영인으로 화려한 이력을 쌓아가는 여성과 더 연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식상하리만치 오래된 질문이지만, 냉정한 현실 분석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질문이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여성들은 성과 계급의 문제를 토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지금의 계급 구조 안에서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해온 페미니즘 운동으로 갈지, 아니면 여성 대중 대다수의 해방을 위해 현존하는 계급 구조를 좀 더 근원적으로 변화시키는 평등운동으로 갈지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진다. --- p.152 이렇듯 중·장년 남성들의 직장 퇴출과 경제 양극화 심화는 가부장적인 남성 지배의 이득이 남성들에게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근대 이후 남성성 구축의 중핵을 형성하는 ‘남성 = 생계부양자’ 모델이 깨지는 것이 아니라 불공평하게 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즉, 가부장제에 기초한 남성 지배의 부담과 비판은 남성 모두가 짊어지지만, 남성 지배의 이득은 일부 남성이 독식하고 있다. 이런 지점들은 오늘날 젠더 문제와 관련된 논쟁에서 사실상 외면당한다. --- p.168 전 지구적 페미니즘과의 연계와 연대가 지닌 또 다른 강점은 페미니즘 운동이 좀 더 보편주의적인 시민성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시대나 국가적 상황에 따라 페미니스트들은 때로 자기중심적·편파적 논리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페미니즘의 폐쇄성이 문제시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처럼 오랜 지정학적·역사적 조건과 식민 지배의 경험 때문에 민족주의 성향이 강해진 경우에는, 페미니스트들도 민족주의적 경향성 혹은 폐쇄성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이미 앞서 다룬 대로 페미니스트들 내에서 민족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논쟁은 늘 존재해왔다. 여러 이론가들이 지적하는 대로 민족주의는 이익이 되기도, 해롭기도 한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 p.211 오늘날 페미니즘 대중화가 성공한 데는 적극적인 신세대 여성 주체들의 등장이 중요했지만,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불러온 디지털 세계의 의도치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더불어 디지털 경제의 영향 아래 온라인 페미니즘이 사용하는 언어는 개인화와 성공과 효율성 가치에 기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페미니즘의 대중화가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토대를 두고 포스트페미니즘의 이상과 교호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즉, 일부 신세대 여성들은 기존의 페미니즘으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가운데 공평하며 자유로운 경쟁의 장으로 나아갈 것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포스트페미니즘으로 지칭된다. 이들은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성도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 p.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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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생 강주룡부터 1982년생 김지영까지
닮지 않은 듯 닮은 우리의 이야기 페미니즘 관점이 이제 시민의 필수 소양으로 자리 잡고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페미니스트들의 결도 다양해졌다. 이 책은 그중 한 예로 오늘날 젊은 페미니스트들을 지칭하는 ‘헬페미’를 든다. 저자는 이러한 구분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럽고, 상당 부분은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절박한 문제의식을 사회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면서도, 차이가 너무 부각되는 나머지 여러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싸울 수 있는 지점마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저자가 보기에 1931년 고무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대동강 을밀대 지붕에 올라갔던 노동자 강주룡과, 그로부터 80년이 지나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조선소 크레인에 올라가 309일을 버틴 노동자 김진숙은 크게 다르지 않으며, 100년 전 선구적 페미니스트로 살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나혜석과,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의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준 ‘김지영’의 이야기는 이어져 있다. 이 책은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시 읽어냄으로써 이러한 이어짐을 보여준다. 한국 최초의 여권 선언인 [여권통문]부터 1970~1980년대 ‘공순이’라는 멸칭으로 불리며 열악한 노동을 강요받았던 여성 노동자들의 저항, 여성 문제가 늘 다른 ‘우선순위’에 밀렸다는 문제의식 아래 1987년 민주화항쟁을 전후해 “함께 그리고 따로”를 표방한 ‘새 여성운동’에 주목한다. 또한 1993년 성폭력특별법,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 2004년 성매매방지법, 2005년 호주제 폐지 등 오늘날 여전히 여성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법들을 제정하기까지 계기가 된 참혹한 사건들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대하고 전략을 세웠던 페미니스트들의 수많은 노력들도 소개한다. 분명 다른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들여다볼수록 지금의 현실과도 조금씩 겹쳐지는 듯한 기시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왜 어떤 여성은 더 빈곤할까? ‘여성을 위한 통일’은 가능한가? 우리가 새롭게 던져야 할 페미니즘의 질문들 이 책은 계급 문제와 통일 문제 등 오늘날 페미니스트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문제들도 다룬다. 저자는 이 문제들이 마냥 느긋하게 여겨도 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는데, 그 주된 근거를 서구 페미니즘 운동의 궤적에서 찾는다. 서구의 자유주의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의 참정권, 교육권, 재산권 확립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지만, 한편으로는 백인 중상층 여성의 관점이 중추를 이루는 상황에서 노동 계급의 여성이나 유색 인종 여성에게 절박했던 노동과 생계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저자는 벨 훅스의 말을 빌려 당시 이들이 페미니즘 운동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자신들을 위한 ‘쓸 만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오늘날 한국의 상황에도 적용한다. 비정규직 저임금 여성 노동자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함께 전전긍긍하는 남편”보다 상층 계급의 여성과 더 연대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가능할지 묻는다. 페미니즘 운동이 동력을 확대해가려면 늘 ‘억압의 복잡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 문제에서는 독일 통일 이후 동독 여성들의 ‘잃은 자’ 경험을 예로 든다. 독일 내에서 상대적으로 빈곤했던 동독 지역의 사람들, 그중에서도 여성들은 통일 이후 보육시설 감소와 실업률 급증, 정치적 대표성의 하락과 같은 급격한 변화 속에서 ‘내부 식민지’의 최하층을 차지하게 되었다. 저자는 통일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낼 여력이 있던 서독의 페미니스트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점, 동서독 페미니스트들의 교류와 이해가 부족했던 점 등이 통일 과정에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으려면 저자는 한국의 페미니스트들도 젠더 관점의 통일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함께 걷지 않았다면 그 무엇도 당연할 수 없었다! 앞으로의 페미니스트들에게 보내는 연대의 편지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17개의 이야기들 속에서 시종일관 강조되는 것은 연대의 힘이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자각하지 못했던 20세기 여성 노동자들의 저항에도, 일상의 정치를 대중화하며 ‘미의 신화’에 균열을 내고 있는 오늘날 탈코르셋 운동에도, 여성 정치인의 수적 확대를 넘어 새판 짜기를 구상하는 제도 정치의 운동에도, 놀라운 변화의 현장에는 늘 연대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있었다. 이 책에 들어 있는 연대표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과 성과들을 교차시켜 연대의 힘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흘러왔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내내 역사를 강조하는 저자의 목적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도,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페미니즘을 나무뿐 아니라 숲으로도 바라보자고, 그래서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대하는 페미니즘’으로 나아가자고 말하기 위해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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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조적 차별과 더 나아가서 다른 존재들 간의 평등한 관계를 실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해방운동의 큰 흐름에, 그리고 그 선두에 페미니즘이 있다. 이 책은 전통적인 설득의 언어를 구사하는 ‘올드페미’ 정현백이 반격의 언어로 여성의 해방구를 만들어나가는 오늘의 ‘헬페미’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모여 숲이 되듯, 각양각색의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페미니즘이라는 숲’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구애편지 말이다.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적 흐름과 그 비약적 발전을 만들어낸 호주제 폐지, 탈코르셋 등 상징적인 운동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 저자의 식견에 감사하며 책장을 덮는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미래를 살아야 하는 젊은 세대가 이 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 조희연 (서울시 교육청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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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슈든 ‘페미니즘 관점’으로 바라보도록 요구되는 시대다. 오래도록 지워지고 억압당했던 ‘절반’의 관점이 복구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책은 페미니즘의 맥락에서 한국의 현대사를 다시 읽어줄 뿐 아니라 페미니즘 자체도 역사적으로 읽어내며 여전히 진행 중인 다양한 쟁점들을 다룬다. 학계와 현장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저자의 깊은 통찰력이 담겨 있다. - 지은희 (전 덕성여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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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서 길을 낸 페미니스트들이 이뤄낸 눈물겨운 성취의 순간들, 오늘의 페미니스트들이 힘겹게 맞서고 있는 문제들, 앞으로의 페미니스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말 걸기다. 한국 페미니즘이 걸어온 길을 알고 싶은 독자들, 페미니즘을 거시적으로도 살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 본각 스님 (전국비구니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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